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한국인으로서 서양 선교단체에 소속되어, 서양 선교사들과 중국에서 팀 사역을 하고 있는 한재습 선교사 부부가 한국을 잠시 방문했을 때 만나 취재한 것을 정리한 것이다.  -편집자 주-

섬김과 겸손

중국에서 서양 선교사들과 팀 사역을 하는 한국인 사역자는 그다지 많지 않다. 그 이유는 우선 한국 선교사와 서양 선교사 간에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못하기 때문이고, 문화적 차이, 그리고 한국 선교사들의 팀 사역 정신의 부족 때문이다. 그런 가운데서 한 선교사 부부가 서양 선교사들과 팀으로 사역할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이 미국 국적을 가지고 있고, 미국 생활을 통해 서양 문화에 대한 이해가 깊으며 영어로 언어 소통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한 선교사 부부는 팀 사역을 하면서 느낀 서양 사역자들의 장점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서양 선교단체는 선교사들에게 사역을 배치할 때, 선교사 개인이 가지고 있는 은사를 가장 중요하게 여겨 은사별로 배치합니다. 팀장을 세울 때도 그 사람의 나이, 경력, 선교지 경험의 다소를 가지고 결정하기 보다는, 그 사람이 팀장으로서의 은사가 있는지를 더 중요하게 여깁니다. 그렇기 때문에 선교사들이 선교지에서 사역할 때 효율성이 높습니다. 한국의 경우 선교지에서 팀장을 세울 때 중요하게 작용하는 요인은 나이, 경력, 출신 학교, 선교지에 언제 왔는지, 목사인지 평신도인지 등이 아닙니까? 개인이 가진 은사보다는 부차적인 요인에 의해 지도자를 뽑기 때문에 사역의 효율성이 낮다고 생각합니다. 

서양 선교단체의 지도자나 선교지에서의 팀장은 진정으로 섬기는 지도자이지, 한국인들처럼 귄위의식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한마디로 서양 지도자들 속에는 계급의식이 없습니다. 어떤 단체에 지도자나 팀장이 필요한 것은 사역의 효율을 위해 기능상 필요한 것이지, 사람들 위에서 군림하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또한 대개 서양 지도자들은 참 겸손합니다. 지도자는 겸손해야 한다는 것 때문에 일부러 가장한 겸손이 아니라, 그들의 삶 속에 체질화 된 겸손을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회의를 할 때도 편한 대로 앉아서 하면 되지 상석이라는 것이 별도로 없습니다.”

한 선교사 부부는 서양 선교사들의 장점을 이렇게 말하면서 한국 교회 지도자들과 한국 선교사들 안에 남아 있는 군림하려는 권위의식은 ‘섬기는 훈련의 부족’과 ‘섬기는 삶의 연습 부족’ 때문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서양 선교사들의 경우 사역을 하다가 팀장과 팀원 간에 의견 차이가 있을 때, 팀원이 팀장의 뜻에 무조건 순종하기보다는 한 자리에 앉아 서로의 의견을 교환하면서 장·단점을 적어본다. 충분히 토론한 후 서로 적어놓은 자료를 비교하면서 장점이 많은 의견을 수렴하는 방식을 선택한다. 또한 선교지를 선택할 때도 소속 선교단체의 정책이나 필요보다는 선교사 개인의 부르심을 더 존중하여 배치한다. 물론 모든 서양 선교단체가 다 그런 것은 아닐 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선교단체와 한 선교사가 소속한 선교단체는 그렇게 한다고 설명했다.

