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겨울 한 달여 정도 귀국하여 고국에서 여러 모임과 대회를 가졌습니다. 그 때 뉴스를 통하여 중국에 괴질이 유행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우리가 사역하고 있는 땅이어서 관심은 가졌으나, 그렇게 깊은 주의를 기울이지는 못했습니다. 다시 이 땅을 밟고 새학기를 시작하였습니다. 그런 가운데 얼마 지나지 않아 사스환자가 수도 베이징에까지 발생하기에 이르자, 결국 이 문제는 전국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했고, 갑자기 많은 사람들이 긴장하기 시작했습니다.
한국에선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evere Acute Respiratory Syndrom, SARS)'라 부르지만 중국에서는 ‘비전형성 폐렴’이라고 부르는데, 줄여서 ‘非典(페이디엔)’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듯이 ‘사스’는 한 때 괴질로 불려오다 WHO(세계 보건기구)가 사스라는 이름으로 전 세계에 경보령을 내리면서 이름이 통일됐습니다. 사스는 2002년 11월부터 중국 광동지역을 중심으로 발생하였는데 중국 당국의 축소발표와 느슨한 방역으로, 인근 홍콩과 베트남, 싱가포르, 캐나다로 퍼졌고 급기야 전 세계로 확산됐습니다. 발열과 기침, 호흡곤란 등을 보이는 증후군으로서 변종 사스 코로나바이러스가 원인병원체로 알려져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사스에 대해 신문지상을 통해 계속적으로 언급이 되었으나, 중국당국은 이 문제를 광동성과 홍콩에만 제한해 다루며 쉬쉬하다가 사태가 심각해지자 마침내 모든 국민에게 이 사실을 알리게 되었습니다. 실재로 우리는 한국으로부터 전화와 인터넷을 통해 사스의 심각성과 위험을 알고 있었으나, 함께 교제하고 있는 대학생 형제자매들은 이 사실을 모르고 있었습니다. 사스 문제를 전면적으로 다루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흐른 뒤였습니다. 이 문제가 모든 국민에게 알려지게 된 것은 이번에 새로 취임한 후진타오 국가 주석이 사스문제를 숨기지 말고, 제대로 알리고 대처하라는 명령이 떨어지고 나서였습니다. 전혀 아무 일이 없다는 듯이 지내다가 텔레비전과 신문, 모든 매체들을 통해 이 내용이 알려지면서 갑자기 상황이 급변하게 되었습니다. 시민들은 술렁이기 시작했고 분위기는 완전 초긴장상태로 들어갔습니다.
일찍부터 한국을 통해 이 사실을 안 우리 한국유학생들은 사스예방 차원에서 외출 때 마스크를 하고 다녔는데, 겨울에도 마스크를 잘 안하는 중국인들이라 우리를 마치 동물원의 원숭이 보듯 해서 처음에는 민망한 마음이 많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마스크를 하고 다지니 않으면 도리어 이상할 정도로 대부분 사람들이 외출 시 마스크를 하고 있는 것을 봅니다. 가장 큰 변화는 무엇보다 학교가 완전히 봉쇄되었습니다.
5월 한 달이 사스가 가장 심하게 확산될 수 있다는 예측에 따라, 사스감염을 우려한 대부분의 학교에서 출입을 엄격히 통제해 들어가지도 나가지도 못하게 되었습니다. 중국의 대학생들은 대부분이 기숙사 생활을 하는데, 이제는 꼼짝없이 학교에 갇힌 상태가 되어버렸습니다. 바깥에 사는 유학생들에게도 학교기숙사에 들어와 살도록 권고할 정도입니다. 뿐만 아니라 바깥 시민들이 사는 일반아파트도 관리대상에 들어가, 출입하는 이들을 통제하며 통행증이 없이는 아예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상황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보아서는 이해가 잘 안되지만 중국이 사회주의 국가라는 것이 이런 상황에서 여실히 그 모습을 보여 주는 한 예라고 생각됩니다. 한번 한다고 하면 모든 면에서 일제히 시행되는 곳이 이곳 중국입니다. 일제히 하나로 움직이는 힘과 통제력에 과히 놀랄 따름입니다. 이러다보니 교제하며, 함께 예배드리는 일에 어려움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저희는 주로 대학생들과 함께 모임을 갖고 있는데, 이들이 학교바깥을 나오지 못하고, 우리는 학교에 들어가지를 못하게 되어 교제를 계속 하기가 힘들게 된 것입니다. 또한 그전에는 별로 주의를 기울이지 않던 아파트 주민들이 이번 사스로 인해 사람이 많이 모이는 것에 대해서 매우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어, 매주 갖는 예배모임도 지금과 같은 상황 속에서는 위험하다는 판단에 따라 한달 정도를 쉬기로 하였습니다. 그리고 상황을 보며 다시 어떻게 할 것인가를 결정하기로 했습니다.
