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영어는 여국이나 미국 등 몇 나라만의 언어가 아니라 국제사회에서 통용되는 언어이다. 미국이나 영국인들은 참석하지도 않는 아프리카 대륙 내의 국제회의나 동남아지역의 국제회의도 공식 언어는 영어를 사용한다. 동양인들 사이에서도 상대방의 국가나 민족의 언어를 모를 때에는 당연히 영어가 의사소통의 수단이 되고 있다. 선교의 세계에 있어서도 영어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이것은 중국선교에 있어서도 예외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필자 자신의 영어도 그리 수준이 높지 않기 때문에 이 글을 부탁받았을 때 과연 내가 이러한 내용을 쓸 자격이 있는가를 생각하면서 많이 망설였다. 그러나 중국선교를 위하여 함께 부르심을 받은 동료들과 함께 고민하고 생각을 함께 나눈다는 차원에서 용기를 내어 생각을 정리해보기로 하였다. 

필자 생각에는 영어도 할 수만 있으면 수준을 높이기에 힘써야 할 것 같다. 그러나 중국선교를 위해서 중국어보다 영어가 절대적이라는 것은 물론 아니다. 영어가 거의 필요 없는 상황에서 훌륭하게 사역을 감당하고 계시는 선교사들도 얼마든지 많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영어를 잘하게 될 경우 얻을 수 있는 유리한 점들을 생각해보는 것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영어를 잘하는 사람에게는 선교현장에서 다음과 같은 유리한 점이 있다. 

세계 각국에서 온 선교사들과의 교제권 형성을 위하여

중국 사람만 중국선교를 하는 것이 아니다. 영어권의 선교사가 중국에 발을 들여놓은 것은 이미 수백 년 전으로서, 한국에 복음이 소개되기 몇 백 년 전의 일이다. 허드슨 테일러(Hudson Taylor)를 비롯한 영어권 선교사들이 중국에서 온 몸으로 겪으며 쌓아 놓은 노하우가 있다.

그리고 지금은 영어권뿐만 아니라 동남아, 남미, 유럽 및 아프리카로부터 온 많은 중국 선교사들이 있다. 이들과의 대화는 중국어로도 가능하긴 하지만, 각 지역마다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선교사들의 공동체와 지역선교사들의 연합모임에서 공식 언어는 영어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영어를 하지 못하는 한국 선교사들은 자연히 지역 선교사들의 교제권에 들어가기 어렵고, 이에 따른 상당한 불이익과 수고를 감당해야만 한다. 영어로 형성된 선교사들의 교제권 사이에서 이미 알려져 있는 지역 상황 또는 국제사회와 관련된 문제들에 대해 정보가 늦고, 이에 따라 헛된 수고를 하는 경우도 많다. 그리고 영어가 가능하면 협력하고 동역할 수 있는 일을, 혼자 내지 한국인끼리 해야 하므로 쉬운 일도 어렵게 하는 경우가 없지 않다. 

선교훈련을 위하여

전 세계에는 영어로 이루어지는 좋은 훈련들이 매우 많다. 영어를 하지 못하면 세계를 바로 보는 눈을 갖는 데 제한받기 마련이다. 한 국인이 중국인과 문화적으로 가깝기 때문에 얻는 유익도 있지만, 문화를 초월해서 일하시는 국제적이고 우주적인 하나님의 사역 속에 보조를 맞추려면 국제 언어가 필수적이다. 서양인들의 편에서만 생각한 이론들을 그대로 배울 필요는 없다. 그러나 초문화적인 성경적 가르침은 배워야 할 것이다. 

선교정보 수집을 위하여

한국어로 된 정보들도 많지만, 영어로 된 정보는 홍수를 이루고 있다. 명확한 예로 인터넷에 한번 접속해 보면 영어를 모르고는 필요한 정보를 제대로 찾을 수 없다. 중국 공산화 이전의 선교사역 중 필자가 관심 갖고 있는 분양의 사역과 그에 대한 중국인들의 반응ㅇ과 효과를 보고한 문헌들을 찾은 적이 있는데, 대부분 영문 자료였다. 특히 1890년대 말과 1940년대에 개최된 제1,2차 세계 중국선교대회자료 및 보고 논문들은 모두 영문이었다. 영어를 모른다면 세계의 대부분에 대하여 눈을 감고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넓은 세계 속에서 우리의 위치를 발견하고, 중국선교가 마치 한국인들의 독점사업인 것처럼 생각하는 교만한 마음을 고쳐야 할 것이다.

