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대(元代)의 기독교 야리가온과 천주교는 원 나라의 보호와 지지 아래 신속한 발전을 했었지만, 원의 멸망과 함께 그 자취를 감추어 중국에서 두 번째 기독교의 전래는 당나라때 경교(景敎)처럼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그 후 200여 년이 지난 명나라 말에 천주교가 다시 중국의 굳게 닫힌 문을 두드리며, 중국에서의 세 번째 복음의 문을 열기 시작하였다. 이번 호에는 명말 천주교의 전래 과정과 그들의 전도성과에 대해서 설명하고자 한다.

배경

지리상의 대발견 
문예부흥과 천문과학의 발전은 유럽인들에게 새로운 세계관을 열어서, 15세기 말 유럽인들은 적극 해외로 진출하여 새로운 항로를 발견하기 시작하였다. 1487년 디아스는 희망봉을 돌아 인도에 도착하였고, 1492년 콜롬비아는 신대륙을 발견하였으며, 1522년 마젤란은 3년의 분투 끝에 세계일주에 성공하는 쾌거를 이루었다. 이러한 기회를 이용하여 상인들은 해외식민지와 시장 개척에 주력하였고, 로마 천주교 또한 해외선교의 도전을 받게 되었다.

종교개혁 
1516년 마틴 루터는 로마 천주교의 속죄권 판매의 부당성을 외치며 종교개혁을 주장하여 교회는 다시 천주교와 기독교로 분리되었다. 독실한 천주교 신자인 로욜라는 실추한 천주교의 세력을 회복하기 위하여, 1534년 예수회(Jesuit)를 조직하고 새로이 발견된 항로를 통해 해외선교를 적극 추진하였다. 예수회는 군대와 같이 엄밀한 조직과 절대적인 복종을 요구하고, 수도원 생활보다는 사회 각계각층으로 침투하여 복음을 전하도록 장려하였다.

명나라의 대외정책 
예수회 신부들이 중국선교의 사명감에 불탄 마음으로 중국에 왔지만, 당시 명나라는 이들을 맞이할 아무런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을 뿐 아니라, 해적과 왜구의 창궐로 인하여 해상을 봉쇄하고 외국인들의 출입을 강력히 통제하고 있다.

마카오 시대(1552~1581)  : 명말 중국선교의 비전을 갖고 처으을 동방으로 진출한 선교사는 사비에르(沙勿略, Xavier ~1552)였다. 그는 로욜라와 같이 예수회를 설립하고 적극 해외 선교를 추진한 독실한 천주교 신부였다. 사비에르는 인도의 고아를 통해 싱가폴에 도착하여, 이곳에서 일본인을 만나 먼저 일본에 가서 선교하던 중에 일본문화가 중국에서 전래한 것을 발견하였다. 그는 동방을 기독교화 하기 위해서는 먼저 중국을 선교해야 한다고 생각하여, 일본을 떠나 중국 근해인 상천도(上川島)에 와서 중국선교를 시도하였다. 그는 갖은 방법을 동원하여 중국에 들어가려고 했지만, 명나라의 쇄국 정책으로 끝내 중국에 들어가지 못하고, 1552년 상천도에서 그의 생애를 마쳐야 했다.

비록 사비에르는 그의 꿈을 이루지 못하고 상천도에 서거하였지만, 그의 죽음으로 많은 선교사들이 감동하여 중국선교에 참여하였다. 이 당시에 포르투갈은 명나라를 도와 왜구와 해적들을 소탕하는 데 많은 공을 세워, 명은 포르투갈 상인들에게 특별히 마카오에 거주하도록 배려하였다. 그 결과 마카오는 포르투갈 상인들의 중국 무역 중심지가 되어 근대의 동서교류에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천주교 선교사들은 마카오를 중국선교의 전초기지로 삼아 교회를 세우고, 중국선교에 관심있는 선교사들과 교인들이 모여들어 교회는 날로 부흥하였다. 1565년에는 신도 수가 5천 명 이상이 되었다. 로마 교황도 마카오 교회의 발전을 중시하여 1668년 카네이로(卡內羅,Carneiro)를 중국 교회 제 1대 주교로 임명하였다. 1573년 바리그나니(範禮安,Valignani)는 원동 시찰원의 신분으로 40명의 선교사를 인솔하여 마카오에 도착하였다. 

