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2003년 7월 14일 오후3시 
장소: 이랜드클리닉 원장실
대담: 손은섭 원장 (이랜드클리닉 원장) 
진행: 석은혜 ("중국을 주께로" 편집위원) 


석: '이랜드크리닉'은 언제, 어떤 목적으로 시작되었으며, 그동안 '한세크리닉'이라고 부르던 명칭을 '이랜드크리닉'으로 바꾸게 된 특별한 동기가 있는지요?

손: 이랜드는 1989년부터 의원설립을 위해 기도로 준비해 오다가 1994년 10월에 "재단법인 한세"의 부속의원으로 종합검진센타를 개원하게 되었고, 재단의 이름을 따라서 "한세크리닉"이라고 불렀습니다. 이 크리닉을 세운 목적은 이랜드 직원들과 그 가족들의 건강관리를 위해서, 그리고 국내 목회자들과 선교사, 선교단체 간사들의 건강관리를 위해 세워졌습니다. 따라서 이랜드크리닉의 직원들은 하나님 나라의 심장인 국내외 사역자들의 건강을 지키는 일이 주님께서 주신 사명으로 알고, 사역자들의 전인건강을 돕기 위해 일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이랜드크리닉을 거쳐간 선교사들만 4,000여명이 됩니다.

저희 크리닉이 2003년 7월 1일부터 '한세크리닉'이라는 이름에서 '이랜드크리닉'이라는 이름으로 바뀌었습니다. 이름이 바뀐 특별한 이유는 없고, 원래 재단 이름이 '한세'였는데 최근에 '이랜드'로 바뀌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크리닉의 이름도 '이랜드크리닉'으로 바뀌게 된 것입니다. 

석: 이번에 저희가 "선교사의 안식년"에 대해서 특집으로 다루고자 합니다. 그동안 손 원장님께서 많은 선교사님들을 만나보셨기 때문에 상황을 잘 파악하실 터인데, 선교사들이 안식년을 안식년답게 보내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손: 선교사들의 안식년은 '안식년'이 아니라 '안쉴년'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저는 안식년 선교사를 만날 때마다 다음과 같은 질문이 늘 떠오르곤 합니다. 선교사가 안식년 기간동안 국내에 체류하는 기간이 평균 몇 달이나 될까? 안식년을 마치고 선교지로 돌아가는 분들께 안식년을 어떻게 보내셨는지 소감을 묻는다면 어떤 대답을 들을 수 있을까?

안식년에도 안식을 취하지 못하시는 선교사님들을 만날 때에 제 가슴이 너무 아팠습니다. 가끔은 안식년을 잘 보내고 새로운 마음으로 선교지에 임하는 분들을 볼 수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차라리 선교지로 빨리 돌아가는 것이 더 좋겠다"고 말하는 선교사들이 더 많아 보였습니다.

선교사들이 안식년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는 이유는 매우 다양하고 복합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교회의 무관심, 재정적인 문제, 사역지를 비울 수 없어서, 자녀학교문제, 안식관 문제 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핵심적인 이유는 선교사와 후원단체 및 교회가 쉼과 안식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선교단체와 교회는 지쳐 돌아온 선교사에게 따뜻한 배려와 쉼을 제공할 준비가 부족한 것 같고, 선교사 자신도 다음 사역을 위해 안식이 얼마나 중요한지 간과한 채 후원자 관리 등의 다른 일에 더 바쁘게 지내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석: 4년 혹은 6년 동안 해외에서 선교사역을 하다가 안식년으로 들어온 선교사나 선교사 가족들의 건강을 위해서 파송단체가 어떻게 해 주어야 합니까?

손: 선교사들이 안식년으로 본국에 들어오시게 되면, 한국에 도착한 후 몇 일 이내에 먼저 검진센타에 가서 신체검사와 심리검사를 받도록 해 주어야 합니다. 그렇게 해야만 선교사들의 육체적, 정신적으로 건강상태가 어떠한 지가 정확하게 진단이 됩니다. 만일 선교사가 한국에 돌아와서 많은 시간이 경과되어 현지에서의 스트레스가 어느 정도 해소된 후에 검사를 받게되면 검사 효과가 감소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신체검사를 통해서 육체적인 건강에 문제가 있다면 빨리 치료를 받도록 조치해야 합니다. 만약 수술해야 할 필요가 있다면 즉시 조치해서 가능한 한 빨리 회복되도록 해야하며, 투약이 필요하다면 그것 역시 당장 시작해야 합니다. 또한 심리검사를 통해 정신건강에 문제가 있어서 심리상담이 필요한 경우에는 즉시 스케쥴을 잡아 상담을 받아야 합니다. 그리고 영적인 회복도 중요합니다. 본국 교회에서 본국어로 예배드리면서 하나님과의 교제가 회복되고 영적으로 재충전 될 수 있도록 해 주어야 합니다.

