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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10.20  통권 78호  필자 : 정한  |  조회 : 2130   프린트   이메일 
보이는 십자가는 내려도 마음의 십자가는 내리지 말라

“공안에서 우리를 조사하려고 해요!” 
  어느 날 함께 동역하는 현지인 J전도사가 사색이 되어 급히 나를 찾았다. “지금 공안에서 우리를 조사하려고 하니 빨리 무슨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지금 성(省) 공안국으로부터 우리가 운영하는 ○○신학원에 대해 조사하라는 명령이 하달되었다는 것이다. 신학원의 입학요강까지 자세히 알 정도로 이미 상당한 정보를 가지고 있는 성 공안국이 시 공안국에서의 조사착수 이전에 기독교 주 관리부서인 양회로 먼저 알리게 되었고, 양회 위원장이 “그곳에 있는 J전도사를 내가 잘 아니까 먼저 만나보겠다” 며 J전도사에게 이 사실을 전해주었던 것이다. 
 나중에 어느 사역자로부터 들은 이야기인데, 온 세계가 월드컵에 정신을 쏟고 있을 때를 기점으로, 중국 정부는 동방번개(東方閃電)와 같은 이단이나 불법 가정교회, 외부에서 유입된 종교활동을 대상으로 특별 단속령을 내렸다고 한다. 이런 배경에서 볼 때 ○○신학원이 특별 조사대상이 된 것은 납들이 될 만하다. 그동안 종교문제로 골치 아프게 하던 신학원이 일차적인 단속 목표가 되었고, 그래서 5월 31일 월드컵이 개막되는 바로 그 날, 공안의 신학원 조사착수 소식이 전해졌던 것이다. 
 처음에는 어리둥절하여 어떤 조치나 결정을 내리지 못하였다. 이 정보가 확실하다면 미리 알려준 것에 대해서는 참으로 감사한데, 정보의 진실성과 심각성은 속단하기 어려웠다. 늘 보안에 관련된 소식을 들어왔기에 이번에도 그냥 넘어가겠지 하는 마음도 있었다. 때로는 주변 사람들이 “너무 심하게 하지 말라”는 뜻의 신호를 보내오기도 하는데, 그때마다 조금씩 긴장하며 자세를 낮추고 조심하면서 사역을 잠시 중단하기도 하였다.

 뒤돌아보면 수 차례의 핍박이 
 현재 왕성한 선교활동을 하기까지 수 차례 핍박을 받으며 보안문제로 긴장한 적이 있었다. 1995년 회사에 사내교회를 건축하고 헌당식을 하려고 할 때, 이 사실을 안 시의 종교국과 공안국 통전부, 대외경제무역부 등 많은 관련 부서들이 출두하여, 기업은 생산시설이므로 종교활동을 할 수 없다며 즉각 취소할 것을 강요하였다. 뿐만 아니라 연석회의를 통해 우리의 종교활동이 위법사실임을 경고하기도 하였다. 우리 단체 산하의 L교회의 경우는 1997년 주일예배 시간에 공안에서 비밀리에 비디오를 촬영하고 예배를 중단시켜 불법집회로 간주하여 교회를 패쇄시킨 적도 있다. 98년 에는 새로 임대한 곳에서 입당예배를 드릴 때 어느 한국인 기업 관리인이 성경을 십 여권 전달하는 것이 비디오에 녹화되어 추방당하기도 하였다. 이때 L전도사도 심문을 받고 검찰로 송치되어 죄목 팻말을 들고 사진을 찍히기도 하였으나 주의 은혜로 석방되었다. 2000년에도 L교회의 주일예배를 중단시키고 십자가와 강대상 등 기물을 압수해 갔으며, 이때 L전도사는 도망을 가다가 교통사고로 다리를 다쳐 수개월 동안 깁스를 하고 다니는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2001년에 L교회는 네 번째 핍박을 당하였다. 사역자가 심문 당하고 성도들은 소지품 검사를 당했으며, 교회의 기물과 책자를 압수당하고 벌금을 내기까지 하였다. 
 기업체 근로자들이 출석하고 있는 S교회의 경우도 99년 초에 공안이 출두하여 담당 전도사를 심문하고, 48시간 이내에 예배실 십자가를 내리고 교회 기물을 치우고 교회를 폐쇄할 것을 명령하였다. 이에 사역자들은 “보이는 십자가는 내려도 마음의 십자가는 내리지 말라”는 기도응답을 받고 3개월 동안 교회 문을 닫고 다른 장소에서 예배를 드린 적도 있다. 
 이 외에도 H교회 등 공안에서 주변의 신고나 자체조사 등으로 수 차례 조사를 해갔고, 주변 인물이나 단체를 통해 경고 내지는 압박을 가해 오기도 하였다. 그러나 그때마다 주님꼐서 보호하시고 지켜 주셨기에 사역은 중단되지 않았다. 참으로 다윗의 고백처럼 여호와는 우리의 피난처시요 요새시요 산성이요 피할 바위시며 우리를 건지시는 자시며 구원의 뿔이셨다. 그러므로 우리는 여호와를 의지하는 가운데 평안함과 담대함을 얻어 사역을 계속할 수 있었다.

