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이 준비하신 다양한 가능성
우리는 으레 중국선교하면 중국 대륙을 쉽게 떠올린다. 필자는 이런 현실을 무시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는 항상 우리가 무엇을 볼 때 한 각도로만 보려는 습관을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나의 민족, 하나의 색깔, 하나의 사상…. 중국선교에 있어서도 우리는 동일한 우를 범할 가능성이 있다. ‘중국선교=대륙선교’의 등식만을 적용한다면, 우리는 오늘날 하나님이 준비하신 중국인 선교의 다양한 가능성을 놓치기 쉽다.
중국이 점진적인 경제 개장을 추진하면서 중국 본토 거주인들에게 새로운 삶을 기대하게 한 ‘해외 출국’은 무엇보다도 이들의 간절한 열망이 되었다. 학생들은 국비 장학생으로 해외유학을 나가려하고, 노동자들은 목돈을 들여서라도 해외에서 일할 기회를 잡으려고 한다. 일단 해외로 나온 그들은 고국에 돌아가서 더 좋은 조건에서 살아가기 위해 유학생이나 노동자 신분으로 대부분 단기간 해외에 머물게 된다. 봇물 터지듯 본토 중국인들이 해외로 대거 이동하는 현상이 벌어지면서, 그들을 향한 하나님의 역사하심으로 최근 제3세계에서는 해외거주 중국인들을 위한 사역이 더욱 활력을 띠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하나님이 본토 중국인들을 해외 여러 나라로 보내고 그들 가운데 역사하시는 이유는 무엇일까? 하나님은 해외 거주 중국인들을 통해 무엇을 준비하고 계시는가? 필자는 주로 이런 궁금증을 풀어내며, 오늘날 하나님이 제3세계에서 이루시는 해외 거주 중국인 사역의 보편적인 장점들과 함께 그 사례로 일본 거주 중국인 사역을 간단히 정리해 보겠다.
해외 거주 중국인 사역의 장점
본토 중국인들은 중국범의 지배를 받는다. 그러나 일단 해외로 나온 중국인들은 해당 거주 국가법의 영향권 아래 있게 된다. 특히 원칙적으로 기독교 신앙을 법으로 규제하고 있는 중국 대륙의 공산 체제하에서 살던 경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신앙의 자유를 경험할 수 있게 된다. 중국인들의 입장에서 뿐만 아니라 전도자의 입장에서도 그러하다. 거주 국가에서 종교의 자유가 보장되는 한, 마음껏 이들에게 전도해도 아무런 방해를 받지 않으며 법적인 문제가 전혀 없다. 또한 지역에 따라서는 중국인들이 집단으로 거주하는 곳이 많이 있기 때문에 이런 곳에서 집중적인 전도와 양육 사역을 펼칠 수 있다. 캠퍼스나 공장, 공사장 등 중국인의 삶의 현장으로 가서 삶을 나누며 전도하는 것이 가능하다.
해외에 나온 중국인들은 나그네로 해외에 있는 것이다. 이들은 나그네가 당하는 외로움과 고독, 가난 등 많은 어려움을 가지고 있다. 즉 이들은 외부의 즉각적인 도움이 필요한 환경 가운데 있으면서도, 대부분 도움을 받기는 커녕 천대와 질시를 받으면서 이방인의 설움을 맛보며 살게 된다.
보통 이런 환경에 처하면 사람의 마음이 가난해진다. 이들은 조금만 도움을 주고 살펴주어도 마음을 연다. 그리고 그들에게 복음을 전할 때, 비로소 진정한 도움이 되시는 예수님을 만나도록 도울 수 있다. 세계 각국으로 나오고 있는 중국인드에 대해서 하나님은 이런 귀한 계획을 갖고 계신 것이다.
