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말민초(淸末民初) 중국에는 13개의 기독교 대학이 있었다. 화북지역의 제노(濟魯; 濟南), 연경(燕京; 北京), 화동지역의 금릉(金陵; 南京), 금릉여대(南京), 지강(之江; 杭州), 성요한(上海), 호강(　江; 上海), 동오(東吳; 蘇州), 화남지역의 영남(嶺南; 廣州), 복건협화(福建協和; 福州), 화남여자협화(華南女子協和; 福州), 화서지역의 화서(華西; 成都)와 화중지역의 화중(華中; 武昌) 대학 등이다. 

이 대학들은 모두 여러 차례의 합병과 발전을 통해 점차 형성된 것이며, 한 차례씩 곡절과 복잡한 과정을 모두 거쳐야만 했다. 근래 미국 사학자 제시 루츠(Jessie Lutz)가 이 대학들에 대한 세밀한 연구 끝에 「중국과 기독교 대학」이라는 책을 발간했다. 이 책은 1971년에 코넬대학에서 출판되었는데, 루츠는 이듬해 미국 여성 역사가상을 수상하였다. 이 글에서 소개하는 헨리 루스는 위에 열거한 화북지역의 제노와 연경, 두 대학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선교사이다.

예일 3걸
루스는 미국 매사추세츠주 스크랜톤에서 태어났다. 부모들은 모두 경건한 기독교인이었으며 비교적 규모가 큰 잡화점을 경영하고 있었다. 루스가 예일대학에 입학하던 1888년은 해외선교의 열풍이 전 미국의 대학을 휩쓸고 있을 때였다. 그리고 바로 그 해에‘학생자원선교운동(The Student Volunteer Movement for Foreign Missions)’이  시작되었다. 이 운동으로 말미암아 이후 30여 년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북미와 유럽에서 8천여 명의 졸업생들이 다른 나라에 선교사로 파송되었다. 그들 중에는 중국으로 간 사람들의 숫자가 가장 많았다.

이 운동의 물결에 영향받은 첫 번째 예일대학 학생이 바로 루스의 학우인 피킨스(Horace T. Pitkin)였다. 그는 대학 2학년 여름 수련회에서  지원서에 등록하였고, 학우들 사이에서 해외선교의 부담감을 전하기 시작했다. 루스와 에디(Sherwood Eddy)는 피킨스의 끊임없는 설득에 따라 지원군의 행렬에 들어서게 되었고, 그리하여 학생자원선교운동 가운데 유명한 ‘예일 3걸’이 탄생케 되었다.

예일 3걸은 1892년에 졸업한 후, 함께 뉴욕의 유니온신학교에 들어가 신학공부를 했다. 그곳에서 그들은 지식과 영성에 있어서 자기를 무장했을 뿐 아니라 신체 단련에도  관심을 가졌다. 건강한 신체야말로 앞으로 해외선교를 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조건 중의 하나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매일 오후 5시가 되면 정확하게  학교에 있는 체육관에 가서 운동을 하고 1마일씩 달리는 것으로 마무리하곤 했다. 그들은  뛰기 싫을 때마다 “그래도 뛰어야 해. 여기서 1마일을 뛰는 것은 우리들이 장차 중국에서 많이 걷는 데 큰 도움이 될거야.”라는 말로 항상 자신을 다지곤 하였다. 이외에도 그들은 시간을 내어 부근에 있는 교회 병원에서 기초 의료기술을 배우기도 했다. 장래에 중국에서 분명히 필요할 것이라는 생각으로 대비한 준비였다.

이들이 유니온신학교에서 2년을  공부한 이후  ‘학생자원선교운동’에서는 그들을 1년 간의 순회 간사로 임명했다. 이들의 임무는 각자 흩어져 각 지역의 대학들을 방문하는 것이었다. 루스는 남부와 서부에 있는 각 주의 학교들을 돌아보는 역할을 분배받았다. 그는 이 1년 동안 100여 명의 학생들로 하여금 선교 자원군의 행렬에 지원하게 하였다. 통계에 의하면 1894년은 학생 자원운동이 가장 활발한 해였는데 예일 3걸의 공헌이 적지 않았다고 한다.

