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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3.3  통권 259호  필자 : 이바나바  |  조회 : 1138   프린트   이메일 
[선교일언]
다시 밟은 중국 땅

지난해 12월에 다시 중국 땅을 밟을 기회가 있었다. 무려 4년여 만이다. 2020년 1월에 겨울방학을 하고 잠시 한국을 방문한다는 것이 그만 4년이라는 시간이 될 줄은 생각하지 못했다. 코로나19가 급격히 확산하면서 중국의 문이 닫혀 들어갈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시간이 속절없이 흐른 뒤에 작년에 겨우 여행자 비자가 풀리면서 다시 중국 땅에 들어갈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번에 중국에 가게 된 것은 코로나19 동안 만나지 못했던 중국 현지인 사역자들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코로나19 시기에 그들은 어떻게 지냈는지, 현재 그들의 필요는 무엇인지를 파악하기 위해서였다. 물론 그동안 힘든 시기를 잘 버티고 인내해 온 사역자들을 위로하고 격려하려는 목적도 있었다.

코로나19 이후 중국 경제가 위축되고 힘들다는 것을 매스컴에서 많이 들었는데 이번에 중국에 가서 보니 그것이 더 실감이 났다. 중국 경제의 가장 중심이라고 하는 상하이(上海) 푸둥(浦东)공항이 너무 한산하다는 것이었다. 원래 같으면 외국인들로 넘쳐나서 발 디딜 틈도 없어야 할 공항이다. 하지만 공항 내부가 얼마나 썰렁한지 우리가 탔던 비행기의 수화물을 찾는 곳에서만 겨우 사람들이 보일 뿐이었다. 그리고 택시를 타러 갔는데 타는 사람은 겨우 우리 일행 둘뿐이었다. 이게 상하이가 맞나 싶을 정도로 눈앞에 보이는 상황이 잘 믿어지지 않았다. 중국에서 20여 년을 지내면서 본 중국의 모습과 지금 상하이의 모습은 너무나 낯설기만 했다. 코로나19 이후 중국 경제의 불황을 말로만 듣던 것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피부로 느끼는 순간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요즘 중국 정부는 몇몇 나라에 비자 면제를 해 주고 외국인들이 예전처럼 중국을 많이 찾도록 유도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고 한다. 그러면서 외국인들이 중국을 여행하면서 쉽게 돈 쓰는 방법을 마련했는데 바로 웨이신페이(위챗페이)와 즈푸바오(알리페이)를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예전에 중국은행 계좌가 없으면 웨이신페이나 즈푸바오를 사용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필자가 이번에 중국을 방문하기 전에 많이 걱정했던 것은, ‘중국에서 웨이신페이와 즈푸바오가 안 되면 불편해서 어떻게 하나? 현금(런민비)만으로도 가능할까?’ 하는 불안이었다. 그런데 중국방문을 앞두고 알아보니 지난해부터 한국에서 비자카드나 마스터카드 등을 연동해 놓으면 중국에서도 웨이신페이와 즈푸바오를 사용할 수가 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중국에 가기 전에 미리 앱을 깔고 카드를 연동했는데 실제로 중국에서 사용이 가능했다. 더욱 반가운 것은 한국 사람이라면 대부분 사용하는 카카오페이가 즈푸바오와 연동이 되어 있어서 카카오페이로도 중국에서 결제가 가능했다는 것이다. 한국에서 중국 국내선 비행기표와 기차표까지 예매가 모두 가능해졌으니, 앞으로 중국을 방문할 때 불편함은 없을 것 같다. 진작에 이렇게 좀 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는데, 지금이라도 그렇게 되니 너무 반갑고 감사한 마음이다.

그렇게 우리는 마치 요원들이 현장에서 접선하듯 약속된 장소에서 현지 사역자들을 하나둘씩 만나기 시작했고, 4년여 만의 만남은 우리 모두에게 기쁨과 가슴 벅찬 감격을 선사해 주었다. 3일간의 만남과 교제, 회의, 쉼을 통해 그들이 겪었던 지난 코로나19 시절의 상황, 현재 그들이 당면한 문제들이 무엇인지 듣고 나누며 기도하는 시간을 가졌다. 대내외적으로 힘들고 초유의 사건들을 경험하면서 자신의 믿음과 교회를 묵묵히 지켜 온 그들이 얼마나 귀하고 장한지 모르겠다. 외롭고 힘들었을 그 시간들, 공안의 취조와 협박 가운데서도 전도와 양육을 쉬지 않고 함께 예배했던 그들의 간증은 큰 감동이 되었다. 이제는 선생님들이 모두 떠나고 없는 중국 땅에 현지 사역자들이 서서 그들의 자리를 지키고, 서로 떨어져 있지만 힘들고 어려울 때 함께 격려하고, 서로 사역의 경험을 공유하면서 이 힘든 길을 잘 걸어가고 있는 그들을 보며 중국교회가 앞으로 더욱 견고해지기를, 더 큰 기쁨으로 하나님 앞에서 맡겨진 일을 끝까지 감당해 갈 수 있기를 새해에 간절히 소망해 본다.


* 이 글은 (2023년 겨울 통권 92호)에 실린 내용을 저자의 허락을 받아 게재하였습니다. 





사진 출처 | 픽사베이
이바나바 선교사 | 중국대학선교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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