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온 카카오톡 메시지를 조심하라. 전 세계에서 사용 중인 위챗(微信, 중국판 카카오톡) 대화도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다.” “중국에 대한 비판적인 기사를 인터넷을 통해 찾아보는 것만 해도 간첩으로 내몰릴 수 있다.” “중국의 국가안보 및 이익과 관계된 자료·지도·사진·통계자료 등을 인터넷에서 검색하거나 스마트폰·노트북 등에 저장하는 행위도 법 위반 사항이 될 수 있다.”
지난 7월 1일부터 시행 중인 ‘중화인민공화국반간첩법(中华人民共和国反间谍法)’을 놓고 심상치 않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주중한국대사관은 6월 26일 공지를 통해 “군사시설·주요 국가기관·방산업체 등 보안통제구역 인접 지역에서의 촬영 행위, 시위현장 방문과 시위대 직접 촬영 행위, 중국인에 대한 포교, 야외 선교 등 중국 정부에서 금지하고 있는 종교 활동 등에 유의하라”고 했다. 앞서 필자는 지난 5월 웹진 <중국을주께로> 통권 249호를 통해 이 법의 내용과 미칠 영향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그때의 내용을 환기하면 다음과 같다.
“전쟁은 또 다른 방향에서 진행되고 있는 듯하다. 해킹을 간첩 혐의로 처벌할 수 있고, 안보·이익 침해 등 법 적용을 확대시킬 반(反)간첩법이 오는 7월 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중화인민공화국 주석령 제4호인 중화인민공화국반간첩법은 간첩 행위를 다섯 가지로 정의한 지난 2014년부터 시행 중인 기존 법안에 사이버 스파이 행위까지 추가했다. 간첩 조직 및 그 대리인이 시행하거나 타인에게 시행을 교사 혹은 자금을 지원하고, 국내외 기구·조직·개인과 결탁해 국가기관·기밀 관련 부서·핵심정보 인프라 등의 네트워크를 공격·침입·방해·통제·파괴하는 등의 활동을 간첩 행위로 정의했다. 이뿐만 아니라 국가안보나 이익에 관련된 문건·데이터·자료·물품이 보호 대상으로 규정돼 유출 시에 처벌받는 정보 범위가 대폭 넓어졌다. 국가안보 당국의 권한도 강화됐는데, 간첩 행위가 의심되는 인물의 소지품이나 전자기기 등을 강제로 조사할 수 있다. 국가 차원의 단속 시스템도 강화했다. 중국 국민이나 조직은 간첩 행위를 발견했을 경우 통보해야 한다. 우편 택배 등 물류업자나 통신업자의 간첩 단속 활동에 대한 기술적 지원도 의무화했다. 반체제 인사는 물론 외국의 언론인과 기업인, 학자들에 대한 감시, 단속을 넘어 간첩으로 처벌할 근거가 되기 때문에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반간첩법 위반으로 추방된 외국인은 10년간 중국 입국이 금지된다. 속속 완비하는 고강도 사회통제 시스템이 종교활동 규제를 1차 목표로 하는 것은 아니지만 결국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국익이라는 명분 아래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모든 영역을 통제하기를 원하는 유혹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이 법에서 언급된 ‘국가안보’, ‘국가이익’과 관련 있다고 중국 정부가 규정할 수 있는 그 범위가 매우 광범할 수 있다는 점이다. 중국 내 외국인, 외국인과 빈번히 교류하는 중국인들은 의도와 관계없이 간첩으로 처벌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매우 커졌다. 간첩 행위에 대한 행정처분을 강화했기 때문에 특정인의 행위가 형법상 ‘간첩죄’로 처벌하는 수준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행정구류와 같은 처벌을 할 수 있다. 기밀 자료가 아닌 공개 자료에 접근하는 것도 범죄 구성요건이 된다는 점에서 중국 정부 자의적으로 얼마든지 간첩 행위로 만들 수도 있다. 외국 언론의 경우 북한이나 탈북민 취재를 할 때 중국 접경지대 등지를 활용하거나 관련 전문가들의 인터뷰를 기명, 익명으로 진행하기도 했지만 앞으로는 매우 조심하지 않으면 자신은 물론 취재원 보호조차 용이하지 않다. 중국 출장·여행 중인 사람에게도 이 법은 적용된다. 중국 안전기관 요원이 신분증 제시를 요구할 수 있다. 의심되는 상황에 대해서는 질문도 할 수 있다. 간첩 행위로 의심된다면 영장 없는 소지품 수사도 가능하다.
