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세계에서 인구가 가장 많을 뿐 아니라, 세계에서 가장 많은 학생 수를 보유한 나라이다. 1994년 통계로 2억 이상의 학생이 있는데 이는 전체 인구의 1/6에 가까운 숫자이다. 이 중 초등학생이 1억 3천만명, 중.고등학생이 5천 7백만 명, 대학생이 280만 명이다. 학교 수는 대학교가 1,080개, 중고등학교가 9만 7천여 개, 초등학교가 70만 개 정도이다. 교사 수는 총 1,250만 명 가량이고, 그 중 대학 교수 및 강사 40만 명, 중고등학교 교사 375만 명, 초등학교 교사는 561만 명 가량이고, 그 중 대학 교수 및 강사 40만 명, 중고등학교 교사 375만 명, 초등학교 교사는 561만 명 가량이다. 이처럼 양적으로 엄청난 교육 규모를 갖고 있지만, 인구가 많다 보니 아직 국민 전체에게 만족시킬 만한 교육 기회를 제공하지는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특히 개혁 개방 이후 중국 교육이 갖게 된 고민은 여러 가지가 있다. 모든 것을 국가가 부담하던 계획경제에서 시장경제로 전환되면서, 교육제도와 체제 역시 시장 경제 원리에 따라 바뀌는 가운데 여러 가지 문제에 직면하고 있으며, 대부분 단시일 내에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중국 정부는 교육 재정의 효율적 사용이라는 명분 아래 정부의 학교 지원금을 대폭 삭감해 버렸고, 이에 따라 학교는 스스로 자생해야 하는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 한편 학교를 구성하고 있는 교직원과 학생들 역시 상업 풍조에 휩싸이게 되었다. 이글에서는 최근 일어난 사건들 통해 현재 중국 교육이 직면한 현상을 살펴보고자 한다.
교육 경비의 결핍
현재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인구를 한정된 재원으로 교육시키다 보니 교육 경비가 늘 부족한 상황에 있다. 교육 경비의 결핍은 현재 중국 교육이 당면한 가장 큰 문제 중의 하나이다. 이는 중국의 장래를 짊어지고 나갈 수준 높은 인재를 길러 내는 것뿐만 아니라, 교육을 발전시키는 데도 큰 장애요인이 되고 있다. 중국 교육부가 공포한 1996년 교육사업발전 통계공보를 보면, 최근 몇 년 사이 교육 경비의 부족으로 학교 공용 경비가 줄어드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중국의 교육 경비는 국민 총 생산의 2.5%로 전세계 평균 교육 경비가 국민 총생산의 3.6%인 것에 비하면 매우 떨어지는 수치이다.
중국의 교육 투자액은 국가 예산의 10% 미만 밖에 되지 않는다. 계속적인 물가 상승, 학생 수의 증가 등을 감안할 때 정부 당국의 교육 투자가 조금씩 늘어난다 할지라도 낙후된 교육의 문제를 단기간에 쉽게 해결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가 각 학교에 대한 교육비 지원을 줄임에 따라 각 학교는 심각한 재정 부족 현상에 직면하게 되었다.
학생을 노동자로
교육 투자의 저하는 중국의 교육 발전에 가장 커다란 걸림돌이 되고 있다. 교육 경비의 부족이 학교 운영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이 문제로 인하여 오늘날 중국의 많은 학교들이 학교 본연의 임무를 저버리고 기업화되거나 부패되는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 재정 부족에 직면한 학교는 직접 자회사나 공장을 설립하여 이 수입 중의 일부를 학교운영 경비로 쓸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즉 산학협동의 성격으로서 교육과 생산, 노동의 결합을 추진하는 것이다.
이러한 가운데 학생은 교육을 받아야 할 대상이 아니라, 상품으로 인식되고 있고, 이와 상응하게 교육활동도 상품생산으로 변모되고 있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즉 교육기관이 사람을 배양하는 기관이 아니라 단지 이윤을 챙기는 공장으로 변하고 있다. 학교가 경비조달을 목적으로 이윤을 벌어들이는 사업을 하는 것에 대해 일부에서는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학교가 학생들의 교육에 전념하기보다는, 돈벌이에 지나치게 신경을 쓴다는 지적이 그것이다. 지난 3월 중국 장시(江西)성에서 발생한 초등학교 건물 폭발 붕괴 사건은 바로 이런 우려가 현실화된 비극이었다.
