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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0.31  통권 98호  필자 : 김 선  |  조회 : 4352   프린트   이메일 
[중국 영화]
사랑과 야망 그리고 질투의 세레나데
-천커신(陳可辛) 감독의 (<如果愛>)-

리밍(黎明)과 장만위(張曼玉)가 주연한〈첨밀밀(甛蜜蜜)〉로 널리 알려진 천커신(陳可辛)감독이 다시 메가폰을 잡은 )>는 중화권 영화계에서 무협영화와 문예영화의 오랜 한계를 뛰어넘은 초대형 뮤지컬 판타지 영화로 베니스 영화제 폐막작으로 선정되어 각광을 받았다. 장쉐유(张学友)·진청우(金城武)·저우쉰(周迅)등 중화권 스타와 한류스타 지진희(池珍熙)가 가세하여 더욱 주목을 끌었던 작품이다.

영화의 앞부분은 영화감독 네원(?文)이 상해에서 뮤지컬영화를 제작하는데 감독의 오랜 연인인 쑨나(孫納)와 홍콩의 톱스타인 린젠동(林見東)이 주인공으로 캐스팅되어 기자들 앞에서 인터뷰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네원의 뮤지컬은 중국의 한 서커스단을 배경으로 삼았고 영화속의 뮤지컬 장면은 카메라 렌즈속에 감춰진 복잡하게 얽힌 감정들을 상징적이고 함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무대의 막이 걷히면서 쑨나와 린젠동이 10년 전에 사귀었던 연인이란 사실이 차츰 밝혀지고 린젠동은 쑨나를 여러 해 동안 못 잊고 있었지만 쑨나는 배우로 출세하기 위하여 사랑했던 남자 곁을 미련 없이 떠나 지난날 과거와 상관된 모든 추억과 기억을 지우려고 마음의 문을 굳게 닫았다. 10년 만에 나타난 린젠동은 그녀에게 과거의 추억 속으로 돌아가게 하기 위하여 줄기차게 노력하는 가운데 네원은 이 둘의 미묘한 연인관계를  감지하게 된다. 이들 남녀는 현실 속에서 실제로 삼각관계에 빠지는 동시에 신작 뮤지컬 속에서도 자신과 비슷한 역할을 맡게 되어 뮤지컬과 영화의 인물과 내용이 일치하게 된다. 뮤지컬 속에서 기억을 상실한 여인이 과거에 사귀었던 남자친구를 알아보지 못하고 서커스 단장과 사랑하면서 미묘한 삼각관계를 펼친다. 무대와 현실세계를 넘나들며 세 남녀의 사랑과 집착 그리고 질투가 어우러져 격정적인 삼각구도를 그려내고 있다.

 

〈如果∙愛 만일 사랑이… 라면〉 장쉐유(张学友) 노래
每個人都想明白               모든 사람들 다 알고 싶어해요 
誰是自己生命不該錯過的真愛   삶속에서 놓치지 말아야할 참 사랑이 누구인지?
特別在午夜醒來,更是會感慨    한밤중에 깨어나니 더 사무치고
心動埋怨還有不能釋懷         자꾸 미워지고 떨쳐버리지 못하는 것은 
都是因为你觸碰了愛.          당신이 진정한 사랑을 만났기 때문이지요

 

사랑에 대한 집착 - 린젠동(林見東)
10년 전 베이징에서 무명의 영화학도인 린젠동은 무명가수인 쑨나를 만나 사랑하게 되었지만 쑨나에게 버림을 받고 난 후에 복수를 다짐한다. 홍콩의 톱스타로 다시 그녀 앞에 나타난 린젠동은 그녀가 어떻게 한 사람을 철저하게 망가지게 했는지 깨닫게 하려고 시도한다. 그는 남녀 애정의 울타리 속에서 성장하지 못하는 어린아이처럼 그녀를 데리고 베이징에 돌아가 10년동안 기록했던 녹음기를 틀어주면서 자신이 일생을 바쳐 한 여인을 얼마나 사랑했는지 호소하였다.

 

