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에서 깨어나 자강의 길을 찾으며 - 중국 근대화의 제1단계 양무운동

청 말 서양의 열강들이 거대한 중국을 침략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중국 사람들은 서양의 발달한 문명 앞에 너무나도 무력한 봉건주의 체제 아래 놓여 있는 자신들을 발견하게 되었다. 특히 아편전쟁(1840～1842)에서 중국이 영국의 해군력 앞에 제대로 싸워 보지도 못하고 굴복하게 되었고, 뒤이어 일어난 애로호 전쟁(1856～1860)과 태평천국의 난(1850～64) 진압과정에서도 서양 근대문명의 강력한 힘을 실감하게 되자, 중국 사람들의 머리 속에는 스스로 잠에서 깨어나 세계 열강의 움직임에 대처할 방법을 찾아 나서게 되었다. 

따라서 이 시기에 중국을 근대화하여 국가의 힘을 부강하게 하려는 여러 움직임이 다방면에서 일어났다. 특히 목종(穆宗, 연호 同治, 1862～1874)에 의하여 중용된 증국번(曾國藩), 이홍장(李鴻章), 좌종당(左宗棠) 등 한인 관료들은 유럽 열강의 세력이 중국보다 강한 이유가 서양의 함선과 총포가 우세하고 군대가 강하기 때문이라는 것을 통감하였다. 이에 관료들은 서양의 문물 및 기술을 도입하여 근대화함으로써 중국을 ‘부국강병’의 나라로 만들고자 했는데, 이것을 ‘양무운동(洋務運動, 1861～1895)’ 또는 동치(同治, 목종의 연호)년에 일어난 중흥이라 하여 ‘동치중흥(1862～1874)’이라 한다. 

‘양무’란 서양 외국과의 교섭사무를 의미하지만, 여기서의 양무는 서양에서 배운 여러 가지 사업과 개혁을 포괄한 뜻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1861년 서양 열강과의 외교문제를 전담하는 기구인 총리각국통상사무아문(總理各國通商事務衙門, 약칭 총리아문)이 설치된 때를 기점으로 하여 1895년 청일전쟁에 패배한 때까지를 양무운동기로 보고 있다. 

양무운동을 통한 부국강병의 당초 목적은 서양의 군사기술 도입과 군수산업을 강화하려는 것이었으나 그러한 과정에서 민간 산업이 일어나고 공업화가 이루어지기도 하였다. 이러한 양무운동의 중심 인물은 증국번․이홍장․좌종당 등이지만, 특히 청나라 말기 실질적 재상이라 할 수 있는 직예총독을 오래 지내면서 국정의 책임을 맡고, 정치, 경제, 군사, 외교 면에서 활동한 이홍장이 주역이라 할 수 있다. 청 말에 있었던 중국의 근대화 운동은 보통 3단계로 나누어 설명되고 있는데, 제1단계는 서양의 근대적 기술을 습득하려는 양무운동, 제2단계는 청조를 그대로 두고 제도, 문물을 개혁하려는 변법운동, 그리고 마지막 3단계는 청조를 완전히 타도하고 새로운 국가를 건설하려는 혁명운동이다. 여기에서는 서양 문물을 받아들여 근대화하려는 양무운동기에 주역을 담당했던 이홍장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려 한다.

이홍장의 성장과정과 태평천국의 난 진압활동

청 말 군사력을 장악하고 정치가, 외교가로서 크게 활약한 이홍장(李鴻章, 1823～1901)은 안훼이성 허베이(合肥) 출신이다. 그는 가문이 좋은 집안에서 태어나 어려서부터 영재교육을 받으며 자랐다. 그의 아버지 이문안(李文安)은 1839년에 과거시험에 합격하여 형부 낭중(郎中)이라는 요직에 있었고, 그의 형 이한장(李澣章, 1821～1899)도 과거 예비시험에 합격한 후 천거되어 호남의 지사에 임명되었던 것을 보면, 이홍장은 가문이 좋은 관료 집안에서 사대부적인 기질을 받으며 성장했음을 쉽게 할 수 있다.

어려서부터 남달리 총명하였던 이홍장은 문인관료 증국번을 스승으로 모시며 한학을 공부했다. 그의 스승 증국번은 이홍장의 아버지와 과거 합격 동기생으로, 훗날 태평천국의 난 진압에 큰 공을 세운 인물로 유명한데, 이홍장은 아버지의 소개로 증국번 밑에 들어가 수학한 것이다. 이홍장은 마침내 1847년에 어려운 과거시험에 우수한 성적으로 합격하였고, 그때 그의 나이 24세였으니 그의 문재(文才)를 가히 짐작할 수 있다. 과거시험에 우수한 성적으로 합격한 사람들은 한림원에 들어가 엘리트 코스를 달리는 것이 일반적인데, 그 역시 좋은 성적으로 과거에 합격하였기에 한림원에 들어가 활동하면서 출세 가도를 걷고 있었다. 

