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3월을 앞두고 베이징(北京)은 최고의 경계 태세에 돌입되고 국내외 소셜미디어(SNS) 단속 강화, 외지인 통제, 주요 반체제 인사들에 대한 감시가 극성을 이룬다. 중국 연례 최대의 정치행사인 양회(兩會)가 곧 시작되기 때문이다.
자유아시아방송(RFA) 등 해외 언론들은 반체제 인사 후자(胡佳)의 말을 인용, 지난 2월 29일 양회 개막을 앞두고 베이징에서 60만 명에 달하는 외지인에 대한 통제가 시작됐고, 허베이(河北)성, 장쑤(江蘇)성, 구이저우(貴州)성,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 등에서 당국이 반체제 인사들이 비난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도록 통제하거나 강제 여행을 떠나게 했다고 보도했다. 강제 여행이란 중국 정부가 정치적으로 민감한 시기에 반체제 인사나 민원인 등 주요 인물을 보안 요원의 감시 아래서 강제로 먼 지방으로 보내는 조치를 말한다. 이동을 불허하는 명령도 내렸다. 쓰촨(四川)성 청두(成都)시의 대표적인 가정교회, 이른비언약교회(秋雨聖約教會) 교인들에게 양회 기간에 도시를 떠나지 못하도록 명령을 내렸다는 전언이다. 그리고 지난 2월 26일 베이징시 공안국은 3월 1일부터 12일 정오까지 도심에서 드론이나 기구 등 저속 저공 및 소형 비행물체를 띄우는 행위를 전면 금지한다고 통보한 바 있다. 비행물체 비행 금지 조치는 과거 양회나 중요한 행사 기간에도 관례적으로 내려져 온 조치다.
양회란 무엇인가?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中國人民政治協商會議, 약칭 정협(政協))와 전국인민대표대회(中華人民共和國全國人民代表大會, 약칭 전인대(全人大))를 지칭하는 용어다. 올해는 지난 2019년 이래 5년 만에 처음으로 대표단과 취재진의 격리 없이 진행되는데, 정협은 3월 4일, 전인대는 3월 5일 각각 베이징인민대회당에서 개회해 약 열흘간 이뤄진다. 정협은 중국공산당과 8개 민주당파와 협치(합작), 정치협상, 국가의 정치 방침, 경제와 문화, 사회 등 중대한 문제들을 토론하고 제한하는 등 국정 자문기관 역할을 한다. 국정 전반을 중국공산당이 실질적으로 이끌고 있지만 명목상 국가 최고 권력기관인 전인대가 입법·임면·결정·감독권을 갖고 중국공산당의 결정을 추인하는 역할을 한다.
올해 양회 관전 포인트는 무엇일까? ‘시진핑(習近平)의, 시진핑에 의한, 시진핑을 위한 완전체’가 지난해 완성된 이래 국내외 난제에 대한 리창(李強) 총리의 첫 정부공작보고, 시진핑 국가주석의 폐막 연설 등이 예정돼 있다는 점에서 어떤 내용이 담길지 관심이 지대하다.
첫 번째 관전 포인트는 리창 총리의 위상과 연설, 언론의 양회 보도 태도다. 리창 총리는 전임 리커창(李克強) 총리보다도 존재감이 더 없을 것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16년부터 2023년까지 전인대 정부공작보고에 앞서 국무원 사이트, 관영매체 웹사이트 등을 통해 “총리에게 할 말 있습니다(我向總理說句話)”라는 게시판이 개설돼 인민들로부터 각종 대정부 건의를 받아왔다. 올해는 총리를 뺀 채 “@국무원 정부업무보고에 대해 건의합니다(@國務院 我爲政府工作報告提建議)”라는 문구로 게시판이 구성됐다. 총리의 업무보고 준비 과정이나 관영 매체의 양회 사전 보도 또한 과거에 비해 주목도가 크게 떨어져 있다. “정부업무계획을 묻는다(問計)”, “정책을 건의한다(獻策)” 등의 특집기사와 양회 키워드, 핫이슈 등의 특집 보도가 보이지 않는다. 총리 역할의 축소 경향성은 앞선 리커창 전 총리 시절부터 꾸준히 제기돼왔다. 하지만 리창 총리의 존재감이 과거보다 더 줄어든 것은 시진핑 국가주석의 완벽한 발탁에 따라 총리에 임명돼 높은 수준의 권한과 자율적 결정 여지보다는 산적한 경제, 사회 문제 관리 측면에서 권력이 부여됐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경제 문제에 대해서도 시진핑 국가주석은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증시 폭락과 홍콩 쇠퇴라는 현안을 풀기 위해 ‘증시 브로커 도살자’로 불리는 규제 전문가 우칭(吳淸) 상하이(上海)시 부시장을 증권감독위원회 주석으로 임명해 춘제(春節: 음력설) 연휴 이후 상하이 증시를 오름세로 바꾸는 등 분위기 전환을 꾀했다. ‘국제 금융중심 유적지’로 전락했다는 말이 돌 정도로 침체된 홍콩에 총리급인 정협 부주석 샤바오룽(夏寶龍) 홍콩·마카오판공실 주임을 파견해 홍콩 부활을 위한 지원책을 발표하게 했다. 이밖에 중국공산당 중앙재경경제위원회를 통해 대규모 설비의 교체, 소비품을 바꿀 때 보조금을 지급하는 이구환신(以舊換新) 문제, 물류 원가를 효율적으로 낮추는 문제를 논의했다. 이는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사용한 자동차 및 가전제품 보조금을 통한 내수 확대를 재활용하겠다는 취지다. 중앙전면심화개혁위원회를 통해 토지제도의 재정비로 올해 중국 경제의 가장 큰 리스크인 부동산 문제의 해결을 시도했다.