둘째, 이들은 미래의 중국 교회에 중요한 자원이다. 장차 해외에서 유학을 마친 학생들은 귀국한 다음, 주로 대학에서 교수가 되거나 사회적으로 높은 지위의 직장을 가질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해외에서 취업 이후 목돈을 벌어 귀국하는 사람들은 중국 본토에서 영향력 있는 중산층을 형성하게 될 것이다. 앞으로 10년쯤 지난다면 이들이야말로 중국을 움직이는 중요한 위치에서 일하게 될 것이다. 아마도 지식계층이나 지도층이 중국 내 가장 큰 미전도 계층일 것이며, 이러한 지도층을 향한 전도는 현재 중국 대륙 내에서 가장 이루어지기 어려운 선교의 사각지대일 것이다. 이런 계층이 복음화 된다면, 중국 교회가 앞으로 중국 사회 내에서 복음적인 영향을 미치며 사회와 국가를 향한 하나님의 뜻을 구현할 수 있는 좋은 기초가 된다. 바로 그런 사람들이 현재 해외에 나와 있는 것이다. 이들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복음을 전하는 것은 미래를 위한 훌륭한 씨앗을 뿌리는 것이다. 중국의 한 영혼이 변화되어 중국 사회의 영향력 있는 복음적인 지도자로 살아갈 때, 중국 교회는 훌륭한 자산을 소유하게 될 것이다. 지금 바로 그런 미래를 향한 씨앗을 뿌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우리에게 열려 있다. 셋째, 제3국 중국인 사역은 사역자 발굴, 양성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우선 이 지역으로의 단기팀 파송을 통해 잠재되어 있는 사역자들을 발굴할 수 있다. 중국 대륙 단기 사역이 주로 땅밟기, 리서치 위주인 반면, 제3국의 중국인 사역은 전도뿐 아니라 지속적인 사역이 가능하다.
이상에서 살펴보았듯이 제3국의 중국인 사역은 그 자체로서의 여러 가지 장점을 가진 열린 사역이다. 또한 한 걸음 더 나아가 닫힌 지역으로의 장기적인 접근 전략이 될 수 있다.
일본의 중국 유학생들을 주께로!
이번 일본 거주 중국인 단기 사역은 일본 K지역에서 2월 7일부터 2월 12일까지 10명의 동역자가 팀을 이루어 진행하였다. 팀원들은 직장인과 유학생 등 중국어 구사가 가능한 사람들로 구성되었다. 이번 사역에서 교포 교회인 일본의 L교회는 사역팀이 체류 기간동아 침식과 교통, 집회준비 등 제반 필요를 물심양면으로 지원해 주었다.
첫날 L교회 성도들과의 따뜻한 만남과 함께 캠퍼스 전도 및 전도집회 등 사역전반을 위한 준비와 기도가 이어졌다. 둘째 날과 셋째 날은 전도용 책자와 전도잔치 초청장과 간단한 선물 등을 준비하고, 사역팀원과 L교회의 성도가 한 조가 되어 동역하였다.
현지 동역자의 도움으로 중국인 학생들이 많이 밀집되어 있는 시내 언어학교들을 주로 방문했다. 대부분의 언어학교에 중국인 유학생들이 있었고, 각 학교마다 외국인 유학생 중에서 중국인 유학생이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었다. 어떤 학교의 경우, 중국의 모 대학과 자매결연이 되어 200여 명의 학생이 모두 중국인이었다. 중국인 학생들은 비록 우리가 한국인들이지만 자신들의 모국어인 중국어로 대화를 나누고 복음을 전하자 반가워했다. 수업이 끝나고 쉬는 시간에, 우리가 이곳에 온 목적을 알리고 전도 잔치를 소개하며 그들의 유학생활을 격려하는 등 중국어로 마음껏 교제를 나누었다. 즉석에서 중국어 찬양을 하기도 하고, 어떤 경우에는 중국 민요를 같이 부르며 정겨운 시간을 함께 보냈다. 언어가 통한다는 것만으로도 그들은 쉽게 마음을 열었다. 이틀 간 K시 전역의 언어학교를 방문해서 이런 사역을 해나갔다. 캠퍼스 정문으로 오가는 중국 학생들에게 마음껏 복음을 전하고 초청하다니, 중국 본토에서 감히 이런 일들을 꿈꿀 수 있겠는가?
중국인 유학생 대부분이 저녁에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으므로 집회시간을 오후로 잡았다. 전도집회를 대비하여 저녁에는 중국어 찬양과 드라마, 성경 공부 등을 점검하였다. 첫 날 예상 외로 학생들이 적었다. 힘이 빠졌다. 그러나 중국인 유학생들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니, 그들은 각박한 일본생활에서 시간이 돈이었기 때문에 집회에 참석할 여유를 갖지 못했던 것 같다.
드디어 집회는 시작되었고 찬양, 드라마, 설교, 상담이 이어졌다. 찬양을 하면서 우리의 마음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찬양 가운데 큰 은혜가 있었다. 대부분의 중국인들이 생전 처음 이런 전도집회에 참석하는데도 너무나 적극적으로 반응하였다. 중국어 찬양을 적극적으로 부르며 함께 즐거워했고 진지하게 드라마를 감상했다. 이번 집회를 위해, 역시 제3국에서 중국인 사역을 하고 있는 K 선교사님이 일본까지 와서 설교를 하였다. 필자는 지금까지 그렇게 뛰어난 중국어 설교는 처음 들어보았다. 처음 복음을 듣는 대부분의 중국인들이 설교를 들으며 마음이 녹는 듯 했다. 힘있고 논리적이며 중국적인 설교는 참석한 형제, 자매들의 마음을 흔들어 놓았다. 한 자매는 집회가 시작되자마자 울기 시작했다. 이미 믿음을 갖고 있던 이 자매는, 5년 간 일본에 있었는데 중국어로는 처음 설교를 듣는 것이어서 감격했던 것이다.