그런데 당시 홍수전이 배상제회를 중심으로 일으킨 태평천국 운동이 그를 파란 만장의 인생 길로 걷게 했다. 1853년, 이홍장은 태평천국의 난을 진압하기 위해 고향으로 내려가 향용(의용군)을 조직하고, 안훼이 순무 복제(福濟) 휘하에서 막료로 활동했다. 그 곳에서 수년간 고전하는 가운데 아버지를 여의고 처자까지 잃게 되는 불운을 맞이했다. 실의에 빠진 그는 강서에 머물고 있던 옛 스승 증국번의 도움으로, 그의 휘하에 들어가 그 곳에서 활동했다. 그는 1862년, 증국번의 추천으로 강소(江蘇) 순무가 되었고, 이 때에 증국번이 조직한 향용, 상군(湘軍 : 증국번이 향리 호남성에서 조직한 의용군)을 본떠 회남(淮南) 지방에서 회군(淮軍)이라는 향용을 조직했다. 청의 정규군인 팔기군이 무력하여 반란을 수습할 능력을 상실하고 있었기 때문에, 증국번, 이홍장과 같은 한인 지주들이 편성한 향용(의용군)이 반란 진압의 중심적 역할을 하였던 것이다. 

증국번은 이홍장의 회군에 기대를 크게 걸고 있었다. 증국번은 자신이 이끌고 있던 상군의 정예부대 일부를 이홍장에게 떼어 주기도 하면서 회군의 군대를 지원했다. 이후 1862년, 이홍장은 회군을 이끌고 태평천국 군대를 토벌하기 위해 상해로 진군하였으며, 이 곳 상해를 본거지로 삼아 의용군을 이끌고 독자적으로 반란 진압에 전력했다. 때마침 태평천국의 난에 시종 중립의 태도를 취하고 있던 영불 연합군은 외세 침략을 반대하며 반제국주의 운동을 부르짖고 있던 태평천국의 난에 대한 종래의 수수방관의 입장을 버리고 청조를 도와 반란 진압에 가세함으로써 태평천국군은 궁지에 몰리게 되었다. 결국 이홍장 군대의 활약, 영국, 프랑스군의 지원, 특히 영국의 고든 장군이 이끈 상승군과의 협력으로, 1864년에 수도 난징이 함락되어 태평천국 운동은 소멸하고 말았다.

한편 이 때에 염군(捻軍)이라는 종교적(白蓮敎) 비밀결사, 아니 종교를 빙자하여 비합법적으로 소금을 판매하여 폭리를 취하고 있던 사람들이 태평천국의 북상에 호응하여 허난성(河南省), 안훼이성(安徽省), 산둥성(山東省) 등지에서 반란을 일으켜 청군을 괴롭히고 있었다. 1866년, 이홍장은 화북 염군 반란 진압을 위한 흠차대신(欽差大臣)으로 임명되어, 회군을 이끌고 반란 진압에 나섰다. 염군은 이홍장의 군대에 대하여 기마작전으로 맞섰으나, 이홍장은 서양 포격의 지원을 받아 1868년에 이들 반란을 진압함으로써 또 한 차례 그의 무공이 드러나게 되었다.

양무운동의 선두에 선 이홍장 

태평천국의 난이 진압된 이후, 이홍장은 반란 진압과정에서 세운 공이 크게 인정되어, 일등 숙의백(肅毅伯)에 봉해졌다. 그리고 강대한 군사력을 배경으로 양강총독(兩江總督) 대리, 호광총독(湖廣總督) 등을 역임하고, 이어 1870년에는 47세의 나이에 총독 중에서도 최고 중직인 직예총독(直隸總督)이 되었다. 1870년, 직예총독 증국번이 톈진(天津)에서 일어난 반기독교 사건에 대한 책임을 지고 2년도 안 되어 직예총독의 자리에서 물러나게 되자, 그 후임으로 이홍장이 취임한 것이다. 더불어 이홍장은 해군 업무의 최고관인 북양대신(北洋大臣, 원 명칭은 북양통상사무대신<北洋通商事務大臣>)까지 겸하게 되었다.

그 후 이홍장은 청 말 정치, 외교, 군사, 경제면에서 최고 실력자로 시대를 주름잡았다. 그는 보수파의 거물 서태후(西太后)에게도 신임을 받아, 청일전쟁(1894～1895) 때까지 25년 간이나 오랫동안 직예총독 겸 북양대신으로 있으면서 양무운동 추진의 중심인물이 되었다.

