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렇게 하셨을까?
사건보다 중요한 것은 해석이다. 기독교인은 세상에서 일어나는 여러 일들을 신앙의 눈으로 보고 해석해야 한다. 크고 작은 일들을 신앙사관(信仰史觀), 선교사관 (宣敎史觀)으로 대해야 하는 것이다. 하나님께서 2002 월드컵 축구대회를 왜 한국에서 열리게 하셨을까? 선교를 위해서이다. 하나님께서는 2002 월드컵 축구대회를 왜 한.일 두 나라에서 공동으로 주최하는 전례없는 일을 하셨을까? 비교되도록 하기 위해서다. 선교 활동이 강한 한국과 그런 것이 없는 일본에서의 경기를 비교하기 위해서이다. 하나님께서는 왜 중국이 한국에서 열리는 본선 경기 참가국 16개국에 들게 하셨을까? 중국선교를 위해서이다. 다소 비약적인 논리인 것 같지만 중국의 복음화를 위해 기도하는 사람이라면 이런 고백을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신묘막측(神妙莫測)하신 경륜
88 서울올림픽 때 올림픽 선교를 위해 1987년 11월 2일 ‘88서울올림픽전도협의회’가 조직되었다. 한국 교회 교역자들에게 이 협의회의 사역을 설명하는 모임에서 선포된 김준곤 목사(CCC 대표, 당시 올림픽전도협의회 명예회장)의 설교 가운데 이런 내용이 있었다.
“중공의 문호가 열리면 관광차 가서 아무 것으로도 전할 수가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중략) 중공의 문호가 열리면 한국이 10만 명, 20만 명 단위로 도처에 다니며 도와주면서 한 손에는 사랑을 가지고, 한 손에는 복음 가지고 가면 복음은 생명이니까 반드시 전해집니다. 우리가 염려할 필요가 없습니다. 언젠가는 싹이 트는 것입니다. 10만 명을 우리가 왜 못 보냅니까? 보낼 수 있습니다. 우리가 세계에 군대를 보내어 침략한 일이 없습니다. 남을 도와 준 일은 있지만, 그러나 이제 우리는 생명 군대를 보낼 기회가 왔습니다. 올림픽은 바로 그런 한국 교회의 기도, 세계선교를 담당할 폭박점의 계기가 되어야겠습니다.”-「손에 손잡고: 88서울올림픽전도협의회 종합보고서」 12쪽-
당시로서는 그로부터 5년 뒤에 한ㆍ중수교가 이뤄지고 두 나라 사이의 왕래가 자유로워질 것이라고 예측한 사람이 거의 없었다. 우선 중국의 호칭부터 ‘중공’이었다. 그로부터 14년뒤 월드컵이 한국에서 열리고, 중국이 한국에서 거행되는 본선 경기에 참가하는 16개국 가운데 하나가 되어 10만 명 내외의 중국인이 한국으로 몰려오게 되었으니 하나님의 하시는 일은 신묘막측(神妙莫測)하여 사람으로서는 헤아릴 수 없다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하지 않을 수 없다.
선교의 흐름은 처음에는 ‘가는 것’ 중심이었다가, ‘가라, 아니면 보내라!’가 되었고, 이제는 ‘와 있는 사람들에게 선교하라!’로 바뀌고 있다. 이번에 중국인들이 대거 한국에 오게 되는 것은 이같은 선교의 흐름과도 부합되는 것이기에 월드컵을 통한 중국선교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된다.
체험을 살려라
한국 교회는 중국이 개방정책을 취한 이후 국제적인 경기를 통한 몇 번의 중국선교 경험을 가지고 있다. 우선 여러 종목의 국제경기에서 크리스천 선수들이 중국 선수들에게 성경을 선사하거나 간단한 전도를 하는 일들이 있었다. 아름다운 일이며 앞으로 더 활발해져야 할 일이다. 본격적인 것으로는 86 서울아시안게임, 88서울올림픽, 그리고90 베이징(北京) 아시안게임을 통한 선교활동이다.
86 아시안게임 당시에는 중국 선수들이나 임원들을 대상으로 활발한 선교를 하기 어려웠다. 중국선수단이나 임원들도 경직되고 긴장되어 있었고 한국도 중국에 대해서 호감을 갖고 있지 않았다. 중국은 그때까지 분명하게 ‘적성국가(敵性國家)로 분류되어 있었다. 사설이었는지 칼럼이었는지 기억이 분명하지 않지만 “서울의 하늘에 중공의 오성홍기(五星紅旗)가 휘날려도 좋은가?”라는 제목의 글이 주요 일간지에 게재되었고, 중국 선수단의 대거 방한에 대해 ’격세지감‘을 느낀다는 사람들이 많았다.