집회가 끝나고 10여 명의 참석자들에게 모든 팀원들이 일대일 상담을 하기 시작했다. 상담을 하면서 우리는 그들의 유학생으로서 낯선 일본 땅에서 겪는 고민, 고독, 아픔 등 이방인으로서 겪는 삶의 애환을 듣게 되었다. 그리고 그 살에 대한 해답이 되시는 예수님을 제시하였을 때 여기 저기서 주님 앞에 무릎 꿇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K 선교사님은 그들 한 사람 한 사람을 위해 기도해주었다.
둘째 날 집회에는 30여 명의 학생들이 참석했다. 마침 일본의 국경일이라 학교 수업이 없어 비교적 많이 올 수 있었던 것이다. 오늘도 어제와 동일한 성령의 역사가 일어났다. 집회가 끝나고 사람이 많았기 때문에 팀원들이 몇 명씩 각 조별로 본격적인 상담과 성경공부를 하였다.
중국인 유학생들은 이 전도잔치에서 쉼과 안식을 얻었다. 시간에 쫓기고, 경제적으로 힘겹고, 자신들을 무시하는 일본인들로부터의 심리적인 압박감에서 벗어나 평강을 맛보았다. 참으로 넉넉한 죄인들의 잔치였다. 먼저 회개하고 구원받은 한국 죄인들이 중국 죄인들과 어우러져 잔치의 주인되신 주님을 마음껏 찬양하고 애기하고, 배우고 기도하고, 웃고 울었다. 우리의 잔치는 해가 지도록 끝나지 않았다. 오랜만에 중국인들끼리 모여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긴장을 풀고 서로의 마음을 나누는 시간이 너무나 아쉬웠던 것이다. 마치 요한복음 21장에 나오는 해변의 잔치 같이 주님의 손길이 닿은 떡과 생선을 나누는 기쁨이 우리 가운데 충만했다.
사흘간 100여 명의 학생들을 만났고, 집회에 참석한 40여명의 학생들에게 복음을 전했다. 그들 중 5~6명이 지역교회의 예배에 연결되어 출석하고 있고, 그들 중 한 명이 지금도 통신과정을 통해 성경을 공부하고 있다.
해외 거주 중국인 사역을 향한 하나님의 뜻
우리는 사역을 마감하고 저녁 늦게 모든 것을 정리하는 모임을 가졌다. 직장에서 한 주 휴가를 내고 온 자매, 유학 중에 나온 자매, 이제 막 첫 아이의 아버지가 된 형제, 몇 주 후 결혼을 앞둔 자매 등 이렇게 우리는 평범한 그리스도인일 뿐이었다. 그런 우리들이 핢의 한 순간을 떼내어 선교에 동참했다. 우리는 모임을 마감하면서 우리가 중국인들을 도운 것이 아니라 그들이 오히려 우리를 도왔다는 것을 깊이 깨달을 수 있었다. 중국인들은 우리로 하여금 어떻게 살아야하며, 무엇을 해야 하고, 하나님이 무엇을 기뻐하시는가를 깊이 깨닫게 해주었다. 그래서 우리는 너무나 감사했다.
그러나 사역을 마치면서 우리의 마음은 무거울 수 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우리는 한 주 만에 사역지에서 철수할 것이고, 이제 그들 가운데에는 중국어로 그들에게 복음을 전해줄 사역자가 한 명도 없기 때문이었다. 답답한 마음을 안고 우리는 주님께 기도했다. 중국 학생들을 섬길 일꾼을 그곳에 다시 보내주시도록, 특히 장기적으로 사역을 이루어 나갈 사람들을 일으켜 달라고··.
현재 K지역에만 1천여 명이 넘는 중국인 유학생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이들을 위한 중국어 예배는 물론이고 중국어 사역자 또한 단 한 명도 없는 형편이다. 우리의 떠남을 못내 아쉬워하던 중국 친구들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기도제목
1. 일본 거주 중국인들을 위한 장기사역자가 세워지도록
2. 일본 거주 중국인 단기 사역이 지속적으로 개발되고 확산되도록
3. 뿌려진 복음의 씨가 자라 계속적으로 성장 하도록
다은(多恩) | 중국선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