그 사이에 이홍장은 양무운동의 주역 인물로서 근대적인 산업, 기술의 도입을 꾀했다. 태평천국의 난 진압과정에서 이홍장이 통감한 것은 군사력을 근대화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그는 군사면의 근대화가 이루어지지 않고는 안으로의 민란이나 밖으로 열강의 침입에 대항할 수 없다고 믿었다. 이에 그는 ‘자강’을 기치로 내세워 양무운동을 추진하였던 것이다.

그는 먼저 근대무기를 만들어내는 공장을 서둘러 건설했다. 응급조치로 무기나 탄약 등을 외국에서 수입하긴 하였으나 그것만으로써는 자강을 꾀할 수 없다고 생각하고, 1861년, 안칭(安慶)에 무기, 탄약을 제조하는 안칭군계소(安慶軍械所) 설립을 시작으로, 1865년에는 난징에 금릉기기국(金陵機器局), 상하이에 강남제조총국(江南製造總局) 등을 세워 대포, 탄약, 수뢰, 선박 등 여러 근대 병기를 만들어 내었다. 그리고 철과 석탄을 공급하는 광산, 그것을 운반하는 교통기관의 개설, 그리고 전신 등등 여러 근대적 산업이 출현하기도 하였다. 또한 공장에 부설된 번역관이나 외국어 학교가 세워졌다. 이를테면 베이징동문관(北京同文館), 텐진전보학당(天津電報學堂), 상하이방언관(上海方言觀) 등을 세워 기술자나 그 외 인재 양성에 주력했다. 이홍장은 서양 자본가와 함께 중국 근대 기업의 제1호라 불리는 윤선초상국(輪船招商局), 상하이기기직포국(上海機器織布局) 등 여러 양무 기업을 건설하고, 그런 기업의 경영을 지배했다. 이들 군사부분의 기업은 대부분 국영이었지만 기선을 만드는 윤선초상국이나 상하이기기직포국 등은 민간인의 자본이 참가한 관독상판(官督商辦)의 형태로 운영되고 있었다. 

이홍장은 군대 증강을 위해 회군의 근대화를 꾀하고, 또한 영국이나 독일에서 신예 군함을 도입하여 당시 동아시아 최강의 북양해군(北洋海軍)을 만들었다.  양무운동의 중추적 기관은 총리아문으로, 이것은 외교문제를 전담한 기구이지만, 단순히 외교 문제만이 아니라, 통상을 포함하여 군사 전반까지 서양과 관련된 업무(洋務)를 총괄하고 있었다. 거기에는 영국과, 프랑스과, 러시아과, 아메리카과 등이 설치되어, 전문성을 가지고 외교 통상 업무를 담당하면서 서양문물을 수용하는 창구 역할을 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이홍장을 포함하여 중국 지식인과 관료들 사이에는 전통 중국의 수구와 보수의 벽이 너무도 두꺼웠다. 거기에 중화사상 혹은 화이사상에 사로잡혀 있어 중국과 대립되는 문명세계의 존재를 쉽게 인정하지 않으려 했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이 서양 문물을 수용하여 근대화의 길로 치닫는 데에는 많은 한계를 지니게 되었다. 양무운동의 성격을 ‘중체서용(中體西用), 곧 중학을 체(근본)로 하고, 서학을 용(수단)으로 한다’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듯이, 이홍장을 비롯하여 당시 양무운동기의 사람들은 가치의 근원은 중국의 학술 전통에 있으며, 서학은 중국적 가치를 보강하는 하나의 수단에 불과하다는 입장에서, 단순히 군사부문에 한정하여 서양문명을 수용하려는 자세를 취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점은 서양 근대문명을 전면적으로 수용한 일본과 비교할 때에, 거기에 대한 평가는 별도로 하더라도 운동의 효율성 면에서 크게 떨어진 것이 한계였던 것이다.