1년 후 피킨스는 유니온에 남고 루스와 에디는 프린스턴에 가서 못다한 신학공부를 마쳤다. 1896년 여름 에디와 피킨스는 각각 인도와 중국으로 떠나고, 루스도 이듬해 9월에 결혼한 지 3개월 된 아내를 데리고 중국행 배에 올랐다.
 

산둥성 최초의 농구대회

문회관
문회관(文會館)은 미국장로교 개척선교사인  마티어(Calvin Mateer)가 산둥(山東)성 덩저우(登州, 현 蓬萊)에서 창립한 학교였다. 루스가 이곳에 도착했을 때 그  학교는 이미 35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었다. 문회관에서의 처음 2년 동안 루스는 중국어 공부를 하면서 학생들에게 물리학을 가르쳤으며, 과외로 성경을 가르치거나 체육활동을 코치하기도 하였다. 그의 격려와 훈련으로 문회관의 학생들은 산둥성 역사 이래 처음으로 농구대회를 열었다. 부근의 많은 주민들이 와서 구경하였다. 시작을 알리는 호루라기 소리가 울리자 운동장에 있는 선수들의 손과 발은 분주히 움직였다. 신발은 날아가고 변발은 춤을 추는 등 난리가 났다. 심판을 보던 미국 선교사는 어쩔 줄을 몰랐다.

1900년에 일어난 의화단 사변으로 인해 산둥성 또한 매우 위험한 지경에 이르렀다. 덩저우에 있는 선교사들은 다행히 북양해군(北洋海軍)의 장군이 인솔한 선박‘해기호(海圻號)’의 도움으로 안전하게 옌타이(煙台)에 도착하였고, 다시 조선으로 건너가 피난할 수 있었다. 조선에서 그는 예일 3걸의 하나인 피킨스가 지난 7월 1일 바오띵푸(保定府)의 대학살 중에 비적의 손에 죽임을 당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그는 이 때의 비통한 심정을 일기장에 이렇게 적었다. “이 어찌된 날인가?  고난과 핍박이 가득하고, 피흘림과 사망이 서로 얽힌 날이로다.” 그러나 그는 결코 낙심하지 않고, 하나님의 나라가 장차 중국에 세워질 것을 굳게 믿었다.

연합의 열매가 맺히다

광문학당
티어는 일찍부터 중국의 기독교 학교는 학생들의 소질을 발전시키는 데 중시해야 한다고 외쳤다. 문회관도 30여 년 동안 중국 교회와 사회를 위해 많은 인재를 배출해 내었지만 루스는 문회관에 대규모의 개혁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첫 번째 이유는 덩저우가 비교적 외진 곳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지난(濟南)과 웨이시엔(　縣) 등과 같은 교통 요충지만 못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만약 학교를 그곳으로 옮긴다면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두 번째는 각 선교회에서 독자적으로 소규모의 학교를 경영하는 것보다는 각 선교회가 함께 연합하여 큰 규모의 학교를 경영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다. 특히 고등교육 이상의 교육기관일수록 더욱 그러하다고 보았다. 이러한 루스의 계획과 노력으로 말미암아, 미국 장로교와 영국 침례교는 마침내 연합으로 1904년에 웨이시엔에 고등교육 기관인 광문학당(廣文學堂)을 세우게 되었다.

광문학당은 비록 10여 년밖에 독립적으로 존속하지 못했지만, 중국 기독학생 선교운동 역사에 화려한 한 페이지를 남겼다. 1909년 3월, 학생들 가운데 영적인 부흥의 분위기가 점차 무르익어가고 있음을 느낀 루스는 띵리메이(丁立美) 목사를 학교로 초청하여 며칠 동안 부흥집회를 열었다. 띵 목사 또한 문회관의 졸업생이므로 광문학당의 동문인 셈이었다. 원래는 매일 아침 30분 간 예배를 드렸으나, 이 부흥집회 기간에는 1시간으로 예배를 연장하였다.