이번 법 시행으로 중국 내 외국기업 활동, 대학·연구기관 등과의 인문교류 등이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지만 결코 위축할 필요가 없다. 전 세계가 무한 경쟁 상황에 놓여있어 상대방의 정보 확보와 대응 대책 등을 마련하기 위해 혈안이 돼 있지만 중국 등 모든 나라가 국제표준을 넘어서 무리하게 자국의 법 집행을 강행, 악용할 경우 후과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가 법 규정의 모호성을 역으로 이용해 실제 집행 과정에서 불투명성과 탄력성이라는 두 가지 측면을 활용해 학습효과를 최대한 끌어올릴 가능성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대신 시범케이스가 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여기에다 중국 외교의 헌법이라고 할 수 있는 ‘중화인민공화국대외관계법(中华人民共和国对外关系法)’이 7월 1일부터 시행 중이라는 데 유의해야 한다. 총 6장 45조로 이뤄진 대외관계법은 주권과 영토의 완전성 상호 존중, 상호 불가침, 상호 내정 불간섭, 평등과 호혜, 평화공존 등 ‘5대 원칙’과 평화적 발전 견지, 대외 개방의 기본 국책 견지 등이 포함돼있다. 유념해야 할 부문은 제33조 “국제법과 국제관계의 기본준칙을 위반하고 중국의 주권, 안보 및 발전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에 대해 상응하는 반격 및 제한 조치를 취할 권리가 있다." 그동안 중국은 자국 기업과 개인을 대상으로 한 미국의 제재 조치에 대해 ‘확대관할(long arm jurisdiction·일국의 법률 적용 범위를 나라 밖까지 확대하는 것)’로 규정하면서 맞불 제재를 가능하게 한 ‘반(反)외국제재법(2021년 제정)’을 통해 대응해왔다. 반외국제재법은 특정 국가의 제재나 제재성 조치가 있을 경우 그에 맞서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도록 하고 있어 이 법에 입각한 대응은 상대적으로 수동적이었다.
하지만 이번 대외관계법은 외국의 특정한 제재 조치가 없더라도 외국이 중국의 주권, 안보, 발전 이익을 해치는 행위를 하면 대응 조치를 취할 수 있다. 포괄적이고 적극적인 대응 방침이 담겨 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갈등 때 중국이 한한령(限韓令·한류 제한령)을 시행한 것, 호주와 갈등 국면에서 호주산 석탄 수입을 중단한 일 등 국제사회가 중국의 경제적 강압 조치로 규정했던 것들이 이 법의 시행으로 의해 중국 내적으로는 적법 조치가 된다. 6조에 따르면 국가기관과 무장 역량(군, 무장경찰 등), 각 정당과 인민단체, 기업과 사업조직, 기타 사회조직 및 공민은 대외 교류협력에서 국가의 주권, 안전, 존엄성, 명예, 이익을 수호할 책임과 의무가 있다. 중국에 도전할 경우 모든 중국인은 대외관계법을 활용할 수 있다고 해석할 여지가 있다. 대외관계법 시행과 관련해 중국공산당 왕이(王毅) 중앙정치국 위원은 6월 29일자 인민일보 기고를 통해 “중국의 발전이 직면한 외부 환경에는 중요한 전략적 기회와 엄중한 리스크·도전이 공존하고 있다”고 진단한 뒤 “대외관계법이라는 법률 도구를 충분히 활용해 억제, 간섭, 제재, 파괴 등의 행위에 맞서 입법, 법 집행, 사법 등의 수단을 종합적으로 사용해서 투쟁을 전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중국 오성홍기 (사진 출처 | AFP)
‘중화인민공화국반간첩법’과 ‘중화인민공화국대외관계법’은 양날의 검이다. 중국 정부는 중국의 국가안보, 국가이익에 반하는 국내외 세력에 향해 그 칼을 자유롭게 휘두를 것이다. 중국 인민의 지지를 받으며 그 칼을 잘 쓸 경우 대내 안전을 담보하고 대외 원군의 목소리까지 얻어낼 수 있겠지만 자칫 자국의 이익만을 위해 그 칼을 잘못 쓸 경우 대내(对內) 원망의 시선과 민심 이반뿐 아니라 대외 반중세력을 결집하는 역효과까지 거둘 수 있을 것이다. 모든 경우의 수는 중국 정부의 손에 달려 있다. 법을 제정하는 것은 해당 국가의 몫이지만 법 집행의 영향은 국내를 넘어 국외에까지 미친다는 점에서 돌다리도 두드리는 자세가 필요할 것이다.