이홍장의 양보 외교

이홍장은 여러 외교문제에 손을 대었다. 당시 양무의 책임자는 대외관계에도 막중한 책임을 지고 있었는데, 그렇기에 1870년의 천진교안, 1871년의 청일수호조약, 1878년 영국과의 엔타이(煙台)조약, 1879년 러시아와의 일리조약, 1880년 청독조약, 청미조약, 1881년 제2차 일리조약, 1885년 청불 텐진조약, 1895년 청일전쟁으로 인한 시모노세끼(下關)조약 등 여러 외교문제가 있을 때에 이홍장은 교섭에 나섰는데, 그 때마다 그는 열강과의 외교적 마찰에 양보에 양보를 거듭하며 문제를 풀어 나갔다. 그는 ‘이이제이(以夷制夷, 夷로서 夷를 제압한다)’라는 전통적 방법을 앞세워 양보외교로 대처했다. 될 수 있는 한 외국과의 마찰을 피하고 국가 안녕을 꾀하며 또한 부국강병을 위한 시간을 벌자는 것이 이홍장의 속셈이었다. 그 결과 대부분의 조약은 양보와 후퇴를 바탕으로 한 불평등조약뿐이었고, 청조 내에서도 이홍장의 이러한 처사에 대한 불만의 소리가 높아만 갔다.

그에게 큰 타격을 준 것은 청일전쟁(1894～1895)이다. 조선에서 동학운동을 계기로 청일전쟁이 일어나자, 이홍장은 그 동안 심혈을 기울여 육성해 온 회군(육군)과 북양해군의 실력을 보여 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 생각하여 군사를 총 출동시켜 일본군과 맞섰다. 결과적으로 이홍장이 이끈 육군과 해군은 패배하고 1895년 3월 굴욕적인 시모노세끼조약을 맺게 되었다. 청조측의 전권대사로 이홍장이 교섭에 나서서, 대만, 팽호도 등 영토를 할양하고, 막대한 배상금을 지불하는 등 참으로 굴욕적인 조약을 맺음으로 인해, 이후 중국은 더욱 ‘반 식민지화’의 길을 걷게 되었다.  

이홍장은 청일전쟁 패배 후, 직예총독, 북양대신 등의 자리에서 물러나 베이징에 은거했다. 그러나 그가 실각된 후, 그의 빈자리가 너무도 크게 보였다. 일단 그가 실각되어 정계에서 은퇴하였으나 역시 그를 대신할 만한 외교 인물이 없었나 보다. 1896년, 청조는 이미 만 73세에 이른 노구를 러시아 황제 대관식에 사절단의 대표로 파견했다. 이 때에 그는 러시아를 일본 침략의 뒤 울타리로 삼기 위해 노력하면서, 일본이 침략했을 때 공동으로 대처할 것과 시베리아 철도가 만주를 통과한다는 것을 골자로 한 청러 동맹조약을 체결하는 데 주역을 담당하기도 했다. 

그 후 그는 상무대신(商務大臣), 양광총독(兩廣總督)이 되었고, 1899년 의화단의 난이 일어나자, 다시 직예총독 겸 북양대신으로 복귀하여 전란 수습 책임자가 되었다. ‘부청멸양(扶淸滅洋, 청을 돕고 서양을 멸한다)’의 구호를 내걸고 산둥에서 일어난 의화단이 1900년에 베이징을 점령하여 외세 배척 운동을 벌이며 각국 공사관을 습격하고 독일 공사를 살해하자, 영국, 미국, 러시아, 독일, 일본, 프랑스,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등 8개국이 공동 출병하여 연합군을 조직하여 군사행동을 취하였는데, 이때에 청조는 이홍장을 직예총독 겸 북양대신으로 복귀시켜 강화 책임자로 내세운 것이다. 1901년 9월, 이홍장은 전권대신으로서 4억 5천만 냥이라는 막대한 배상금 지불, 공사관 구역 설치, 무기 수입 정지, 외국군대의 주병권 인정 등의 일방적인 내용을 담은 신축조약(베이징 의정서)을 체결하였다. 그 후 2개월 후인 11월에 이홍장은 병들어 세상을 떠남으로써 파란 많은 생을 마치게 되었다.

이홍장에 대한 평가

이홍장의 활동은 크게 세 가지로 분류해 볼 수 있다. 태평천국의 난 진압, 양무운동, 그리고 열강을 상대로 한 외교 교섭 등인데, 이 세 가지는 서로 밀접한 관계가 있어서 확연히 구분짓기 어려운 점도 있기는 하지만, 어쨌든 당시 청조를 지탱하는 사회질서를 유지하면서 점차 자강의 힘을 축적하여 시대의 변화에 대처하려는 일련의 과정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경향은 스승인 증국번의 영향을 크게 받았지만, 다만 증국번은 학자 관료로서 저명하고 그 후의 중국 지식인의 모범으로 추앙되고 있는 반면, 이홍장은 양무 기업을 운영하며 거액의 재산을 축재하고, 사후 자손에게 4,000만 냥의 재산까지 물려주었다는 등 별로 좋지 않은 평이 있다는 점이 다르다.