선교자원의 보다 넓은 이용을 위하여

한국은 하나님의 특별한 축복을 받은 나라임이 분명하다. 한국 교회에는 좋은 선교자원들이 많이 있다. 하나님께 특별히 감사드리는 것은, 한국 교회 내에 특히 선교사 지원자가 많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인적 자원이 비교적 많다는 것이지 절대적으로 많다는 것은 아니다. 아직도 세계선교의 대부분의 일들은 백인들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 한국인으로 중국선교에 임할 때 영어권을 비롯한 세계 교회의 선교자원을 우리가 동원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본다. 비록 적은 숫자이긴 하지만 몇 명의 한국 선교사들이 미국 교회의 지원을 받아 비교적 큰 규모의 사역을 하고 있으며, 미국, 캐나다 선교사들이 한국 선교사의 지도력 밑에서 일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 
중국은 큰 나라이고 민족적 자부심도 큰 나라이다. 현장에서 일하다보면 한국인이라는 이름만으로는 역부족을 느낄 때가 많다. 거대한 중국이라는 나라와 자부심 많은 중국인들을 향해, 국제화된 단체의 일원으로서 접근할 때 갖는 유익한 점들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중국인들의 세계화 추세에 발맞추기 위하여

중국에서 살아본 사람이라면 중국이 얼마나 빠르게 발전하는 나라인지 금방 느낄 것이다. 우리나라의 60~70년대의 발전 속도보다도 더 빠르지 않나 생각 된다. 이런 추세 속에서 오늘날의 중국인들 역시 특유의 자신감으로 세계화를 지향하고 있는 듯하다. 자신의 것을 잊어버리지 않으면서 동시에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고, 마침내 그것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버리는 중국인들의 지혜를 보면서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개혁 개방 정책을 성공적으로 평가하면서 국제화 또는 세계화를 지향하는 중국인들과 함께 보조를 맞추거나 앞서가려면 언어는 필수적이다. 지난번 주롱지(朱鎔基) 총리가 취임하면서 중국어와 영어의 완전한 이중  언어로 진행된 기자회견은 세계화를 지향하는 중국인들의 의지를 읽기에 충분했다. 뿐만 아니라 텔레비전 방송의 영어회화 프로그램, 영어학습반, 개인교습, 쏟아지고 있는 영어회화 서적 및 테이프, TOEFL, GRE 문제집들에서 그들의 영어 열기를 확인할 수 있다.

중국에 대한 객관적 뉴스를 얻기 위하여

중국 내에서의 뉴스는 통제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객관적인 소식을 얻으려면 BBC나 CNN 뉴스 또는 중국 밖에서 발행되는 간행물을 보아야 한다. 이것들은 모두 영어로 방송되거나 쓰여 진 것들이다. 이밖에도 세계 곳곳의 중국 전문가들에 의해 이루어진 중국에 대한 셀 수 없이 많은 전문적 연구 자료들이 영문으로 정리되어있다.

유리한 위치에서 일할 수 있기 위하여

중국에 살아본 사람이라면, 관공서, 호텔 등에서 중국어가 서툴러서 손해 본 경험들이 있을 것이다. 외모가 비슷하므로 우리가 외국인인지 모르고 무뚝뚝하게 대하거나 대수롭지 않게 대하는 그들에게 영어로 말하기 시작하면 갑자기 반응이 달라지는 것을 경험한 적이 있다. 존경받는 외국인으로서 중국에서 살려면 영어는 중요하다. 중국인과 같아져서 일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존경받는 크리스천 외국인으로서 봉사하는 삶을 사는 것도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양질의 문서자료로 도움을 얻기 위하여

영어로 된 좋은 책들과 테이프 CD등이 상당히 많이 있다. 기독교 역사가 깊은 영어문화권 안에는 상상을 초월하는 영적인 유산이 있다. 복음의 중심이 유럽과 북미를 돌아 아시아로 옮겨졌다는 말을 들으며 그 나라들의 교회가 쇠퇴해버린 것으로 이해했던 저자는, 세계에 대해 눈을 뜨면서 그러한 말은 좀 더 신중히 해야 한다고 느꼈다. 짧은 역사의 교회로서는 도저히 가질 수 없는 영적인 깊이가 영어 문화권 사람들에게 있기 때문이다. 그 교회와 문화 속에서 만들어진 자료들은 너무나 귀중한 것들이다.

