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해 있는 교파에서 수련목회자들의 자격 심사를 위한 면접을 하는데 그 가운데 선교사 지망생이 한 분 있었습니다. 책임자가 물었습니다.
"어느 나라에 선교사로 가기를 원하나요?"
"중국에 선교사로 가기를 원합니다"
그러나 심사위원들의 시선이 모두 저에게 향하였습니다. 제가 다소 심드렁하게 물었습니다.
"중국의 어느 도시, 또는 어느 지역에 가기를 원합니까?"
다소 심드렁하게 물은 것은 그 앞에도 중국선교사 지망생이 한 분 있었는데 중국이 선교의 자유가 완전하게 확보된 나라인 것처럼 알고 선교계획을 장황하게 밝히는 것을 옆에서 듣기만 하면서 속이 좀 상해 있던 터였기 때문이었습니다. 잘 하는 일은 아니지만 이 질문의 대답에 따라서 그분의 등급을 매기는 버릇이 있습니다.
만일 그분이 '베이징에 가기를 원합니다'라고 했으면 기다렸다는 듯이 '베이징 말고 중국의 도시나 지역 이름을 아는 대로 들어보세요' 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 분의 대답이 저를 놀라게 했습니다.
"네 성의 소수민족을 대상으로 선교하기를 원합니다."
성은 중국의 여러 성(省)들 가운데에서도 아주 궁벽한 곳으로 알려진 곳이고 소수민족은 사실은 저도 모르는 이름이었습니다. 저희 세대와 같이 '북경' '모택동' '서장족' 같이 한문식 표기가 익숙한 세대에게 요즘의 원음 표기는 가끔 곤혹스럽게 만드는 수가 있습니다.
최근에 중국선교가 전문화, 세분화, 심층화 되어가고 있는 것을 느끼는데 이 선교사 지망생의 대답은 그런 생각을 더욱 확실하게 갖게 해 주었습니다.
한국 교회의 중국선교는 1912년에 시작되어 1930년대 후반기 이후 긴 휴지기에 들어갔다가 1970년대 후반기, 중국의 개방정책에 따라 재개기를 맞이하게 되었는데, 재개기의 첫 부분은 재중동포 중심, 특수선교, 지하선교, 방송중심, 들뜬 흥분, 이런 모습을 보였습니다.
아시안 게임, 88서울 올림픽, 한중수교를 거치면서 한족 중심, 일반선교, 채널의 다양화, 이런 모습으로 전환되기 시작했습니다. 동시에 '신비한 분야'였던 것이 '가장 말썽 많은 분야'로 자주 지탄을 받는 일도 생겼습니다. 이제 중국선교의 모습은 다시 변하고 있습니다. 선교방법이 더욱 다양해지고 앞의 그 선교사 후보생과 같이 소수민족을 대상으로 하거나 선교대상을 세분화하는 현상이 빚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선교지원자들의 연령이 젊어지고 처음부터 장기체류를 계획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새해에는 이런 모습을 좀더 자주, 좀더 확실하게 보면서 '중국선교의 새 시대가 열리고 있다!'라고 말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이번 호는 전문인선교 문제를 다루었습니다. 전문인선교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다시 말할 필요가 없지만 중국과 같이 제약이 심한 나라에서의 선교에는 더욱 중요한 문제인데 다소 늦은 느낌이 있습니다. 도움이 되기 바랍니다.
유관지ㅣ 발행인. 목양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