중국 선수나 임원들과의 접촉은 선수촌 기독교관을 통해 부분적으로 이뤄졌다. 이들은 처음에는 ‘영화 보러 온다’는 명목으로 기독교관을 찾아왔다. 당시 선수촌 기독교관에서는 때때로 첨단 시청각 자료들을 통해 전도물들을 상영했다. 86 아시안게임 당시에는 중국어에 능통한 송병권(宋秉權) 목사(현재 싱가포르 선교사)가 중국 선수들과 격의없이 지내며 활발히 전도를 했다. 필자는 이 때 기독교관 채플 담당자로 일하면서 잊지 못할 감격적인 체험을 하나 간직하고 있다. 어느 날 저녁, 설교를 해야 할 목사님이 오지 않아서 필자가 ‘땜질’ 설교를 하게 되었다. 예배가 끝난 이후 송 목사가 “중국 선수 몇 명이 처음으로 살짝 다녀갔다”고 알려주었다.
88 서울올림픽 때도 중국 선수들의 긴장된 분위기는 여전하였다. 기독교관 운영요원들 사이에서 중국(대륙)선수와 타이완(臺灣) 선수를 구별하는 요령으로 “니하오마?” 인사를 할 때 웃으며 인사를 받는 사람은 타이와 선수, 굳은 얼굴로 ‘왜 이러시오?’하는 표정을 하면 중국 선수라는 말이 오갈 정도였다. 그러나 2년 전인 아시안게임 때보다는 많이 부드러워졌고 기독교관을 찾아와서도 그리 두려워하는 것 같지 않았다.
86 서울아시안게임 때는 채플을 하나만 설치하고 영어로 설교하는 것을 원칙으로 했는데, 이 방법은 그리 지혜로운 것이 아니었다. 영어로 설교할 수 있는 목사들이 한정되어 있었고 참석자들이 영어에 능통한 것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삼중(二三重)통역이 실시되었다. 여러 명의 선수나 임원들이 한꺼번에 기독교관을 찾는 일이 많았는데, 설교자 옆에 그날 많이 온 선수나 임원들이 사용하는 언어를 구사하는 통역요원이 영어를 그 나라 언어로 통역하는 방법이다. 일본 선수와 인도네시아 선수가 많이 온 날은 두명의 통역이 차례대로 통역을 했다. 이 방법은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고 흐름이 끊어져서 나중에는 통역들이 선수들 옆자리에 앉아서 낮은 목소리로 동시통역을 해주었다. 서울올림픽 때는 이런 폐단이 없도록 언어별로 채플을 마련했고, 중국어 채플도 마련되어 몇 번의 예배를 드릴 수 있었다.
필자는 당시 중국을 주요 대상지역으로 하는 선교방송국에서 편지나 전도서적을 중국에 보내는 일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간체자(簡體字)로 된 간단한 중국어 문장은 해독하고 작성할 수 있었다. 기독교관을 찾아온 중국인 코치에게 전도는 하고 싶은데 중국어를 할 줄 몰라 필담(筆談)으로 전도했더니 이 코치가 복음을 받아들인 일이 있었다. 이 일은 ‘중국은 과연 성령이 강하게 역사하는 지역이다’라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닫게 해 주었다. 그 코치가, 당시 한국에서 대하기 힘든 중국어 간체자를 능숙하게 쓰면서도, 말은 할 줄 모르는 필자를 이상한 눈으로 보며 자꾸 말을 거는 바람에 “워부후이 쭝궈화(我不會中國話: 나는 중국어를 못합니다)”를 연발하느라 혼이 난 기억도 새롭다.
90 베이징아시안게임 때는 규모가 큰 전도단이 중국 베이징을 방문했다. 이 전도단은 종교활동을 규제하려는 중국 당국과 몇 가지 갈등을 빚었던 것으로 기억되는데 그 중 스카프 문제가 컸었다. 선물로 마련한 스카프에 참가국들의 국기를 넣었는데 타이완 국기가 들어 있어서 마찰이 일어난 것이다. 중국은 어디까지나 ‘하나의 중국’을 기본정책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시 베이징아시안게임의 선교활동을 주도한 분이 체육인교회 담임 이광훈 목사인데 이분이 지금2002 월드컵 선교단 대표단장으로 수고하고 있다.