3월 6일 오전 이춘(宜春)시 완짜이(萬載)현 탄부(潭埠)진 팡린(芳林)촌 소재 한 초등학교의 2층 건물이 폭발하였다. ‘꽝’ 하는 소리와 함께 마치 지진이 난 듯 거대한 폭풍이 일었고, 폭발 잔해가 부근 잡화점 유리를 모두 깨뜨렸다. 곧이어 폐허가 된 건물 주위에서 울음소리와 비명소리가 터져 나왔다. 학교는 곧 아비규환의 현장이 되었다. 몰려온 학부모들은 자녀의 이름을 부르며 찾느라 정신이 없었다. 이 폭발로 6명의 교사와 36명 가량의 초등학생들이 사망하였고 27명이 부상하였다.
워낙 엄청난 사상자를 낸 사고였기 때문에, 베이징(北京)에서 열리고 있던 전인대에 참석하고 있던 장시성장과 이춘시 주요 관리들은 급히 현장으로 돌아와 구조활동을 지휘하였다. 국무원 안전생산감독관리국과 교육부, 공안부 등 각 부처 관리들 역시 조사위원회를 긴급 구성하여 사고 현장으로 파견, 사고 원인을 조사하였다. 조사 결과, 학교 측의 명령에 따라 학생들과 교사들이 교실에서 폭죽을 제조하다가 잘못되어 폭발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학교는 98년부터 현지 화학공장과 계약을 맺고 매일 두 시간 씩 학생들이 교실에서 작업을 하도록 해왔다. 이를 거부할 경우 결석으로 인정하여 질책을 하거나 심지어 벌금까지 부과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교장이 직접 공장으로부터 작업을 할당받아 와서 작업량에 따라 각 반이 돌아가면서 작업을 하도록 했는데, 화학공장은 폭죽 500개를 가공하는데 겨우 1위안(한화 170원)을 지불했다. 학생들은 두 시간 동안 500개에서 1000개의 폭죽을 만들어 2위안 가량의 돈을 벌었으나 이 돈은 학교측이 모두 가져갔다고 한다. 학부모들은 학교 측이 아이들을 고용노동자로 만드는 것에 불만을 품어왔으나, 자녀들이 처벌받는 것이 두려워 어쩔 수 없이 참아왔다는 것이다. 나중에 알려진 바에 따르면, 진(鎭)정부에서 이 사실을 알고, 학교 측에 더 이상 어린 아이들에게 위험한 일을 시키지 말 것을 경고했으나 학교는 아무 반응이 없었다. 왜냐하면 학교가 너무 가난하기 때문에 운영 수입을 올리기 위해서는 별다른 방법이 없었던 것이다.
잡부금 징수에 항의하는 학부모들
학교들은 부족한 운영경비를 충당하기 위해 기업을 경영하는 것 외에도, 정부가 규정한 잡부금 외에 여러 형태의 잡부금을 학생들에게 부담하게 하고 있다. 현재 중국의 초.중등학교가 징수하는 과다한 잡부금은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학교들이 받는 잡부금의 내용이나 비용 등이 과다해서 학부모들의 경제사정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1994년 조사에 따르면 학생들에게 투입되는 예산의 11~12%가 잡부금에 의해 충당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다 보니 농촌이나 산골 지역, 도시의 경우도 경제적으로 어려운 가정의 학생들은 학교에 다니기가 어렵게 되었다. 결국 학교가 빈부 격차를 조장하고 이런 불평등을 영구화, 합법화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지난 2월 11일 광동(廣東)성 조양(潮陽)시 시엔청(仙城)진에서 수백 명의 초등학생들과 학부모들이 학교 측의 등록금 인상과 잡부금 징수에 불만을 품고 항의 시위를 벌이다가 분노가 폭발하여 진(鎭)정부 건물을 불 태우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고가 발생한 시기는 새 학기가 시작되는 때였는데, 원래 300위안으로 정해져 있는 등록금을 학교 측이 420위안으로 인상하였다. 그리고 계획생육을 어기고 둘째 이상으로 태어난 아이에 대해서 벌금까지 부과하는 일이 발생하자 농민들의 불만은 터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일요일이었던 3월 21일 오후, 신싱(新星) 소학교의 약 50명의 초등학생들이 부모들에 의해 거리로 나가 데모 행렬을 이루었다. 그러자 기타 학생들과 부모들도 이에 참여, 순식간에 수백 명의 인파들이 진 정부 건물에 진입, 온갖 집기를 부수고 서류를 불사르기 시작했다. 건물에 불이 나자 소방차 4대가 화재 현장으로 달려 왔으나, 그 중 두 대가 분노한 시위대에 의해 뒤집어졌다.
