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을 여행하다보면, 이름난 관광지는 거의 불교나 도교의 사원, 유교의 종묘, 이슬람 사원 등이고 천주교의 유적지도 적지 않다. 흥미로운 것은 중국에서 발생한 도교를 제외하면 위의 모든 종교가 외국에서 들어온 종교라는 것이다. 왜래 문화가 고유문화에 대해 이질성을 갖고 있는 것처럼, 중국인들이 외래종교를 수용하고 믿기까지는 충분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동시에 수용과정에는 반드시 다소간의 저항과 마찰이 빚어지기 마련이다. 중국의 전통적인 사상이나 종교관은 선교에 앞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이나, 결코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특히 중국인들에게는 예부터 ‘중화사상(中華思想)’이라고 하는 세계관이 강하게 작용해왔다. 중화사상은 “중국의 것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이 높고 훌륭하다.”고 생각하여, 외래의 사람이나 문물을 경시하는 경향이다. 중화사상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에 대해서는 간단히 논할 수 없지만, 이러한 중화사상으로 인하여 중국인들은 외래종교나 문화를 결코 쉽게 수용하지 않는다. 이 글에서는 현재 중국인의 정신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주요 종교관에 대해 간단히 살펴보고자 한다.
인본주의 종교관
일반적으로 종교는 인생의 각종 괴로움으로 인해 지칠 때 사람의 마음을 초월자나 절대자에게로 향하여 삶의 위로를 얻는 것이다. 사전에서는 “신이나 절대적 초월자를 인정하는 일정한 양식 아래, 그것을 믿고 숭배하여 마음의 안락과 행복을 얻으려하는 정신문화의 한 체계”라고 정의한다. 그러나 중국인의 종교관념은 초월자나 절대자 중심이 아니다. 인간이 모든 것의 중심이며, 내세에 대한 관심보다는 현세의 복을 구하고 생활의 이상과 현실에 집착한다. 이러한 인본주의의 추구는 중국의 고대신화나 전설, 조상숭배 사상, 전자사상, 공자의 가르침 등을 통해 수천 년 간 전수되어 오늘날까지 중국인의 정신세계에서 종교처럼 신봉되고 있다.
신화와 전설에 반영된 숭배의 대상
우주만물의 기원에 대하여, 기독교는 전능하신 하나님이 우주만물을 창조하시고 인간을 하나님의 형상대로 만드셨다고 말하고 있으며, 또 천지를 창조한 하나님과 원죄를 갖고 있는 불완전한 피조물인 인간을 엄격히 구분하고 있다. 중국에도 여와(女媧)가 천지를 창조했다는 신화와 전설이 있기는 하지만, 여와의 창조신화는 이미 천지만물과 인류가 존재한 시점에서 출발한다. 우주창조설보다는 인류 문명과 문화를 창시한 인물들이 신화나 전설로 전해지고, 우주만물은 자연히 생장한 것이며 창조주가 만든 것이 아니라는 이론을 뒷받침한다.
중국 최초의 지배자로 추대받는 삼황오제(三皇五帝)는 문명의 창조주가 아닌, 창시자들이다. 이들에 대해서 다소 다른 견해도 있지만, 세 명의 황(皇)과 다섯 명의 제(帝)는 인간을 잘 살고 풍요롭게 해주는 현명한 통치자들이었다. 전설에 의하면 수인(燧人) . 복희(伏犧) . 신농(神農)을 삼황이라고 일컫는다. 수인은 불을 발명하여 화식(火食)하는 방법을 알려주었고, 복희는 사냥기술을 창안하였으며, 신농은 농경법을 발명했다고 한다. 그들은 중국인의 삶의 질을 높이고 삶의 터전을 마련해 준 훌륭한 업적으로 인해, 한결같이 성군으로 숭배되고 도덕성을 갖춘 인격의 완성자로 신격화되어 있다. 오제도 삼황 못지 않은 훌륭한 업적을 이룬 성군들이다. 지금도 가장 이상적인 태평성대를 지칭할 때에 요순(堯舜)시대라고 하는 것처럼, 5제 가운데 요(堯)와 순(舜)은 동양사상에서는 가장 현명하고 이상적인 통치자로 숭상되고 있다.