사비에르 이후에 수많은 선교사들이 마카오에 도착하여 여러 방법을 동원하여 선교의 기회를 노렸지만, 명나라는 조금도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오히려 외국인 출입을 강력히 금지하였다. 많은 선교사들은 불법으로 중국에 들어가다가 붙잡혀 감옥에 갇히기도 하고, 해적들을 만나 재산은 물론 생명까지 잃었다. 이렇게 되자 일부 사람들은 교황을 통하여 외교적인 방법으로 중국의 문을 열자고 제의하였다. 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무력을 통하여 중국의 문을 열자고 건의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건의는 다행히 교황에 의해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이것을 통해 당시 중국선교의 어려움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겠다. 시찰원 바리그나니는 아래와 같이 탄식하면서, 이 당시의 상황을 묘사하였다. 

"반석아! 반석아! 언제나 열리겠는가?" 

다행힏 바리그나니는 예리한 관찰력을 갖고 중국선교 현황을 분석하면서, 선교를 위해서는 선교사들이 먼저 중국어를 배워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는 인도 주교에게 중국어 배우기를 원하는 인재들을 선발하여 보내줄 것을 부탁하였다. 1578년 인도 주교는 루기에리(羅明堅, Michele Ruggieri), 파시오(巴範濟, Pasio)를 파견하였다. 그들은 마카오에서 중국어를 열심히 습득하고, 1582년 루기에리와 파시오는 상인들이 무역하는 기회를 이용하여 지방관리에게 장기 거주권을 요청하였다. 그 지방관리는 그들의 유창한 중국어에 감탄하여, 통역관 숙소에 거주하도록 허락하고, 광동(廣東) 총독에게 이러한 사실을 보고하였다. 총독은 기꺼이 이들을 만나 그들의 요구대로 불교 사찰에 장기 거주하도록 허락하였다. 일년 후 총독이 바뀌면서 그들은 다시 마카오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잠시 후 루기에리는 새로운 총독의 허락을 받아 마테오 리치(利瑪竇, Matto Ricci)와 함께 조경(肇慶)에 정착하게 되었다. 사비에르 이후 30년 동안 수많은 선교사들이 중국 선교의 문을 두드렸지만 끝내 성공하지 못하다가, 바리그나니의 현명한 언어 정책과 루기에리와 마테오 리치 등의 노력으로 마침내 굳게 닫혔던 중국선교의 문은 서서히 열리기 시작하였다.

개척시기(1583~1600)

마테오 리치의 헌신 
명말 천주교를 전하는 데 가장 큰 공을 세운 사람은 바로 마테오 리치였다. 그는 이태리 사람으로 호를 서태(西泰)라 하였다. 그의 부친은 고위관직을 역임한 관리였다. 그는 아들이 공무원이 되기를 원했기 때문에 일찍이 리치를 로마에 보내어 법률 공부를 시켰다. 그러나 리치는 19세가 되었을 때 특별한 감동을 받고 성직자가 되어 해외선교에 헌신하기로 결심하고 예수회에 가입하였다. 그의 부친은 이 소식을 듣고 강력히 반대하여 여러 차례 로마에 가서 리치를 데러오려 했지만, 매번 출발할 때마다 큰 병이 발생하여 출발하지 못하자 하나님의 뜻으로 알고 마지못해 이를 허락하였다고 한다. 리치는 성안덕 수도원에서 신학을 공부한 후 인도 선교를 결심하고, 1577년 인도에 도착하였다. 1580년 리치는 신부로 임명되고, 그 이듬해 바리그나니의 요청으로 마카오에 도착하였다. 1583년 루기에리와 함께 리치는 조경에 도착하여, 조경의 한 변두리에 토지를 분양받아 주택을 건축하기 시작하였다. 루기에리는 건축비용을 모금하기 위하여 마카오에 돌아왔고, 리치는 계속 이곳에 체류하면서 3층 서양식 주택을 완성하고 그곳에 장기 거주하게 되었다.

마테오 리치의 선교정책 
1) 중국어 학습: 마테오 리치는 마카오에 도착하여 바리그나니의 지도를 받아 중국어를 열심히 공부하기 시작했다. 라틴어만을 중시하던 당시 천주교 선교사들에게는 획기적인 변화가 아닐 수 없었다. 

