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나라도 마찬가지이지만, 현재 타이완과 홍콩 및 세계의 화교들, 그리고 중국 대륙에 있는 중국인들의 가장 크고 성대한 명절은 단연코 춘제(春節: 음력설)라 할 수 있다. 보통 우리가 말하는 신년(양력 1월 1일)은 중국에서도 ‘신니엔(新年)’ 또는 ‘위엔단(元旦)’ 이라고 한다. 현재 중국에서는 양력 1월 1일 하루를 쉬며, 각종 언론매체나 극장 등에서 기념행사나 공연을 갖는다. 그러나 중국인들에게 있어서의 진정한 ‘설’은 바로 음력 1월 1일인 춘제이다. ‘궈니엔(過年)’ 이라고도 하는 이 명절은 중국인들이 가장 중요시하고 가장 마음 편하게 지내는 명절로, 공식적으로 3일 간의 연휴가 있지만 지방별로 10일에서 2주 이상 쉬는 곳도 있다.

춘제는 그 시기가 추운 겨울이 물러갈 채비를 하는 동시에 봄이 올 것을 알리는 계절에 가깝기 때문에, 중국인들은 이 시기에 천지신명과 조상신들에게 제사를 지내며 오곡이 풍성해질 것과 가족의 평온을 기원해 왔다. 보통 음력 12월이면 춘제의 들뜬 분위기가 점점 농후해지고, 전통습관에 따라 음력 12월 8일에는 곡식의 풍성함을 기원하며 8가지 곡식으로 만든 라바저우(腊八粥:동지팥죽)를 먹는다. 또한 음력 12월 23일은 조왕신(索王神)에게 제사를 재내는 날로서, 부엌에 조왕신상을 걸고 엿을 바친다. 조왕신이 달짝지근하고 맛있는 엿을 먹은 후 하늘의 상제에게 보고할 때, 그 집주인에 대해 좋은 얘기를 하여 많은 운을 가져오게 한다는 믿음에서 비롯되었으나 지금은 많이 생략하는 추세이다.

춘제 때에는 각 가정마다(특히 농촌) 집안을 청소하고, 방을 장식하고, ‘니엔화(年畵)’ 등을 붙이기를 즐긴다. 니엔화의 종류는 각양각색인데, 과거에는 통통한 어린애가 물고기를 안고 있는 그림이나 용선(龍舟)경기 그림 등이 자주 사용되었다. 그러나 현재는 유명배우 사진이나 풍경화도 자주 쓰이고 있다. 니엔화의 풍습은 ‘쓰이(思義)’라고도 하는데, 귀신을 쫓는 그림을 집안에 붙이는 데에서 유래되었으며, 동물이나 기타 생물체의 그림을 붙이기도 한다. 더불어 신춘(新春)과 관련된 ‘대련구(對聯句)’나 ‘문신상(門神象)’ 혹은 ‘복(福)’자 등을 문 앞에 붙이는데, 관례적으로 빨간 종이에 먹붓을 사용한다. 그 이유는 춘제의 기운을 살리면서 들뜬 분위기를 표현하고 좀더 나은 생활에 대한 희망을 나타내기 위함이다.

중국인들 한국의 설처럼 춘제 음식을 준비하는데, 대단히 풍성하고 각 지방마다 특징이 있다. 대표적인 음식으로는 만터우(饅頭), 떠우파오(豆泡:팥빵), 니엔까오(年桀:설떡), 디엔신(點心), 미주(米酒:쌀로 빚은 술), 메이화탕(美花糖:쌀엿), 젠투이(煎堆:전병), 여우자오(油角:튀김과자) 등이 있다.

음력 12월 31일, 춘제의 하루 전날 밤을 ‘추시(除夕)’라고 하는데, 전 가족이 함께 니엔예판(年夜飯)”을 즐긴다. 식사 후에는 전 가족이 모여 앉아 담소하거나 바둑, 마작 등을 즐기며, 어떤 가정은 밤을 새기도 하는데 이를 가리켜 “수세(守歲)”라고 한다. 요즘에는 주고 TV의 특집 프로그램이나 케이블 TV를 시청하는 것으로 이전의 수세를 대신하는 가정이 많다. 그리고 12시 자정이 되면 거의 모든 가정에서 동시에 폭죽(爆竹)을 터뜨리는데, 이 시각이 춘제의 분위기가 최고조에 이르는 시점이기도 하다.
고대 중국인들은 전염병을 산 속에 있는 귀신이 만들어낸 것으로 여겨서, 대나무를 불에 태워 대나무 껍질의 터지는 소리로 산귀신을 쫓으려 하는 데에서 폭죽이 유래되었다. 화약이 발명된 이후에 여러 가지 화약 폭죽이 개발되었는데, 이는 귀신을 쫓고, 풍년을 기원하며, 유쾌한 명절의 분위기를 돋구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타이완이나 중국 및 홍콩 등지에서 춘제 때 사용하는 폭죽 비용이 한국 돈 수천억 원에 이를 정도로 지나쳐 사회문제화 되고 있으며, 폭죽으로 인한 사고나 화재도 빈번하게 발생하기도 한다. 그로 인해 최근 베이징 등의 도시에서는 폭죽을 금지하기도 하였다.

춘제 첫날 아침에 먹는 음식 중, 북방 사람들은 대부분 ‘자오쯔(餃子)’를 먹는데, 자오쯔의 ‘자오(餃)’는 교체를 나타내는 ‘교(交)’와 중국어 음이 같다. 따라서 자오쯔는 신구(新舊)가 교체된다는 것을 나타낸다. 또한 만두 속에 돈이나 사탕, 혹은 땅콩 등을 넣어서 그것을 그것을 골라먹는 사람에게는 새해에 특별한 복이 올 것이라는 놀이를 하기도 한다. 남방 사람들은 ‘탕위안(湯圓:알심이를 넣은 탕)’이나 ‘니엔까오’를 먹는다. 아침 식사를 하고 난 후에는 가족 간에 절을 나누고 이웃이나 친지를 방문하는 ‘바이니엔(拜年:새해인사)’을 한다. 멀리 있는 사람에게는 연하장을 보내고, 어린 아이 혹은 손아래 사람이 절을 하면 ‘홍빠오(세뱃돈: 紅包)’를 준다. 현재 갈수록 이 홍빠오의 단가가 높아져, 현재는 인민폐 100위안(한화 15,000원)을 웃도는 경우가 많이 있다.

중국에서 집에 손님을 초청하는 것은 상대방에 대한 신뢰관계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중국인이 초청을 한다면 되도록 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춘제 때의 초대라면 두말 없이 승낙하여 중국인들의 설 풍습과 분위기를 몸소 체험해보는 것은 다시 없이 좋은 기회이다. 적당한 수준의 세뱃돈을 준비하여 적절한 시기에 전달하는 것도 상호간의 정을 배가시킬 것이다.

춘절 때에는 대부분의 정부부처 및 공공기관이 쉬고, 춘제가 되기 전 보통 양력 1월 중순부터 결산작업 때문에 상당히 바쁘기 때문에, 춘제를 전후하여 중국인들과 공적인 만남을 가지는 것은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때에는 많은 덕담도 필요한데 사업을 하는 경우라면 “꿍시파차이(恭喜 發財: 돈많이 버십시오, 사업 번창하십시오)”라는 말도 어울릴 것이다.


 

남종호 / 한국외국어대학교 중국연구소 책임연구원
출처 / 한국외국어대학교 외국학종합연구센터 국제지역정보 제4권 제2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