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이야기 10 김명호 저 | 한길사 | 2024년 09월 09일 | 572쪽 | 정가 22,000원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네버엔딩 스토리 《중국인 이야기》가 드디어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일기나 편지는 물론 글을 본격적으로 써본 적 없는 저자 김명호가 대형 기획 《중국인 이야기』 열 권을 출간하는 경이로운 일을 해냈다. 집필 기간 17년, 사진 2,000여 장, 등장인물 1,000여 명을 소개한 대형기획 《중국인 이야기》 시리즈가 열 권으로 대서사를 마무리했다. ‘아라비안 나이트’가 아닌 ‘차이니즈 나이트’로 펼쳐진 《중국인 이야기》 시리즈에서 저자 김명호는 독보적 시각과 탁월한 필력으로 파란만장한 중국인 이야기를 종횡무진 펼쳐놓는다.
중국인보다 중국 사정을 더 잘 알기에 ‘중국인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기도 한다는 김명호는 중국이 우리보다 문화·정치 면에서 뒤떨어졌다는 인식을 바꾸고 국제정세를 통찰력 있는 시선으로 바라봐야 한다면서, 중국의 문화와 정치 구조를 지식인과 정치인이 배울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요즘 한·중 관계가 원만하지 않다. “싸우다 지치면 친구가 된다”는 마오쩌둥의 말처럼 양국이 제대로 싸우고 나서 만나면 더 반가울 것이라며 양국이 지혜로울 것을 당부하기도 한다.
지식인의 향연 절세의 자유주의 사상가 인하이광은 젊은 지식인들의 우상이었다. 정치적으로는 장제스를 지지하고 숭배했고 학문적으로는 진웨린의 지도를 받았다. 국민당 기관지 《중앙일보》 주필 인하이광은 민주와 인권을 노래하며 언론의 자유를 맘껏 누렸다. 중국 본토에서 대만으로 옮겨온 녜화링은 잡지 《자유중국》에 참여하면서 인하이광과 같은 집에 살게 된다. 레이전은 잡지 《자유중국》을 창간하면서 발행인에는 후스의 이름을 올렸다. 잡지는 젊은 군인들과 지식청년들을 열광시켰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쉬푸관과 인하이광은 적이자 친구였다. 인하이광은 20년간 쉬푸관을 혐오했지만 자신이 아는 최상의 인물이라며 칭송한다. 반려자 샤쥔루도 쉬가 소개해준다. 1960년 대만경비총사령부(경총)는 자유주의자의 보루 《자유중국》을 봉쇄하고 사장 레이전을 감옥으로 보낸다. 인하이광은 교단에 서지 못하게 되며 녜화링도 실직자로 전락했다. 중국 최후의 순수 문학자이며 중국의 마지막 사대부 왕쩡치는 여성관이 유별났다. 젊되 총명하고 병든 여자를 좋아했다. 진보적인 학생들의 집결지 서남연합대학 서양문학과 스쑹칭은 병태미를 풍겼다. 스쑹칭은 그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재능이 있는 왕쩡치와 결혼한다. 헤밍웨이의 작품과 녜화링의 글을 좋아한 왕쩡치는 고랭지 감자연구소에서 감자와 자연을 스케치하며 고난과 화해했다. 중국 10대 보물 중 으뜸인 모공정(毛公鼎)을 목숨 걸고 지킨 천하의 기재(奇才) 예궁차오는 격조 넘치는 과학자 위안융시와 결혼한다. 위안융시는 예궁차오와 예충판이 사촌 남매가 아닌 남녀관계라는 소문 때문에 예궁차오와 완전히 결별한다.
대만의 백색공포 백색공포 시기는 정치적으로 대만 국민을 억압했던 시대다. 1949년 대만대학과 대만사범대학 학생 사건부터 진정한 언론의 자유가 시작되는 1992년까지 국민당이 1당 독재했던 시대를 지칭한다. 그 시절 국민당에 반대했다는 이유로 대만 전역의 감옥이 만원이었다. 초대 대만 행정장관 천이도 총탄 세례를 받았다. 철혈정치가 난무한 시대였다. 대만독립을 주장하는 대독파의 대부 펑밍민은 국민당을 비판하는 선언문을 작성해 투옥되지만 수상한 연유로 감옥을 탈출한다. 후스와 인하이광의 영향을 받은 리아오는 국민당의 언론 탄압에 대한 글을 《문성》에 기고해 맹공을 퍼붓는다. 리아오도 철창신세를 진다. 하지만 리아오는 “문성 시대는 역사 속으로 들어갔다. 지난 일은 잊으라”며 이를 악물고 버틴다.
