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스 공포는 중국인의 일상생활에 깊숙이 침투해 광범위한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요즘 북경의 대학 캠퍼스엔 온통 비누냄새로 향긋하다. 북경 대학생들이 사스 감염을 우려해 시간만 나면 비누로 손을 씻고, 세수를 하기 때문이다. 이제 중국인은 잘 씻지 않는다는 외국인의 시각도 바뀌어야 할 듯 싶다. 아마도 사스가 완전히 물러날 여름쯤엔 중국인 스스로도 놀랄만한 사회 대변혁이 현재 진행중이다.
위생관념 개선…개인 및 환경위생 의식 철저
2003년 4월 24일 후진타오(胡锦涛)주석이 공산당 정치국 상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사스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1주일이 지난 시점, 북경중앙민족대학교 국문과 2학년 류즈메이(劉志梅)씨는 기숙사 우편함에서 자기 앞으로 공문을 발견했다. “학원로 가도(街道) 사스 대책본부”, 즉 우리나라의 동사무소에서 보낸 ‘지역주민께 오리는 말씀’이다. “전문들의 의견에 따르면, 이 질병의 병세 잠복기는 일본적으로 20일 전후이며, 그 동안 신체에 고열, 어지럼증, 구강 건조, 식은 땀, 관절 통증, 심할 경우 호흡곤란증세가 나타나기도 합니다. 가족 중 이와 같은 증세를 보이는 사람이 있을 경우, 전염을 막기 위해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케 해야 하며, 동시에 환자를 병원에서 옮겨야 합니다. 전문가들의 분석에 따르면 비록 사스가 전염성이 강하지만, 일상생활 중 끊임없이 신체면역 기능을 제고시키고, 개인위생 및 환경위생을 청결히 하며, 조기 예방, 조기 발견, 조기 보고, 조기 치료, 조기 격려한다면 충분히 통제할 수 있다고 합니다.”
흔히 중국인들은 위생관념이 희박한 것으로 알고 있다. 사스 위기는 오랜 내력을 지닌 이런 생활양식에 변화가 찾아오고 있음을 예고한다. 가오스펑(高史风 43세, 남)씨는 요새 시계를 보는 회수가 부쩍 늘어났다. 두어 시간마다 한 번씩 손을 씻기 위해서다. 그것도 예전에는 대충 물만 묻히는 수준이었지만 지금은 비누를 사용해 정성껏 닦는다.
“특히 외부에서 온 서류를 검토하거나, 여러 사람의 손을 거치는 돈을 세고 나면 즉시 화장실로 달려갑니다. 비누로 30초 이상 씻고 소독 액을 발라야 안심이 되죠.”
신혼주부인 쑨훼이링(孙慧玲. 27세. 여)씨가 퇴근 후 집에서 가장 신경쓰는 일은 소독이다. “예전에는 소독액을 한 번 사면 6개월은 썼어요. 집안 구석구석 사용하는 일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죠.”한데 지금은 매일매일 소독에 열중한다. 그녀가 가장 신경을 쓰는 곳은 출입문과 창문, 그리고 화장실이다. 열쇠같이 손을 많이 타는 물건도 빠뜨리지 않는다. 심지어는 그녀가 아끼는 시추종 강아지 룽룽(龍龍)도 예외는 아니다. 터미널, 기차역, 공중화장실 등 공공장소 역시 동마다 설치돼 있는 사스 대책본부에서는 소독작업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상해시의 경우 사람들이 길거리 곳곳에 뱉어내는 토사물이 전염병의 주요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적발시 벌금을 50위안(한화 9000원)에서 200위안(한화 3만2000원)으로 조정할 방침이다. 또한 사스와 관련, 전통 예법 중 일부가 부활하고 있어 흥미를 자아낸다. 북경의 번화가 왕푸징(王府井)에서 만난 한 50대 사업가에 따르면 최근 동년배 사이에 악수 대신 포권이 유행하고 있다고 한다. 포권은 중국 무협영화나 소설에서 흔히 보았듯이 두 손을 모아 상대방에게 예를 취하는 전통 예법이다. “이전에는 친구와 만나면 악수를 하거나 포옹을 했다. 그런데 지금은 포권이 유행이다. 순전히 사스 때문인데 자신에게 책임을 지면서 상대방에게 존경을 표하는 방식으로 제격이다.”
