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전세계적으로 지도력이 문제가 되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볼 때 각계 각층의 지도자들이 지도력 행사의 실패 때문에 야기된 온갖 시련과 좌절에 직면하고 있다. 돈과 권력남용, 도덕적, 윤리적 부패 등으로 세계의 지도자들이 위기에 처해 있다.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세계 각국은 참된 지도자와 참된 지도력을 갈구하고 있다. 이런 시점에서 그리스도인들은 교회 울타리를 넘어서 일반 사회에서도 통할 수 있는 지도력의 전번(典範)을 성경에서 찾아볼 필요가 있다. 성경이 말하는 보편적인 지도력은 어떤 것일까? 요즈음 생각있는 그리스도인들의 가장 심각한 화두(話頭)는 “어떻게 하면 성경적인 지도자 혹은 지도력을 발굴하고 배출할 수 있을까?” 이다. 중국과 중국 교회의 장래도 지도력의 질에 크게 좌우될 것은 명약관화다.

지도자란 누구인가? - 지도자와 지배자의 차이 
지도자란 일정량의 제한된 권한과 권위를 위임받아 다른 사람들을 다스리고 지도하는 사람이다. 지도자는 자신의 지도력으로 다른 사람들의 삶의 질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지도자는 자신의 권한가 권위(력)의 한계 안에서 자신의 지도력을 발휘하여 조직 혹은 공동체가 합의한 목표를 성취시키는 촉매자 역할을 감당한다. 모든 지도자들은 제한된 권위와 권력을 위임받았기 때문에, 자신들에게 일정량의 권위와 권한을 부여한 조직 혹은 공동체 구성원들의 평가와 감시에 늘 노출되어 있다. 지도자가 얼마나 효과적이고 타당한 지도력을 발휘하였는가 하는 문제는 그 지도자에게 권한과 권위를 위임한 조직 혹은 공동체가 우선적으로 검증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검증 장치가 마련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단위의 지도자들은 자신들에게 위임된 권력과 권한을 초월하여 과잉 지도력을 발휘하려는 유혹에 시달린다. 과잉 지도력은 대부분 지도자 자신의 관심과 이익을 자신의 기득권을 이용하여 관철시키거나 추구하려는 과정에서 생성되는 반(反)공동체적인 현상이다. 자신이 위임받은 권한과 권위 경계 너머까지 지도력을 발휘하려는 지도자는 지도자의 범주를 이탈하여 소위 지배자가 되려는 사람들이다. 지배자는 지도자가 부패하고 타락한 경우 출현하는 권력강제자(power enforcer)이며 권력남용자(power abuser)이다. 

이런 잠재적인 위험성을 예리하게 직시하고 지도력을 가장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물론 상대적으로 볼때- 평가하고 검증하는 조직이 기업조직이다. 기업조직은 투명한 시장 공간에서 경쟁력을 갖춘 지도력을 확보하지 못하면 존립 자체의 위협에 시달리는 기관이기 때문에, 지도력의 질과 방향에 대한 가장 냉정하고 투명한 검증 장치를 작동시키고 있다. 

반면에, 교회조직은 지도력의 순기능 혹은 역기능 여부를 판별하고 검증할 만한 내적인 장치를 거의 가동시키지 못한다. 성서의 오랜 전통에서 보면, 하나님의 권한과 권위를 위임받은 지도자들(왕, 방백, 제사장, 선지자)은 하나님의 상시적(常時的)인 감시와 감찰 앞에 벌거벗은 존재처럼 노출되어 있었다. 전제 왕권을 휘두르던 왕들도 하나님의 어전회의에서 파견된 하나님 나라의 전권대사인 예언자들의 탄핵과 비판 앞에 전율하지 않으면 안 되었던 것이다(왕상 22장; 암 7:10-17장). 우리는 여기서 어떤 수준의 권위와 권한을 부여받은 지도자라 할지라도 모든 지도자는 하나님의 상시적인 감시와 감찰에 노출되어 있음을 다시금 확인한다.

지도자는 과연 하늘이 내는 것일까? 
동양적 운명주의 때문에 서구 사회에 비하여 동양 사회는 지도자기 되기 위해 치르는 대가와 훈련이 얼마나 지대한가에 대한 관심이 적은 편이다. 서구 사회는 적어도 13세기부터(영국의 마그나카르타 발표) 시민사회의 지도자들이 갖춰야 할 높은 품격과 자질을 공개적으로 검증하였다. 민주주의적 절차와 공정한 경쟁에 의한 정치권력을 획득하고, 그리고 선거를 통하여 심판받는 민주적 경영이 대외적으로는 국가(문명)적 경쟁력으로 드러났다. 

