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진 - 중국을주께로

중국에 건너와 산 지도 이미 5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5년이 비록 긴 시간은 아니지만, 그동안 겪은 많은 일들을 통해 중국인과 중국 문화를 조금씩 알아가게 되었다. 하지만 중국이라는 나라는 나에게 있어서는 아직도 미지의 세계이고, 새롭게 알아야 할 것들이 여전히 많이 있다.

특히 언어를 구사하는 데 있어서는 더욱 그러하다. 한국식 사고방식으로 무심코 내뱉은 말이나 행동이 중국인들의 오해를 불러 일으킬 때도 있었고, 그들의 실소를 자아내기도 하였다. 이에 관련하여 재미있는 경험담이 여러 가지 있는데, 그 중 몇 가지를 소개할까 한다.

둘이냐 여덟이냐
상하이에서 생긴 일이다. 중국에서 먹는 음식 가운데 별미가 여럿 있지만, 그 중 신장(新疆) 위구르 사람들이 만들어 파는 ‘양로우촨(羊肉串: 양고기 꼬치)’은 빼놓을 수 없는 별미이다. 양고기에 갖은 양념을 섞어서 꼬치에 꿰어 숯불에 구워 파는 것인데, 신장 특유의 향료가 우리 입맛에 맞아 한국인들이 즐겨 먹는 간식거리이다. 가격도 1개에 한국돈 300원 정도여서 부담이 적은 편이다.

어느날 나는 길을 가다가 그 향기에 매혹당하여 흰 모자를 쓴 신장 남자에게 엄지와 검지를 펴 보이며 “량거(兩個: 두 개 주세요)”라고 했다. 그러자 그 남자는 확인하는 차원인지, 전혀 알아들을 수 없는 신장어로 나에게 뭐라고 했다. 신장어는 표준 중국어인 푸퉁화(普通話)와 전혀 다른 언어이기 때문에 신장 사람들 중에는 푸퉁화를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나 역시 그의 말을 못 알아들었기 때문에 똑같은 제스처를 보이며 “량거”라고 말했다. 그는 알아들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신나게 양고기에 양념을 발라가며 굽기 시작했다. 다 구워지자 양로우촨을 나에게 내미는데, 여덟 개를 주는 것이 아닌가. 두 개만 달라고 했는데 왜 여덟 개를 주는거냐면서 난 두 개의 가격만 냈다. 나의 횡설수설한 중국어를 통해 서로에게 오해가 있었음을 알게 된 그는, 인상을 쓰면서 엄지와 검지를 내미는 것은 중국에서는 8을 나타난다며 여섯 개를 확 빼앗아 바닥에 내동댕이 쳐버렸다. 나는 기가 죽어 아무 말도 못하고, 그 자리에서 바쁜 걸음으로 도망칠 수밖에 없었다. 한국에서는 엄지와 검지든, 검지와 중지든 모두 두 개를 뜻한다는 것을 중국에 적용하다가 큰 봉변을 당할 뻔한 사건이었다.

사우나에서 차 마시기?
몇 달 전에 있었던 일이다. 한국의 중년 부인들은 날씨가 추워지면 사우나를 자주 찾게 된다. 비록 나는 미혼이긴 하지만 중년의 나이를 바라보는지라, 두 명의 한국 중년 아주머니들과 함께 상하이(上海)에 있는 사우나를 찾아갔다. 그 두 분은 중국에서 3년 정도 살았지만 중국어에는 매우 서툴렀다. 우린 언제나 셋이 함께 붙어 다녔지만, 사우나 안에서 나는 탕 밖에 있었고, 한 사람은 한증탕에, 다른 한 사람은 한증탕 밖에서 몸을 씻고 있었다.