조상신 숭배에 반영된 종교성
현재에도 중국에는 조상신에 대한 신앙이 뿌리 깊게 전승되고 있다. 조상신은 본가(本家)의 후손을 보호하는 주요한 책임이 있고, 본가 후손의 제사와 봉헌만을 받도록 되어 있기 때문에 민중이 모두 함께 제사 지낼 수 있는 보편적인 신은 아니다. 훌륭한 귀신이라면 후손을 보호해 주기도 하지만, 때로는 그들도 자손의 보호를 필요로 한다. 자손은 조상신에게 음식을 바쳐 굶주림으로부터 구해주고, 지전(紙錢: 종이돈)을 태워 바쳐서 저승길에 필요한 여비를 보탠다. 그들은 살아 있을 때와 마찬가지로 자손들의 보살핌과 시중을 받으면서 지낸다고 믿는다.
조상신에 대한 숭배는 종교처럼 강력하게 가족관계를 결속시킨다. 효(孝)를 전통적인 도덕관념의 근본으로 삼는 중국인들은, 조상신이 본가 후손의 이익을 보증하는 주요한 기능을 단독으로 책임진다고 믿는다. 이 때문에 고대로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조상신은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조화시키는 중요한 숭배의 대상으로 위치를 굳혀왔다. 공산화 이후 봉건제도의 타파로 인해 조상에 대한 각종 제사의 형식은 희미해졌지만, 아직도 대한 각종 제사의 형식은 희미해졌지만, 아직도 식사 때마다 향을 피워 조상신에게 식사를 대접하는 의식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렇듯 조상숭배는 상식을 초월하는 효의 강조와 종교성을 띤 의식형태로 중국인의 현실생활을 지배하고 있다.
천자관(天子觀)에 반영된 선민의식
중국인들은 ‘택함받은 백성’이라는 선민의식을 갖고 있다. 주대(周代) 사람들은 ‘하늘(天)’이 천지의 법칙을 운행하고 인간사를 제어한다고 믿었다. 그들은 자신들이 죽으면 모두 하늘에 올라간다고 생각했는데, 그것은 자신들이 ‘하늘의 후손’이라는 선민의식을 갖고 있는 자에게 특별한 명령을 내리는데, 그것을 하늘의 명이라고 해서 ‘천명(天命)’이라고 했다. 왕은 하늘에 의해 선택된 하늘의 아들, 즉 ‘천자(天子)’라고 했으며, 천명을 수행하는 임무를 가진 자이다. 주 왕조의 건국자 주공(周公)이 이러한 천명사상의 창안자로 추측된다. 상 왕조의 멸망을 설명하는 문제에 직면하여 주공은 하늘이 상 왕실로부터 통치권을 빼앗아 주왕에게 주었다고 주장했다. 그 이유는 상의 마지막 왕이 통치 능력이 없었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주왕은 ‘포악한 상나라를 멸하라’는 하늘의 명을 받았고, 주왕은 천명을 정당화하는 ‘천자’라는 새로운 칭호를 받게 되었다.
‘하늘의 뜻’인 ‘천명’은 신의 뜻이기도 하지만, 인간행위를 평가하는 합리적인 근거가 되기도 한다. 천명은 예정된 것이지만, 고정된 것이 아니라 각자의 노력에 달려 있으며, 하늘이 내리는 길흉화복은 당사자의 행위와 깊은 관계가 있다고 믿었다. 또한 천명은 곧 ‘백성의 뜻(民心)’이기 때문에 천심(天心)이 곧 민심(民心)으로 나타난다고 하여, 통치대상인 백성을 천심과 동등한 위치로 끌어 올려놓고 민심을 통해 천심을 이해하려고 했다. 이런 정신은 비록 상나라의 종교의식을 계승했지만 본질적인 의식의 변화를 가져왔다. 새로운 지배자가 된 주나라 사람들은 신적 권위보다는 인간으로서의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 즉 인간이 자신의 행위에 책임을 지는 정신적 자각을 가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중국에서 천자인 왕의 지배영역은 단순히 중국에만 한정하는 것이 아니다. 천자가 다스리는 지역은 ‘하늘’이 다스리는 하늘 아래의 전 지역이 되며, 그 관할지역을 표시하면 ‘천하(天下: All under Heaven)’가 되는 것이다. 즉 주변의 다른 이민족이 거주하는 지상의 모든 영토도 포함됨으로 ‘天 _ 天命 _ 天子 _ 天下’로 이어지는 특유한 중국적 천하관(天下觀)이 형성된다. 그리고 중국인은 선택된 ‘천자의 후손’이라는 관념은 현재에도 ‘중국이 세계의 중심(中華)’이라는 의식형태로 중국인의 정신세계를 지배하고 있다.