원활한 선교를 위한 팀 사역의 필요

선교사역에 있어서 대부분의 서양 선교사들이 팀으로 사역을 하는 데 반해, 한국 선교사들은 개별적으로 사역하고 있다. 한국 선교사들에게 팀 사역이 어려운 이유는 보안을 철저히 하기 위함도 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누가 팀장이 되느냐?’는 문제에 걸리기 때문이고, 또 목사 선교사와 평신도 선교사와의 갭(gap)이 해결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팀 사역에 대한 경험이 별로 없어서 어떻게 협력해서 사역해야 하는지 잘 모르기 때문이다. 앞으로 중국선교를 더 효과적으로 감당하기 위해서는 한국 선교사들도 한국 선교사끼리 팀 사역을 해야 하고, 뿐만 아니라 서양 선교사들이나 화교 선교사들과도 함께 팀 사역을 해야 한다. 중국선교에 있어서 팀 사역을 통한 국제적인 협력이 원활하게 이루어진다면 중국 땅에서 하나님의 나라는 더욱 빠르게 확장될 것이다. 

한 선교사는 대부분의 서양 선교단체나 서양선교사들이 한국 교회나 한국 선교사들과 협력하여 사역하기를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양 선교사들이 한국인 선교사와 팀 사역을 하기 원하는 이유는, 한국 선교사들이 중국선교를 하는 데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어 서양인들이 하지 못하는 것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 선교사들의 장점은, 먼저 중국인과 같은 동양인으로 얼굴이 비슷해 농촌 지역이나 가정교회 사역에 용이하다는 점이다. 그리고 한국은 중국과 동일한 한자문화권이어서 한국인들이 언어도 서양인보다 빨리 배우고, 고생해 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서양인들보다 중국 생활에 잘 적응한다. 또한 영혼에 대한 열정도 뜨겁다(그러나 이것은 서양 선교사들도 마찬가지이므로, 반드시 한국 선교사만의 장점이라고 동의하기는 어렵다고 한 선교사는 보충했다.)

그렇지만 그들이 쉽게 한국 교회와 한국 선교사들에게 접근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언어의 장벽 때문이다. 또한 그들은 한국 교회가 부흥하면서 물질은 풍부해졌지만 교회가 선교에 관심을 두기보다 교회 건물 확장, 기도원 건립, 교회 공동묘지 구입 등에 더 관심이 많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한국 선교사들이 서양 선교사들과 팀 사역을 하지 못하는 이유는 영어가 되지 않는 것과, 서양인들이 동양인을 무시한다는 선입견 때문이다. 그러나 한 선교사는 자신의 경험으로 볼 때 서양 선교사들은 누구보다도 평등의식을 가지고 있어 인종차별을 하지 않으며, 권위의식이 없어 팀 사역하는데 오히려 편안하다고 말한다.

마음 문을 여는 것이 협력의 시작

중국선교를 하고 있는 서양 선교사들은 대부분 사업가, 영어 교수, 기술자 등 전문 직업인으로 합법적인 직업을 가지고 있으며, 정부 관리들과 함께 일을 하기도 한다. 이들 중 어떤 선교사는 은밀하게 사역하기도 하지만, 또 어떤 선교사는 공식적인 루트를 통해 공개적으로 사역하기도 한다. 중국인들이 대체적으로 서양인들을 우대하고 있기 때문에, 그들은 중국인에게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고, 영어를 가르쳐 주면서 대학생들과 쉽게 가까워질 수도 있다.

서양 선교단체는 선교 역사가 길고, 많은 선교 경험을 가지고 있다. 또한 여러 방면에 걸쳐 팀 사역 경험이 많아 노하우가 풍부하다. 만약 한국 선교사들이 서양 선교사들과 팀 사역을 한다면 그들의 이런 노하우를 배울 수 있어 선교사역을 할 때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 그리고 서로가 갖고 있는 장점을 살려서 협력사역을 한다면 더 효율적으로 사역을 감당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서양 선교사들과 팀으로 사역하길 원하거나 협력 사역을 하기 원하는 한국 선교사가 있다면, 먼저 과감하게 접근을 시도하라고 한 선교사는 말한다. 그들도 우리와 협력하여 사역하기를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양 선교단체나 선교사들에게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몇 가지 길을 제시해 본다. 

