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의 중국선교 서적들 <중주> 가족 여러분께 주님의 이름으로 새봄의 인사를 드립니다. 봄맞이 작업의 하나로 서가 정리에 착수했습니다. 쉬운 것 같으면서 쉽지 않은 일이 서가 정리라는 것을, 아는 분들은 잘 알고 계실 것입니다. 서가에 꽂혀 있는 중국선교 관련 단행본들을 정리하면서 떠오르는 일이 많았고 느낌도 적지 않았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중국선교를 다룬 책들이 나오기 시작한 것은 1980년 전후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1978년 하반기에 중국이 개혁개방정책을 취하면서 중국 성도들의 편지가 아세아방송으로 쏟아져 들어오기 시작한 것이 한국교회의 중국 선교사역에 있어서 기폭제가 되었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제 서가에 꽂혀 있는 중국선교를 다룬 단행본들 가운데 첫 번째로 나온 것은 《중공선교의 문이 열리다》 입니다. 아시안아웃리치 센터(Asian Outreach Center)의 창설자인 폴 카프만(P. E. Cauffman)이 1977년에 쓴 이 책은 국내에서는 1980년 4월에 역간되었습니다. 이 책의 원제목은 《China’s Coming Revolution》인데 출판사에서 중국선교의 붐이 일어날 조짐을 보고 《중공선교의 문이 열리다》로 과감하게 의역을 한 것 같습니다.
이 책의 먼지를 털면서 ‘지금은 《중국선교의 문이 닫히고 있다》가 나와야 하는 형편이 아닌가?’ 나도 모르게 중얼거렸습니다. 이 책과 동시에 같은 저자의 《공자 모택동 그리스도》가 나왔지요. 이 두 책의 저자 폴 카프만은 중국 선교사의 아들로 태어났는데 1969년에 홍콩에 아시안아웃리치 센터를 설립해서 중국선교의 선봉 역할을 감당했습니다. 1983년에는 브라더 데이빗의 《중공으로 보낸 하나님의 밀수꾼》이 출간되었습니다. 1981년 6월 18일, 중국선교 분야에서는 놀라운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오픈도어선교회가 성경 100만 권을 중국 남부의 한 해안에 양륙(揚陸)시킨 것입니다. 이 일은 ‘프로젝트 펄(眞珠計劃)’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되었는데 《중공으로 보낸 하나님의 밀수꾼》에는 그 일의 과정이 자세하게 그려져 있습니다.
1984년 3월에 《중공의 기독교 정책》이 한국방송선교센터에 의해 출간되었습니다. 아세아방송에 출판부가 있었는데 1977년 1월, 아세아방송과 극동방송이 공동 운영 체제로 들어가면서 아세아방송 출판부의 이름을 한국방송선교센터로 바꾸었습니다. 이 책은 고 조나단 차오(趙天恩) 박사가 이끌고 있던 중국교회연구센터(CCRC)에서 출판한 책을 편역한 것으로 크리스천 화교 세 분이 초역하고 아세아방송의 북방선교방송 담당자가 교열했습니다. 논문집이어서 중국교회에 대해 체계적으로 알기 원하는 분들에게 많은 도움을 주고 또 환영받았습니다.
이듬해인 1986년에는 일본 크리스챤신문사에서 펴낸 《사랑의 혁명 중공교회》가 나왔습니다. 이 책에는 “마마 쾅이 말하는 중공 지하교회”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데 중국 가정교회 지도자인 마마 쾅은 1983년에 극적으로 중국에서 탈출했고 한국을 방문하여 여러 곳에서 간증집회를 가진 일이 있습니다.
같은 해에 대만 출신 중국 선교사 사일러스 장의 《중공교회의 실상》이 출간되었습니다.
