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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2.20  통권 62호  필자 : 이경준  |  조회 : 2447   프린트   이메일 
[선교일언]
우리 교회의 단기선교

고등학교 시절에 특별활동반으로 도덕재무장(MRA)반에 들어간 적이 있었다. 그곳에서 하는 활동들은 마음에 들었지만 멤버들 중의 절반이 교회에 다니는 학생들이었다. 나는 단지 그것이 싫어서 다음 학년에는 수학반으로 옮겼던 기억이 난다. 선교에 대한 글을 쓰려니 갑자기 나 자신의 변화된 모습에 대해 하나님께 감사하는 마음이 생긴다. 계속 기독교에 반발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던 내가 어떻게 해서 주님을 믿을 뿐만  아니라, 현재 주님을 증거하는 길을 걷게 되었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예수님을 믿던 대학 2학년, 그 해 여름방학에 하나님을 위하여 살겠노라고 헌신을 하였다. 그리고 졸업할 때가 다가오면서, 혹시나 하나님께서 나를 전임사역자로 쓰시지 아니하고 직장을 갖도록 하시면 어떻게 하나 하는 걱정을 했던 적도 있었다. 물론 잘못된 직업관에서 나온 생각이었다. 그리고 언젠가는 해외선교사로 보내주실 것을 기대하고 있었다. 그러나 내가 선교사로 나가기보다는 보내는 역할을 하라는 주위의 권면을 계속 들어왔고, 그래서인지 아직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외선교사가 국내 사역자보다 우월하다거나, 국내 사역자가 일반 직장인보다 우월하다는 뜻은 절대로 아니다.

해외선교사로 나갔던 적이 없기 때문에 내가 할 수  있는 이야기, 단기선교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 두 달에  한 번씩 제자훈련을 하러 중국을 드나들었던 경험과 단기선교를 세 나라에 10차례 다녀 온 기억을 되살려서, 그리고 IMF로 잠시 주춤했던 단기선교가 다시 활발해졌으면 하는 마음으로, 단기선교에 대한 우리 교회(다운교회)의 방침을 소개하고자 한다.
 

프로그램은 전적으로 현지 선교사에게 맡긴다
교회를 시작한 지 5년, 하나님의 도우심으로 정착기를 잘 거쳤다. 올해부터 본격적인 전도와 선교활동을 계획하여, 금년에는 9개국에 단기선교팀을 보낼 계획을 갖고 있다. 우리 교회에서 단기선교팀을 보내기 시작한 것은 교회를 시작한 바로 이듬해였다. 단기선교팀을 보낼 때에는 우선적으로 현지 선교사와 연결이 가능한 곳으로 나가며, 우리 나름대로의 프로그램을 갖고 가지 않고 현지 선교사의 계획에 따라 우리를 사용해줄 것을 부탁한다.

우선 선교지로 가기 수개월 전에 현지 선교사가 요구하는 내용에 의거하여 매주 하루를 정하여 3∼4개월의 준비를 한다. 그리고 현지에 도착하게 되면, 생활비와 비행기 티켓을 모두 맡긴다. 현지 선교사에게 도움이 되도록, 마음껏 우리가 사용되도록 하기 위함이다. 그렇지 않으면 현지 선교사들이 우리를 돕느라고 자신들의 일을 못하는 경우가 생길 것이다.   
 

“무엇을 먹이든, 어디에 재우든, 무슨 일을 시키든 마음대로 사용하시다가 돌아갈 시간에 비행기만 타게 해주십시오.” 농담삼아 이렇게 말하는데, 실제로 우리의 자세는 그러하다.
 

동일한 지역을 지속해서 방문하며, 동일한 동역자와 일한다
단기선교팀의 성격은 단회적으로 가는 것이기 때문에, 매년 지역을 바꾸거나 동역자를 바꾸게 되면 팀의 성격을 잘 알 수 없어 서로 적응하는 데 시간을 허비하게 된다. 간혹 이 때문에 다른 선교사들로부터 지적을 들은 적도 있다. 왜 같은 지역, 같은 선교사에게만 치중하느냐는 것이다. 고르게 혜택을 받도록 하지 아니하고 사역이 편중되는 것에 대해 지적을 받는 것은 마땅하지만, 우리는 우리의 한계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 하는 것이다.

한 예로, 지난 여름 우리교회에서는 네 번째 인도 단기선교팀을 동일한 선교사와 사역을 하도록 보냈다.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올해에도 같은 지역에 있는 같은 선교사와 동역하도록 다섯 번째 선교팀을 보낼 것이다. 다섯 번째 함께 하는 사역이기 때문에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며 무엇을 보완해야 하는지, 그리고 무엇을 수정해야 하는지 파악하기 쉽다.

물론 완벽할 수는 없지만, 현지 사역자도 우리와 어떻게 일하는 것이 좋은지 계획을 세우기가 훨씬 쉬울 것이다. 지난 해에는 인도에 이어 일본 단기선교가 추가되었고, 금년에는 터어키, 태국, 중국 등 모두 9개국으로 발전될 전망이다. 보통 한 팀은 20명 안팎으로 구성된다. 그리고 내년에는 한 가족이 직접 선교사로 파송될 계획이며 준비 중에 있다. 


