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수교 이후 중국에 대한 투자가 급증함과 동시에 중국으로 날아오는 유학생의 수가 늘고 있다. 통계에 의하면 현재 재중유학생은 4만 3천 명에 이르며, 해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중국으로 유학을 오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유학·연수 부문 적자액이 18억 4천만 달러로 급증하며 사상 최고치에 달했다. 현재 한국의 매체와 언론에는 중국유학에 대해 긍정적, 부정적인 여러 의견이 분분하다.
베이징의 코리아타운 우다오커우(五道口)와 왕징(望京)
주중한인회에서 발표한 통계에 의하면 현재 왕징에는 약 5만 명에 이르는 한국인들이 거주하고 있다. 한국 인구 전체 1,000명 중 한 명이 이곳에 살고 있는 셈이다. 유학생들이 많이 거주하는 베이징대학교(北京大學校), 칭화대학교(清华大学校), 어언문화대학(语言文化大学)이 있는 우다오커우와 왕징은 수없이 몰려드는 한국인 때문에 같은 시설의 다른 거주지보다 가격이 훨씬 비싸고, 그 주변에도 노래방, 한국음식점, 술집 등 한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시설들도 상당히 많이 생겨났다.
방황하는 유학생
현재 한국의 언론매체에서는 중국 유학생들의 부정적인 모습에 대해 많이 보도하고 있다. 실제로 비싼 외화 들여가며 중국에 왔지만, 수업은 땡땡이, 논문은 짜집기로 처리하고 중국에 온 지 몇 년이 지나도 중국어를 못하고 오히려 해가 지날수록 중국어가 퇴보하는 학생도 있다.
유학생의 문제는 이것뿐만이 아니다. 시중에는 위조 졸업증과 HSK를 포함한 기타증서, 심지어 입학까지 돈으로 해결하는 사람들이 있다. 실제로 중국의 몇몇 유학원에서는 학생에게 돈을 받고 학교 측 입학 관리자들과 연결하여 돈으로 입학하는 것을 도와주고 있다.
끼리끼리 문화
중국 내 한인들이 있는 곳이면 어김없이 한인들끼리만 어울려 다니는 모습들을 볼 수 있다. 중국유학의 대두되는 큰 문제점 중 하나가 바로 소위 말하는 이런 ‘끼리끼리 문화’이다. 끼리끼리 문화란 한국 사람은 한국 사람끼리만 어울리는 경향을 말한다. 앞에서 언급한 해가 지날수록 중국어 실력이 퇴보하는 일이 발생하는 것도 사실 끼리끼리 문화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중국에 유학을 왔지만 대부분 한국인들끼리 있고 쇼핑 등 생활에 꼭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중국인들을 접촉할 기회가 없기 때문에 중국에 오랫동안 있어도 당연히 중국어가 늘지 않을 수밖에 없다.
이러한 '끼리끼리 문화'가 생성된 데에는 민족적, 경제적, 문화적 등 여러 가지 요인이 존재한다. 경제적, 문화적인 차이로 인해 한국유학생과 중국학생의 생활방식은 많은 차이가 있다. 한 예로 유학생들은 한번 모임을 하면 50~100위안(元) 정도 드는데, 대부분의 중국학생들은 경제적인 여건이 안 돼 참여하지 못한다. 그 밖에도 한국인과 중국인의 서로 다른 문화적 차이에서 비롯된 생각의 차이로 인해 중국학생이 낀 모임에는 ‘코드'가 맞지 않아 한국학생들이 불편함을 느끼는 일이 없잖아 있다. 더구나 중국이 한국보다 뒤떨어진다는 편견 또한 한국유학생과 중국학생이 함께 모임을 가지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게 한다.