둘째 포인트는 리창 총리가 제시할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목표치 등 경제정책 기조 변화다. 국제통화기금(IMF),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세계은행(WB), 글로벌 투자은행의 전망치는 4.4∼4.7%인데, 중국 경제주간지 차이신(財新)이 31개 지방 정부의 목표 증가율 등을 토대로 한 예상치는 5%이다. ‘성장을 통한 안정’을 도모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2월 28일 자 1면 기사 제목을 통해 엿볼 수 있다. “안정 속에서 발전하되, 발전으로 안정을 촉진하며, 먼저 세우고 나중에 부순다(穩中求進 以進促穩 先立後破).” 성장을 통한 안정이 더 높은 수준의 안보와 안정 관념을 구현할 수 있다는 뜻이다. 지난해 반간첩법 개정 등으로 체제 안정을 내세운 결과, 외국인 직접투자(FDI)가 전년보다 81.68% 줄어들어 30년 내 최저치인 330억 달러(약 한화 44조 원)에 그치는 등 외국 자본이 중국을 외면하는 ‘차이나 런’ 현상을 일으켰다는 점에서 자산시장을 향한 메시지와 소비 진작 등 내수 부양책 기조의 변화가 엿보인다.
GDP 목표치와 함께 고품질발전(高質量發展), 신품질생산력(新質量生產力)이라는 단어가 주목을 끌고 있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2017년 혁신, 협조, 녹색, 개방, 공유(共享)을 구현하는 방법으로 고품질발전을 제시했다. 혁신은 기술 혁신, 협조는 도농 및 지역 간 격차 제거, 녹색은 환경, 개방은 국내와 국외 두 개 시장 이용, 공유는 공동부유를 의미한다. 신품질생산력은 지난해 9월 시진핑 국가주석이 헤이룽장(黑龍江)성 시찰 시 처음 등장한 용어다. 올해 1월 첫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집체학습 주제로도 채택됐다. 중국의 발전 목표를 높은 수준의 발전으로 전환한 만큼 새로운 품질 생산력을 키워 이를 실현하겠다는 포부를 담아낸 용어다. 인민일보 등 중국의 관영언론은 생산력, 혁신성, 품질의 균형적인 발전이 신품질 발전의 목표라고 밝혔다. 빅데이터·인공지능(AI)·클라우드 등 첨단 기술과 고급 노동자, 현대 금융 등을 긴밀히 연계해 신산업·신기술·신제품·신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했다. 이번 양회에서 해당 분야에 대한 각종 지원책 및 부흥과 관련된 정책이 대거 채택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신에너지 자동차, 리튬배터리, 태양광산업 등을 대표적인 신품질생산력 관련 산업으로 꼽힌다.