우리는 이런 과거의 경험들을 이번 월드컵에 소중하게 살려야 한다. 그와 함께, 이번에는 대규모의 관광단이 비교적 자유스러운 분위기 속에서 우리나라를 찾아 온다는 점에서 지난 번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한다.
전문 선교단체들이 나서라
월드컵이라는 천재일우의 호기가 주어졌음에도 이번에 중국선교를 어떻게 해야하겠다는 구체적인 움직임은 활발해 보이지 않는다. 중국선교단체들은 오히려 ‘이번 기회를 중국선교에 활용해야 한다’는 여론에 밀리고 있는 느낌을 주고 있다. 「국민일보」가 “중국ㆍ일본선교 ‘월드컵 특수’ 노린다: 중국복음ㆍ중국어문ㆍ일본복음선교회 등 3대 단체”라는 기사를 큼직하게 보도했기에 반가워서 읽었더니, 이 단체들을 소개하는 정도의 내용이었고 “이래야 한다”는 방향제시가 주류를 이루고 있었다. 월드컵을 통한 중국선교의 현주소는 한교계지에 난 다음과 같은 기사가 전부가 아닌가 한다.
“한국에서 경기를 치를 중국에 대한 선교도 또 하나의 관심거리다. 이번 월드컵 기간에 우리나라에 10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몰릴 것이라고 호언장담할 정도로 축구 열기가 뜨거운 중국은 일본 못지 않게 월드컵 선교의 황금어장으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사회주의 국가 중국은 지하교회 등에 다니며 비공식적으로 신앙을 갖게 된 인구가 1억 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져 이번 월드컵 대회가 중국에서 폭발적인 전도효과를 거둘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월드컵 기독교시민운동협의회와 2002년 월드컵선교조직위원회를 포함한 많은 교계 단체들은 대규모 방한이 예정돼 있는 중국인들에 대한 청결ㆍ봉사ㆍ질서운동 등 손님맞이 시민운동을 정부 등과 함께 펼치며 이들을 대상으로 문서, CD, 비디오 등을 통해 직접 전도에 나선다는 계획을 세워 놓았다.”
2002 월드컵선교단은 중국 방문객을 향한 선교전략을 추진할 계획이나, 그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발표되지 않고 있다. 현재까지 거론되고 있는 것은 중국 팀이 출전하는 경기에 입장하지 못한 중국인들을 위해 공공장소에 대형 스크린을 설치하고 중국인들이 경기 실황중계를 관람하도록 하면서 전도행사를 갖는다는 것이다. 한국 교회는 다양하고 복잡한 것을 특징으로 한다. 이번 월드컵 선교를 위해 조직된 단체들도 2002 월드컵선교단, GOAL2002 전국위원회, 2002 월드컵기독시민운동협의회를 비롯해서 여럿이다. 앞으로 더 많은 단체들이 생길 것이다. 이렇게 복잡한 가운데서도 실력 있는 한 두 단체가 내실성을 가지고 앞서 뛰면 그 단체의 뒤를 따르며 질서가 형성되는 모습을 보여 준다.
무엇보다도 이제는 중국선교 전문단체들이 나서야 할 때이다. 중국선교를 하는 창구를 통일하자고 하지만 실제적으로는 불가능한 이야기이다. 다만 실력 있는 중국선교단체들이 묵묵히 일을 하면 그 단체 뒤를 따르거나 그 단체를 중심으로 일이 진행되는 것을 본다. 필자는 이것을 ‘흐름의 통일’이라고 부른다. 86아시안게임과 88서울올림픽 때는 한국스포츠선교회(회장 조종남 목사)가 올림픽 선교의 주역을 담당하였다. 월드컵에서는 몇몇 실력 있는 중국선교단체들이 이 일을 담당해야 할 것이다. 한국에 있는 중국인 근로자들을 위한 설 잔치 등에서 보여준 저력을 이제는 월드컵을 통한 중국선교에 쏟아야 한다.
88 서울올림픽은 전도활동이 활발하여 ‘솔림픽(Soulimpic:영혼의 올림픽)’이라는 별명을 얻은 바 있다. 2002 월드컵 축구대회 ‘솔드컵(Souldcup:영혼의 월드컵)’이 되어야 한다. 그것도 한 걸음 더 나가서 ‘Souldcup for China(중국을 위한 영혼의 월드컵)’이 되어야 한다. 그렇게 해야 할 책임이 중국 복음화에 관심 있는 이들에게는 있다.
유관지/ 본지 발행인ㆍ목양교회 담임목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