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어문선교회의 훈련원에서 훈련을 마치고 후속프로그램으로 중국에서 언어연수와 단기 선교여행을 하게 되었다. 이번 겨울에 35일 동안 중국여행을 다니면서 나는 참 복 받은 자라는 생각을 했다. 중국으로 출발할 때는 날씨도 추웠고, 언어에도 자신이 없어서 중국에 가는 것 자체가 나에게 많은 부담이 되었다. 게다가 한 교회의 목사 사모로서, 한 남편의 아내로서, 고3 학생을 둥 엄마로서 오랜 시간 자리를 비워두는 것이 엄두가 나지 않아 많이 망설였다. 그러나 망설이는 나에게 남편은 중국에 다녀오도록 격려해 주었고, 내가 중국에 갔다 와야 할 이유들을 설명해 주었다. 남편의 적극적인 도움으로 결국 중국 여행길에 오르게 되었다.
역사의 인물 속에서 얻은 교훈
우리가 제일 먼저 도착한 곳은 시안(西安)이었다. 역사의 도시인 시안에 도착한 우리는 시내구경을 하면서 많은 역사유적지들을 돌아보았다. 현종 황제와 양귀비의 로맨스가 담겨 있는 화칭츠(華淸池)에 들려 양귀비가 목욕했다는 곳도 구경할 수 있었다. 그리고 최초로 중국을 통일한 중국 진시황제가 사람과 말의 크기 만한 병사들과 마병을 진흙으로 만들어 놓았다가, 그것을 자신의 무덤에 같이 순장하도록 했다는 병마용(兵馬俑) 갱(坑)도 가 보았다. 진시왕은 늙지도 않고 죽지도 않는다는 불로초를 찾아 자신이 영원히 살기를 원했지만 결국 찾지 못하자 병마용을 만들어 자신의 죽음을 준비했다고 한다.
병마용을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었을까를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다. 그러나 믿음의 사람도 아닌 진시왕이 자신의 죽음을 준비했다는 점에서는 본 받을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도 언제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니 온몸에 전율이 느껴지면서 히 9:27이 생각났다. 언젠가 우리도 죽어 주님 앞에서 심판을 받게 될 것이다. 예수님이 이 땅에 다시 오실 그 날을 기다리면서 준비하는 삶을 살아야겠다고 스스로 다짐해 보면서 그곳을 떠났다.
우리가 다음으로 간 곳은 닝샤회족(寧夏回族) 자치구의 수도인 인촨(銀川)이다. 그곳에 도착하여 한 대학에 머물면서 2주 동안 중국어 공부를 했다. 금방 그곳의 생활에 적응이 되었고, 출발할 때의 모든 부담도 다 사라져 버렸다. 중국 음식을 사먹을 때를 제외하고는 여기가 한국인지 중국인지 모를 정도로 편안하게 지냈다. 매일 같이 서로가 서로에게 기쁨조가 되어서 너무나도 즐겁게 생활을 했다. 날씨조차도 우리가 도착한 다음날부터 따뜻해져서 우리가 다른 곳으로 이동하면 그 동안 추웠던 그곳의 날씨가 다시 따뜻해져서 중국여행에 어려움이 없이 잘 할 수 있도록 도와 주웠다. 한국에서 믿음의 식구들이 우리를 위해 기도하고 있다는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인촨에서 생활하는 동안 잊을 수 없는 에피소드가 하나 있다. 한번은 한 자매와 같이 시장에 돼지고기를 사러 갔다. 정육점을 들어갔는데 갑자기 중국말로 돼지고기가 생각이 나지 않는 것이었다. 그러자 같이 간 자매가 순발력을 발휘해서 돼지 코 모양을 하고서 “꿀꿀” 하는 것이었다. 나는 그 모습이 너무 우스워서 길바닥에 주저앉아 배꼽을 쥐고 웃었다. 이 사건은 다른 학우들에게도 전해져 중국에서 지내는 동안 내내 우리를 즐겁게 해주었다.
언어연수가 끝나고 우리는 여러 곳으로 여행을 했다. 그러나 여기에서는 우리가 간 곳을 모두 말하지는 않겠다. 내게 가장 인상이 깊었던 곳은 베이징(北京) 이다. 베이징은 중국의 수도이기 때문에 볼 것이 참으로 많았다. 자금성, 천안문, 만리장성, 명13릉, 천단공원, 원명원, 이화원 등등. 모두 중국을 알고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명소들로 정말 즐거운 여행이었다.
세계 공통언어 – 바디 랭귀지
특별히 잊을 수 없는 것은 베이징에서 내가 생일을 맞게 된 일이다. 설날 아침이 바로 내생일 이었다. 나는 내 인생에서 가장 의미가 있는 생일 상을 베이징에서 받았다. 중국에서는 설 명절을 크게 보내기 때문에 설 전주부터 폭죽을 터트리기 시작하여(전쟁이 일어난 줄 알 정도로 엄청난 폭죽), 설 전날에는 더 많은 폭죽을 터트렸다. 폭죽을 터트리자 하늘에서는 수많은 불꽃들이 쏟아져 내렸고, 거리마다 장식되어 있는 작은 등들은 성탄절 때처럼 네온 불빛을 아름답게 수를 놓았다. 설날 베이징 시내는 온통 축제의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이런 축제일에 내가 생일을 맞은 것이다. 설날을 맞이해서 터트리는 폭죽을 나는 내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터트리는 것이라고 생각 했고, 모두들 진심으로 내 생일을 축하해 주었다. 중국에서 미역국도 먹었고, 아이들에게 세배도 받았다. 정말 내 평생 잊을 수 없는 날이 될 것이다.