사회적 책임감 고양…… 사스 위험을 전파하지 않는다
최근 중국은 시장경제의 발달로 개인의 이익을 위해 사회적 책임을 희생하는 경향이 뚜렷했다. 하지만 사스 위기는 자기 자신을 돌아보고 타인을 일깨우며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모습을 다시금 부활시키고 있다. ‘不平’ 이라는 아이디를 사용하는 한 네티즌은 베이징 출신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고향으로 돌아가지 않기로 결심했다. “고향 땅 가족들에게 사스의 위험을 전파하고 싶지 않습니다. 현재 베이징의 의료조건은 매우 뛰어 납니다. 저는 지금 우리가 함께 겪는 이 어려움이 빠른 시일 안에 지나가리라 믿습니다. 또 제 미력한 힘이나마 국가가 어려움을 헤쳐나가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지금 중국의 각종 인터넷망에서는 ‘자기 자신을 보호하고 타인과 사회에도 관심과 사랑을 기울이자’는 캠페인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노동능률 향상…… 작업장엔 도시락 문화, 불티나게 판매되는 자전거
사스 위기는 중국 기업의 노동능률 향상에도 기여하고 있다. 이런 경향은 각국의 IT 관련기업이 대거 입주해 있는 북경 해정구 중관촌에서도 감지된다. 중관촌에서 근무하고 있는 둥즈핑(董智平. 26세. 여)씨가 대표적인 예로 든 것이 점심시간대의 도시락문화.
“예전에 점심시간만 되면 삼삼오오 인근 식당에 자리잡고 떠들썩하게 식사를 했다. 그래서 점심시간은 1시간 반에서 2시간이 기본이었다. 그러던 직원들이 180도 달라졌다. 사스 때문에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불결한 장소를 기피하는 것. 요새는 인근 식당에서 밥을 시켜먹거나 아에 집에서도 도시락을 싸온다. 물론 점심시간대의 불필요한 시간낭비도 많이 줄어들었다. ”둥씨는 도시락 문화가 사스로부터 자신의 생명을 지키는 동시에 노동능률을 향상시킴으로써 회사에 기여하기 때문에 일석이조라는 생각이다. 북경 조양구의 한 쇼핑물에 근무하는 장닝(張凝. 21세. 여)씨는 요즘 아침을 맞는 기분이 상쾌하다. 큰맘 먹고 배운 자전거 실력 맘껏 뽐내며 출근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스도 건강한 사람은 어쩌지 못하잖아요. 그 동안 버스로 출근했었는데 이참에 체력도 기를 겸 자전거로 바꾸어 봤어요. 버스처럼 군중이 밀집된 공간을 피할 수 있고 체력단련을 통해 신체 저항력을 높일 수 있으니 사스 예방엔 적격이죠.” 물론 40분이나 자전거를 타고 나면 조금 피곤하기도 하지만 하루종일 맑은 정신으로 일에 집중할 수 있어 오히려 업무에는 도움이 된다고.
10년 전만 해도 북경은 출근길 자전거 행렬이 장관을 이루는 도시였다. 하지만 최근 들어 대중교통의 발달과 자가용의 증가로 자전거 행렬이 현저히 줄어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사스 문제가 불거지자 자전거는 다시 불티나게 팔려나가기 시작했다. 조양구에 위치한 한 대형 자전거 상점의 경우 하루에만 600대 이상 판매하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요즘 이 가게에서 자전거를 구입하려면 사전 예약이 필수다.
가정의 소중함 상기…… 직장보다 가정을 우선 시
중국도 남성들에게는 가정보다 직장을 우선시하는 관념이 뿌리깊게 자리잡고 있다. 지난 4월 초 한 신문사에서 실시한 ‘가정의식’ 설문조사에서 대다수의 남성들은 집에 일찍 들어가서 뭐하냐는 투의 답변을 늘어놓았다. 밥 먹고, TV보고, 잠자는 것 말고는 할 일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단 20일 만에 상황은 급변했다. 같은 신문사에서 보도한 바에 따르면 동일한 주제의 설문조사에서 집이 가장 편안한 곳이라는 대답이 99%에 달했다.
