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는 리루이쥔(李睿珺, 1983∼)이 각색과 감독을 맡았다. 그는 간쑤(甘肃)성 출신으로 산시 커뮤니케이션(山西传媒学院)에서 영상광고를 전공하였다. 이 영화는 감독의 고향인 간쑤성의 가오타이(高台)현을 배경으로 향토와 농민에 대한 진한 애정을 보여준다.
당나귀와 빈집에서 생활하는 남자주인공 노총각 마유톄(马有铁, 武仁林 분)는 마을에서 가장 가난한 사람이라고 불린다. 여주인공 차오구이잉(曹贵英, 海清 분)은 올케의 소개로 마유톄와 결혼을 한다. 구이잉은 다리 하나를 저는 장애인이었고, 요실금으로 고생하고 있었다.
냉혹한 세태 사회적 약자는 어제나 오늘이나 어디에서나 가난 속에 허덕인다. 마을의 지주 장융푸(张永福)가 병으로 입원하게 되자 그의 아들은 유톄의 혈액형이 아버지와 같다는 사실을 알고 마을 사람들과 합세하여 유테에게 수혈을 요구한다. 마을 사람들은 장융푸가 쾌유돼야 소작농을 계속할 수 있고 노동 임금도 받을 수 있다며 유톄를 재촉한다. 장융푸의 아들은 수혈해준 유톄에게 노상에서 저렴하게 산 외투를 건넨다. 유톄는 구이잉에게 외투를 걸쳐주며 흐뭇해한다.
유톄는 성실하고 순박한 중년 남성이다. 유톄는 장융푸에게 여러 차례 수혈을 해주었지만 합당한 대가도 받지 못하고, 자신을 희생해가며 마을 사람들을 도우려 하지만, 그들의 문제는 쉽사리 해결되지 않는다.
유톄는 부자인 자신의 셋째 형 마유퉁(马有铜, 赵登平 분)의 집에서 평생을 일했지만, 텔레비전 한 대도 장만하지 못했다고 마을 사람들에게 놀림을 받는다. 유톄는 헌신적으로 일했지만, 형에게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해 여전히 빈털터리다. 마유퉁은 유톄의 명의를 빌려서 도시의 아파트를 싼값에 분양받으려고 한다. 바로 결혼하는 큰아들에게 아파트를 사주기 위해서다. 큰아들의 결혼식에 가난한 유톄를 초대하지도 않았고, 유톄가 결혼한다고 했을 때도 그다지 신경도 쓰지 않았던 형이지만 동생에게 명의를 빌려달라고 부탁하려고 아들의 결혼식에서 남은 음식을 친히 싸 들고 온 것이다.
구이잉은 미친 사람에게 찐빵을 주었다고 올케에게 혼이 난 적이 있다. 오빠는 장애가 있는 구이잉을 추운 움집에서 살게 하여 그녀의 몸 상태는 갈수록 더욱 나빠졌다. 시누이 구이잉을 창피하게 여기는 올케는 그녀를 시집보내려고 무지 애를 썼다.
유톄와 구이잉은 결혼을 했지만, 마을 사람들에게 축하 인사도 제대로 받지 못한다. 구이잉은 이웃집에서 텔레비전을 보다가 요금실 때문에 앉은 의자를 적셔서 이웃 아주머니에게 핀잔을 듣는다.
부부는 원망도 하지 못하고 사람들의 냉대와 기만을 견뎌낸다. 가난하고 삶이 버거운 그들에게 가족과 친척, 이웃의 누구도 피신처가 되어 주지 못하고, 오히려 그들을 이용한다. 감독은 사람의 선악을 다루기보다 세태의 냉혹함을 그려낸다.
사랑은 희망이다 인생에서 1+1은 반드시 2가 되지 않는다. 1이 되거나 3이 되기도 한다. 결핍을 느끼는 이는 곁에 있는 상대방이 하나 이상의 가치를 지녔다고 본다.
유톄와 구이잉은 사진관에서 함께 사진을 찍고 혼인 신고도 한다. 첫날밤 구이잉은 유톄의 집에서 불편해하고 어색해하다가 요실금으로 침대를 적시고 만다. 구이잉은 장애인이고, 아이를 낳을 수 없지만 유톄는 구이잉을 데리고 부모님 산소를 찾아 드디어 독신을 면했다며 부모님께 인사를 드린다. 유톄는 허름한 집 벽에 결혼을 기념하는 쌍희(囍)자 붉은색 전지(剪纸)를 붙인다. 상대방이 가진 물질과 능력에 무관하게 함께한다는 기쁨이 더 소중하다. 부부는 함께 밭을 갈고, 곡식을 심으며 유톄는 밀알로 구이잉의 손등에 매화꽃 모양을 만들고 미소 짓는다. 부부는 동네에서 제일 가난하지만, 가장 부요한 아름다움과 사랑을 나눈다. 부자 장융푸의 아들과 마을 사람들이 유톄 부부의 집으로 찾아와 수혈을 요구하자 구이잉은 혼자 반대하고 나선다. 비록 힘없는 그녀의 말은 사람들에게 무시당하지만, 남편을 위해서 자신의 목소리를 낸다.