첫째, 서양 선교사를 친구로 사귀라. 자신이 먼저 마음 문을 열고 서양인들의 사고를 이해하고 그 문화에 대해 배우려고 한다면 친구가 될 수 있다. 그들의 문화를 알지 못한 채 선입견으로 그들을 판단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둘째, 구체적으로 협력할 부분이 무엇인지를 찾으라.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서로의 사역에 대해서도 공개해야 한다. 지나치게 보안을 중시하여 자신의 사역에 대해 전혀 말하지 않는다면 협력할 수 없다. 오히려 이단에 속한 사역자로 의심받을 수도 있다. 말 할 것과 말하지 말아야 할 것을 잘 분별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셋째, 개인적으로 접근하는 것 보다는 자신이 소속된 단체를 통하면 더 쉽게 다가가고 관계를 맺을 수 있다. 개인적인 접근은 신뢰를 얻기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단체의 이름을 가지고 접근하면 서로 믿을 수 있기 때문에 쉽게 협력 사역을 할 수 있다. 

넷째, 한국 선교단체의 지도자가 먼저 나서서 서양 선교단체와 협력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하여 선교사에게 연결시켜 준다면 더 좋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한국 선교단체의 지도자가 팀 사역과 협력 사역에 대해 열린 마음을 갖고 있어야 한다. 단체의 지도자가 구체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사역까지 제시해 주면 더욱 효과적일 것이다. 

“한국인들과 협력하여 사역하기 원합니다”

서양인들은 ‘개인주의’가 강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들이 오히려 팀으로 사역을 잘하고 있고, 한국 선교사들과도 협력하여 사역하길 원한다는 것에 대해 한국 선교사들이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서명해 달라고 부탁하자 한 선교사 부부는 이렇게 대답했다. “서양인들이 ‘개인주의’가 강한 것은 확실 합니다. 그러나 ‘개인주의’와 ‘이기주의’는 구별해야 합니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것은 개인주의지 이기주의가 아닙니다. 서양인의 개인주의는 그들의 문화이며, 그것은 곧 합리주의라고도 말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팀 사역이 가능합니다. 다시 설명하자면, 자신이 먹은 식사비를 자신이 지불하는 것은 타인에게 부담을 주지 않겠다는 뜻이고, 또한 타인의 동의 없이 그의 식사비를 지불해주는 것은 그의 의사를 무시하는 것이기에 각자의 식사비를 각자 지불하는 것입니다. 한국인의 입장에서 보면 이상하게 생각되지만 그들은 그것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팀 사역에 있어서도 서로를 존중하고 맡겨진 사역에 대해 간섭하지 않습니다. 

물론 중국인 사역에서는 서양인들의 합리적인 사고가 마이너스로 작용 될 때도 있습니다. 서양 선교사들도 중국에 살면서 중국 문화를 배우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서양인들의 합리적인 사고를 동양인들이 배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서로 협력하여 사역하기 위해서는 서로의 문화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하나님 나라를 위해서 한국 선교사와 서양 선교사가 문화를 초월하여 협력사역을 한다면, 중국선교를 더욱 효과적으로 감당할 수 있을 것입니다. 서양 선교사들은 한국 선교사들과 협력하여 사역하길 원합니다.”

한 선교사 부부가 사역하는 지역은 한국인들의 방문이 비교적 뜸한 지역이다. 따라서 한 선교사는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에 많은 한국인들이 유학생으로 와 주길 바라고 있다. 또한 단기 비전트립 또는 정탐여행 등으로 그 지역을 방문해 주길 소망하고 있다. 그는 기꺼이 그곳을 찾는 이들을 섬기기 원하고, 도움을 주고 싶어 하며, 협력하고 싶어했다. 

세계화의 시대를 맞이하여 중국선교에 있어서도 원활한 국제협력의 시대가 속히 도래하길 기대해 본다.

석은혜 | 본지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