그러나 사실 다수의 한국유학생들이 중국인들의 속은 보지 않고 오직 겉모습만을 보고 무시하는 경향이 ‘끼리끼리 문화’를 형성하는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이점에 대해 한쪽에서는 “비싼 외화와 각자 나름대로의 의무를 짊어지고 유학길에 올랐는데, 그런 점들은 우리 편에서 더 이해하고 감당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며 유학생활에 대한 반문을 던진다. 사실 ‘끼리끼리 문화’는 유학생 자신의 내재적 요소가 만들었다는 것도 어느 정도 일리가 있는 말이다. 그러나 유학생의 ‘끼리끼리 문화’는 그리 단순한 것이 아니다. ‘끼리끼리 문화’가 생겨난 이유에는 유학생 자신의 내적 문제뿐 아니라 여러 가지 다양한 외적 요소 또한 간과할 수 없다. 한 가지 예를 들자면 유학생과 중국학생 숙소의 분리와 같은 공간적 분리, 환경적 요소를 얘기할 수 있다. 유학생과 중국학생의 분리는 사실상 유학생과 중국학생의 관계에 상당히 영향을 미친다. 전교 90%이상의 학생들이 기숙사에 살고 있는 중국 대학에서 기숙사 생활은 이들의 대학생활에서 빠질 수 없는 중요한 부분이다. 이들은 기숙사에서 여러 가지 정보와 얘기를 서로 교환하고 희로애락을 함께하며 추억을 만든다. 기숙사가 따로 있다는 것은, 유학생들에게 있어 주도적으로 시간을 만들거나 특별한 상황이 아니고서는 수업 이외에 중국친구들을 만날 기회가 적다는 것을 말한다. 처음에는 유학생과 중국학생 서로 관심을 가지고 친해지려는 마음이 있지만 자기 일에 바빠지면서 서로 가까워지기가 더욱 힘들게 된다.
중국의 무심한 유학생 정책
중국의 학교는 유학생과 중국학생을 구분하여 정책을 결정한다. 입학기준부터 시작하여 학업과정, 관리방식 등 유학생은 중국학생과는 다른 대우와 관리를 받는다. 물론 유학생과 중국학생은 서로 다른 배경과 사정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학교에서는 경우에 따라 차이를 두고 정책을 결정해야 하는 것이 옳다. 하지만, 그 정책의 차이가 유학생에게 도움은 되지 않고 오히려 문제가 되고 있다면 잘못된 것이 아닐까?
재중 한국유학생 중에는 유학생의 입장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중국 대학의 무심한 정책에 대해 불만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입학기준이 너무 쉬워서 입학을 한 후에 소수의 학생을 제외하고는 중국학생들과 경쟁하지도 못할 뿐 더러 수업을 따라가기도 힘들고 학교에서는 유학생을 받기만 하지 이에 대한 아무런 대책이 없어서 중국 대학은 입학한 다음부터가 진짜 문제라고 한다.
유학생에게 있어 군대는 하나의 골치 거리이다. 중국 4년제 대학규정은, 일반적으로 대학을 6년 안에 졸업하지 않으면 졸업장을 수여하지 않는다. 문제는 중국에는 군대로 인한 특별 휴학기간이 없기 때문에 할 수 없이 3학년까지 수강을 마치고 군대에 가거나, 졸업을 한 뒤에 가는 방법을 취하고 있다. 한국유학생의 특수한 경우를 고려해 주지 않는 학교 정책이 무심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더 기가 막히는 것은 K대의 경우 휴학하는 것도 유학생은 1년에 약 50만원이 든다는 것이다. 이것은 중국학생 1년 학비에 상당하는 액수이다.
중국 대학에서 중국학생들은 영어 과목이 필수과목이지만, 유학생들은 영어를 하나도 공부하지 않아도 졸업할 수 있다. 이것은 외국인은 당연히 영어를 할 줄 안다는 잘못된 인식에서 온 것인데, 사실상 본과 유학생의 대다수는 비영어권 나라에서 온 것이 대부분이다. 그 결과 중국대학에서 졸업한 유학생들 중에는 영어를 한 마디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또한 일부 대학의 중국어 반은 급작스러운 수요증가로 인해 표준 보통화를 구사하지 못하는 지방출신이나, 전문적인 교육을 마친 교사가 아닌 아직 대학원 재학 중인 연구생(研究生)을 더 많이 기용하고 있다.