19세기 서세동점(西勢東漸)의 시기에 동양의 여러 국가들이 서양에 의해 눌리고 침탈당한 것은 지도력의 질에 의한 것이라고 단언할 수 있다. 특히 중국과 한국은 쇄국정책을 고수하다가 전향적인 자기갱신의 기회를 상실한 나머지, 외부 세력에 의해 강제로 개혁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청나라 및 조선 말기 두 나라 지도층들은 경륜 높은 지도력을 행사하지 못하였다. 지도자란 ‘하늘이 낸다’는 식의 막연한 운명주의적 세계관이 그들의 의식을 지배하였기 때문일 것이다. 새로운 세기를 향도(嚮導)할 지도자적인 인물들이 ‘하늘로부터’ 떨어지길 바라는 마음이 지도자적인 인물들을 미리 발굴하고 길러낼 수 있다는 생각을 가로막았을 수도 있다. 

깊은 경륜과 세계적인 안목을 갖춘 지도자는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지는 방식으로 출현할 수 없다. 이제 우리는 한 시대의 중심 과제를 능숙하게 다루고, 한 시대를 앞서가는 영적 경륜을 구비한 지도자들을 주문 생산해 내야 하는 시대에 도달했다. 경륜과 실력, 그리스도적인 품성을 구비한 지도자는 공장제 대량생산으로 생산되지 않고, 가내 수공업적인 생산 양식으로 양성된다. 지도자 배출은 가내수공업적인 수작업이며 시간이 걸리는 공정이다. 하나님 자신도 이상적인 지도자의 출현을 미리 예고하며 장구한 역사를 통해 준비해 오셨다.

성서적인 지도력의 전범(典範)으로서의 메시아적 지도력 
구약과 신약에서 일관되어 흐르는 이상적인 지도력은 메시아(messiah)적인 지도력이다. 이런 메시아적 지도력을 완벽하게 구현한 분이 그리스도(christ)인 예수다. 신약성경의 사도들과 그리스도인들은 나사렛 예수를 ‘메시아’ 혹은 ‘그리스도’라고 고백하였다. 메시아는 ‘기름부음을 받은 자’를 의미한다. 

신약의 사도들은 자신을 하나님 아버지 앞에 철저하게 복종시킨 그 나사렛 예수가 구약시대 그토록 오랫동안 예언하고 고대해 오던 메시아임을 고백하기에 이르렀다. 예수님은 이상 왕(메시아)의 관점에서 인간 왕들(지도자)의 통치행위를 예리하게 분석한다. 그는 인간 지도자들에게 위임된 지도력이 필연적으로 지배력(권력남용과 권력강제)으로 변질되고 있는 현실을 예리하게 직시한다. 당시의 세계는 로마제국이 가이사의 권력(공포, 권력, 폭압), 강제와 권력남용 아래 신음하고 있었다. 좀더 국지적으로 보자면, 팔레스타인 헤롯 가문과 로마 총독 빌라도의 권력강제와 권력남용에 시달리고 있었다. 예수님은 전세계적으로 모든 단위의 인간 왕(지도자)들이 하나님이 맡겨주신 권한사용의 한계를 넘어 권력남용과 강제적인 사용에 경도되었음을 간파한다. 심지어 열 두 제자들도 이런 권력남용과 권력강제로 특징지어지는 ‘지도자’가 되려는 야심을 공공연히 표출하는 것처럼 보인다. 

예루살렘에 올라가시는 스승 예수님이 당하실 고난을 도외시한 채, 영광 중에 인자의 나라(메시아의 나라)가 임하면 왕이신 예수님의 옆자리, 즉 큰 자리에 앉으려고 각축하는 제자들을 불러 놓고(마 19:28) 예수님은 영원히 잊혀지지 않을 섬기는 지도력의 본질을 가르치신다. 예수의 제자 중 야고보와 요한이 곧 하나님 나라가 영광과 권능 중에 임할 때, 즉 예수가 왕으로 등극할 때 자신들을 왕 좌우편에 앉혀달라고 청탁하자 나머지 열 제자들은 격분한다. 이내 제자공동체는 “누가 크나?”, “누가 왕이신 예수 가장 가까운 자리에 앉을 것인가?” 하는 문제로 논쟁을 벌인다. 이 다툼의 상황 속으로 예수님이 끼어드신다. 그 때 예수님께서 하신 말씀은 예수 자신의 지도력, 즉 섬기는 지도력의 본질을 보여준다.