셋째 포인트는 국방예산 증가율도 어떻게 될지 궁금하다. “2027년 건군 100주년 분투 목표 실현‘을 2020년에 결의한 뒤 국방비 증가율은 6.6%(2020년) → 6.8%(2021년) → 7.1%(2022년) → 7.2%(2023년)로 늘려왔다. 2023년 국방 예산은 1조5537억 위안(약 한화 287조원)에 달했다. 대만 관련 발언 수위도 관심사다. ”‘대만 독립’ 분열 세력을 단호하게 타격하고, 외부 세력의 간섭을 억제하면서 섬(대만) 안의 애국·통일 역량을 굳게 지원해 대만 동포를 널리 단결시키며 대만해협의 평화·안정을 수호해야 한다“고 지난 2월 22∼23일 베이징에서 열린 대만공작회의에서 왕후닝(王滬寧) 정협 주석이 밝혔듯이 시진핑 국가주석이 정협 대표단, 인민해방군 조별회의에 참석해서 어떤 발언을 할지 궁금하다. 넷째 포인트는 저출생·고령화에 따른 정년 연장이 이뤄질지, 출산율은 높이기 위해 출산 제한을 폐지하고 한부모가정 자녀와 혼외출생 자녀에게도 동등한 출산지원정책을 제공할지이다. 중국의 법정 퇴직 연령은 현재 남자를 기준으로 60세다. 하지만 여성의 경우 사무직은 55세, 생산직은 50세다. 1950년대 이래 법정 퇴직 연령은 변하지 않았다. 중국인의 평균 수명은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당시 1949년 35세였다. 2021년 기준 78.2세로 늘어났다. 정년 연장 필요성이 제기되는 이유로 낮은 출생률을 들 수 있다. 중국의 출생률은 1987년 최고치를 찍은 후 줄곧 감소세다. 최근 유엔 통계를 바탕으로 분석한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 기사에 따르면 지난 50년(1971∼2021년) 동안 여성 1인당 평균 출생아 수는 79%나 감소했다. 한국, 부탄과 함께 출생률이 가장 빠르게 줄어들었다. 중국의 사회보장 전문가들은 출생률이 감소하고 기대수명이 길어지는 상황에서 법정 정년 조정이 없으면 연금이 고갈될 위험이 있다고 경고해왔다.
양회에 앞서 매우 중요한 법 개정이 이뤄졌다. 오는 5월 1일부터 국가주석령으로 시행될 국가기밀보호법. 14년 만에 개정된 이 법은 반간첩법과 함께 내부 통제 강화를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월 27일에 개정된 국가기밀보호법의 총칙에 ‘국가기밀 보호에 대해 공산당의 영도를 견지한다’는 내용이 들어가고 국가기밀의 범위와 보호 원칙 등이 추가되고, 그에 대한 권한 규정을 보완했다. 정치·경제·국방·외교 및 기타 분야에서 국가 안보와 이익을 해칠 수 있는 내용을 국가기밀로 규정했다. 국가 사무의 중대한 의사결정과 관련된 비밀 사항, 국방 및 군사 활동 관련 비밀 사항, 외교 활동에 관한 비밀 사항, 과학기술상의 비밀 사항이 국가기밀에 해당한다. 구체적인 기밀의 범위는 중앙군사위원회 등 관련 기관이 결정할 수 있다. 법 개정 명분으로 “과학 기술 자립·자강은 국가 번영의 기초이자 안보의 핵심으로 이번 법 개정은 기밀에 관한 기술 혁신과 과학 기술 보호를 중점에 두고 있다”고 내세웠지만 외국인과 외국기업의 중국 내 활동도 위축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기밀 보호 대상과 의무도 강화됐다. 국가 기밀을 다뤘던 퇴직 공무원에 대한 제한도 강화됐다. 기존 취업 제한에 더해 외국 여행 시 사전 허가를 받아야 한다. 네트워크 사업자는 국가기밀 유출 혐의가 있는 사건을 조사하고 처리할 때 관련 부서와 협력해야 한다. 국가기밀 유출 사건과 관련한 기업의 협조 의무도 추가됐다. 사진촬영, 인터넷검색, 시위대 구경, 접경지역 여행 등 일상생활조차 경우에 따라 간첩행위로 내몰릴 수 있고, 기밀 정보 및 국가 안보와 이익에 관한 문건·데이터 등에 대한 정탐·취득·매수·불법제공 등을 간첩행위로 추가한 반간첩법과 함께 국가기밀보호법으로 외국인들은 국가기밀을 다루는 공무원 등과 접촉할 때 자기 검열을 해야만 하고, 자칫 잘못하면 처벌받을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국가기밀이나 안보, 이익과 같은 용어들이 모호하게 정의돼 있기 때문에 불확실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 개인의 권리나 기업의 이익보다 국익과 국가 안보가 더 우선시 된다는 점, 그 법을 어떻게 적용할지는 전적으로 집행자에게 달렸다는 점에서 중국 내 모든 활동은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동안 중국 정부가 내놓은 대외관계법, 데이터안전법, 치안관리처벌법, 종교활동장소에 대한 관리 명령 등과 같은 사회·경제적 통제 방안은 계속 나올 것이다. 내국인은 물론 외국인의 차이나 리스크가 커진다는 것을 상수로 놓고 어떻게 활동할지 선택하는 것이 더욱 중요해진 것이다. 정도(正道)를 걷는 것만이 돌파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안이 아닐까. 우리 모두 중국에서 활동할 때마다 선택의 순간을 맞이할 것이다. 뱀같이 지혜롭게 비둘기같이 순결하게.
♠사진 출처 | (위) 바이두 (아래) 바이두>사진 캡처 ♠왕빈 | 중국전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