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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3  통권 268호  필자 : 김현정  |  조회 : 1109   프린트   이메일 
[생태선교_함께 생명을 향하여]
기후 위기 시대, 생태선교를 향하여

선교의 과업은 언제나 시대의 표징을 읽고 당면한 과제를 바로 알고 모든 영역에서 하나님 나라를 세우기 위한 노력으로 나타난다. 지금은 전 지구적으로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일이 모든 나라의 생존과 연결된 중대한 사명이 되었다. 따라서 각국의 변화와 노력뿐만 아니라 국제적인 협력이 필요하다. 

1992년 ‘기후변화에 관한 UN 협약(UNFCCC)’에서 대기 중 온실가스 농도의 안정화를 위해 노력하기로 합의한 이후 여러 번의 당사국총회에서 국제적인 협약을 체결하고 함께 노력하고 있다. 2015년에는 모든 당사국이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1.5°C로 제한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전 지구적 장기 목표에 합의하였다(파리협정, COP21). 하지만 각국은 약속을 그대로 지키지 못했고, 올해 1~9월 지구의 평균기온은 산업화 이전 시기보다 1.54도 상승했다(세계기상기구, WMO). 

2024년 11월 24일 바쿠에서 폐막한 제29차 당사자총회(COP29)에서는 세계 각국 정부와 민간이 공동으로 최소 연간 3,000억 달러, 2035년까지 연간 1조 3,000억 달러의 기후 재원(NCQG)이 필요하다고 합의했다(바쿠 기후 통합서약, Baku Climate Unity Pact). 그런데 여기서 한국은 기후 위기 해결을 방해하는 국가에 주는 ‘오늘의 화석상’을 받으면서 2년 연속 ‘기후 악당 1위(64개국 중 60위, 그 아래는 산유국)’에 올랐다.

기후 위기 속에서 고통받는 현재와 암울한 미래를 바라볼 때 우리의 선교와 신학에 새로운 회심이 필요하다. 리처드 로어(Richard Rohr)에 따르면, 그리스도교는 원래 신비, 사랑, 지혜, 체험, 묵상 중심의 종교였는데, 플라톤주의의 영향으로 계몽주의 이후 합리주의, 과학주의, 세속주의와 싸움에서 이분법적인 인간중심, 믿음 중심, 머리 중심의 종교로 변질되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그리스도인들이 창조세계의 소중함을 놓치고, 좁은 범위의 복음만 생각하고 영혼 구원에만 치중하게 되었다. 산업사회가 낳은 부작용들과 자본주의로 인한 불평등으로 인류가 살아가는 터전인 창조 세계가 붕괴할 위험에 이른 것을 보고 있다. 개발과 성장에 매진한 선진국에서 공장과 자동차를 이용하는 평범해 보이는 일상들이 어마어마한 양의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지구의 온도를 올리면서 재해성 날씨로 인해 지구 곳곳에 공장도 자동차도 없는 나라들까지 생존의 위협에 놓이게 했다. 소수의 사람이 부의 축적과 풍요를 누리기 위해 다수를 희생시키는 세상의 경제 방식을 따르다 보니 하나님이 주신 생명을 다 같이 잃어버리고 있다.

이제는 온 창조세계의 생명을 돌보는 하나님의 살림살이를 배우고, 생명 공동체를 이루어가는 하나님 나라를 추구해야 한다. 창조세계 전체를 창조하고 구원하시는 하나님을 따르는 백성으로서 성경에 나타난 성육신과 십자가 정신을 다시 배우고 살아가야 한다. 독생자를 주시기까지 세상을 사랑한 하나님 아버지의 뜻과 풍성한 생명을 약속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말씀을 따라 세상을 위한 섬김의 길을 열어가는 선교가 이루어져야 한다. 창조세계의 인간과 모든 다른 생명체들이 공멸하지 않고 함께 살아남을 수 있도록 파괴적인 산업사회 문명의 가치와 틀을 벗어나 생태문명(Ecological civilization)으로 전환하기 위한 신학이 필요하다.

