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도 시대에 따라 유행아는 이름이 다르듯이 중국에도 시대별로 많이 쓰이는 이름이 확연하게 다른 양상을 나타낸다. 특히 현대 중국은 건국 이후 및 차례 급격한 사회의 변혁을 거쳤는데, 이런 변화 가운데 사람들의 희망과 삶의 모습이 현대 중국인의 인명(人名)에 그대로 투영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국인의 인명은 여러 단계로 나누어져 살펴볼 수 있으나 대략 4단계로 나누어 보면 개략적인 특징을 알 수 있다.

첫째 단계는 중화인민공화국 건국(1949)이전 시기이다. 이 시기에는 주로 전통적인 사고방식, 즉 사람들이 이름과 사회생활이 동일한 것으로 믿었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주로 운수대통, 행복, 장수 등을 상징하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예를 들면 得福(복을 얻다), 來福(복이 온다), 雙福(두개의 복), 雙喜(두개의 기쁨), 富貴(부함과 귀함) 등이 그러하다. 한편 일부 지역인들은 서양문물을 접촉하고 나서 王皮得(베드로), 齊大衛(다윗), 許約翰(요한) 등의 이름을 짓기도 하였다. 또한 서양의 신사상을 받아들여 馮自由, 長科學, 劉平等 등의 이름을 사용한 경우도 보인다.

둘째 단계는 건국 초기(1949~1965년)이다. 이 시기에는 봉건의식이 많이 사라졌으며, 기본적으로 이름과 생활이 일치한다는 미신이 많이 사라졌다. 사람들은 당시 중국의 건국을 축하하는 이름을 많이 지었다. 예를 들면 建國(나라를 세움), 建華(중화민족을 세움), 建中(중국을 세움), 國慶(국가의 경사), 解放(해방) 등의 이름이 당시에 자주 사용되었다. 이러한 이름들은 중국 건국 초기에 사람들의 단결가 일치 및 국가건설을 강조하던 시대 분위기를 반영한 것이다. 또한 이 시기에는 사람들이 직장과 학업을 따라서 외지에 나갔으므로 가족관념이 많이 약화되고, 전 시대에 사용하던 돌림자도 사용하지 않게 된 시기였다. 

셋째 단계는 문화대혁명 시기(1966~1976년)이다. 이 시기는 정치가 사회의 모든 것을 지배하던 시기였다. 따라서 아이들의 이름에는 “紅, 軍, 衛, 東, 靑, 彪, 新”등의 글자를 많이 사용하였다. 당시에 지어진 이름을 보면 衛軍(군을 보위한다), 樹軍(군을 세운다), 學軍(군을 배운다), 紅兵(붉은 군대), 文革(문화대혁명) 등이 많다. 이 시기에는 이름에 봉건적인 색채가 있으면 홍위병에게 변을 당할 수 있었으므로 사람들 사이에 개명(改名) 열풍이 불던 시기이기도 하다.

넷째 단계는 개혁개방 이후(1976년이후)의 시기이다. 이 시기에는 새로운 사물과 새로운 관념이 끊임없이 출현했고, 대중들의 사상도 개방되었다. 따라서 새로운 것과 유행을 추구하는 사회적 심리가 이름에 크게 반영되었고 문화대혁명 시기처럼 정치적인 색채는 보이지 않게 되었다. 사람들은 부르기 쉽고, 기억하기 쉬운 이름을 선호하였으므로 王一, 陳三, 高山, 黎明 등의 이름이 등장하였다. 또 하나의 특징은 서양이름의 범람현상이다.상하이의 한 유치원에는 尼娜(니나), 麗莎(리사), 露莎(로사), 捷尼(제니) 등의 서양이름이 15% 이사을 차지한다고 한다. 이런 현상은 중국에 개혁개방이 추진되면서 중국인의 의식이 변화되고 개방된 사회적 심리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상에서 시대에 따른 중국인의 이름과 거기에 반영된 사회적 심리현상을 간단하게 살펴보았다. 중국인의 이름은 대략 위에 나누어진 대로 시대적인 특징을 담고 있으므로 중국인의 이름을 듣고 잘 살펴보면 대략 나이를 짐작해 볼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박흥수/ EAM(동아시아선교회) 책임연구원, 한국외대 중국어과 교수
출처 : 「동아시아선교회소식」 제87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