예수께서 불러다가 이르시되 이방인의 소위 집권자들이 저희를 임의로 주관하고 그 대인들이 저희에게 권세를 부리는 줄을 너희가 알거니와, 너희 중에는 그렇지 아니하니 너희 중에 누구든지 크고자 하는 자는 너희를 섬기는 자가 되고, 너희 중에 누구든지 으뜸이 되고자 하는 자는 모든 사람의 종이 되어야 하리라. 인자의 온 것은 섬김을 받으려 함이 아니라 도리어 섬기려 하고 자기 목숨을 많은 사람의 대속물로 주려 함이니라(마 10:42-45)

여기서 가장 주목할 만한 표현은 예수님께서 당시의 로마제국과 헤롯 가문의 통치 본질을 권력강제적 통치와 권력남용이라고 정의하는 장면이다. ‘소위 이방인의 집권자들’은 아주 흥미로운 표현이다. 원전의 문장을 직역하면 ‘지배하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이다. 권력강제와 임의주관(권력남용)을 통하여 지배하는 사람들은 소위(순전히 외견상의) 집권자들일 뿐이다. 그들은 실제로 백성들의 마음을 얻지 못한다. 즉 다스리지 못한다. 그들은 강제로 지배하고 억압적으로 내려 누를 뿐이지, 마음의 승복이나 복종을 얻어내지 못한다. 그들은 민중수탈형 지도자(지배자)이며 자신의 출세와 권력을 이용하여 자신만의 부귀영화와 욕망을 추구하는 것을 우선시하는 사람들이다. 항상 신문의 머릿기사를 장식하는 사람들이다. 반면에 예수님은 자신이 대안적인 지도자라는 자의식을 공공연히 선언한다.

나는 선한 목자라 선한 목자는 양들을 위하여 목숨을 버리거니와, 삯군은 목자도 아니요, 양도 제 양이 아니라 이리가 오는 것을 보면 양을 버리고 달아나나니 이리가 양을 늑탈하고 또 헤치느니라 달아나는 것은 저가 삯군인 까닭에 양을 돌아보지 아니함이나, 나는 선한 목자라 내가 내 양을 알고 양도 나를 아는 것이, 아버지께서 나를 아시고 내가 아버지를 아는 것 같으니 나는 양을 위하여 목숨을 버리노라(요 10:11-15)

예수의 십자가상에서의 죽음은 그가 목자없는 양같은 무리들의 선한 목자가 되기를 자청하였기 때문이었다. “예수께서 나오사 큰 무리를 보시고 그 목자 없는 양 같음을 인하여 불쌍히 여기서 이에 여러 가지로 가르치시더라”(막 6:34). 예수님은 목자없는 양 같은 무리들에 대하여 애끓는 연민과 긍휼을 느꼈다. 법과 체제 바깥으로 밀려난 자, 그 당시 정치․종교 기존체제 안에서는 구원의 가능성을 발견하지 못한 채 방치된 대중들, 그들이 예수님께 흡인된 무리였다. 그들은 악하고 어그러진 지도력의 최대 피해자들이며 권력으로부터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무리’들이다. 그들은 스스로 자신의 권리를 쟁취할 만한 조직력도 어떤 언로(言路)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사람들이다. 그들은 예수님 안에 선한 목자로서의 감수성을 불러일으켰고, 예수는 그들을 위하여 목숨을 버린다. 예수님이 그들을 하나님의 돌보심과 사랑의 다스림 안으로 초청하였을 때 이미 그는, “하나님 안에서 이미 구원을 누린다”고 주장하던 종교적인 지배세력과 충돌한다. 

예수는 무리들의 질병을 고쳤고, 그들을 점령한 귀신들을 축출하였고, 그들의 문드러지고 훼손된 존엄성을 회복하였으며, 그들의 죄를 용서하였다. 예수님을 그들을 따뜻한 사랑과 용서와 긍휼이 넘치는 애찬의 식탁으로 초대하셨고, 그들과 기꺼이 ‘한 통속’이 되어 주셨다. 예수님은 권력강제와 권력남용이 희생물이 된 사람들에게 하나님의 통치, 하나님의 사랑어린 돌보심을 보여준다. 예수님의 지도력은 선한 목자의 지도력이다. 예수님은 목자없는 양 같은 민중들 - 자기의 인권과 권리를 지킬 수 없는 체제 밖의 사람들-을 민망히 여기시고 그들을 위해 목숨을 던진 선한 목자다.선한 목자라는 말에는 전투적인 이미지가 있다. 에스겔 34장에는 악한 목자, 거짓 목자, 삯군 목자들이 등장한다. 여기서 양은 수탈의 대상이다. 초식동물인 양을 육식동물인 늑대들과 사자들이 잡아먹으려고 덤벼들 때 예수님은 초식동물을 지키신다. 그래서 예수님은 당신의 신적 권능과 놀라운 지혜의 말씀으로 병자들과 어린아이들, 여인들, 이방인들에 대한 하나니믜 선한 목자적인 지도력을 발휘하였다. 예수님은 그 시대의 권력강제와 남용으로 사람들을 지배하던 지배자들과 완전히 달랐다. 빌립보서 2:6-11은 예수님의 지도력의 진정한 근원을 보여준다.