야망를 향해 달려간 쑨나(孫納)
출세를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던 무정한 여인 쑨나(孫納)는 과거의 연인인 지엔 동을 미련없이 버렸고 세상의 성공을 꿈꾸며 영화감독 네원(?文)의 연인이 되었다. 쑨나는 과거사랑에 대한 불안과 자책감을 영화 안에서 떨쳐버릴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자신의 눈앞에 있는 두 남자 사이에서 마음의 갈등과 방황하며 여전히 과거와 현재의 기로에 서서 괴로운 선택을 고민하게 된다.
기억을 상실한 여인 역할을 맡은 쑨나가 무대에서 부르는 노래는 현실세계에서 과거의 연인 린젠동에 대한 망각과 무정함을 간접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질투의 화신 네원
중국의 저명한 영화감독인 네원은 쑨나를 스타로 만들고 5년 동안 함께 지내며 일생의 가장 휘황찬란한 시간을 보냈다. 네원은 점점 창작 영감의 고갈을 느끼게 되고 이는 감정의 위기로 이어진다. 그를 더욱 참을 수 없게 만든 것은 쑨나(孫納)가 과거의 연인과 헤어지고 자신과 함께 지낸 것은 출세를 위해서 사랑을 가장한 사실을 확인하게 된 것이다. 쑨나를 어쩔 수 없이 여전히 사랑하는 네원은 약육강식의 사회에서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는 한 인간으로 인식한다. 영화의 마무리 부분에서 네원은 쑨나와 뮤지컬 속에서 고난도의 공중 그네타기 묘기를 선보인다. 쑨나를 깊이 사랑하는 네원은 공중에 떠오르며 두 손을 펼치면서 쑨나의 손을 잡지 않고 자신의 가슴에 다시 모으며 지상으로 낙하하여 붉은 선혈을 하얀 눈에 번지게 하였다. 자신이 손을 떼어 그녀를 놓아줌으로써 그녀의 사랑을 이루어 주게 하려는 가장 극적인 장면을 연출해냈다.

 

〈男人本該妒忌 남자가 질투하는 것은 당연해〉 장쉐유(张学友) 노래
若不是我哪會有你   나 아니면 어떻게 오늘의 당신이 있을 수 있었겠소
他又算什么東西      그 녀석이 뭐길래
啊! 愛是点有       아! 사랑은 독차지하는 것이야
男人本就該妒忌      남자가 질투하는 것은 당연해
愛蒙了心,愛瞎了眼   사랑이 마음을 어둡게 하고 사랑이 눈을 멀게 하였네
不顧一切,只許你愛我  모든 것 상관하지 말고 나만을 사랑하면 돼
去告訴他,面對面說   그에게 가서 똑바로 알려줘
說你愛我不是他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은 그가 아니라 나라고
因为你是愛我的      당신 사랑하는 것은 나이니까

 

공중그네에서 자신의 마지막 역할을 연기하며 네원이 노래 부른다.

 

<命運曲운명곡〉  장쉐유(张学友) / 지진희(池珍熙)노래
我?過去 跟你不相遇        내가 그네 타고 건너가 당신과 만나지 않을 거야
忘了吧 忘了吧 當初的選擇  처음 선택 잊어버려요 잊어버려요
放了吧 放了吧 悠長的挣扎  오랜 고통 놓아주시오 놓아주시오
....執著太易 後悔太遲        집착하기는 쉽고 후회해도 늦었소
....我不是你的自由           난 당신 맘대로 안돼요
白雲青天向我招手            푸른 하늘 속의 흰 구름이 나에게 손짓하고 있소

 

당나라 태종 이세민은 재상 방현령을 위해 첩을 하사해주려고 질투가 많았던 부인을 불러들여 독주를 마실지 첩을 받아들일 지 선택을 강요하는데 그녀는 서슴지 않고 독주를 비웠는데 사실 술이 아니라 식초였다. 후에 ‘식초를 먹다.’(吃醋)라는 중국어 표현은 ‘질투하다.’라는 말로 사용되었다. 뮤지컬영화 속의 삼각관계는 실제로 현실화되고 네원은 두 사람의 연인관계를 알아채고 질투의 불길에 휩싸여서 쑨나에게 손찌검까지 하게 되지만 뮤지컬 마지막 장면인 공중그네 타기를 찍을 때 쑨나의 손을 잡지 않고 하얀 눈 위로 추락하며 그녀와 자신을 위한 자유의 노래를 불렀다.

 

달과 사랑의 역학적인 관계
중국에서는 중추절을 가장 아름답고 낭만적인 명절이라고 하고 특히 밤에 비추는 보름달의 이미지는 사람들의 마음 속에 상징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다. 북송시대 대표적인 시인 소동파는 중추절 저녁에 만취하여 달을 보며 자신의 동생 소철을 그리워하는 <수조가두(水調歌頭)>에서 “달은 나하고 원한이 없으련만 어찌하여 언제나 내가 헤어져 있을 때 저리도 둥근가?”라고 안타까워하며 “인간에게는 이별과 슬픔과 만남과 기쁨이 있고 달에게는 맑고 흐리고 둥글고 이지러질 때가 있으니 이러한 일들은 내 맘대로 되지 않네(人有悲歡離合,月有陰晴圓缺,此事古難全)” 라고 읊었다. 다만 이 영화는 인생에서 남녀의 사랑에 초점을 맞춰서 달과 인간사를 표현하고 있다. 