물론 지역마다 차이가 조금은 있긴 하지만 수도 베이징과 산시, 허베이 지역에서 사스환자가 계속 늘어가고 있은 상태라 이곳 지역 대부분의 도시와 학교는 비슷한 상황에 처해있습니다. 그리고 비록 환자 발생이 심하지 않는 곳이라 하더라도 다른 곳의 상황을 들어보면 그곳 사정도 마찬가지라는 것입니다. 상황이 이렇게 급박하게 돌아가게 되면서, 우리는 하나님 앞에 이 문제를 두고 아뢰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왜 이런 문제가 이 땅에서 시작되어 모든 사람들이 전쟁보다 더한 두려움을 경험하며, 지금 당장 현실적으로 볼 때에 이제까지 해 오던 하나님의 일에 장애를 받아야만 하는가? 하는 의문입니다. 이런 속에서 우리는 현재의 상황을 어떻게 이해를 해야 하고, 앞으로 어떠한 대처와 준비를 해야 하는지에 대해 하나님께 조용히 묻고 있습니다. 분명 이 문제는 우연히 발생한 것이 아니라 역사를 움직이시는 하나님에 의해 이 일은 진행되고 있으며, 이 과정을 통해 이 땅 가운데서 원하시는 아버지의 뜻을 온전히 이루어가시리라 믿습니다. 이 땅을 어떻게 바꾸시고 인도해가실지 지금은 다 알 수 없지만 그 뜻 앞에 우리뿐만 아니라 이 땅의 그리스도인들이 순종해가는 기회가 되길 정말 간절히 바랄 뿐입니다.
중국 정부는 이 문제를 빨리 대처하지 못한 것에 대해 세계적인 비난을 받았고, 또 전 국민들에게도 사실을 신속히 알리지 않은 책임을 지금 절실히 느끼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일이 갑자기 전국적으로 알려지자 사회가 두려움과 공포로 인해 아주 위험한 국면에 처해지게 된 것이 사실입니다. 뿐만 아니라 늘 솟구치는 경제성장을 자랑하며 선전하던 중국이었는데, 이 일로 인해 심각한 경제적 손실을 입고 있습니다. 아마 이 일을 계기로 하나님께서 중국정부의 교만함에 흠집을 냄으로써 그들로 하여금 겸손케 하는 방법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래서 중국 정부가 앞으로는 모든 사실을 왜곡됨 없이 신속함과 정확성으로 국민들에게 알리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또한 이 사스문제로 인해 중국 국민의 위생관념에 많은 변화가 생기고 있습니다. 이것은 아주 가까운 우리 주위에서 피부로 절실히 느끼고 있는 부분입니다. 길거리, 큰 백화점, 심지어는 병원에서조차 위생이 얼마나 소홀히 되어지고 있는지는 이미 잘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준비하기 위해 많은 부분에서 개선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은데 이번 일을 계기로 중국 사람들이 위생에 얼마나 신경을 쓰는지 놀랄 정도입니다. 집과 거리를 소독하는 일이 일상화되었고, 사람마다 외출하고 돌아오면 꼭 손을 씻는 버릇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바깥에서 주로 음식을 사먹던 이들이 이제는 집에서 해 먹거나, 안전하다고 판단이 되는 곳에서만 음식을 사먹는 등 공중위생 관념이 몰라보게 달라졌습니다.