지방 정부에서 빈집들을 철거하라 하여 유톄는 공터에 새집을 짓기로 한다. 부부는 집을 지으려고 손수 진흙으로 벽돌을 만들었다. 하지만 폭우가 쏟아져 부부는 밤새 비바람을 맞으면서 만든 진흙 벽돌을 지킨다. 남편은 아내에게 감기에 걸릴 수 있으니 비를 피하라고 하지만, 아내는 결혼 전에는 움집에서도 견뎌냈다고 힘주어 말한다. 아내는 불편한 몸을 이끌고 무거운 진흙을 옮기며 남편이 집을 짓는 것을 돕는다. 구이잉은 집 짓는 게 힘들었지만, 처음으로 자신의 집을 갖게 되었다고 흐뭇해한다. 남편은 형의 심부름으로 짐을 당나귀 수레에 싣고 도시로 먼 길을 떠나기 전, 아내가 먹을 찐빵을 삶아 두고 문을 나선다. 아내는 남편이 늦도록 돌아오지 않자 손전등을 들고 기다린다. 추운 날씨에 고생하는 남편에게 주려고 품 안에 물병을 넣고 기다린다. 따뜻한 물을 남편에게 주려고 물을 수도 없이 데우기를 반복한다.
아내가 수확한 볏짐을 당나귀의 수레에 쌓아 올리지 못하고 몇 번이나 쓰러지자 남편은 결혼하고 처음으로 아내에게 화를 낸다. 남편은 수레에 오르내리며 볏짐을 쌓으며 화를 냈지만, 이내 안절부절못하고 자신 때문에 화가 난 아내를 달래려고 부단히 애를 쓴다.
구이잉은 유톄가 당나귀를 대하는 모습을 보고 첫눈에 좋은 사람이라고 직감한다. 이는 셋째 형이 유톄의 당나귀를 욕하는 모습과 구이잉의 오빠가 당나귀를 때리는 장면과 교차한다. 또 유톄는 물동이에 함께 올라온 올챙이를 물가로 돌려보내 준다. 유톄는 빈집을 철거하는 사람들에게 제비집을 옮길 시간을 달라고 부탁하지만, 소용이 없다. 감독은 자연과 동물을 대하는 태도를 인성과 연결하여 자연의 아름다움을 알고 동물을 아껴주는 순박한 인성을 선함으로 해석한다.
남편은 물고기를 잡아서 구워 아내에게 먼저 맛보게 한다. 유톄는 아내가 잠을 자다가 바닥에 떨어질까 봐 자신의 몸에 줄을 맨다. 그녀는 유톄의 행복이며 희망이다. 유톄는 가을 수확을 많이 해서 구이잉의 병을 고쳐주고 그녀가 좋아하는 텔레비전도 사주겠다고 말한다.
남녀주인공의 부모님은 이미 돌아가시고 형제나 이웃도 그들에게 호의적이지 않았지만, 부부는 가난하고 버거운 일상을 서로 의지하고 아껴주며 살아간다. 이들의 은근한 사랑은 아름다운 자연과 잘 어우러진다. 세상 사람들의 눈에는 부족해 보이지만 부부는 서로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만족하고 행복해하며 새로운 희망을 꿈꾼다. 대체할 수 없는 사랑과 절대 고독 사람의 사랑은 유한하다. 죽음이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구이잉은 옥수수와 찐빵을 가지고 유톄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다가 어지러움을 느끼고 개울가에 빠져서 익사한다. 집이나 땅도 없이 가난하게 살고, 사람들이 손가락질해도 유톄는 견뎌냈다. 하지만 구이잉의 부재는 견디지 못한다. 유톄는 처음으로 구이잉에게 사람의 온기를 느꼈다. 유테에게 결핍은 물질이 아니라 사람이었다. 물질이 풍요하거나 삶이 화려하지 않아도, 단지 곁에서 들어주고 인정해주고 아껴주는 이의 온기를 소중히 여겼다.
영화에서 희망은 구이잉 그리고 빛과 이삭, 병아리에서도 나타난다. 유톄는 이웃집에서 달걀을 빌려와 종이집에 구멍을 내고 전구를 밝혀서 달걀이 속히 부화하기를 기다린다. 병아리 종이집 구멍에서 새어 나오는 전등 빛으로 인해 집 안이 온통 환해지고 부부는 삶의 희망과 희열을 느낀다. 병아리를 희망의 상징으로 보여주는 장면에서 장이머우의 영화 《인생(活着)》이 떠오른다. 《인생》은 위화(余华)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부부는 가을걷이도 풍년이 들고, 닭도 잘 자라고, 돼지도 키우고 있고, 새집도 지어서 새 희망을 꿈꾼다. 하지만 유톄는 아내의 죽음으로 예기치 못한 인생의 황당함과 허무함을 맛본다. 유톄는 사진관에서 찍은 결혼사진을 가지고 아내의 영정사진을 만들어 액자에 검은색 띠를 둘러서 새집에 걸어둔다. 아내를 잃은 유톄에게 마을 사람들은 새집도 지었고, 농사도 풍년을 거두었으니 혼자서도 여유롭게 살 수 있겠다고 말한다.
유톄는 이웃에게 빌린 달걀 10개와 비료와 종자를 비롯한 모든 빚을 갚는다. 그리고 돌아와 당나귀를 풀어 준다. 평소 무거운 짐을 싣고, 밭을 갈던 당나귀는 유톄의 분신과도 같은 존재이다. 유톄는 새로 지은 집에 누워서 농약을 마시고 극단적 선택을 한다. 사랑과 희망이 사라진 이에게 삶은 고통이다.
부부가 애써 지은 흙집은 굴삭기로 철거되고, 그 옆에 세워둔 장융푸 아들의 외제 자동차가 대조적인 화면을 이룬다. 농토와 삶의 터전을 잃은 농민의 모습을 담은 영화 《스틸 라이프(三峡好人, Still Life)》를 떠오르게 한다.
영화의 제목은 ‘먼지로 돌아가다(隱入塵煙)’라는 뜻이다. 부부는 비록 사람들의 관심을 받지는 못했지만, 두 사람은 서로에게 너무나도 소중한 존재였다.
사진 | 바이두 김영철 | 한양대학교 중국학과 교육전담교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