이튿날 수백 명의 농민들은 다시 진 정부 앞에 모여 항의를 했다. 그러자 시와 진 정부 관리들이 공안과 무장경찰의 보호 하에 나와서 이들의 격한 감정을 달래려 했다. 교육비 징수는 결코 불합리한 것이 아니며, 유관부문 문건의 지시에 따른 것임을 알리면서 양해를 구하려 했다.
광둥성은 1986년부터 도시와 농촌에서 교육비 부가세를 징수해왔다. 1994년 국무원이 발표한「중국교육개혁과 발전강요에 대한 실시의견」에 따르면, 교육비 부가세는 영업세와 소비세 등의 3% 가량을 징수하는 것으로 농민들의 개인 평균 수입의 1~2%를 교육비 부가세로 거둬들이는 것으로 되어 있었다. 이외에도 금년 1월 19일, 광둥성 교육청 등은 여러 부문이 연합하여 하달한 문건에서 밝히기를 농촌 교육비 부가세는 학교 운영의 주요 재원이므로 각 지에서는 유관규정에 따라 강력히 시행하라고 되어 있었다. 시 정부 관리들은 이런 내용을 시위대에게 설명하고 진정시키려 했으나, 시위대는 오히려 더욱 분노, 또다시 건물로 진입하여 난동을 부렸다. 정부 관리들은 이들의 감정을 상하지 않게 하려고 고심하였고, 결국 교육비 부가세와 잡부금, 등록금 인상분 등을 이들에게 돌려주었다.
학교를 떠나는 교사들
원래 중국에서는 교사가 재직하고 있는 학교를 떠나 다른 학교로 가거나, 교직을 떠나는 일이 매우 적었다. 그런데 지금 교사들의 상당수가 학교를 바꾸거나 떠나는 유동과정을 겪고 있다. 즉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사립학교로 가거나, 교사직을 그만두고 상업 등 돈벌이에 뛰어드는 것이다. 1994년 약 45만 명의 교사가 교직을 떠났는데, 이는 전체 교사 수의 1/10에 해당되는 수이다. 이들이 이직을 하는 이유는 낮은 봉급과 격무, 사회보장 제도의 결여, 교사에 대한 대우와 이들에 대한 사회의 경시 풍조 때문이다.
많은 농촌 지역에서는 교육 재정의 빈곤으로 교사들에게 제대로 월급을 주지 못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작년 11월, 산시(陝西)성의 한 농촌 마을에서는 월급을 받지 못한 교사 1백 여 명이 집단으로 수업을 거부하는 일이 발생했다. 그러자 정부에서는 교사들의 밀린 월급을 충당하기 위해 학생들에게 강제로 1인당 50위안을 거두었고, 돈을 납부하지 않는 학생은 학교에 나오지 못하도록 하는 방법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였다. 이 역시 교육 재정이 부족한 현실에서 빚어진 웃지 못 할 상황인 것이다.
교사가 되려는 사람들의 수도 날로 줄어들고 있다. 「베이징교육인재교류센터」의 최신 통계 자료에 따르면, 올해 베이징시 초.중등학교들이 필요로 하는 교사 수는 2,743명이지만, 실제 올해 사범대학 졸업생 수는 2,033명에 불과하여 교사 수가 크게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진정한 배움에의 갈망
위에서 개혁 개방과 시장경제 체제를 도입한 이후 중국 교육에 나타난 문제들 중 몇 가지를 살펴보았다. 시장경제의 최고의 목적은 이윤을 추구하는 것, 즉 돈을 버는 것이다. 이러한 시장경제의 목적이 교육에도 침투되면서 중국의 교육계는 시장경제의 영향력으로부터 벗어나기 어렵게 되었고, 결국은 교육이 시장경제의 발전을 위해 봉사해야만 하는 상황이 되고 있다. 교육계에서 조차 배금주의가 지배함에 따라 학생들 개개인의 소질과 자질을 키우는 일이 소홀히 되는 일은 중국의 장래와 국가 발전을 생각할 때 매우 우려되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도 진정한 배움을 갈망하는 인재들의 초롱초롱한 눈빛을 떠올려본다. 이들은 중국의 미래이다. 이들이 어떤 가치관, 어떤 교육을 받느냐에 따라 중국의 미래가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우리는 먼저 중국의 이러한 교육 환경이 변화되도록 기도해야 할 것이다. 물질중심의 가치관이 아니라, 한 영혼, 한 사람을 소중히 여기는 인간 중심의 교육관이 중국 교육계에 뿌리내리도록 기도하자. 그리고 미래를 이끌어갈 인재들을 양성하는 교육 선교에 관심과 비전이 있는 교육 선교사 양성에 힘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한 영 / 본지 편집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