알테쉬톡의 공습 알리, 테무, 쉬인, 틱톡샵의 실체와 우리의 대응 전략 박승찬 저 | 더숲 | 2024년 10월 02일 | 270쪽 | 정가 20,000원
알테쉬톡의 공습으로 비상 걸린 세계 각국, 무너지는 중소 제조 생태계, 사라지는 일자리, 위해제품의 유입, 지재권 침해…
많은 국가들이 알테쉬톡의 공습으로 국가 경제에 비상이 걸린 상태다. 특히 중소 제조 생태계가 무너지고 있고, 일자리마저 사라지고 있다. 프랑스에서만 2023년 한 해 동안 1만 명의 패션 업계 종사자가 직장을 잃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결국 프랑스는 테무와 쉬인을 환경 및 노동 착취 등의 관점에서뿐만 아니라 프랑스 섬유 산업과 의류 산업에서의 경제 주권 면에서도 바라보고 있다. 테무와 쉬인의 공습으로 인해 프랑스의 지주 산업이라고 볼 수 있는 패션 의류 산업 생태계가 무너지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위해제품의 유입도 각국의 커다란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독일 기술검사협회(TUV)가 테무 플랫폼에서 구매한 폴로 셔츠에 대한 유해 성분을 조사한 결과, 셔츠 단추 하나에서만 유럽 기준치의 40배에 달하는 프탈레이트 가소제(DBP)가 검출되었다. 프탈레이트 가소제는 여성 불임이나 남성 호르몬과 정자 수 감소를 유발할 수 있는 물질로 분류되어 독일에서 엄격히 관리하는 유해 성분 중 하나다. 또한 임산부에게 노출될 경우 태아에게 치명적 피해를 줄 수 있어 테무 앱 사용 금지 혹은 규제 방향에 대한 의회 차원의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이 외에 미국의 랄프로렌과 선글라스 업체 오클리는 쉬인을 상대로 지적재산권을 침해했다고 고소하는 등 알테쉬톡 공습에 적극 대응하고 있고, 인도 정부는 사이버 공간의 안전과 보안, 국민 이익을 근거로 2020년 6월 틱톡·쉬인·위챗·알리바바 모바일 앱 등 267개의 중국 스마트폰 앱 사용을 잠정 금지했고, 2023년 기준 약 300개에 이르는 중국 모바일 앱 사용을 막았다.
알테쉬톡 공습에 대한 국내 현황과 우리의 대응 전략 저자는 C-커머스가 우리 산업 생태계 전반에 끼치는 영향은 시간 차를 두고 서서히 일어날 것이라고 말하며, 4가지 영역으로 구분해서 설명하고 있다. 첫째, C-커머스 플랫폼에 의한 지분 인수 또는 우호적 M&A의 가능성이다. 쿠팡과 네이버의 2강 플랫폼을 제외한 중견ㆍ중소 유통 플랫폼의 매출 하락이 지속되고 적자 경영이 가시화될 경우, C-커머스 플랫폼이 국내 중소 유통 플랫폼의 지분을 인수하거나 우호적 M&A를 진행할 가능성이 있다. 현재 C-커머스로 이용자 수 및 매출 하락이 지속되고 있고, 실제로 홈플러스의 경우 치열한 국내 유통 경쟁 현실과 4조 원이라는 인수 금액을 고려할 때 알리바바를 제외하고는 다른 국내 대기업이 인수할 가능성이 낮다.