선교사가 안식년으로 한국에 돌아오게 되면 그동안 발전하고 변화된 고국의 문화에 역문화 충격을 받게 됩니다. 따라서 얼마동안은 본국에 적응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기간동안에 회복을 위해서 쉬는 시간을 갖는 것이 좋습니다. 만약 다음 사역을 위해 선교사연장교육을 받으려고 한다면 적응기간 이후에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석: '건강진단'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이미 알고 있고 그 필요성을 느끼고 있는데, '심리검사'에 대해서는 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심리검사 대해 좀 자세한 설명을 해 주시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손: 심리검사는 한 인간의 복잡한 심리적 체계를 이해하고 보다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돕고자 피검자의 다각적인 측면을 객관적으로, 심층적으로, 종합적으로 제공할 수 있도록 표준화된 심리학적 방식으로 측정하는 체계적인 도구입니다. 심리검사가 아직 우리 사회에서 잘 알려져 있지 않고 일반인들에게 친숙하지 않기 때문에 현재 알려진 검사들은 일반인인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성격검사, 적성검사, 지능검사가 주종을 이루고 있습니다. 주로 임상 장면에서 제한된 전문가에 의해 활용되고 있으며 개인의 심리사회적 문제를 평가하고 해결하는 과정에서 도움을 주는 도구라고 전문가들에게 의해 인식되고 있습니다.

다양한 의뢰 목적에 알맞은 특정한 검사들이 제작되고, 문제의 성질에 따라 임상 전문가에 의해 적절한 검사가 선정되고 시행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저희 이랜드크리닉에서는 일반적으로 검사들 중에서 기본이 되는 다양한 검사들을 묶은 "표준 바테리검사"를 2002년부터 실시하고 있다. 그 검사의 종류는 "문장완성 검사", "다면적 인성 검사", "벤더 도형 검사", "인물화 검사",“웩슬러 지능 검사", "Rorschach 검사" 등이 있습니다.

이 검사 결과는 A,B,C,F로 평가되는데 A는 정상이고, B는 약간의 상담을 통해서 교정이 가능한 상태이며, C는 정신과 의사나 전문 상담가와 상담이 필요한 상태이고, F는 상처가 치유될 때까지 잠시 사역을 멈추어야 하는 상태를 말해줍니다. 이 심리검사는 아직까지 보편화되지 않고 있는데 앞으로 선교사를 파송하는 선교단체나 교단, 교회에서 반드시 제도화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선교사를 평가하기 위한 것이 아니고 선교사를 돕고, 선교사의 사역이 효율적으로 이루어지도록 돕기 위한 것입니다. 현재 이랜드크리닉에 와서 심리검사를 한 선교사들은 500여명 정도인데 선교사로 떠나기 전에 받을 수도 있고, 안식년에 들어와서 받을 수도 있습니다.

석: 선교사를 파송한 선교단체나 교단, 개 교회가 안식년으로 들어온 선교사를 위해서 어떻게 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까? 

손: 저는 10여 년 동안  많은 선교사들과 만나 상담하면서 적어도 한국교회나 선교단체가 안식년 선교사들에게 다음과 같은 배려를 해 주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무엇보다도 먼저 선교사가 귀국하기 전에 파송한 선교단체나 교단, 교회와 안식년에 대한 충분한 의사소통을 해야 합니다. 선교사를 파송한 단체는 선교사가 공항 도착했을 때 따뜻하게 환영해 주어야 하고, 택시나 공항버스를 이용하지 않도록 배려해 주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귀국 하면서 본국에 와서 받는 첫 인상은 너무나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안식년을 평안히 지낼 수 있는 처소와 아이들이 다닐 학교를 미리 준비해 두어야 하고, 도착 후 몇 일 이내에 검진센타에 와서 신체검사와 심리검사를 받도록 해 주어야 합니다. 신체검사 후 결과가 나올 때까지(일주일 정도) 조용한 휴식처에서 시차적응과 재입국 적응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어야 합니다.

선교사가 안식년을 보내면서 선교비가 대폭 줄기 때문에 선교사가 안식년을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는데 이런 오해가 없도록 배려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후원교회는 선교사가 안식년을 잘 보낼 수 있도록 관리해 줄 후원자들을 준비하여야 합니다. 그래서 선교사가 안식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승용차, 자녀들의 학교 문제, 기타 적응에 필요한 것을 도와 주어야 합니다. 안식년 스케쥴 관리에는 다음 사역을 위한 재충전 프로그램이 우선순위가 되어야 합니다. 많은 선교사들이 안식년에 후원교회 방문이나 후원자 관리에 너무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 데, 그것보다는 다음 사역을 위한 재충전에 힘쓸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도와주어야 합니다. 

