Home > 분류보기 > 전체보기 
북쇼핑
2000.4.20  통권 63호  필자 : 강정애  |  조회 : 3375   프린트   이메일 
[중국. 중국인]
습관 차이

밥그릇을 들고 식사하는 중국인들의 습관은 어디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이다. 이것이 중국인들의 한낱 습관이려니 했는데, 알고 보니 중국인들에게는 그들 나름의 삶의 철학이 내포된 행동이라는 사실을 발견하고 다소 놀랐다.


밥그릇을 들고 식사를 하는 것은 “내 밥은 내가 벌어서 먹을 수 있다.”는 뜻을 담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중국 가정에서는 어려서부터 밥그릇을 들고 먹도록 교육을 하고, 밥그릇을 식탁에 올려놓고 먹으면 “자기 밥그릇도 제대로 챙기지 못한다.”고 혼이 나기도 한다는 것이다.


어렸을 때 집에서 우리 형제가 혹시 밥그릇을 들고 식사를 하면 “개처럼 먹는다.”는 꾸지람을 부모님께 듣던 기억이 남아 있어, 중국인들이 밥그릇을 들고 식사하는 모습을 보면 무의식적으로 저항감 비슷한 것이 생겼다. “식사는 그렇게 하는 것이 아니라”고 하는. 그래서 중국인들과 함께 식사를 할 때, 특히 밥그릇을 들지 않고 점잖게 먹으려고 노력했다. 마치 중국인들에게 ‘식사는 이렇게 하는 것’이라고 가르쳐 주기라도 하려는 듯∙∙∙. 그때 중국인들은 그런 나를 보면서 아마도 ‘제 밥그릇 하나도 챙기지 못하는 한국인’이라며 속으로 비웃었을지도 모른다.

 


중국인들이 음식을 먹다가 남기는 습관에도 의미가 있다. 가정에서 식사를 하다가 음식을 남기게 되면 ‘다음 식사에도 먹을 것이 있다.’는 뜻이 된다. 음식점에서 음식을 남기는 것은 ‘손님에게 풍성히 대접을 했다.’는 뜻이 된다. 음식을 깨끗이 먹어 치우는 것은 ‘거지와 같다’고 해서 좋지 않게 여긴다. 이렇듯 음식을 남기는 습관에도 모두 긍정의 의미를 부여한다.

 

언제부터인지 우리 한국 음식점에서는 음식을 먹다 남기면 벌금을 부과한다고 엄포를 놓는 모양이다. 그래서 손님을 대접할 때에도 깔끔히 먹는 것이 도리처럼 되었다. 내가 중국인한테 초대를 받았을 때에도 깨끗하게 먹지 못한 데 도리어 미안함을 느껴 남은 음식을 싸 갖고 오기도 했다.

 

중국인들은 우리의 이런 모습을 어떻게 보았을까? 내가 중국인을 ‘거지처럼 밥그릇을 들고 먹는다.’고 생각한 것처럼, 이들도 한국인은 ‘체면도 모르고 거지처럼 깡그리 먹는다.’고 비웃지는 않았을까?

 

우리가 실용성을 중시하고 중국이 체면을 중시하는 것은 각자 다른 배경에서 형성된 문화차이라고 할 수 있다. ‘내 문화는 고상하고 네 문화는 저속하다.’는 것도 아니다. 내 눈에 들지 않는 것이 중국인에게는 고귀한 그들의 삶의 철학일 수도 있고, 그들의 눈에 좋지 않게 보이는 내 문화도 내게는 귀중한 삶의 습관이기 때문이다.



강정애 | 재중국 유학생 

 

    인쇄하기   메일로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