중국에서도 2018년 이후 국가적으로 ‘생태 문명 건설을 내세우며 ‘사람과 자연의 조화로운 공생’, ‘맑은 물과 푸른 산은 금산이요 은산이다(綠水靑山, 金山銀山)’ 등의 선언을 발표했다. 지난 11월 26일 중국 쓰촨(四川)성 청두(成都)에서 열린 ‘2024 글로벌 판다 파트너 대회’에서는 “세계가 아름다운 중국의 ‘녹색 암호’를 읽고 이해하도록 하자 _시진핑 생태문명 사상의 중국 실천과 세계 공헌”이라는 보고서도 내놓았다. 



생태문명으로의 방향 전환은 국가의 중요한 과제이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 하나님의 말씀에 뿌리가 있다. 골로새서 1:9∼20에서 하나님은 만물을 그리스도를 통해 창조하셨고,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통해 바로 그 만물을 하나님과 화목하게 만드신다고 한다. 어떤 나라 어떤 선교현장이든지 그리스도인들은 창조와 구속의 일을 하시는 그리스도를 따라 모든 존재가 하나님 안에서 하나 되는 것이 하나님의 뜻임을 알고 그에 합당한 열매를 맺도록 해야 한다.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파괴와 죽음으로 향하는 이기적 욕심과 소비 습관을 버리고 회복과 생명으로 향하는 새로운 삶의 방식을 만들어야 한다. 

교회의 교육은 하나님 나라의 생태문명으로 나아가는 정신과 문화를 함양하는 생명 교육, 생태환경 교육, 평화 교육을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 또한 교회 내의 성도만이 아니라 다양한 이웃들과 함께 대화하고 협력하는 일이 필요하다.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를 생산/사용하고, 이웃들의 몸과 마음을 살펴보며 건강하고 행복한 공동체를 이루기 위해 적극 노력하여 지속가능한 삶을 이루는 데 기여해야 한다. 온 우주를 창조하고 돌보시는 하나님의 뜻에 일치하는 방향으로 시민사회의 활동과 국가의 정책들이 나아가도록 적극 참여하고 이끌어야 한다. 그리고 세계교회와 함께 기도하고 연대하며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국제적 협력에 힘을 보태야 한다. 이러한 실천을 통해 우리는 빛 가운데서 성도의 기업을 얻게 하신 하나님을 더 깊이 알게 될 것이며, 말과 행동과 존재로 예수 그리스도를 증거하는 주님의 충성스러운 제자 공동체가 될 것이다. 


[편집자 주] ‘생태선교_함께 생명을 향하여’ 코너를 12월호로 마칩니다. 생태문명을 향한 시대적 과제를 우리의 삶을 통해 어떻게 수행해야 하는지를 배우는 시간이었습니다. 생태선교는 한 번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하나님 나라와 함께 계속되어야 합니다. 하나님이 지으신 생명에 경탄하고, 하나님의 말씀에 귀 기울여서 생태선교적 삶을 차곡차곡 쌓아가기를 바랍니다. 그동안 바쁘신 중에도 선교적 삶과 사역의 이야기를 들려주신 필자 분들께 감사를 드립니다. 아울러 함께 귀 기울여 주신 독자분들께도 감사를 드립니다.







▩ 사진 설명 및 출처 | (위) BBC 화면 캡처 [https://www.bbc.com/news/articles/c2k0zd2z53] (아래) 지난 11월 26일 중국 쓰촨(四川)성 청두(成都)에서 열린 ‘2024 글로벌 판다 파트너 대회’에서 유네스코 전 사무총장이자 유럽연합 아시아센터 이사회 선임 고문인 이리나 보코바(Irina Bokova)가 총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바이두> 2024全球熊猫伴大在成都_旅游活_肃网] 
▩ 김현정 | 한국에클레시아생명학연구원 총무, 선교적교회마을목회연구소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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