갑자기 한 복무원(服務員: 종업원)이 한증탕 문을 열고서 그 안에 있는 한국인 아주머니에게 “차뻬이마(擦背 : 등을 밀겠어요)? ”라고 물었다. 그런데 그녀는 이 말을 ‘차를 마시겠느냐? ’는 말로 이해했고, 서툰 중국어로 “뚜이, 뚜이(對, 對)”라고 대답하고는 차가 오기만을 한참 기다렸다. 그런데 기다리는 차는 오지 않고 잠시 후 다른 복무원이 와서 또 “차뻬이마? ”라고 똑같은 질문을 하는 것이었다. 그 때도 그 아주머니는 “뚜이뚜이”라고 대답하고 빨리 차가 오기를 기다렸다.

그러나 한참을 기다려도 차는 오지 않았다. 속으로는 투덜거렸으나 중국어가 서툴기 때문에, 왜 지금까지 차를 가져오지 않느냐 말 한마디 못하고 탕 밖으로 나와 일행이 있는 곳으로 갔다. 그러자 또 다른 복무원이 와서는 또 “차뻬이마? ”라고 묻는 것이었다. 그때도 그들은 똑같이 “뚜이뚜이”라고 대답했다.

그 복무원이 사라졌을 때, 마침 학교에서 중국어를 배우고 있던 한 아주머니가 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차를 마시겠습니까? ”라고 한다면 분명히 “니야오허이뻬이차마(　要喝一杯茶　)?”라고 물어야 하는데 왜 “차뻬이마? ”라고만 물었을까? 아마 저 종업원은 지방에서 올라온 사람이라 표준어를 못하나 보다.’

그런데 조금 있으니 아까 왔던 복무원이 때를 밀 자세로 그들을 향해 오고 있었다. 그제서야 그들은 아까 그 말이 무슨 뜻이었는지 깨닫게 되었다. 중국 사우나에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한증탕 옆에서 때를 밀어주는 사람이 있기 때문에, 한증탕에 들어가거나 앉아 있는 사람들에게 으레 때를 밀거냐고 묻곤 한다. 그들은 나를 보자마자 폭소를 터뜨리며 이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리고 나에게 “차뻬이(擦背)”의 뜻을 알고 있었냐고 물었다. 오래 전에 중국 친구와 함께 사우나에 간 적이 있기 때문에 난 그 말을 알고 있었다. 나는 그들에게, 외국어를 배우는 데 있어서 이런 일은 비일비재하며, 오늘 우리가 사우나에 오지 않았다면 이 말이 무슨 말이었는지 영원히 몰랐을 것이라며 위로했다. 그들은 그 날 살아있는 중국어 하나를 배우게 된 셈이었다.

배울수록 더 어려운 중국어
대부분의 사람들이 중국에서 5년 정도 살면 생활하는 데 전혀 불편함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무리 오래 살아도 위와 같은 실제적인 체험이 없이는 배울 수 없는 말들이 부지기수이다. 삶의 현장에서 중국인과 함께 부딪히며 살 때에만 그들이 일상 생활에서 사용하는 생생한 말들을 배울 수 있다. 중국인과 함께 살면서, 나는 학교 교실에서 배울 수 없는 살아있는 중국어를 많이 배웠다. 중국어를 제대로 배우려면 중국인의 삶에 더 가까이 다가가야 한다. 이것은 중국어뿐 아니라 모든 외국어 습득에 해당되는 원리일 것이다. 외국어는 배우면 배울수록 더욱 어렵다는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한국에 오면 많은 사람들이 선교 현지에서 가장 어려웠던 일이 무엇이냐고 묻는다. 난 아직도 언어가 가장 어렵다고 대답한다. 나는 언제 중국 사람과 똑같이 중국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을까? 중국어로 자기 의사를 분명히 표현하고, 그들의 말 뜻을 분명히 이해하는 것, 이것은 우리 선교사들의 영원한 숙제이다. 하지만 언젠가 그 날이 오리라 기대하며 오늘도 열심히 중국어에 열중해 본다.

주애화 | 중국선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