 

〈命運曲운명곡〉   장쉐유(张学友) / 지진희(池珍熙)노래
圓了月 圓了願 美麗的結局   달이 둥그러지면 소원이 이루어지네 아름다운 결말
月不圓 願難圓 命運的錯誤   달이 둥글지 않으니 소원도 이루어지기 어렵네 운명의 어긋남이여

 

사랑과 기다림의 축가
영화 속에 린젠동과 쑨나가 10년 전에 나누었던 소박하고 아름다운 사랑의 추억을 회상할 때 대만 가수 치친(齊秦)의 〈外面的世界 바깥세상〉이 부드럽게 흘러나온다.
當你覺得外面的世界很精彩 당신이 바깥세상이 멋지다고 느낄 때
我會在這裡衷心的祝福你  나는 여기서 당신을 진심으로 축복할거예요
每當夕陽西沉的時候      서쪽에 석양이 기울 때마다
我總是在這裡盼望你     난 언제나 여기서 당신을 기다립니다.
天空中雖然飄著雨        하늘에 비가 흩날려도
我依然等待你的歸期    나는 여전히 당신이 돌아올 날을 고대합니다.

 

이 가사는 탕자를 기다리는 하나님 아버지의 마음처럼 화려하고 멋져 보이는 세상의 유혹에 빠져 자신의 품을 떠난 사람을 원망하지 않고 진심으로 축복하며 평안하게 돌아올 날을 손꼽아 기다린다는 내용이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연인의 마음에는 이런 노래가 계속 메아리치지만 세상의 출세에 눈멀거나 사랑에 대한 애증이 교차하여 순수하고 온전한 사랑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하고 헤어진다.

중국 근대 대학자인 왕국유(王國維)는 《인간사화(人間詞話)》에서 세 가지 경계를 제시하였다. 첫 번째 경계는 “어젯밤 가을바람이 불어대니 푸른 나무 시들었네. 홀로 높은 누각에 올라 아득히 먼 길을 바라보네.(昨夜西風凋碧樹,獨上高樓,望盡天涯路.)”라는 구절을 인용하였다. 이른 아침에 일어나 화장하고 누각에 올라가 님이 오시는가 바라보는 모습을 가련하게 그리고 있다. 자신을 떠나 멀리 간 님을 한없이 그리워하며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는 모습은 지젠동이 쑨나를 10년 간 기다리는 모습을 떠올리게 된다. 누군가를 기다린다는 것은 무척 설레이지만 오래 기다려도 님이 돌아오지 않으면 깊이 사랑했던 만큼 원망과 한이 쌓이기 마련이다. 왕국유가 말한 두 번째 경계는 북송시대 풍류시인 구양수(歐陽脩)의 작품 <접련화(蝶戀花)〉의 “옷의 띠가 점차 헐거워져도 결코 후회하지 않으리. 그 분을 위하여 기꺼이 초췌해지리(衣帶漸寬終不悔,为伊消得人憔悴.)” 라는 구절로 시적 화자는 님을 너무도 그리워하다 몸이 허약해져도 님에 대한 그리움을 멈추려 하지 않는다. 세 번째 경계는 남송시대 시인 신기질(辛棄疾)의 작품으로 “무리 가운데서 그를 천 백번 찾았는데 뒤돌아보니 그 사람이 바로 등불이 희미한 곳에 있네.(众裡尋他千百度,回頭驀見,那人却在,燈火?珊處.)” 라는 구절이다. 시적 화자가 사모하는 이를 번화한 군중 속에서 찾아보나 헛수고에 불과하고 오히려 조용하고 가까운 곳에서 발견한다. 자신이 찾는 것은 평범한 일상 속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세 명의 남녀는 첫 번째와 두 번째의 경계사이에 머물러 사랑을 둘러싸고 집착과 원망·배신·질투로 인해 서로 상처를 주고 상처를 받고 있다. 세 번째 경계는 천커신 감독이 ‘남녀의 애정이 얼마나 위대하든 주변사람이 제일 크다’라고 말한 것과 일맥상통하는 것으로 사랑의 범주와 시야를 폭넓게 조절할 필요가 있음을 인식하였다. 2006년 9월 넷째 주 중화권 차트 1위곡은 크리스천 가수인 타오저(陶哲)의 〈太美丽: 너무 아름다워요〉가 차지하였는데 어떠한 상황이나 환경 속에서도 변함없이 무조건적인 사랑으로 받아주고 용납하는 하나님의 사랑을 묘사하고 있다.

 

什么爱能无?无悔   가책이나 후회도 없고
不灰心等待         실망하지 않고 기다리며
痛苦也忍耐         괴로워도 인내할 수 있는 사랑이 있나요?
你坚持爱了就不后退 당신은 변함없이 사랑하며 결코 물러서지 않아요
...现在我已全明白    이제야 난 분명하게 알았어요
什么是爱的真义      사랑의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지
太美丽太美丽        너무 아름다워요 너무 아름다워요
你的爱让生命太甜蜜  내 삶이 당신의 사랑으로 행복해졌어요 

 

거리마다 아름다운 트리로 수놓고 크리스마스 캐롤송이 울려퍼지며 아기 예수님의 탄생을 즐거워하는 요즈음 화려한 무대 위에 펼쳐지는 호화 캐스팅의 열연과 매혹적인 가성으로 수놓은 뮤지컬영화를 보면서 사랑의 참뜻을 다시 새기어 보는 건 어떨까?


김 선| 배화여자대학 중국어통역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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