중국인들이 사는 곳을 돌아다니다 보니 집집마다 대 문에 복을 받기 위해 “복” (福)자를 거꾸로 붙여 놓았고, 문 좌우에는 빨간 바탕에 금색글씨로 복에 관한 내용이 적힌 종이들이 붙어 놓은 것을 볼 수 있었다. 마치 구약의 유월절 문설주에 어린양의 피를 발라놓은 모습과 같았다고나 할까. 나는 이런 중국인들의 풍습을 보면서 중국에 집집마다 유월절의 사건이 실제로 임해서 참된 복의 근원이 되시는 분으로부터 영생을 얻는 복이 임하길 간절히 기도했다.
이번에 중국의 여러 도시를 여행을 하면서 우리는 주로 기차를 타고 이동하였다. 우리가 기차를 탄 시간은 합해보면 총 60여 시간이나 된다. 내 평생에 걸쳐 타야 할 기차를 이번에 다 탄 것 같다. 말로만 듣던 중국땅이 정말로 넓고도 넓다는 것을 다시 한번 실감할 수 있었다. 긴 시간 동안 기차를 타야 하기 때문에 기차여행이 무척 지루할 줄 알았는데 나름대로 즐거웠다. 기차 안에서 중국인들을 사귀면서 중국어도 배울 수 있었다. 잘 하지 못하는 중국어를 사용해 의사소통을 하고, 어떤 것은 만국 공통어인 손짓 발짓으로 의사를 표현했다. 비록 서툴지만 중국어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너무나 신기했다.
중국여행에서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는 것은 한번도 만나 본 적도 없고,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한국분들이 자신의 집에서 기거할 수 있도록 주선해 주었다는 점이다. 게다가 우리에게 김치와 한국음식을 대접까지 해주었다. 정말 우리가 그리스도 안에서 한 지체임을 실감할 수 있었다. 마 3:35 말씀처럼 혈연관계에서도 받지 못했던 대접을 받으면서 우리가 이렇게 되돌고 하나로 묶어주신 주님께 감사 드렸다.
중국에 사는 크리스천들은 작은 소리로 찬양을 하고, 눈을 뜨고 기도를 하며, 때론 목숨을 걸고 예배를 드렸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이 드리는 예배는 더 간절함이 배어 있었다. 그렇게 예배를 드려야 하는 중국 상황이 정말 안타까웠다. 그 땅에도 그리스도의 계절이 찾아와서 자유롭게 예배드릴 수 있는 날이 속히 오길 기도했다. 그리고 자유롭게 예배드릴 수 있는 날이 속히 오길 기도했다. 그리고 자유롭게 예배드릴 수 있는 환경에 살면서도 마음껏 하나님께 경배와 찬양을 드리지 못하고, 말씀공부, 기도, 전도에 열심을 내지 못했던 내가 한없이 부끄럽게 느껴졌다. 이제 한국에 돌아가서 그 동안 배운 중국어를 사용하여 방한 중국인들에게 열심히 전도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사역을 예비해 주신 하나님
현재 한국에는 약 10만 명이 넘는 중국인들이 들어와 있다. 대부분 불법으로 있는 사람들이지만 이들은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보내주신 마게도니아 사람들이다. 우리가 중국으로 가지 않아도 한국에서 이들을 대상으로 하여 중국 선교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영혼이 천하보다 귀하다고 했는데, 한국에 와 있는 중국인 한 사람 한 사람의 영혼이 얼마나 소중한가. 하나님께서는 그들의 영혼을 구원하시기 위해 그들에게 그리스도의 복음을, 생명줄을 던져줄 사람을 지금도 찾고 계신다. 우리는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는 사람들이 곳곳에서 많이 일어나도록 기도해야 한다. 중국에서 나는 한국에 돌아가면 방한 중국인 사역을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35일간의 중국여행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보니 하나님께서 이미 방한 중국인을 위해 사역할 수 있는 길을 예비해 놓고 계셨다. 예배 장소와 모든 필요한 것들을 세밀하게 준비해 주신 것이다. 도저히 사람의 힘으로는 만들어 내지 못하는 작품을 하나님께서 만들어 놓으신 것이다. 어찌 놀라지 않을 수 있겠는가. 나는 역대상 29:11~13 다윗의 찬양으로 하나님께 영광을 돌렸다.
“여호와여 광대하심과 권능과 영광과 이김과 위엄이 다 주께 속하였사오니 천지에 있는 것이 다 주의 것이로소이다. 여호와의 주권도 주께 속하였사오니 주는 높으사 만유의 머리심이니이다. 부와 귀가 주께로 말미암고 또 주는 만유의 주재가 되사 손에 권세와 능력이 있사오니 모든 자를 크게 하심과 강하게 하심이 주의 손에 있나이다. 우리 하나님이여 이제 우리가 주께 감사하오며 주의 영화로운 이름을 찬양하나이다.” (역대상 29:11~13)
사실 나는 1999년부터 한국에 들어와 있는 중국인들에게 복음을 전할 비전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그 동안 준비도 되어 있지 않았고, 그 길이 열리지 않았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 중국어문선교회에서 훈련 받을 수 있도록 길을 열어 주셨다. 내가 준비가 되어지자 하나님께서는 사역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셨다. 그리고 그 사역에 필요한 것들을 하나하나 준비시켜 주셨다. “여호와이레” 이신 하나님을 찬양하지 않을 수 없다. 나는 다만 하나님의 종으로서 하나님께 잘 쓰임 받기를 원한다. 열방을 하나님께 드리는 사역에 나를 사용해 주시기를 나는 간절히 기도한다.
“내게 구하라 내가 열방을 유업으로 주리니 네 소유가 땅 끝까지 이르리로다.” (시편 2:9)
박에스더 | 중국선교훈련원 21기 훈련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