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선교역사를 살펴보면 한 시대 한 시대가 여러 사람들에 의하여 감격적이고 놀랄 만한 사건들로 넘쳐나는 것을 볼 수 있다.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본다면 헌신된 청년 대학생들은 세계의 선교역사를 좌우하리만큼 도전적이고 개척적인 정신을 가지고 지구촌 곳곳에서 선교를 리드해 나갔다. 개척자들의 헌신과 사역, 그리고 삶을 통해서 몇 가지 교훈을 얻고자 한다.
 

선교헌신과 비전의 구축
종교개혁과 ‘선교 대각성기(Great Missionary Awakening)’사이의 틈을 메운 소수의 개척자들이 있었다. 이들은 개신교 교회가 그들의 모범을 본받기까지 거의 2백 년 동안 스스로 선교의 비전을 구축해 갔다. 종교개혁의 소용돌이 속에서 구교로부터 분리된 개신교는 정통교리를 세워 가는 작업과 공격에 대한 방어로 제정신을 차리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역사가들은 ‘종교 개혁기의 프로테스탄트 세계는 선교에 대하여 생각할 만한 여유를 갖고 있지 않았다. 1648년까지 프로테스탄트는 그들의 생존을 위해서 싸워야 했다.’고 기록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교의 불씨는 꺼지지 아니하고 이 세상을 향하고 있는, 놀라운 선교역사의 한 페이지를 기록한 선구자들로부터 배우고 교훈을 삼아야 한다. 

시대를 앞서간 사람들의 세계복음화 운동의 발자취를 거슬러 올라가면, 17세기 독일에서 시작된 것 같다. 초기 개척자인 피터 하일링(Peter Heyling)은 1633년에 이집트로 갔으며, 2년 간 체류한 후 아프리카 이디오피아의 아비시니아까지 갔다. 그 곳에서 약 20년 간 살면서 성경을 암하라어(Amharic)로 번역하고 마침내 순교했다. 용감한 오스트리아 귀족 유스티안 반 벨츠(Justinian van Welzt)는 화란령 기니로 복음을 들고 갔으나, 그 곳에서 고독 속에 죽어가야만 했다. 파리에서 공부하는 동안 해외선교의 비전을 발견하고 함께 기도하며 헌신했던 독일의 젊은 법학도들이 선교의 개척자가 되었다. 세 명이 출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나머지 한 명은 어떻게 되었는지 알려지지 않고 있다. 오직 하나님만이 그들의 개척자적인 정신과 헌신을 통해 검은 대륙에 복음을 전파했다는 증인이 될 것이다.

우리가 여기서 배울 수 있는 교훈은 세계 복음화의 대열에 많은 사람이 필요하지만 그리스도인 모두가 선교지로 나아갔던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초기 선교역사에서 반대는 지금보다 더 심했으며, 선교지로 나아가는 것은 그야말로 목숨을 던지는 것과 같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교의 선구자들은 복음의 빛을 온 세상에 비추기 위해 자신의 꿈과 비전을 키워갔던 것이다.
 

삶과 행동으로 선교를 동원하다
14세기 영국의 존 위클리프와 그의 순회설교단은 그당시 개교된 옥스퍼드대학으로부터 출발한다고 볼 수 있다. 이것은 그 후 옥스퍼드 대학생이었던 조지 휘필드(George Whitefield)와 존 웨슬레(John Wesley), 그리고 동생 찰스 웨슬레(Charles Wesley)로 이어진다. 하나님의 열방을 향한 선교역사는 이렇게 동시 다발적으로 여러 사람에 의해 이루어가고 계심을 발견할 수 있다. 

영국 상황에서 선교운동을 살펴보고, 그들이 삶과 행동으로 보여주었던 선교 동원을 배우고자 한다. 찰스 웨슬레가 하나님을 더 알고 싶은 소원에서 고전과 신약성경을 연구하는 작은 모임을 결성했는데, 당시 이 모임은 ‘홀리 클럽(Holy Club)’ 또는 ‘메소디스트(Methodist)’라고 불리웠다. 여기에 조지 휫필드가 참여하면서 더욱 빛나게 되었다. 웨슬레 형제는 이 모임에서 함께 활동했으며, 예배와 성경연구 뿐만 아니라 가난한 사람들, 감옥에 갇힌 자들을 돌보는 신앙의 삶을 살았다. 웨슬레를 주축으로 한 홀리 클럽 형제들은 당시 산업혁명에 의해 영적으로 죽어가는 영국에 부흥과 선교의 큰 물결을 일으켰으며, 특히 평신도 운동과 사회변혁 운동에 큰 기여를 했다. 작은 성경연구 모임에서 시작한 홀리 클럽은  이후 감리교 태동에 큰 영향을 주었다.