둘째, 국내 인터넷 통신 판매 기업 및 개인 사업자들의 폐업이 가속화될 가능성이다. 국내 온라인 쇼핑몰 통신 판매업체들은 대부분 중국에서 생활 용품이나 의류·신발 및 잡화 등 공산품을 구매한 뒤 국내에서 중간 마진을 붙여 되파는 비즈니스 형태로, C-커머스 플랫폼으로 인해 가장 직접적인 피해를 받고 있는 대표적인 영역이다. 이 사업자들 대부분은 중국에서 물건을 사입해 국내 네이버·쿠팡·11번가 등에 인터넷 쇼핑몰을 창업한 사람들이다. 행정안전부 지방 행정 인허가 데이터에 의하면, 2023년 국내 인터넷 통신 판매 사업자의 폐업이 7만 8,580개로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다.
셋째, 수입 유통 생태계의 위기다. 한국 산업 생태계에서 수입 유통 분야 역시 고용·세수·물가 안정 등 경제의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특히 산업용 원부자재 및 관련 공구 제품 대부분은 독일·일본·한국 등 외국산 제품에 의존해 성장했다. 그만큼 한국 내에서 제조하는 것보다 수입해서 유통하는 구조가 더 경제적이고 마진이 높기 때문이다. 한국산업용재협회, 한국공구철물산업협동조합 등 국내 산업용 공구·부품·제품 등을 수입해 판매하는 기업들의 매출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는 추세다.
넷째, 무너지는 국내 중소 제조 기업 및 소상공인 제조 생태계다. 국내에 얼마 남지 않는 공산품과 의류·가방·신발·잡화 제조 공장들조차 버티기 힘들어 폐업으로 치닫고 있다. 국내에서 대형마트나 전통시장에 납품하는 의류·신발·잡화 품목을 생산하는 중소 영세 제조 기업들은 이미 C-커머스의 직접적 영향으로 매출이 급감하고 있고, 지방에 있는 중소 제조 기업들의 폐업은 멈추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유통 생태계뿐만 아니라 국내 얼마 남지 않은 제조 생태계도 성장 동력을 잃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우리 정부와 기업이 시급히 해야 할 일들에 관한 구체적으로 제안하고 있다. 테무를 통해 판매되는 대부분의 산업용 제품은 중국 내에서 인증도 받지 못한 제품이 대부분이므로, C-커머스 플랫폼들이 중국 제품을 입점시킬 때 위해제품 관리 강화 차원에서 관련 80개 품목에 대한 중국 내 인증을 받은 기업을 입점하게 하도록 해야 한다. 두 번째는 상호주의에 입각해 최소 기준 면세 한도에 대한 조정을 고민해야 한다. 그 외에도 국내 제조 및 수입 유통 기업들이 주장하고 있는 직구 제품의 재유통 이슈에 대한 정부의 관리 감독 강화, 국내 소비자의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관리 감독 강화 등을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기업이 생존을 위해 마련해야 할 문제들도 큰 시각으로 함께 고민하고 세부적인 실천 방안들을 제시하고 있다.
기초부터 배우는 백차 오석단·주빈 공저 | 정승호 감수 | 한국티소믈리에연구원 | 2024년 08월 19일 | 356쪽 | 정가 35,000원
이 책은 그동안 녹차(綠茶), 홍차(紅茶), 보이차(普洱茶), 우롱차(烏龍茶) 등에 비해 잘 알려지지 않았던 백차(白茶)에 대하여 의문점을 해소하고자 중국 내 다양한 백차들의 역사적인 문헌을 고증하고, 각 백차의 현지 발상지인 중국 복건성(福建省)의 본고장을 직접 찾아 탐사하면서 백차 전문가로부터 들은 이야기를 생생하게 전해 주고 있다. 또한 백차의 품종과 제다 방식, 분류 방법과 품질 확인, 백차병과 관련하여 상세히 소개할 뿐 아니라 근현대 백차가 남양에 수출되어 현재 그 건강 효능뿐 아니라 수집 가치가 상승하고 있는 진년백차병(陳年白茶餠)의 이야기도 소개한다.