 “이번엔 뭔가 다른 것 같아!” 
 ○○신학원에 대해서는 이미 작년 말에 조사가 임박했다는 정보가 있어 약 한 달간 수업을 중단하고 숨을 죽이고 있은 적도 있었다. 실제로 통전부에서 찾아오기도 했으나 직접 조사에 착수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번만은 좀 다른 것 같았다. L전도사를 통해 전해진 조사명령 외에도 그 이후 연이어 들어오는 소식은 공안에서 우리 주변을 조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주변에서 공안이 사역자들을 찾아와 신학원에 대해 묻고 돌아갔다는 사실을 당사자들이 급히 와서 알려주었다. 우리는 사태가 이전과 같지 않다는 것을 직감하였다. 이번에 뭔가 조치하지 않으면 크게 당할 수 있다는 위기감도 들었다. 만약 실제로 조사가 착수된다면 이미 그들이 알고 있는 것들만으로도 나를 비롯한 한국인 사역자들은 추방될 가능성이 크다. 그렇게 되면 사역은 치명타를 입고, 더 이상 지속되기 어려울 것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곳 현지인들을 보호하는 것이었다. 우리는 추방되면 그만이지만, 이들이 조사대상이 되어 심문을 받는다면 다시는 사역을 할 수 없게 될 수도 있고, 심하면 법적 구속을 받을 수도 있다. 어찌되었든 이번 위기를 잘 넘기지 못하면 다시 일어서기 어렵고, 또 회복의 시간도 많이 걸릴 것이 분명하다. 그러므로 일단 조사 당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사역자들의 공통된 생각이었다. 사역자 회의에서 결국 극처방을 내릴 수 밖에 없었다. 그것은 공안국이 조사대상으로 삼고 있는 표적을 없애는 것, 곧 신학원을 해산하는 것이었다. 물론 우리의 속뜻은 완전 해산이 아니라 당분간 흩어지는 것이었다.

 “오늘부로 전원 해산!” 
 우리는 재빨리 학생들을 모아 이번 문제의 심각성을 이야기하고 학생들의 의견을 들었다. 학생들도 적잖이 요동하며 여러 가지 의견을 제시하였으나, 그것은 대부분 신학원의 운영방법에 관한 것들이었다. 결국 “오늘부로 전원 해산”을 명하고 자신의 모든 짐을 가지고 집 또는 고향의 사역지로 돌아가라고 하였다. 현재 2학년들은 한 달만 더 공부하면 2년간의 공부가 모두 종결되므로 “여러분은 지금 졸업한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졸업했다고 생각하고 이미 계획된 사역지로 돌아가십시오”라고 당부하였다. 그리고 1학년은 언제 다시 학교가 시작될지 모르는 일이므로 일단 해산하고 문제가 잘 해결되도록 기도하자고 하였다. 교사와 학생들 모두 안타까움의 눈물을 흘리며 돌아서야 했다. 그러나 우리들의 마음 속엔 곧 다시 만나서 학습을 하게 될 것을 믿는 믿음이 견고하게 자리하고 있었다. 
  우리는 신학원을 해산한 사실이 시 공안국에 전달되도록 양회위원장에게 알렸다. 사역자들도 이곳에 남아있으면 위험하므로 각자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곳으로 피할 것을 결의하고 흩어졌다. 우리는 잠잠히 하나님을 바라보며 마음을 정리하고 있었다.