이홍장은 태평천국의 난을 계기로 크게 부각되어 오랫동안 직예총독 겸 북양대신으로 있으면서 정치 권력의 제1인자로 군림하였다. 그러나 그의 주된 임무는 주로 패전 처리뿐이었다고 할 수 있다. 아무리 권력의 에이스 위치에 있다 하더라도 떠받쳐 주는 자가 없는 약한 팀에서는 승리할 수가 없는 일이며, 이홍장도 이런 점을 늘 안타깝게 생각했을 것이다. 

이홍장 등이 추진한 양무운동의 황금간판은 ‘자강’이었다. 그러나 잇따른 전쟁의 패배로 자강이 실질에 따르지 못하였음이 드러나자, 자강에 대한 평가가 달라지게 되었다. 원칙으로는 대외적 자강을 내세우면서 내심으로는 대내적 자강, 곧 국내 민중봉기를 막으려는 것이었고, 청조 봉건 지배체제의 유지 보강이 목적이었으며, 그렇기에 양무운동에서 군사력 증강에 주력하였다는 지적이 나온 것이다. 더욱이 이홍장은 제국주의에 투항하여 이권과 영토를 넘겨 준 매국노였다는 평가도 있다.

그러나 제국주의 시대에는 국민국가 전체의 힘을 기울인 실력행사 여부가 승패를 좌우하던 시대로, 청 말 중국은 중앙에 의한 전통적 통제가 약하고, 반면 지방의 순무, 총독 등이 세력을 펴고 있었기에 국가 전체의 힘이 집약되기가 어려웠고, 그렇기에 자연히 중국은 서양 열강과의 국권 신장 경쟁에서 열세를 면치 못하였다고 할 수 있다. 양무운동기의 근대화가 수포로 돌아간 것은 담당자의 실패라기보다는 운동을 떠받치고 있었던 당시의 정치적 또는 경제적 구조 속에서 대외적으로 실패할 수밖에 없는 취약점을 내포하고 있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리고 청일전쟁의 패배에서 보여 주듯이 이홍장이 거느린 육군(회군), 해군(북양해군)이 아직 충분히 국민군이 되지 못하였다. 이들은 이홍장의 사적 군대의 성격을 탈피하지 못하였고, 중국 해군의 주력을 이루고 있는 북양함대 역시 이홍장 사적 소유의 성격이 강했기 때문에 전투력에 한계가 있었다는 것도 지적할 수 있다. 그런데 1870년대 이후 근대 기업의 등장, 그리고 대개의 경우 관료와 상인의 합작 하에 추진된 전보, 철도, 광산 산업이 가능했던 조건은 중국 개국 이후 이루어진 근대 공업의 발전이었다. 매판을 포함한 중국 상인의 자본의 집적, 서양식 경영방법의 습득, 근대적 기술의 접근 등은 공업화의 일면을 보여주고 있는 내용이다, 다만 청조 정부가 이러한 변화에 즉각 대응하는 법제와 정책을 제공하지 못했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이홍장의 외교활동에서는 군사적 충돌을 피하면서 열강의 상호 견제를 이용하려는 현실주의적인 자세로 양보와 후퇴의 유약한 외교가 눈에 띈다. 그리하여 청 말의 정계는 그의 타협적인 자세를 비난하고 강경론을 주장하기도 하였다. 결국 이홍장이 정치, 경제, 군사, 외교 면에 깊게 관계하면서 행한 자강운동은 표면적으로 보기에는 성공한 듯하였으나 보수사상을 탈피하지 못한 채 피상적인 개혁에 그쳤기 때문에 소기의 성과를 올리지 못하였다고 할 수 있다. 양개초는 이홍장에 대하여 “병사(兵事)는 알아도 민정은 몰랐고, 외무는 알아도 내무(內務)를 몰랐으며, 조정은 알아도 국민을 알지 못하였고, 양무(洋務)는 알았어도 국무는 몰랐다”고 이홍장의 양무운동에 비평을 가했는데, 그것은 오늘날에도 귀담아 들을 가치가 있는 적합한 표현이라 할 수 있다. 청일전쟁의 패배(1895)를 기점으로 열강의 제국주의적 침략이 격화되어지자,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중국의 대응은 마침내 양무단계를 버리고 보다 적극적으로 새로운 제도 개혁을 통해 국가와 민족을 재생시키려는 변법자강운동(법률이나 제도를 개혁하자는 운동)으로 전환하게 되었다. 이리하여 서양의 기술만이 아니라 근대 국가로서의 제도 개혁을 도입해야 된다는 제2단계의 번법운동이 강유위, 양계초 등을 중심으로 추진되기 시작했던 것이다.   


전순동/ 충북대 역사교육과(중국사)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