그리고 사스에 대한 공포와 불안으로 바깥출입을 꺼려 상점과 백화점에 손님이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술집, 인터넷방 등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은 아예 문을 닫았습니다. 그렇다 보니 집에서 가족과 함께 지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아파트 공터에서는 부모와 아이들이 함께 노는 모습을 전보다 훨씬 자주 보게 됩니다. 바깥에 나가지를 못하게 되면서 집이나 혹은 실내에서 간단하게 운동할 수 있는 운동기기가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는 뉴스도 듣습니다. 더군다나 중국의 5월 초에 있는 노동절은 전국적으로 1주일가량 쉬는데 사스로 인해 아예 휴가가 취소되어 정상 수업과 근무가 이루어졌습니다. 이것 또한 중국 경제에 엄청난 타격의 한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중국정부는 국민들의 노동절 휴가를 통해 소비를 촉진시켜 중국 전체 경제를 활성화하는 목적으로 이 긴 휴가를 실시했기 때문입니다.
이 사스로 인해 우리 사역자들에게 미치는 영향도 큽니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그동안 함께 교제해 오던 형제들과 지금 현재 지속적인 교제를 할 수 없다는 문제입니다. 학교가 봉쇄되어 그들이 출입을 할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주변 사람들의 눈길이 예전과는 다르게 서로를 의심의 눈과 불신의 모습으로 보고 예민해져 있는 것도 그 중의 이유입니다. 이 사스문제는 시간이 흐르면 분명 해결될 것으로 믿지만, 설사 사스가 진정국면에 처하고 해결된다 하더라도 그 영향력은 굉장히 오래 갈 것이 분명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지속적으로 형제들을 도와 갈 것인가 하는 문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입니다. 함께 사역하는 동역자들과 기도하며 우리에게 가장 적합한 방법을 주시도록 구하고 있습니다. 현재 대학생 기숙사에 살지 않고 바깥에 살고 있는 지체들과는 힘들지만 가능한 한 계속적인 모임을 갖고, 학교 안에 있어 바깥출입이 자유롭지 못하는 지체들에게는 전화로 연락을 하면서 상황들을 묻고, 하나님과의 교제를 잘 할 수 있도록 격려하고 있습니다. 특히, 우리와 교제하고 있는 대학생들은 대부분 휴대폰을 가지고 있어서 저희가 그들에게 자주 문자로 안부를 묻고, 위로하며 상황들을 체크하고 있습니다. 때로는 교문에서 만날 것을 약속하고 그들에게 필요한 책이나, 간단한 음식이나 과일을 준비해서 위로차 방문하기도 하였습니다. 통제가 엄격해 물건을 전해 주는 것조차 수위로부터 거절당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모두에게 안전한 방법으로 전해 줄 수 있도록 해 주셨습니다. 저희 부부는 학교가 출입을 봉쇄하기 하루 전에 현지인 자매 한 명과 같이 살게 있는데, 자매와 같이 이 상황을 두고 기도하면서 자신의 나라를 위해, 형제자매를 위해 중보하도록 권면하고 또한 그로 하여금 형제자매들을 방문하면서 위로하도록 격려하고 있는데 본인도 이 일을 아주 감사하면서 하고 있습니다. 교문을 사이에 두고 나누는 짧은 교제속에서 우리는 많은 위로와 그들 가운데 함께 하시는 하나님의 역사를 듣고 감격합니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그리 믿은 지 오래 되는 지체들이 아니라 길게는 1년이 못되고 짧게는 이제 겨우 2-3달이 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각자가 가지고 있는 믿음의 분량대로 하나님을 경험하고 믿음을 고백합니다. 상황은 전보다 더 힘들지만 그들은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하나님을 찾고, 불안해하거나 두려워하는 친구들을 말씀으로 위로하면서 서로 돕고 있었습니다. 이제는 자유롭게 예배를 드리거나 함께 교제할 수 없게 되자 그리스도인의 교제가 얼마나 중요하고 귀한 것인가를 더 절실히 느끼고 있다고 합니다. 기억나는 것은 저희가 이 사스로 인해 마지막 예배를 드리게 되었을 때 학교 안에 있는 한 자매가 그 예배에 참석했습니다. 모두들 그 자매를 보고 어찌된 일인가 놀랐는데, 이유는 이미 학교가 그 때 벌써 봉쇄에 들어가서 학생들의 출입을 철저히 통제하면서 일단 밖으로 나간 학생에 대해서는 절대 학교 안에 들어오지 못한다는 엄포를 놓은 상태였기 때문입니다. 그 자매는 예배에 참석하고 싶어서 교문 앞에서 30분가량을 수위의 동태를 살피다가 보초가 좀 느슨해지자 부리나케 수위 몰래 빠져나오게 된 것입니다. 자매의 얘기를 듣고 우리는 걱정이 되어 어떡하나 하고 있는데 본인은 오히려 더 태연하게 함께 예배를 드리고 함께 식사를 하고 그리고 돌아갔습니다.
