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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2.20  통권 89호  필자 : 김소영  |  조회 : 1232   프린트   이메일 
[단기선교 경험기]
작은 자의 섬김

단기선교. 처음에는 미지의 세계 같았던 단기선교가 이제는 마치 친구인 것처럼 편안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2000년 여름을 시작으로 올해까지 거의 해마다 한번 씩 단기선교를 갈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때마다 새로운 은혜들이 있었지만, 지난여름의 단기선교는 중국 현지인들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그들과 함께 했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가 깊다. 

2004년 8월의 무더운 여름, 목사님과 장로님, 그리고 네 명의 청년으로 이루어진 조촐한 단기 선교팀은 그 어떤 때보다 떨리는 마음으로 공항에 도착했다. 우리의 짐 속에는 수많은 성경자료 및 찬양집들이 있었기 때문에 매우 긴장된 마음으로 공항 출구를 향했다(출구에는 엑스레이로 짐을 검사하는 기계가 있다.). 그곳에서부터 주님은 우리를 기다리고 계셨다. 주님께서는 우리보다 앞서 가셔서 우리 앞의 승객들의 짐을 검사하게 하셨고, 우리 일행은 몇 명의 검사관들의 옆을 유유히 지나쳐 나왔다. 너무나 놀란 나머지 선교사님과 인사도 제대로 못하고 급히 공항을 빠져 나왔다. 주님의 은혜로 시작한 단기선교였다. 

공항을 나와서 우리는 즉시 사역지로 향했다. 사역지로 가는 길에 차에서 깜빡 졸았는데, 바로 그 사이 자동차 앞부분에 문제가 생겼다. 연기가 막 올라오자, 선교사님의 ‘내려! 뛰어!’라는 말을 듣고 잠자던 나는 차에서 내려 마구 뛰었다. 다행히 큰 사고는 아니었다. 너무 깜짝 놀란 나는 한동안 잠시 멍할 수밖에 없었다. 그때 선교사님이 말씀하시기를, ‘한순간이라도 잠들면 안 된다. 우리의 육체가 아니라 우리의 영이 잠들지 않도록 한시라도 깨어있어야 한다.’ 작은 사고를 통해서 그곳에서의 영적전쟁과 또한 졸음 상태에 있는 나의 영혼을 다시 한 번 깨우는 기회가 되었다. 

두 시간 남짓 달려 사역지로 도착했다. 작은 공장 안에 있는 집에는 수 십 명의 성도들이 조용히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 집회를 위해서 멀리서 오랜 시간과 비싼 차비를 치르고 이곳에 온 현지교회 사역자 및 지도자들이었다. 스무 살부터 예순의 할머니까지 각처에서 교회를 섬기는 하나님의 일꾼들이 모인 것이다. 그들에 비해 너무나 부족했던 우리는 적지 않은 부담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들의 열심을 기뻐하신 주님께서는 3박4일의 성경공부 기간동안 많은 은혜를 부어 주셨다. 

수련회는 오전 오후의 갈라디아서 성경공부 및 저녁시간의 기도로 이루어졌다. 목사님이 말씀하시면 현지의 사역자가 통역해주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작은 평수의 방에 빼곡히 들어찬 성도들은 한시도 졸지 않고, 오히려 목사님의 모든 말씀을 잊지 않으려 깨알 같은 글씨로 메모를 하였다. 중간 중간 찬양의 시간에도 한국어 찬양, 중국어 찬양을 서로 배우고 가르치면서 한 마음으로 주님을 높이 찬양하였다. 

우리가 감동한 것은 말씀에 대한 중국 성도들의 열정뿐만이 아니었다.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30명분의 밥을 해주면서도 웃고 있는 집사님, 우리의 입과 배가 쉬지 못하도록 힘에 넘치도록 섬겨주신 전도사님, 새로 서는 사역자를 위해 사비를 털어 양복을 선물하시는 전도사님의 섬김과 사랑은 우리의 이기적이고 게으른 영혼을 부끄럽게 했다. 성령의 역사와 사랑과 섬김, 열정이 하나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주님이 그곳에 함께 하고 계시고 그곳에 모인 한 사람 한 사람 가운데 주님의 형상이 빛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책에서만 보던, 말로만 듣던 중국의 무명전도자들, 농촌과 도시교회의 성도들, 매일 힘겨운 싸움을 은혜로 살아가는 사역자들과의 만남을 통해 중국에서 역사하시는 살아계신 성령님을 볼 수 있었다. 또한 중국 현지인들의 필요가 무엇인지, 그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사람의 마음을 갈라놓는 물질도 아니요, 한 번의 이벤트와 같은 방문도 아니며, 주님 안에서 한 형제로서의 깊이 있는 교제와 성령 안에서의 중보임을, 또한 중국복음화의 한 마음을 품고 함께 섬겨가는 것임을 배울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주님께서 보시는 것은 그 사람의 훈련받음과 연륜, 지식이 아니라 주님 앞에 온전히 순종하고자 하는 작은 헌신이라는 것과 이러한 작은 자의 섬김을 통해 주님께서 임하시고 역사하신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김소영 | 사회복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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