이런 시절들을 거쳐 왔습니다 앞에서 이야기한 책들은 한두 권을 빼고는 모두 김영국 장로님이 번역했습니다. 김영국 장로님은 평안남도 순천(順天) 출신으로 평양사범학교와 평양교육대학을 졸업하고 교편생활을 하다가 월남하신 분입니다. 장로님은 북방선교에 뜻을 두고 북한선교회를 비롯하여 여러 선교단체의 선교사역에 동참하셨습니다. 러시아어에 능하셔서 극동방송 러시아방송 고문으로도 수고하셨습니다. 오래전에 하늘나라로 가셨는데 많은 상급을 받고 편히 쉬고 계실 것으로 확실히 믿고 있습니다. 이 책들은 대부분 생명의말씀사가 출판했습니다. 생명의말씀사에서는 수지타산보다 중국복음화를 돕기 위해 이렇게 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뒤늦은 감사를 드립니다.
앞에 소개해 드린 책들은 한 가지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렵지 않게 대답할 수 있는데요, 무엇일까요? ‘중국’이라는 말을 쓰지 못하고 ‘중공’이라는 말을 썼다는 사실입니다. 그때까지는 중화인민공화국을 중국이라는 부르는 것이 금지되어 있었습니다. 그때 중국은 대만(중화민국)을 부르는 이름이었습니다. 당시 저는 한 선교방송에서 일하고 있었는데 1982년에 중국에 살고 있는 동포들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의 제목을 ‘중국동포에게’라고 했다가 관계기관의 경고를 받은 일이 있었습니다.
제 서가에 꽂혀 있는 중국선교를 다룬 책들 가운데 중국이라는 이름이 들어간 첫 번째 책은 《중국 선교의 어제와 오늘: 한국 선교사가 본 중국 선교》입니다. 이 책은 1987년 개혁주의신행협회에서 발간했는데 저자는 고신 선교사로 1985년부터 대만에서 선교사로 일한 이병길 목사님입니다. 1986년에 서울에서 아시안게임이 열렸는데 여기에 대륙의 선수단이 대거 참여했습니다. 그때의 신문 기사를 검색해 보면 이들의 공식 호칭은 ‘중공선수단’이었고 “서울의 하늘에 오성홍기가 휘날려도 되는가?” 하는 기사도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아시안게임의 영향으로 중국이라는 말을 사용하는 것이 용인된 것이 아닌가 짐작해 봅니다.
《중국 선교의 어제와 오늘》에 이어 1988년에는 강문서 저 《중국 대륙 선교》를 칼빈서적에서 출간했습니다.
1990년대에는 중국교회의 역사를 주제로 한 책들이 많이 출간되었습니다. 《중국기독교사》 (이관숙, 쿰란출판사, 1997), 《중국개신교사》 (김수진, 홍성사 1997), 《중국에 온 최초의 프로테스탄트 선교사 로버트 모리손》 (조훈, 신망애출판사 2003), 《중국기독교사》 (조훈, 그리심, 2004), 《중국교회사》 (김학관, 이레서원, 2005) 등인데 모두 중국이라는 이름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때는 한·중수교 이후니까 대륙을 중국이라고 부르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이 되었습니다.
중국교회의 역사를 주제로 한 책 가운데 장로회신학대학출판부에서 2023년에 출판한 《중국기독교사》가 있습니다. 이 책은 중국의 양회(중국기독교애국운동위원회[삼자]와 중국기독교협회[기협]), 즉 중국의 공인 종교기구에서 펴낸 책이 한국에서 역간된 점이 특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까지 서가를 정리하며 느낀 것들을 적어 보았습니다. <중주> 가족들께서도 같은 작업을 한번 하시면서 여러 가지를 느껴보라고 권하고 싶네요. 그 느낌을 편집실로 보내주시면 <중주>에 올려서 <중주> 가족들과 함께 공유하도록 하겠습니다.
지난 1월 15일(수)에서 17일(금)까지 ‘제1회 중국선교와 선교중국을 위한 콘퍼런스’가 중어권한인선교사협의회(KMAC) 주관으로 열렸는데요. 여기에서 다루어진 내용을 이번 호의 특집으로 다뤘습니다. 큰 도움이 되리라고 믿습니다.
새봄에 <중주> 가족 여러분께 좋은 일이 많기를 간구합니다. 여러분, 감사합니다! ▤
▤ 유관지 | 중국어문선교회 고문, 웹진 <중국을주께로> 발행인, 용산감리교회 원로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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