그리고 다행히 아무 일도 없어서 자매는 지금도 학교 안에서 잘 지내고 있습니다. 학교 안에 있는 학생들은 지금 몇 권되지 않는 책을 돌려가면서 읽으며 부족한 교제를 메우는 한 방법으로 삼고 있는데 여느 때와 다른 마음으로 한권 한권의 신앙서적을 읽으며 은혜를 받고 있는 모습도 봅니다. 마치, 예전 사회주의혁명이 일어나서 모든 외국 사역자들이 철수하고 오직 현지 중국인 그리스도인들만 남았을 때, 과연 중국 땅에 있는 그리스도인들이 잘 견뎌 낼 수 있을까 하는 염려를 했지만, 개혁개방이 되어 문을 열어 보았을 때 이전보다도 훨씬 더 많이, 그리고 훨씬 더 성숙해져 있는 그리스도인을 발견한 것처럼 지금이 마치 그때와 비슷하다고 생각이 됩니다. 이런 일들이 생기고 보니 더욱 그들을 위한 신앙책자가 부족한 것이 마음에 많이 걸립니다. 교제하는 사람들 중에는 신앙이 어린 이들이 많아 아직까지 그들 스스로 말씀을 묵상하면서 은혜를 온전히 누리기에는 부족해서 신앙서적이 이런 상황에서 보조적인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하며 서로 돌려가며 읽고 있는 형편입니다.
사스가 몇 달째 중국대륙을 휩쓸고 있고, 우리가 있는 이곳에 긴장이 감돌기 시작한 지는 이제 한달이 다 되어 갑니다. 그리고 5월 중순인 지금 현재, 중국 사스사망자수는 누계 230 명이라고 합니다. 이 수치는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것입니다. 아직은 하나님의 뜻이 무엇인지 확실히 알 수는 없으나, 이러한 상황 속에서 우리에게 더욱 필요한 것은 아버지께 대한 믿음인 것 같습니다.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시는 하나님임을 확신하며, 이 문제를 그분의 선하신 방법으로 해결해 주시기를 기도할 뿐입니다. 무엇보다 지금이 더 많은 사람들이 하나님 앞에 돌아오는 기회가 되길 기도합니다. 철저하게 인간의 약함과 한계를 깨닫고 의뢰할 이는 절대자 되시는 하나님 한 분밖에 없음을 겸손하게 인정하고 그 분의 도우심과 보호하심을 바라는 것이 가장 안전한 길임을 알게 되길 기도합니다. 그리고 이 기회를 통해 이 땅의 그리스도인들이 나라와 민족의 죄를 두고 회개하며, 하나님 앞에 중보자로 철저히 나아갈 수 있는 겸비하는 시간들이 되길 기도합니다. 또한 지금 중국 각 지역에서 사역하고 계시는 많은 선교사님과 가족들을 주님께서 보호해 주시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하나님, 저희가 다시금 고백합니다. 하나님은 우리의 피난처시요 우리의 요새요 우리의 의뢰하는 하나님이십니다. 주님께서 저희를 새 사냥꾼의 올무와 극한 염병(SARS)에서 건시실 것을 믿습니다. 주님께서 저희를 그 깃으로 덮으시리니 우리가 그 날개 아래 피하여 쉼을 얻습니다, 주님의 진실은 우리에게 방패와 손 방패가 되므로, 밤에 놀램과 낮에 흐르는 살과 흑암 중에 행하는 염병과 백주에 황폐케하는 파멸을 두려워 아니합니다. 천인이 우리 곁에서, 만인이 우리 우편에서 엎드려지나 이 재앙이 우리 선교사와 우리형제 자매들에게 가까이 못함을 믿습니다. 진실로 화가 미치지 못하며 재앙이 우리들의 처소에 가까이 오지 못하리니 주님께서 우리를 위하여 그 사자들을 명하사 우리의 모든 길에 우리를 지키실 것을 믿습니다.(시91:2-7,10-11)
이바나바 / 중국 S시 선교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