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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10.20  통권 66호  필자 : 정인갑  |  조회 : 2478   프린트   이메일 
[중국. 중국인]
先小人後君子
먼저 소인이 된 후에 군자가 되라

사람들은 군자가 되기를 바라지 소인이라는 말을 듣기 싫어한다. 그러나 중국의 소인으로 자처하는 ‘先小人後君子 (먼저 소인이 된 다음에 군자가 되라)’ 라는 말이 있다.

한번은 필자가 학자 한 분을 찾아가 원고를 청탁하자 그는 다짜고짜 이렇게 말했다. “나는 선소인후군자‘요 원고료는 어떻게 되오?” 원고료를 후하게 주겠다는 약속을 하고 약정을 맺기는 했지만 필자는 그에게 아니꼽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신은 그가 학자답지 못하게 돈 밖에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지만 그러나 지금 와서는 그의 처신이 맞았다고 생각된다.

이전에도 그랬지만 요즘 각별히 이런 일을 많이 목격하게 된다. 한국인들 가운데 중국인, 특히 조선족과 협력해서 어떤 사업을 벌이다 서로 맞지 않아 다투던 끝에 필자를 찾아와 시비를 가려 달라는 사람도 있다. 그들의 말을 들어보면 한쪽이 옳고 상대편이 그르다는 판단을 내릴 수 있는 것과 그럴 수 없는 것이 반반이다. 사전에 어떻게 계약을 했는지를 물으면 대부분 “동포끼리니깐 서로 믿고 한 일” 이라느니 “나중에 무리하게 나올 줄은 생각도 못했다”느니 하고 말한다.

만약 ’선소인후군자‘ 였다면 이런 일이 없었을 것이 아닌가 우리한국인은 정이 너무 깊고 또 최면을 중시하기 때문에 사업파트너와 대할 때 ’군자‘의 자태로 접근하기 일수도 시작할 때는 서로의 이익을 거북해 하다가 일단 성사가 되면 소인으로 바뀌어 버린다. 즉 ’선군자 후소인(先小人後君子) ’ 인 셈이다. ‘성사되면 일백만원 정도는 줘야지’ 라고 생각했다가, 성사된 다음에는 20만원을 넣은 봉투를 가지고 나간다.

그러나 정작 당사자를 만나면 화장실에 가서 10만원을 빼고 10만원을 꺼내주는 수도 많다고 한다. 결국은 고전유학(儒學)의 이상과 현대의 시장경제의 관념이 잘 융합될 수 있느냐, 전통윤리의 행위규범과 현대경제의 계약법칙이 서로 보완될 수 있느냐 하는 문제이지만 실제는 이를 부인하고 싶다. 예전에 중국사정에 전통한 한 한국인과 중국의 사업하러 나온 다른 한국인 간의 상담하는 장면을 목격한 적이 있다.

“당신이 부탁한 일을 내가 도와드릴 수는 있지만 일단 계약을 한 후에 보자”며 말을 시작했던 것이다. 말하자면 ‘선소인후군자’다 같은 유교문화권이지만 중국인 가운데는 ‘선소인후군자’가 비교적 보편화 되었지만 한국인은 대개 ‘선군사후소인’이다. 이면에서 중국인을 본받았으면 한다.



정인갑 | 칭화대학 중문계 부교수, 중화서국(中華書局) 사전편집실 주임
출처 | 「베이징저널」 제15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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