특히 백차 수집을 위한 실용 지식인 각 숙성기별 진년백차의 진품 판별을 위한 방법과 저장 방법, 그리고 숙성기별 진년백차의 다양한 건강 효능을 유효 성분들의 함량 분석을 통해 소개하고, 현대 백차계 산증인인 장천복(張天福) 선생의 특별 인터뷰(Special Interview)를 수록해 흥미로움을 더해 주고 있다. 이 책은 훌륭한 백차를 선택하는 기초적인 방법들에서부터 백차를 올바로 우리는 순서와 방법도 소개하여 백차를 처음 접하는 분들이나 건강 효능으로 현재 각광을 받는 숙성 진년백차병을 수집하려는 분, 웰니스 음료로 백차를 편하게 즐기려는 사람들이 백차를 구입하는 데 훌륭한 길잡이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옥스퍼드 책의 역사 | 양장본 제임스 레이븐, 엘리너 롭슨 외 14명 공저 | 홍정인 역 | 교유서가 | 2024년 09월 15일 | 632쪽 | 정가 38,000원
책이라는 의사소통의 세계사로 오늘날의 범세계적 문화를 아우르다
이 책은 책의 역사와 관련한 전 세계적 활동에 주목한다. 르네상스, 종교 개혁, 계몽주의, 프랑스 혁명, 산업화 등 유럽과 북미에 관련한 사건뿐 아니라 아시아 문화를 중요하게 다룬다. 이슬람 세계 속 아랍 문자의 원리와 쿠란 필사본, 19세기 중후반에 베트남과 라오스 등 남아시아에서 인쇄업이 발달한 양상(가령 1870년대부터 수십 년에 걸쳐 봄베이가 이슬람교 텍스트와 통속적인 발라드 작품의 일차 공급처가 되었는데 이곳에서 나온 서적에는 말레이어가 아랍 문자의 자위[Jawi] 변이형으로 표기되었다)을 살펴본다. 이 책의 12장에서는 동아시아의 한국, 중국, 일본에서 책이 역사적으로 어떤 가치를 지녔는지 이야기한다. 목판 인쇄본과 활자 인쇄술을 지나온 세 나라의 출판 산업은 1990년대 이래 인터넷과 전자책의 도전에 격동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특히 한국은 책 판매량이 감소하는 현실에 맞닥뜨렸다. 〈코리아 타임스〉의 2013년 3월 기사에 따르면 “한국인들은 책을 읽지 않고 신문도 읽지 않는다. 대신 그들은 영화관으로 몰려”가고 있다. 이 책은 동아시아 나라들의 출판 산업이 디지털화와 세계화를 겪는 상황을 분석하며 책의 미래를 예측해보는 것이다.
급변하는 디지털 시대에 책이 들어선 상황에서 우리는 책이 생산되고 유통되고 소비되는 상황과 뒤얽힌 수많은 산업을 이해해야 한다. 책과 관련한 변화들은 디지털 혁신이 시작하면서 아주 빠르게 진행되었다. 출판계를 뒤바꿀 많은 변수가 아직도 그림자에 숨겨져 있을지도 모른다. 이전보다 많은 책이 지난 몇십 년 사이에 인쇄된 현재 상황에서 인쇄물의 장기적 성장세는 멈춘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그 성장세는 전자책이 폭발적으로 팔린 상황에 영향받은 것이다. 전통적인 코덱스 개념에서 비롯한 디지털 가공품은 오늘날에도 다양한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 독자들은 굿리즈닷컴(Goodreads.com)과 같은 인터넷 도서 커뮤니티 사이트에 모여 책을 이야기한다. 이 사이트에서 구매자가 책에 매긴 평점은 한때 비평가와 베스트셀러 목록이 수행한 역할을 대신한다. 이제 독자는 “긴 글은 전자책으로, 뉴스나 메시지는 스마트폰으로, 잡지는 태블릿으로 읽는다”. 기술 발전과 연동하는 전략적인 읽기가 가능해진 시대에 이 책은 책의 역사에서 발견할 수 있는 고유한 것을 모색한다. 언제나 책 생산에는 새로운 기술이 적극적으로 활용됐다. 그 과정에서 사람들은 아날로그와 디지털 출판 형식 사이에 수렴하고 발산하는 잠재성을 탐색했다. 역사적으로 책은 새롭고 논쟁적이고 혼종인 것을 추구해왔다. 책의 역사를 탐구하는 행위는 책이 새로운 가치와 관련해온 시간을 지켜보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