종교활동의 경우 국가안보 및 국가이익과는 크게 상관이 없다고 여길 수 있지만 중국교회를 비롯해 세계교회에 건의하고 싶은 것은 이럴 때일수록 서로 본질에 충실할 수 있도록 내실을 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국 정부가 활용할 수 있는 카드(?)가 적지 않다. 현재 시행 중인 종교사무조례, ‘인터넷종교정보서비스관리방법(互联网宗教信息服务管理办法)’ 외에 지난 3월 24일부터 4월 24일까지 의견수렴을 거쳐 머지않아 공표할 ‘종교활동장소관리방법(宗教活动场所管理办法)’이 곧 그 실체를 드러낼 것이다. 의견수렴초안에 따르면 종교활동장소의 허가 및 등록, 관리 조직, 종교활동관리, 인원 관리, 건설 관리, 안전 관리, 감독 관리, 법적 책임 등에 이르기까지 총 10장 76조로 구성돼있다. 이에 따르면 종교활동장소는 중국공산당의 영도를 지지하고 사회주의 제도를 옹호하며 시진핑(习近平)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사상을 철저히 심화해야 한다. 또한 사회주의 핵심 가치를 실천하고 종교의 중국화 방향과 독립적, 자주적, 자영(自营)의 원칙을 견지하며 국가 통일, 민족 단결, 종교 화합 및 사회 안정을 수호해야 한다. 종교활동장소 허가 조건은 정부가 인정하고 발급한 ‘종교교직원증명서(宗教教职人员证书)’를 제공해야만 한다. 종교활동장소는 교회, 교파(종파), 개인의 이름 등으로 명명해서는 안 된다. 중국 정부 입장에서 볼 때 불법 종교 조직에 가담해 불법 종교활동에 참여하거나 불법 종교활동에 편의를 제공한 사람은 즉각 경질돼야 한다. 또 국외 세력의 지배를 받아 국외 종교단체 또는 기관의 교직 위임을 임의로 수락한 자, 종교의 독립과 자주, 자영의 원칙을 위배한 자도 경질의 범위에 포함된다. ‘새장 속 종교 활동 허가’ 의지가 더욱 분명히 담겨 있다. 정부는 종교생활 전 분야에 대해 제한할 수 있고 무엇이 합법인지 불법인지 판정할 권리를 갖고 있다. 교회가 각자의 교리적 특성, 전통에 따라 서로 연합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중국 정부가 종교의 세력화를 극도로 꺼리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지금이야말로 중국적인 상황에서 필요한 교회가 무엇인지, 사변화한 신학이 아니라 일상화한 신학이 무엇인지, 성경이 쓰인 배경과 그때를 살아간 그리스도인의 고민과 극복기는 무엇인지와 이를 오늘 우리의 일상에 적용한다면 어떠해야 하는지, 어제나 오늘이나 영원토록 변함없으신 하나님, 예수님, 성령님의 마음이 무엇인지 깨달아 ‘사랑장’이라 일컫는 고린도전서 13장과 육체의 일과 성령의 열매가 담겨져 있는 갈라디아서 5장을 읽어내는 것이 아니라 삶의 공간에서 그대로 재현하는 그리스도인이 보다 많아진다면 중국 정부가 어떤 법을 제정하고 어떤 압박을 가하든 교회는 규모에 상관없이 예수 그리스도의 참된 제자들로 가득 차게 될 것이다. 우리의 이웃을 우리를 통해 삼위일체의 실재를 목격하게 될 것이다. 국제정세가 어떻게 돌아가든 하나님 나라 복음이 중국의 희망이고 하나님 나라 복음을 살아내는 그리스도인이 중국의 현재이자 미래가 되고 있다는 고백이 중국인들 사이에서 회자되기를 기대해본다.
사진 출처 | 바이두(위) 쑨빈 | 중국인사역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