교회의 다른 프로그램도 그러하지만, 단기선교를 진행하는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는 교인들로 하여금 자기의 은사의 부르심을 확인하는 장(場)을 마련해 주기 때문이다. 그것이 가르치는 일이든, 행정을 하는 일이든, 찬양을 인도하는 일이든, 해외선교를 하는 일이든, 직접 사역에 참여하여 활동해 봄으로써 자신을 잘 알 수 있다.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자신이 즐겨 하는 일이 무엇인지, 시간, 건강, 교육, 경험, 재정 등 하나님께서 주신 자원들이 무엇인지, 어떤 일들을 할 때 다른 사람에게 가장 유익을 주고 있는지 등등 여러 사역에 참여해 봄으로써 본인이 자신의 은사를 발견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도 그러한 은사들을 입증해 보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갖게 된다. 그러므로 이를 지도하는 나로서는

동역자를 정하는 일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가 없다. 대개 동역자에 대해 세 가지를 검토한다. 

 
첫째로, 동역자 자신의 품성을 확인한다. 그 방법은 그 사람을 잘 알고 객관적으로 이야기해줄 수 있는 사람에게 의견을 듣는 것이다. 따라서 그저 다른 사람에 대해 좋게 말하는 사람도 아니어야 하고, 좋지 않은 관계에 있는 사람이어도 곤란하다. 


 둘째로, 그가 속해 있는 단체를 확인한다. 아무 단체에 속해 있지 않으면서도 바람직하게 사역을 잘하고 있는 사역자들도 많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에게서 온몸이 각 마디를 통하여 도움을 입음으로 연락하고 상합하여 각 지체의 분량대로 역사하여 그 몸을 자라게 하며 사랑 안에서 스스로 세우느니라”(엡 4:16)는 말씀대로, 단체에 속하여 협력하고 있는 사람들을 나는 선호하고 있다. 

 셋째로, 그가 현재 하고 있는 사역이 무엇인가를 검토한다. 아무리 사람이 좋고 그가 속해 있는 단체가 좋더라도 현재 하고 있는 사역이 우리와 동역하기 어려운 것이라면 지속적으로 함께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모든 것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 하더라도 한 가지 더 보는 것이 있다. 서로 일하는 스타일이 맞는가 이다. 주님에 대한 열정과 같은 은사를 가진 사람이라 할지라도 일하는 스타일이 달라서 협력하는 동안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많이 보아왔다. 둘 사이에 충분한 사랑이 바탕이 되어 있다면, 스타일이 다른 것이 오히려 서로를 보완해줄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오랜 동안 사귀어온 절친한 친구 사이에서는 그것이 가능하다.

지금 나와 신앙 안에서 동역하고 있는 친구들 사이에는 그것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들은 중학교 시절부터 또는 대학 시절부터 사귀어왔던 사람들이다. 또는 어른이 되어서 만났더라도 서로 존경하며 분명한 리더십을 인정하는 경우에는 동역이 가능하다. 우리 교회 안에서는 그러한 일들이 잘 이루어지고 있다. 그 외의 경우에는 대개 비전과 스타일을 검토해 보는 것이 장기적으로 서로 승승(win-win) 게임을 하는 데 좋을 것이다.
 

한번은 어느 나라에 2주 동안 다녀온 100여 명의 단기선교팀이 자체 평가하는 내용을 사용한 비디오를 본 적이 있다. 그들은 현지에서의 느낌을 세 가지로 요약했다. 첫째, 방해를 많이 받은 영적 전투였다는 것. 둘째, 현지 선교사들이 비협조적이었다는 것. 셋째, 현지 사역자들이 덜 열심이었다는 것 등이었다. 평가하는 사람들의 마음도 이해가 되었지만 너무 현지 사정을 이해하지 못하고 자기중심적인 평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첫 번째부터 본다면, 선교에 있어서 중요한 부분이 영적 전투인 것만은 분명하다. 어디 현지에서뿐인가. 한국에서도 조금 열심히 하려고 하면 얼마나 심한 방해를 받게 되는지…. 외국인 100여 명이 서울역에서 집회를 한다고 상상을 해보자. 비교적 기독교 집회가 자유로운 우리나라에서도 부랴부랴 경찰이 달려올 것이다. 그런데 하물며 기독교에 대해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지 않은 나라에서랴. 현지 사역자들의 지혜를 도움으로 삼는다면 전투를 덜 해도 될 것이다. 무모한 전투와 영적전투는 구별하자. 

두 번째, 현지 선교사들은 장기적으로 그 나라에 거주하며 사역을 해야 할 사람들이다. 단기사역자들은 다소 실수를 해도 일단 귀국해버리면 그만이지만, 현지 선교사들은 그 때문에 요주의 인물이 되어 사역에 이만저만 지장을 받는 것이 아니다.

세 번째, 단기사역을 하는 사람들이 약 열흘 동안 했던 그 열심으로 한 달을 살아보라. 거의 모두 몸살이 나고 말 것이다. 현지 선교사들에게 100m 단거리를 뛰는 것처럼 마라톤을 하라고 요구하는 것 자체가 매우 무리한 요구라 생각한다. 

 “우리가 한 몸에 많은 지체를 가졌으나 모든 지체가 같은 직분을 가진 것이 아니니, 이와 같이 우리 많은 사람이 그리스도 안에서 한 몸이 되어 서로 지체가 되었느니라
(로마서 12:4∼5).”

이경준 | 다운교회 담임목사 · 아시안미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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