석: 그렇다면 안식년으로 돌아온 선교사들이 다음 사역을 위해 재충전하기 위해서,선교사들이 쉼과 안식을 갖도록 하기 위해서 어떤 제안을 하시겠습니까?

손: 현재 한국해외선교회(GMF)에서 안식년 선교사들을 위해 체계적인 재입국 오리엔테이션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GMF에서는 안식년 선교사들을 위해 3박4일 동안 "쉼과 회복"이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랜드의 아시아미션이 GMF 소속이기 때문에 이 프로그램을 이랜드클리닉과 같이 협력해서 진행합니다. 현재 이 프로그램은 3회 진행되었고, 장소는 설악산 입구에 있는 켄팅톤 호텔에서 진행되었습니다. 이 프로그램의 주 강사는 사람이 아니라 '자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야말로 선교사 개인의 전인적 회복과 가족들의 회복, 선교단체와의 회복이 온전히 이루어 질 수 있도록 돕는데 목적이 있습니다.

이런 프로그램은 현재 총회세계선교회(GMS; 장로교 합동측)에서도 실시하고 있는데, 더 많은 선교단체와 교회들이 안식년 선교사를 위해서 이런 프로그램을 개발하거나 기존 프로그램에 같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해 주어야 합니다. 현재 GMF에서 좋은 모델을 제시하고 있는데, GMF가 다른 단체와 협력함으로 지속적으로 안식년 선교사 관리가 발전 될 수 있기를 바라는 바입니다. 

석: 앞으로 이랜드크리닉에서 선교사들을 위해서 하고자 하는 사역의 비전은 무엇입니까? 

손: 이랜드크리닉에서 선교사들을 위해서 앞으로 하고자 하는 사역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선교사와 선교단체를 지원하는 사역을 하고자 합니다. 즉 선교단체가 선교사의 건강을 돕는 체계를 갖출 수 있도록 돕고 싶습니다. 이랜드크리닉은 방문하는 선교사의 건강상태를 잘 check하고 치료에 도움을 드리는 것뿐 아니라 선교사들의 이메일을 통해 건강상담을 돕고자 합니다. 이렇게 되면 선교사가 선교현지에서 의료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둘째, 선교사들이 안식년으로 들어왔을 때 참여할 수 있는 "쉼과 회복" 프로그램을 강화해서 선교사들을 돕고자 합니다. 이랜드크리닉은 GMF와 협력하여 정규적으로 이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어느 단체의 선교사든지 간에 참여하기를 원하는 선교사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자 합니다.
셋째, 지역별로 선교현장에 의료팀을 보내려고 합니다. 의료팀은 내과,치과, 정신과, 간호사 등으로 구성하려고 합니다.그래서 선교현지에서 선교사의 모임 이 있을 때 선교사들이 전인적 의료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돕고자 합니다.

석: 오랫동안 선교사님들의 건강을 진단하시면서, 한국교회를 향해서 하시고 싶은 말씀은 무엇입니까?

손: 저는 교회가 선교사들에 대해 더 많은 이해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선교사들은 열악한 환경에서 사역을 하는 사역자들로 겉으로는 강하게 보일지라도 겉모습과 다른 경우도 많습니다. 선교사들은 선교지에서 사역하다가 몸과 마음이 병들어서 보호가 필요할 경우 교회가 돌아보고 적극적으로 필요를 채워주시기를 기대 합니다.

또한 선교사들이 안식년을 잘 보낼 수 있도록 배려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많은 선교사들이 안식년을 마치고 떠날 때 오히려 더 지쳐있는 모습을 보게 되는데 그럴 때마다 안타까운 마음이 있었습니다. 과연 현재의 안식년 제도가 선교사에게 도움이 되는가? 오히려 더 어려움을 제공하는 것은 아닌가?

저는 개인적으로 안식년 제도보다는  휴가제도를 강화하여 현지에서(사역지를 벗어난 곳) 매년 충분한 휴식(1달 정도)을 갖도록 하고 후원자 관리나 행정적 절차를 위해 본국 방문 시 국내 체류기간을 줄이는 것이 어떨까하는 생각마저 들곤 하였습니다. 현재의 상황으로는 선교사가 안식년을 안식년답게 보내는 것이 결코 쉬워보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아직까지는 선교사 안식년이 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으나 안식년은 점차 자리가 잡혀 나갈 것입니다. 또 반드시 그렇게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선교사는 10년이 지나면 환자 수준에 도달한다는 루머가 있습니다. 선교사들이 쉼과 회복이 없이 사역에만 모든 것을 집중할 때 탈진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안식년을 효과적으로 보내지 못할 때 선교사는 병들고 하나님의 사역은 큰 손실을 입게 됩니다. 쉼과 회복이 없는 선교사에게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까요? 선교보고, 자녀관리, 선교사재충전 세미나 등이 포함된 체계적인 관리가 속히 정착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정리 / 석은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