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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3  통권 268호  필자 : 석은혜  |  조회 : 1328   프린트   이메일 
[신조어로 보는 중국 사회]
45도 인생 (45度人生)

최근 중국 젊은이들 사이에 ‘45도 인생’이라는 신조어가 유행하고 있는데, 중국어로는 ‘쓰스우두런성(45度人生)’이라고 한다. 이는 최근 경기 부진에 일자리 찾기가 어려워진 중국 청년 사회를 반영한 것이다. ‘치열하게 살아도 성공하기 어렵고, 포기하고 대충 살자니 미래가 불안해 뭔가는 해야 한다는 중국 청년들의 혼란스러운 심리 상태’를 반영한 말이다. 45도 인생은 경쟁사회에서 악착스럽게 승리를 얻어내려는 ‘네이쥐안(內卷)’족과 모든 것을 다 포기하고 그냥 드러누워 있는 ‘탕핑(躺平)’족 중간에 끼어 있는 사람을 일컫는다. 치열하게 살아서 90도로 수직으로 상승한 사람과 그냥 포기하고 바닥에서 굴러다니고 있는 0도인 사람들 사이에서 어정쩡한 자세로 서 있는 고달픈 신세를 45라는 숫자로 표현했다. 

2023년 말 중국 런민(人民)대학의 청소년 발달 조사에 따르면, 청년 중 28.5%가 ‘45도’로 생활하고 있고, 12.8%는 포기하고 누워 있으며(탕핑), 58.7%는 90도 각도로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결과 중국 청년층의 각도가 90도에서 45도로 변하고, 그러다가 결국 0도로 변하는 이유는 아마도 ‘희망과 미래가 보이지 않기’ 때문으로 나타났다. 주된 이유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중국 경제가 좋지 않아서 재정 상황이 악화하고 취업의 기회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중국의 청년 실업률이 증가하면서 많은 젊은이가 안정적인 직업을 찾는 것이 어려워졌다. 이는 그들이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느끼게 했고, 결과적으로 45도 인생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다.

이 용어는 언제 어떻게 시작되었는가? 2022년 4월 공청단(共青团) 중앙위원회서기처 제1서기인 허쥔커(贺军科)는 《신시대의 중국 청년》 백서 브리핑에서 ‘네이쥐안’과 ‘탕핑’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답했다. 그는 “진짜로 인생을 포기하고 누워 있는 사람은 소수에 불과하고, 대다수의 젊은이가 열심히 일하고 있으며, 그들은 미래에 대해 낙관적인 생각을 하고 있다”라고 공산당 서기답게 대답했다. 그는 “젊은이들이 흔히 쓰는 언어 중에 탕핑과 ‘포씨(佛系: 부유한 가정에서 자라나 별다른 불만이 없으므로 마치 부처님처럼 온유한 사람이라는 뜻 _글쓴이)’라는 말이 있는데, 그런 말은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해학적으로 감정을 표현한 것에 불과하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청년들에게 “포기하고 누워 있는 것에 대해 이해는 하지만 그러나 일어나서 계속 싸워달라"고 큰 소리로 외쳤다.

그 후 그해 5월 중국 관방잡지 〈반위에탄(半月谈)〉에 “말아 올리고 또 말아 올려도 움직이지 않고, 눕고 또 누워도 평안이 없다(卷又卷不动,躺又躺不平) … 45도의 인생: 또 다른 가능성을 열어준다”라는 제목의 글이 실렸다. 그 문장 옆에는 어떤 사람이 앞으로 45도 기울어져 있는 이모티콘이 그려져 있었는데, 이것이 바로 45도 인생이라는 것을 보여주었다. 여기에서 45도 인생이 유래되었다. 그는 45도 인생은 현대 젊은이가 합리성에 진입했다는 신호라고 생각했다. 그는 “45도야말로 안정된 균형을 갖추고 있다. 맹목적으로 급진적이지도 않고, 덧없는 유행을 쫓아다니지도 않으며, 실망하거나 우울해하지도 않는다. 현재에 충실하면서 미래의 기회를 포착하고, 합리적으로 에너지를 관리하고, 생활에서 즐거움을 찾는다”라면서 45도에 대해 긍정적으로 이야기했다. 