현세를 긍정하는 유교의 가르침
유교는 한 무제(漢武帝)가 국교로 삼으면서 종교로 명명되었지만, 종교적 이념은 공자사상에 뿌리를 두고 중국 고대 종교의 이념을 계승 발전시켰다. 공자는 제자들로부터 죽음에 관한 물음에 대답하기를, “삶도 알지 못하는데 어찌 죽음을 알겠느냐?(未知生焉知事)”라고 했다. 공자의 이 말은 엄밀히 말하면 영혼의 세계나 추상적인 영구불멸의 문제와는 동떨어진 현실지상주의의 제창이다. 또한 유교는 인간의 내면적 자각을 통한 도덕적 실천을 강조한다. 공자는 부모님께 효도하고 형제 간에 우의를 지키는 사람은 죄를 범하는 경우가 없다고 했는데, 이러한 의식은 혈연과 전통을 변화시키고 내면적 자각인 ‘인(仁)’이라는 창조적인 사상을 내놓았다. 인은 ‘사람을 사랑하는 것(仁者愛人)’이고, ‘자신의 욕망을 누르고 예를 행하는 것(克己復禮爲仁)’이다. 인간의 절제와 도덕적인 자각을 통해서 인을 이룰 수 있다고 하였다.
공자의 주장은 인생의 현실적인 목적을 위해 삶을 투자하게 한다. 중국인은 공자의 철학인 유교를 바탕으로 성장한 민족이다. 유교는 현실적인 참 뜻을 탐구하고 인간 존재의 의의를 구한다. 그 해답은 확실하고 분명하기 때문에 사람들로 하여금 더 이상 미래의 삶을 알고 싶어하지 않게 한다. 그러므로 중국인은 눈에 보이지 않는 내세나 천국, 형이상학적인 환상등을 무시하고 현재의 생활을 내세의 행복과 바꾸려하지 않는다.
경전과 역사에 대한 신뢰
중국의 사상에는 창조주가 반포한 말씀의 진리가 없기 때문에 인간이 만든 기준으로 시비를 판단한다. 고대 중국의 신화와 전설에 관한 기록은 모두 인류 문명과 문화는 인간이 만든 것임을 주장한다. 경전은 과거 성현의 언행을 분석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이치를 찾고, 이론적으로나 실제적으로 가장 이상적인 제도나 국가, 예의 등 지극히 인간적인 처세술과 현실적인 행복이 무엇인가를 가르치고 있다. 역사는 곧 과거로부터 누적된 경험에서 선조들이 문제를 해결하는 경험을 찾은 것이다. 그러므로 중국 고대의 신화나 전설, 경전과 역사의 가치는 서양의 신학과 같은 권위를 가지며, 인간이 모든 것의 중심이며 모든 지식의 최종목적은 인간의 행복을 위해서라고 가르친다. 이러한 인간중심의 상식과 합리적인 정신은 오늘날까지 중국인의 의식세계를 끈질기게 지배하고 있다.
종교의 경건성은 사람의 주체를 버리고 철저히 신에게 맡기고 신의 섭리에 귀의하는 것이지만, 중국인의 종교관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철저하게 인간 중심, 현실 중심이다. 사업체나 가정, 식당 등에 불상을 모셔놓고 숭배하는 행위는 기독교에서처럼 하나님의 뜻에 따르고 순종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내세가 아닌 현실의 복을 구하는 한 단면이다. 중국인이 현세의 행복에 집착하는 특성은 더욱 현실세계에 온 힘을 기울일 수 있도록 만드는, 마치 어떤 신앙의 형태처럼 보이는 것이다.
중국은 여전히 위와 같은 관념과 사상이 보편적이다. 이것은 아직 복음이 중국에 온전히 전해지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고, 곡식이 무르익어 추수할 자를 기다린다고도 볼 수 있다. 시대배경과 중화사상의 취약점을 직시하는 것은 선교 그 이전의 기본적인 준비인 동시에, 현지에서 자신의 일을 지혜롭게 감당할 수 있는 최선의 무기이기도 하다.
강정애/ 중국문학박사,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강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