많은 학생들이 띵 목사의 도전적인 메시지를 듣고 전도자의 길을 갈 것을 결단하였다. 결단한 학생의 숫자는 처음 7명에서 60명, 80명, 마지막에는 116명으로 증가하여 전교 학생의 1/3 이상이 헌신하게 되었다. 이것을 계기로 그 유명한 《중화학생입지전도단(中華學生立志佈道團)》이 탄생하게 되었다. 이 단체는 나중에는 전국에 13개의 지부를 가지게 되었고, 천 여 명의 사람들이 가입하게 되어 이후 중국 교회의 핵심적인 역군이 되었다.

1917년 광문학당은 칭저우(靑州)의 악도원(樂道院), 지난(濟南)의 공합의도학당(共合醫道學堂)과 합병하게 되어‘제노대학(齊魯大學)’이라 명명하였다. 부교장과 학교건립위원회 회장으로 추대된 루스는 이를 위해 미국으로 돌아가, 2년 여 동안 곳곳을 방문하여 학교건립을 위한 모금을 하였다.

연경대학, 꿈의 실현
연경대학의 첫 번째 교장인 스튜어트(John Leighton Stuart)는 자신의 회고록에서 연경대학교 설립은‘하나의 꿈의 실현이었다.’고 적고 있다. 확실히‘진리로서 자유를 얻고 봉사한다.’는 교훈으로 세워진 이 기독교 대학은 아름답고 잘 조화된 중국식 건물로 유명했고, 학술적으로도 중국문화 연구의 큰 성과를 거두었다. 

이 꿈이 실현되기까지 스튜어트의 계획과 경영 외에 루스의 모금 능력도 많은 기여를 했다. 1919년부터 연경대학 부교장으로 임명된 이후에도 루스는 계속 연경대학의 미국 모집인원의 대표가 되었다. 이 사명은 과거 제노대학을 위한 모금보다 더 큰 어려움이 있었다. 왜냐하면 제1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 내에 고립주의(孤立主義)가 고개를 들기 시작했고, 해외선교의 열정도 점차 쇠퇴해갔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연경대학을 위해 루스는 온 가족이 함께 안정된 생활을 누리는 것을 희생했고, 몇몇 사람들에 의해‘돈에서 빠져나오지 못한다.’는 비평을 감수해야 했다. 마침내 한 채 한 채의 교사(校舍)가 연경대학 안에 세워지기 시작했다. 그 중 육각형의 정자가 있는데 그것을 ‘루스정자(思義亭)’라고 이름을 지어 연경대학에 대한 그의 공헌을 기념하였다.
 

‘여기서도 중국을 위해 일할 수 있다’
1927년 가을, 연경대학을 퇴직한 루스는 비로소 진정으로 자신을 위한 시간과 생활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는 다시 오래 전에 포기했던 학술활동으로 돌아왔다. 콜롬비아대학과 유니온신학교에서 강의를 들으며 중국 역사, 종교와 문화 연구에 전력을 기울였다. 이듬해 9월부터는 케네디선교대학(Kennedy School of Missions)의 요청을 받아들여 중국 관련 과목을 가르치게 된다. 그는 흥분하여 친구에게 “이곳에서 우리들은 매일 중국을 생각하고 중국에 관해 강의할 수 있다네. … 비록 우리가 직접 중국에서 일하는 것만은 못하다 하더라도, 이곳에서도 중국을 위해 일할 수 있다네.”라고 편지를 썼다. 

그의 네 명의 자녀는 하나님의 은혜 가운데 결혼하여 가정을 이루었다. 특히 큰 아들 헨리 루스(Henry R. Luce)는 「타임(Time)」과 「포춘(Fortune)」, 「라이프(Life)」등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3대 잡지를 창간하여 ‘잡지의 대왕’이라는 명성을 얻었다.

1941년 12월 7일, 진주만 폭격이 일어난 지 몇 시간 후 그는 아무 고통 없이 영원한 아버지 품에 안겼다. 그날 그의 일기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 있었다. “우리는 지금 역사적으로 위대한 시대에 들어서고 있다. 우리 모두 하나님의 아름다운 계획을 확신하자.”

http://galilee.campus.org.tw에서 발췌하여 번역하였습니다.
번역 | 곽 숙·본지 편집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