 신뢰가 더 중요하다 
 사실 공안국이 조사할 때 누군가가 신학원의 책임자로 나서지 않으면 우리 모두 곤란해 질 것이다. 만약 이때 책임자인 내가 신변보호를 위해 다른 곳으로 피하거나 도망친다면, 신뢰를 잃어버릴 수도 있는 시점이었다. 그렇다고 내가 책임자라고 나서서 심문을 받는다면 나 역시 큰 위험에 빠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일단 공안에게 조사를 받으면 이미 그들이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으므로 인정할 것은 인정해야 하고, 그에 따른 조치를 받아야 하니까 일단 조사받지 않도록 도망치는 것이 상책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가까운 동역자를 한국으로 빨리 들어가는 것이 좋겠다고 권하기도 하였다. 이런 경우 과연 사역자는 소모되어야 하는가 아니면 보존되어야 하는가? 나는 과연 어느 자리에 설 것인가? 사역자는 하나님의 일에 ‘나는 소모품이다’라는 자세가 필요하고, 사역자를 세운 교회나 기관은 사역자를 보호하는 입장에 서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 순간 공안의 조사를 피하는 것보다는 단체와 사역 안에서 나를 신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되었다. 그래서 나는 “이 모든 문제는 내가 책임지겠습니다. 공안에서 와서 물으면 제가 책임자라고 말씀하시고 저를 심문하라고 하십시오.”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 날을 기다리며 기도하고 있었다.

 서부로 부르시는 주님의 인도를 따라 
 그러나 며칠이 지났는데도 공안에서 어떤 소식도 없었다. 그들의 조사 목표였던 신학원이 자진 해산되었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실제적인 행동은 없었다. 일주일이 지나가자 이렇게 막연하게 기다리고만 있을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이 답답하고 스트레스는 쌓여갔다. 그래서 이미 수개월 전부터 계획했던 서부지역 순회여행을 이 참에 떠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이런 상황이야말로 나로 하여금 서부로 가라고 떠미는 것 같았다. 만약 순회여행 중 조사가 착수된다면 곧 돌아오겠다고 약속하고 길을 떠났다. 이곳의 모든 일은 주님께 맡기고, 나는 하나님이 보여주시는 새로운 비전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실크로드를 따라서 이미 파송되어 일하고 있는 중국인 사역자들을 방문하여 정착생활과 사역을 돌아보고, 새롭게 파송될 사역자들의 사역배치 장소를 탐색하였다. 서부의 현장을 밟으면서 많은 것을 배우고 체험하는 유익한 시간이었다. 한 달이 넘는 순회여행 중에도 이곳에서는 아무런 공안의 조사가 없었다 다시 한번 하나님께서 사랑으로 우리를 감싸주신 것이다. 하나님의 은혜로운 손 그림자가 드리우고 계셨다.

 잘못된 정보인가 과잉대처인가? 
 이 일 후에 우리 내부에서는 공안의 조사착수 정보를 잘 분별하지 못하고 너무 신뢰한 것이 아닌가, 또 실제 조사도 없었는데 우리가 너무 과잉대처하여 신학원 해산까지 결정한 것이 아닌가하는 의구심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아직도 상황이 종료된 것은 아니었다. 공안에서는 J전도사에게 이 회사에서 일하게 된 경위와 어떤 일을 해왔는지 진술서를 쓰라는 연락을 해왔다. 사실 J전도사는 정부가 공인한 삼자신학교를 졸업하였기에 그의 목회활동에는 문제가 없으나, 외국인 회사에서 일하고 있다는 것을 문제삼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이번 공안조사 사건의 진실성 여부 보다는 이런 일을 통해서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가르치시며 이루고자 하시는 일이 무엇인가에 더욱 귀를 기울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나님은 모든 일을 협력하여 선을 이루는 분이시기에…. 실제로 우리는 이번 사건으로 말미암아 지금까지의 선교방식에서 탈피하여 좀더 발전되고 합법적인 사역을 구상하고 있으며, 사역의 후퇴가 아니라 더욱 진보되고 확장된 선교활동을 준비하고 있다.

 “언제 다시 공부할 수 있나요?” 
 만약 다시 우리가 신학원 사역을 이곳에서 계속한다면 당국에서는 “해산했다고 하고서 또 다시 시작하네, 이것 봐라!” 하고 즉시 조사를 착수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하나님의 일이 중단 될 수는 없다. 어떤 형태로든 계속되는 것은 당연하다. 지금 우리 학생들은 회사에 들어가 다른 근로자들과 함께 일을 하고 있다. 우리가 좀더 하나님의 때를 기다리며 모든 상황이 안정되기까지 자세를 낮추고 있을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좀더 지혜로운 사역에 대한 하나님의 구상을 실행하기 위해 준비도 필요하다. 이들은 “우리 언제 다시 공부할 수 있나요?”라고 물어온다. “나도 모릅니다. 하나님만 아시지…”라고 말하면서도 내 마음속에서는 “곧 시작하게 될 거야” 라는 믿음이 자리잡고 있다. 우리 마음의 십자가는 아직 내린 적이 없다. 항상 긴장은 있으나 오히려 우리는 더욱 깨어있고 강해지고 있다.

                                                                                                                      정 한 | 중국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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