유학생들이 학교에서 불공평한 대우를 받는 경우도 더러 있다. 어느 학교에서는 전교 운동회 같은 행사에도 유학생들이 우수한 활약을 보이자, 참석이 거부되는 등 유학생들이 학교에서 소외당하는 일들이 빈번히 발생한다. 또 학교의 허가를 받은 중국의 불법 헤이처(黑车: 영업허가증이 없는 택시나 인력거)들 또한 중국학생과 차별된 요금을 요구한다. 유학생은 학교에서 이와 같은 여러 가지 불공평한 대우를 받고 있지만, 문제는 어디에도 호소할 데가 없다는 것이다.
유학생의 학비와 기숙사비는 중국학생들보다 약 7~8배가 더 든다. 유학생과 학비는 걷어 들이고 그에 합당하고 적절한 대안이 없는 학교에 대해 수많은 유학생들은 학교는 “유학생을 학생이 아니라 돈으로 본다"며 씁쓸한 웃음을 지어 보인다. 유학생, 과연 그들은 학교에게 어떤 존재일까?
어디에 호소하랴? 유학생 안전문제
최근 들어 유학생 안전문제와 관련된 안타까운 소식들이 빈번하게 들려오고 있다. 유학생뿐 아니라 재중한인이 늘어 갈수록, 한국인들과 관련된 불미스러운 사건들이 끊이지 않고 늘어나는 추세이다. 2003년 8월부터 2005년 7월까지 최근 2년 동안 재외동포와 한국유학생 및 여행객 등과 관련된 853건의 해외사건 중 절반이상이 넘는 437건이 모두 중국에서 발생한 것으로 외교통상부가 전하고 있다. 현재 중국에서 유학하는 한국유학생은 4만 3천여 명으로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는데 반해 유학생들이 도움을 청하고 상담할 수 있는 기관은 거의 없는 상황이다. 많은 유학생들은 집주인으로부터 보증금을 못 받는 때에도 학교에서의 불공평한 대우에도 딱히 도움을 청할 만한 곳이 없다. 이렇게 늘어만 가는 문제에 비하여 아직까지 이들에 대한 보호기구와 한국정부의 관리는 여전히 소홀해 보인다. 유학생과 재중한인의 안전한 보호막과 쉼터가 되어 줄 수 있는 환경이 어느 때보다도 필요할 때이다. 무방비상태로 노출된 유학생들의 호소를 누가 들어 줄 수 있는가?
유학생은 피해자?
유학생들은 새로운 환경과 설렘 그리고 자신들의 소중한 꿈과 기대를 가지고 고국을 떠나 중국에 왔다. 그러나 막상 도착한 이곳 중국은 유학생들이 생각했던 그리 만만한 곳은 아니었다. 앞서 말한 기숙사의 분리와 학교정책, 강력한 재중 한인사회 형성으로 유학생은 주도적으로 접근하지 않는 이상 중국친구들을 자연스럽게 사귀기 어려운 환경이다. 학교선생님들의 비판적인 눈길과 편견도 유학생들을 시시때때로 힘들게 한다.
중국에 유학 중이거나 졸업한 학생들의 일반적인 큰 고민 또한 한국에 있는 어느 누구와 다르지 않게 졸업 이후의 진로문제이다. 그러나 중국 유학생에 대한 기업의 불신과 편견으로 유학생들은 취업하기가 쉽지 않다. 중국에 진출한 많은 한국 기업들은 한국인보다는 인건비가 싼 한족과 조선족을 고용하려 하고, 관리자 및 본사요원은 대개 한국에서 파견 나온 사람을 고용한다. 그로 인해 중국 대학을 졸업한 유학생이 그 전문성을 인정받고 우수한 한국의 기업에 취업하는 사례는 중국 유학생 비율에 비해 굉장히 적은 소수이다.