그리스도는 근본 하나님의 본체시나 하나님과 동등됨을 취할 것으로 여기지 아니하시고, 오히려 자기를 비어 종의 형체를 가져 사람들과 같이 되었고, 사람의 모양으로 나타나셨으며 자기를 낮추시고 죽기까지 복종하셨으니 곧 십자가에 죽으심이라 이러므로 하나님이 그를 지극히 높여 모든 이름 위에 뛰어난 이름을 주사, 하늘에 있는 자들과 땅에 있는 자들과 땅 아래 있는 자들로 모든 무릎을 예수의 이름에 꿇게 하시고, 모든 입으로 예수 그리스도를 주라 시인하여 하나님 아버지께 영광을 돌리게 하셨느니라(빌 2:6-11)

예수는 철두철미 자신을 하나님 아버지께 복종시키고 하나님의 친정통치만 선포하였다. 그는 진실로 ‘하나님 마음에 합한 자(a man after God's heart)’였다. 그는 첫 아담과 달리 하나님과 동등됨을 강탈할 그 무엇으로 간주하지 않고 (something to be robbed/grasped). 자기를 비워 종의 형체를 가져 사람들과 같이 되었고 죽기까지 복종하사 십자가에서 죽으셨다. 예수님의 길은 자기비움, 권력 비절대화의 길이었다. 소위 집권자들은-겉으로 볼 때 지배하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 권력을 가지고 사람들을 강제로 움직이려고 하지만, 예수는 하나님 앞에 자신을 완벽하게 낮춤으로써 사람들의 마음을 얻는 지도자이다. 

성서적인 지도력이란 이와 같이 자기희생과 자기부인을 통해 마음을 얻는 지도력이다. 지도력은 실천궁행(實踐躬行)을 통하여 시범을 보이는 것이다. 산상수훈이라는 말은 실천하여 시범을 보이면서 가르쳐주신 가르침을 의미한다. 예수님은 열두 제자들에게 하나님 나라의 미래를 위하여 자신을 비워 종의 도를 실천하는 지도력을 유산으로 남기신다. 예수님은 자신을 비움으로써 하나님의 다스림을 극대화하였고, 하나님은 자신을 낮춰 죽기까지 복종하신 예수를 주와 그리스도가 되게 하셨다. 크리스쳔 지도자란 이러한 예수 그리스도의 지도자적인 품성을 구현하는 지도자이다.

예수는 믿음의 대상일 뿐만 아니라 모범의 대상이다
우리가 예수를 믿는다고 할 때 그것은 세 가지 의미를 가진다. 즉(1)인격적 앎과 의존, (2)사랑, (3)모방을 의미한다. 그리스도인들은 그리스도의 왕적인 지도력을 모방하도록 초청받은 사람들이다. 특별히 지도자로 부름받은 사람들에게는 예수를 믿는다는 말의 세 번째 의미가 중요하다. 크리스천 지도자로 부름받은 사람들은 오로지 예수의 섬기는 지도력을 모방함으로써만이 세상의 잘못된 지도력 관행(권력강제와 권력남용)으로부터 구출될 수 있다.

성서적으로 볼 때 이상적 지도자들은 권력으로부터 소외된 무리들을 위하여 자신의 출세와 권력을 십자가에 못박고, 권력을 비절대화하고 그것의 기득권을 포기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백성들을 위하여 자신을 축소하고 부정하는 사람들이다. 이런 지도자들은 마치 화학원소 운동에서, 에너지 준위(準位)가 더 큰 궤도를 돌던 (K,L궤도) 원소들이 에너지 준위(準位)가 작은 궤도로 진입하면서 열과 빛을 발산하듯이(자기부인, 자기축소의 결과), 자신의 욕망을 부정하고 축소시킴으로써, 공동체 구성원들을 위한 일종의 구원 에너지를 방출한다. 


김회권 | 두레교회 부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