2) 신기한 예물: 루기에리와 리치는 중국의 관원들을 만날 때 지구의, 해시계, 자명종 등 반드시 서양의 신기한 예물들을 증정하였다. 중국 관원들은 이러한 예물들을 매우 신기하게 여겼고 매우 좋아하였다. 그래서 이러한 예물들은 종종 좋은 효과를 보기도 하였다. 

3) 예절바른 생활: 루기에리와 리치가 조경에 와서 총독을 만날 때는 반드시 중국식 예의를 갖추었고 일상생활에서도 중국인들처럼 생활하려고 노력하였다. 그 결과 중국인들과 쉽게 교제 할 수 있었고 또 그들의 호의를 얻을 수 있었다. 

4) 풍부한 학문: 예수회는 각계 각층에게 복음을 전하기 위하여 신학 외에도 많은 서양과학 지식을 선교사들에게 교육시켰다. 리치도 천문학, 수학, 지질학 등 광범한 학문들을 연마하였다. 중국어 뿐 아니라 중국의 고전 학문에도 매우 심취하여 사서오경(四書五經)을 늘 통독하였다고 한다. 리치의 박식한 학문은 당시 중국 학자들에게 큰 호기심을 일으켰고, 그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데 매우 중요한 교략 역할을 하였다. 

5) 고상한 인격: 리치의 고상한 인격 수양도 그가 명말 중국선교의 개척자가 되는데 역시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전하는 바에 의하면 어느 날 도둑이 리치의 처소에 들어와 나무를 훔치려다 리치의 하인한테 붙잡혔는데, 리치는 그를 처벌하지 않고 오히려 나무 한 짐을 손수 도둑의 집까지 갖다 주었다고 한다. 

6) 정확한 선교정책: 리치는 중국의 정치 구조가 중앙집권적 전제정치이며 또 지식인들이 사회 주도권을 장악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여, 처음부터 중앙지향적이고 지식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상류층 선교 목표를 설정하고 이루기 위해 노력하였다. 리치의 선교 노선을 살펴보면 그의 중앙지향적인 경향을 더욱 명확히 알 수 있다. 

조경(肇慶,1583)→소주(韶州,1589)→남창(南昌,1595)→남경(南京,1599)→북경(北京,1600)→소천(昭天,1610)

마테오 리치의 개척 과정 
1) 교회당 건립: 조경 지부(知府)는 외국 선교사들이 중국의 예의는 물로 중국어를 능통하게 구사하는 것에 크게 감동하여 조경의 한 변두리 지역에 조그만 땅을 하사하였다. 루기에리와 리치는 이곳에 서양식 3층 주택을 건립하고 2층에 교회당을 세웠다. 이는 명말 중국에 세워진 최초의 교회당이 되었고, 리치가 계속 중국에 거주할 수 있는 중요한 거점이 되었다. 

2) 선교 정책의 수정: 리치는 조경에 정착하면서 모든 의식주를 중국인들처럼 하려고 노력하였다. 그는 중국 사회에서 불교승들의 지위가 가장 높은 줄 알고, 처음부터 승려들의 복장을 즐겨 입고 불교 이름을 사용하였다. 후에 유교 학자인 구태소(舊太素)를 만나 그의 권유로 유교식 복장과 이름으로 바꿨다고 한다. 

3) 중앙을 향한 출발: 1589년 신임총독 류절제(劉節齊)는 리치의 서양식 주택이 탐나서 그 건물을 강점하고 소주의 절을 하사하였다. 리치는 이곳에 중국식 교회당을 짓고 중앙을 향해 한 걸음 더 나아가게 되었다. 

4) 북경에 정착: 리치는 남창과 남경을 거쳐 1600년 드디어 북경에 도착하였다. 명황제 신종(神宗)을 알현할 때 그는 전과 같이 자명종, 유화, 성마리아 상, 구세주 상, 거울 등을 예물로 증정하였다. 신종은 이들을 매우 좋아하여 리치를 북경에 머물도록 하였고 월급까지 주었다.북경에 정착하여 복음을 전할 수 있게 되어 리치의 오랜 숙원이 이루어지게 되었다.

천주교의 발전

신도의 증가 
리치와 그의 동료 판토자(龐迪我, Didace de Pantoja)가 북경에 정착하여 전도하면서, 천주교를 날로 부흥하기 시작하였다. 리치가 중국에 도착해서 사역을 마칠 때까지 신도수넌 2,500명 이상으로 증가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