물론 이 문제는 유학생 개개인의 역량과 노력의 문제이겠지만, 실제로 수많은 유학생들이 한국 기업에서 원하는 기준을 갖추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 중에는 유학생에 대한 편견 때문에 실력은 있지만 취업을 못 하고 있는 유학생들도 상당수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한국의 언론매체 또한 재중 유학생들을 취재하고 다룰 때 마다 부정적인 모습만을 다루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재중 유학의 심각한 상태를 보여주기 위해 모자이크 처리하고 인터뷰를 하는 학생들 중 다수는 사실상 중국에서 유학하고 있는 학생들 또한 만나보기 힘든 경우의 사람들이다. 문제는 그런 방송과 기사를 접한 독자들이 재중 유학생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게 된다는 것이다. 유학생은 점점 갈수록 사각지대로 몰려가고 있다. 한국에서 열심히 뒷바라지 하는 부모님의 노고와 주위의 시선과 기대, 의무와 책임을 짊어진 채 중국으로 유학을 온 중국유학생들의 등이 꽤나 무거워 보인다.
유학생활 뚜렷한 목표의식부터
수많은 언론과 중국유학에 관한 책들에서는 실패한 유학생활에 가장 큰 이유를 뚜렷한 목표의식이 없어서라고 얘기한다. 현재 중국유학생은 급격하게 늘고 있다. 이러한 이유는 상대적으로 미국이나 다른 국가들에 비해 경비가 적게 들고 지리적으로도 한국과 가까운 곳에 위치하고 있으며 중국의 높은 발전 가능성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이유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중국유학을 쉽게 결정하는 경향이 없잖아 있다.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실제로 중국 유학길에 오른 학생들 중에는 자신이 스스로 유학을 결정한 학생은 18%에 불과하다고 한다. 이러한 요소들은 유학생 본인의 심리적인 부담에 의한 의무감을 작게 만들어, 소위 말하는 도피 유학을 만드는 원인 중에 하나가 된다.
민간외교관 유학생
현재 중국은 한류열풍에 의해 한국 드라마를 시청하고 한국 연예인들의 이름을 외우고 있을 정도로 한국에 대한 관심도가 아주 높다. 많은 전문가들이 앞으로 한국과 중국은 더욱 밀접한 관계가 될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사실 현재 한국의 많은 재조업계들은 이미 중국으로 옮겨온 상태이며 많은 사람들이 중국에 투자하고 있다. 때문에 한국과 중국과의 관계는 지금도 굉장히 긴밀하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한중간의 관계에서 정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지만 한국이라는 명함을 가지고 누구보다 중국과 가까이에서 접촉하고 있는 유학생들은 어떠한 의미에서 더욱 중요한 존재일지 모른다. 중국인들에게 있어 유학생 개개인 모두가 한국을 대표하는 외교관이며 작은 한국인 셈이다.
실제로 중국인들에게 한국을 알리고 한국의 전통문화를 이어가고자 열심히 활동하고 있는 한국 유학생들도 있다.
올해로 한국과 중국이 수교한 지 13년이 되었다. 현재 한중간의 교류는 지난 13년 사이 교역 규모가 20배나 늘어났고, 급속한 속도로 확대되고 있다. 지금도 시시각각 변화하고 있는 중국의 발전에 발맞추어 정치, 경제, 문화 등 중국 사회 각 분야에 전문가들이 필요하다. 이러한 때에 한국과 중국 양국 간의 관계에서 중국 유학생의 역할은 대단히 크고 앞으로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유학이란 새로운 세계에서 세상을 보는 폭 넓은 안목을 기르는 기회이다. 본인 자신이 뚜렷한 목표의식을 가지고 중국을 기회의 땅으로 잘 활용해 자신을 발전시키는 건강한 유학생활을 해나가리라 기대해본다.
출처| 지식공유월간 ‘인사이더’ 2005 vol. 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