윗글에서 볼 수 있듯이 네이쥐안, 포씨, 탕핑 등의 용어는 사회적 ‘경쟁’에 대한 태도를 기술하는 신조어로서 사회심리 구조의 적응 과정을 대변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45도 인생은 사람마다 그것을 보는 관점에 따라 각기 다른 반응을 보일 수 있다. 당장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이거나 부정적인 감정의 ‘누에고치 집’에 갇혀 있는 사람은 45도로 기울어져 있는 모습이 낙담한 사람의 뒷모습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반면, 끈기가 있고 생활에 긍정적인 사람의 눈에는 그 모습이 미래 지향적인 앞모습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부정적인 시각에서는 45도는 일종의 자기 비하이자 무력감인 것 같다. 그러나 긍정적인 각도에서 생각해 보면 45도는 출발할 준비가 되어 있고 미래가 기대되는 최고의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즉 45도의 자세는 질주하기 전의 완충 역할을 할 수도 있고, 스트레스에 직면했을 때 멈추고 휴식을 취하는 전환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처음에는 중국의 많은 젊은이가 45도 인생을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며 자조적으로 자신을 폄하하는 말로 사용했다. 그들은 삶을 90도 직각에 비유했는데, 위쪽을 향하는 것은 강렬한 노력을 의미하고, 0도의 납작하게 누워 있는 것은 포기와 게으름 그리고 인생을 무시하는 것을 의미했고, 45도는 가장 불편하고 애매한 상태에 처해 있는 것을 의미했다. 다시 말해 45도는 똑바로 서지도 못하고, 눕지도 못한 채 현실에 불만을 품고 자신이 처한 어려운 상황에 낙심하면서 미래를 내다볼 수 없는 청년들을 일컫는 말이다. 

그러나 어떤 것을 시도했다가 실패할 때, 중국 젊은이들 사이에서 45도 인생, ‘45도 생활’이라는 용어가 점점 인기를 얻어가고 있다. 푸젠(福建) 출신의 한 20대 젊은이는 스스로 45도의 인생을 선택했다. 그는 “나는 우울증을 앓고 있다. 그것을 벗어나고 싶지만 벗어날 수 없으니, 나는 열심히 노력하는 90도와 완전히 포기하는 0도 사이에서 그 중간 상태인 45도로 사는 삶을 맞이하기로 선택했다”라고 말했다. 원래 그는 2년 동안 일자리를 찾으려고 노력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그는 명문 대학을 졸업하지 않으면 대학 학위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고, 대학원에 진학하기로 했다. 그는 “나는 평범해지고 싶지 않고 내 능력을 증명해 보이고 싶지만,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계속 공부하는 길을 선택했다. 그것이 내가 현실을 버티고 타협하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홍콩대학 쉬취안 박사는 45도 인생은 사실상 중국 젊은이들에게 무력감을 안겨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은 산업자본주의의 대두가 유럽의 많은 젊은이가 새로운 시대에 자신의 자리와 좌표를 찾지 못한 채 불안해했던 것과 다소 비슷하다는 것이다. 중국의 개혁개방 이후에 경제 활성화가 중국 청년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었다. 이전 경제는 그들에게 돈을 벌 수 있다는 희망을 주었고, 열심히 일하면 계속 발전할 수 있다는 기대를 안겨주었다. 그러나 상황이 완전히 변한 지금의 맥락에서 사회 계층화는 점점 심화하고, 이전의 진취적인 사고 방식은 일자리를 유지하려는 보수적인 사고 방식으로 바뀌었고, 사람들의 투쟁도 바뀌었다. 쉬 박사는 “45도 사람들은 노력이 쓸모없다는 현실을 깨달았기 때문에 90도의 사람들이 변해서 만들어진 것이다. 또한 45도의 사람들이 0도로 내려가는 것은 사회와 국가 전체에 실망스러운 일”이라고 덧붙였다.

45도 인생이라는 신조어는 중국 젊은이들이 직면한 현실을 반영하는 중요한 개념이다. ‘똑바로 서기’, ‘평평하게 눕기’ 또는 ‘45도로 생활하기’ 등은 실제로 여론이 사회에 부여하는 심리적 레벨이다. 새로운 신조어의 출현은 자신이 속한 사회와 자기 자신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부정적인 언어에 함몰되지 않도록 항상 경계해야 한다. 45도 인생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중국 정부의 정책적 지원과 사회적 인식 변화가 필수적이다. 또 젊은이들의 정신 건강에 대한 지원도 필요하다. 많은 젊은이가 스트레스와 불안으로 고통받고 있으므로, 상담 서비스와 같은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중요한 것은 중국 젊은이들이 자신의 삶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긍정적인 생각과 삶에 대한 희망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 석은혜 | 본웹진 전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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