객관적인 기독교 문화의 전달을 위하여

한국선교사들은 한국적인 교회문화를 중국인들에게 전하지 말아야하는데, 이에 대한 올바른 시각을 다른 나라로부터 배우려면 영어가 필수적이다. 한국 교회는 많은 축복을 받고 부흥해왔지만 교회 안에 비기독교적인 요소들이 매우 많은 것이 사실이다. 물론 서구 교회가 갖지 못한 장점도 많이 갖고 있다. 우리의 장점은 우리가 자연스럽게 전할 수 있지만, 우리의 단점은 전달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단점을 발견하려면 제3자의 입장에서 우리를 보아야하는데, 제3자 입장의 시각을 배우려면 영어가 아니면 불가능하다. 우리는 순수한 복음 그 자체만 전달해야한다. 그리고 우리의 문화 속에서 굳어진 것을 그대로 전달하는 커다란 실수를 범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한국 교회 안에 있는 잘못된 비기독교적인 요소들이 중국 교회 안에서 또다시 재현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소수민족 선교를 위하여

중국 내에 있는 소수민족 중에는 중국인들에 대한 반감(反感)이 큰 민족들이 있다. 그 민족 언어를 배우기 전 그들에게 접근할 때 사용하는 언어는 대체적으로 영어이다. 중국 안에 사는 중국 국적의 중국인이라고 하더라도, 그들에게 중국어로 복음을 전할 수는 없다. 이건 마치 일본어를 이해한다고 해서 한국의 노인층에게 일본어로 복음을 전하는 것과 같다.

비상사태 발생 시 영어가 필요하다

비상사태가 있어서는 안 되겠지만, 예기치 못한 일들이 발생할 수 있다. 현지의 정치, 군사적 불안요인에 의한 비상사태 시에는 국제적인 단체들은 네트워크를 형성하여 공동 대처해야 하는데, 영어를 모르면 이들과 보조를 같이 할 수 없다. 한 예로 아프리카의 어느 지역에서 내란이 일어났을 때 국제단체들의 선교사들은 비행기로 철수하였지만, 영어를 하지 못하는 한국의 선교사들은 육로로 죽을 고비를 넘으며 여러 날 공포에 떨면서 탈출한 적이 있다. 개인적인 사고처리에 있어서도 환자의 항공운송을 담당하고 있는 국제단체가 있는데 이들과 대화하려면 영어가 필수적이다. 

세계선교 운동에 기여하기 위하여

한국 교회는 하나님으로부터 특별히 많은 축복을 받았다. 받은 사랑에 감격해서 많은 사람들이 선교사로 헌신하고 나갔다. 한국인들의 선교는 한국 교회의 일로만 끝나서는 안 된다. 선교는 한국 교회만의 일이 아니고 세계 교회의 사명이다. 한국인들의 선교에 대한 열정과 현장에서 얻어지는 경험들은 타문화권 교회의 차세대들에게도 반드시 전달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타문화권 교회들과 지속적으로 교류해야 하는데, 영어를 사용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 세계선교대회 및 세미나 등에서 한국 선교사가 초청되어 얻은 경험과 은혜들을 전달할 때, 세계인들이 한국인들로부터 선교를 배우고자 하는 때에 사용되는 언어는 영어가 될 수밖에 없다.

앞으로는 세계선교운동이 아시아인들에 의하여 주도될 것이다. 그리고 한국은 어떠한 형태로든 이에 기여하게 될 것이다. 세계선교 역사에 기여하기 위해 영어도 잘하는 선교사가 필요하며, 이러한 비전 속에서 다음 세대의 일군을 키우는 선교사 자녀교육을 생각할 때도 중국어뿐만 아니라 영어교육도 중요하게 여겨야 할 것이다.

이상으로 중국선교와 관련된 영어습독의 필요성에 관하여 생각해보았다. 저자의 의견이 이미 사역에 임하고 계신 여러 선교사님들에게 누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그리고 사역을 준비하는 분들에게는 아무쪼록 조그마한 도움이 되기를 원한다. 

이모세 | 중국선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