인터넷 관련 자문회사에서 근무하고 있는 탕(唐. 35세. 남)씨는 보통 밤 9시~10시에 퇴근하기 일쑤인 전문직 종사자다. 요즘 탕씨는 오후 5시만 되면 컴퓨터를 끄고 서둘러 사무실을 나선다. 중간에 정부지정 약국에 들러 신체 면역능력을 높이는 약을 사서는 곧장 집으로 향한다. “요즘 같은 시기에 아내와 딸이 가장 필요로 하는 사람은 저니까요. 아내와는 마치 연애시절처럼 지냅니다.” 탕씨는 사스가 물러나도 한 번 맛들인 가정의 소중함을 쉬이 버리지 못할 것 같다고 한다.
인터넷 네트워크의 성장…… 재택 근무자 급증, 네트워크 발전 가속도
요즘 중국인들은 집에 있다. 집에서 업무도 보고, 소식도 전하고, 물건도 사고, 교제도 하고, 그리고 놀 수 있는 도구로 인터넷 네트워크가 한창 각광받고 있다. 이전에 인터넷에 관심없던 사람들조차 새롭게 네트워크 생활에 가세함으로써 그 발전 속도가 가일층 빨라졌다. 한국과 거래관계에 있는 무역회사에 근무하는 퍄오홍아이(朴洪愛. 19세. 여)씨는 1주일만에 네트워크 심매경에 빠져버렸다. “그렇다고 제가 왕충(罔虫: 네트워크 벌레, 인터넷 중독자)은 아닙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니 인터넷이 없었다면 지금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잘 떠오르지 않습니다.”
계층 간 반목 해소…… 사스 극복하기 위한 사회의 단결력 촉진
다수의 중국 사회학자들은 민족적 재앙으로까지 일컬어지는 사스 위기가 공산당 간부와 군중 등 계층 간의 반목을 해소하며 중국사회의 단결을 촉진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그리고 이러한 단결된 힘이 사스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대안이며, 앞으로 중국 발전의 거대한 추진력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중국의 공산당 간부들은 사스와 맞서 싸우며 국민들의 삶에 한 발짝 다가섰다. 공산당 총서기 후진타오(胡錦涛)와 국무원 총리 원자바오(温家宝) 등 영도자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사스 감염지역의 병원과 연구기관에 들러 정황을 살피고 의료진을 격려하고 있다. “공산당 간부들이 인민의 이익을 맨 앞에 놓으면 인민 역시 그들을 마음 한가운데 초빙할 것”이라는 원칙이 공산당 간부들의 헌신적인 활동으로 나타나 폭넓은 공감과 지지를 이끌어 내고 있는 요즘이다.
올 봄, 지구촌을 떠들썩하게 했던 사스의 공포가 서서히 진정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에이즈나 말라리아, 흑사병처럼 치사율이 높지도, 매해 초 발생했던 유행성 독감처럼 감염률이 높지도 않았지만 예로 든 어느 질환보다 심리적 압박감이 컸던 사스, 중국의 4세대 공산당은 초동 대처가 미흡했다는 국내외 비판에 직면하자 인민전쟁으로 불릴 만큼 공격적인 사스퇴치 정책을 발동했다. 그리고 사스 공포가 그 끝자락을 드러낸 시점에서 우리는 세계의 공장, 중국이 오히려 고질적인 사회병폐를 일부 털어내고 조금 더 효율적으로 변모하고 있는 현실에 주목한다. 사스는 어떤 면에서 사회 시스템의 국가경쟁력 제고를 고민했을 4세대 공산당의 시대적 과제를 앞장서 수행하고 있다.
권경률 / china21 기자
이글은 『china 21』에서 발췌한 것으로 『china 21』의 허락을 받은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