찰스 시므온은 1779년 캠브리지대학의 학생 시절에 그리스도를 알게 되었으며, 졸업과 함께 왕립대학 특별 연구원이 되었다. 그는 같은 대학의 성 삼위일체 교회(Holy Trinity Church) 목사로 재직하면서 54년 간 놀라운 사역을 감당했다. 그는 자신의 집으로 학생들을 초대하여 성경연구와 기도회 등을 가지며 학생들로 하여금 예수 그리스도와 인격적인 관계를 맺게 하였고, 그들이 하나님의 말씀을 이해하고 생활에 적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러한 가르침은 학생들이 폭넓게 배우고 그리스도인으로서 삶을 증거하며 살아가는 데 큰 역할을 감당했다고 본다. 또한 이에 머물지 아니하고 몇 개의 다른 모임이 결성되어 더 많은 이들에게 영적인 전도와 생활에 있어서 활력소가 되었다. 결국 이런 모임들을 통해 전세계로 학생운동이 퍼져나갔고, 오늘날 복음주의 학생운동 형성에 큰 역할을 감당하였다. 이들이 하나님의 비전을 갖고 전세계를 향해 나아갔던 것이 유수한 선교 사역자들을 동원하는 찰스 시몬과 작은 모임에 의해 이루어진 것은 우리에게 의미하는 바가 크다.

그 유명한 ‘캠브리지 7인(Cambridge Seven)’ 역시 세계 선교역사에 엄청난 돌파구를 가져왔다. 1882년 미국의 복음주의자 무디(D. L. Moody)가 영국을 여행하던 중 캠브리지를 방문하여, 일주일 간의 집회에서 학생들에게 복음의 큰 충격을 던져 주었다. 이 집회 후 많은 학생들이 회심하였고, 그 이후 영국 국교회의 해외선교회에 지원하는 학생들의 수도 급증하게 되었다. 이 시기는 허드슨 테일러(Hudson Taylor)가 ‘중국내지선교회(China Inland Mission)’의 막을 올리며 개척하던 때였다. 1883∼1884년에 걸쳐 7명의 학생들이 중국내지선교회에 지원하였다. 이들 중 6명이 캠브리지 대학 학생들로서, 귀족 출신이며 학업과 운동 모두에 재능을 가진, 그야말로 장래가 보장된 청년들이었다. 그러나 이들은 이러한 편안함을 모두 포기한 채 세계의 잃어버린 영혼들을 향하여 전생애를 드리기로 헌신했다. 특별히 이들은 졸업과 동시에 영국과 스코틀랜드를 여행하면서 각 캠퍼스와 교회들을 방문, 예수 그리스도를 알리고 복음을 필요로 하는 세계에 대해 나누었다. 1885년 2월 캠브리지 7인은 중국을 향해 출항했다. 그 후 계속해서 수년 동안 수십 명의 학생들이 그들의 영향을 받아 예수 그리스도께 자신을 헌신하여 복음을 듣지 못한 세계 곳곳으로 나아갔다.

여기서 주목할 만한 사실은, 이 젊은이들이 선교지로 가기 전에 여러 곳으로 여행하면서 예수 그리스도를 전할 뿐만 아니라 복음이 필요한 곳, 곧 세계의 필요에 대하여 알려주었고, 이것이 그들이 선교지로 나간 후에도 계속해서 선교사를 동원하는 원동력이 되었다는 것이다. 우리가 알고 있듯이 20세기 세계선교를 주도한 영국의 저력은 바로 대학의 젊은이들이 잃어버린 세계에 대한 하나님의 마음을 깨닫고, 자신들의 생애를 세계선교를 위해 드리기로 헌신함으로 시작되어 계속 확산된 것을 역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개척 선교사들의 정신을 이어가라
요즈음 중국은 ‘3색(色) 추방운동’을 강화하면서 강력한 단속을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즉 백색(白色)은 마약, 황색(黃色)은 매춘, 마지막으로 흑색(黑色)은 종교를 말한다. 작년 4월에 베이징(北京)의 중난하이(中南海)에서만 오천 명의 신도들이 파룬궁(法輪功)의 합법화 요구 시위를 벌인 이후, 막강한 세력을 가진 종교를 불법집단으로 규정, 단호한 조치를 내리고 종교로 인한 가치관의 혼란을 막겠다는 중국 정부의 의지가 행동으로 표현된 것이다.

아울러 중국은 홍콩과 마카오, 그리고 타이완을 흡수 통합하면서 아시아의 종주국으로 나서며, 곧 세계를 주도하고 있는 미국을 대항하는 거대 세력으로 나설 준비를 하고 있다. 이러한 중국의 가능성을 보면서 중국선교는 지엽적인 사역이 아닌 포괄적이고 전략적인 사역자를 필요로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선교사가 자기 정체성을 분명히 하지 아니하고 선교지에서 승리할 수는 없을 것이다. 초기의 개척 선교사들이 그러했듯이 개척적이고 창의적인 사고와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사람이 필요하다. 그리고 마음으로 뿐만 아니라 행동으로 현지인들을 사랑하고 동반자로, 더 나아가 지도자로 키우고 동역할 자세가 갖추어져야 한다. 두 세대 전 존 모토는, 선교 운동의 가장 취약점은 현지 교회를 위해 잘 훈련된 지도자를 양성하지 못한 점이라고 지적했다. 이제 선교한국의 기치를 내걸고 세계복음화의 선교운동에 동참하고 있는 선두 그룹들이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리더십의 장기 독점화로 공백 상태를 만들거나 무리한 사역으로 선교 리더십들을 혹사시키는 일에서 떠나야 할 것이다. 아울러 이제 출발하는 선교 헌신자들은 앞서 말한 선교역사의 선구자들과 동일한 자세로 나아가야 하겠다. 이것이야말로 선교운동에 있어서 네트워크와 파트너십을 통한 세계복음화의 소중한 밑거름이 될 것을 확신한다.

 

박종승 | GP 훈련원 총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