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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2.20  통권 68호  필자 : 전찬미  |  조회 : 2506   프린트   이메일 
[전찬미의 중국이야기]
한국 신문

재작년 한국에서 국회의원 선거가 있었을 때의 일입니다. 아침 일찍 한국에서 어느 분이 국제전화로 선거 결과를 알려 주었습니다. 그래서 대략의 결과는 알게 되었지만 남편은 좀 더 자세한 내용을 알고 싶어 했습니다. 우리의 가까운 지인(知人)이 출마한 것도 아닌데, 이미 한국을 떠나 타국 생활에 푹 젖어 있는 남편이 선거 결과를 세세히 알고 싶어 하는 걸 보니 역시 조국을 사랑하는 한국인임에는 틀림이 없는 가 봅니다.

궁금증을 이기다 못한 남편이 자리를 박차고 한국방송이 나오는 한국 식당으로 갔습니다. 그러나 뉴스 시간에 잘 못 맞춰 갔는지라 애꿎은 식사만 하고 돌아왔더군요. 다음날 저도 함께 친구 부부에게 식사를 대접한다는 구실로 또 한국 식당에 갔습니다. 점심식사가 끝날 때까지도 뉴스는 나오지 않아서 끝내 투표 결과를 보지 못했습니다.

우리의 애타는 마음을 읽은 친구가, 마침 남편이 어제 한국에서 오면서 신문을 가지고 온 게 집에 있다고 해서 제가 그 집에 갔습니다. 친구는 엘리베이터가 없는 아파트의 6층에 살고 있어서, 제가 아래에 있을 테니 올라가 신문을 아래로 던져 달라고 했지요.

한참 후 친구는 6층의 창문을 통해 신문 뭉치를 이래로 던졌는데, 그만 바람에 날려 앞 집 지붕에 떨어졌습니다. 6층의 친구와 길바닥의 제가 발을 동동 굴렀지만 심한 바람에도 신문은 한 치도 움직이지 않아 제 애를 태웠습니다.

그만 그냥 집으로 돌아갈까 했지만, 한국 신문을 눈이 빠지게 기다리는 남편을 생각하니 도저히 빈손으로 돌아갈 수 없어서 마침 열쇠 꾸러미를 들고 지나가는 경비 아저씨를 불러 세웠습니다. 6층 창문에 머리를 내밀고 아래를 향해 소리치는 친구와, 짧은 중국어로 손짓발짓하며 설명하는 저를 번갈아 보면서 사태를 알아차렸는지, 아저씨는 담벼락을 타고 올라가 신문을 내려주었습니다.

이렇게 우여곡절을 겪고 가져온 신문을 그날 밤 남편과 같이 읽으며 제가 얘기했지요.

“여보, 이 귀한 신문을 다음 날도 일게 아껴서 오늘은 조금만 읽읍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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