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普’는 보통을 의미하고 ‘信’은 자신감을 말한다. ‘普信男’은 평범하지만 자신만만한 남자를 말하고 ‘普信女’는 평범하지만 자신만만한 여자를 말한다. 현실은 보통의 남성과 보통의 여성인데 스스로 자신이 매우 대단한 존재라고 생각하는 남녀에 대한 사회적 풍자로 사용한다.
이 말은 중국의 한 토크쇼 출연자가 자신의 조건이나 상황은 지극히 평범한데 배우자 조건을 매우 까다롭게 요구하자 시청자들 가운데 “他明明看起来那么普通,却偏偏那么自信(저 사람은 지극히 보통 사람임에도 저렇게 자신감에 ‘쩔어’ 있다니)”라는 비판이 일었고, 이로부터 지나친 자신감으로 타인을 무시하는 사람을 普信男, 普信女로 풍자하게 되었다.
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林子大了什么鸟儿都有(숲이 넓으면 온갖 새가 다 있다/세상엔 별별 사람 다 있다.)”라는 말이 생각났다.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살고 있으니 사람들의 생각이 다른 것도 당연한 일이다. 그리고 자신을 특별하게 생각하고 자신의 존재를 귀하게 생각하는 것이 무엇이 나쁘겠는가. 나는 지금까지 학생들에게 자신감을 가지라고 격려해 왔다. 자신감은 누구에게나 필요한 핵심 동력이고 누구나 어느 정도의 자신감을 갖는 것은 자기 발전을 위해 긍정적인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분수를 모르고 자신을 과신하는 일은 지식인으로서 지양해야 할 주요 경계 항목이라 하겠다.
보통의 남녀가 갖는 자신감, 이것은 비난받을 일이 아니다. 원래 자신감은 어떤 일에 대해 해낼 수 있다는 긍정적인 생각이나 믿음이니 말이다. 그런데 이건 아니다. 普信男, 普信女가 풍자의 대상이 된 까닭은 스스로에 대한 지나친 과신, 우월감 때문이다. 자신에 대한 평가는 후하고 상대에 대한 평가는 박한 기준의 모순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사회성, 즉 타인에게는 배려와 관용을, 자신에게는 성찰과 겸손에 대한 인식의 부재 때문이다. 普信男, 普信女들은 자신의 기량이나 성품에 비해 분에 넘치는 대접과 인정을 받고자 한다. 반면 자신의 행동에는 모두 합당한 이유가 있기 때문에 비난받을 이유가 없다고 자신한다. 그래서 타인의 생각은 안중에도 없다. 대단한 자신감이다. 최근 중국 SNS에서 普信男, 普信女이라는 단어가 자주 사용된다는 것은 현대 중국 사회에 자신을 대단한 사람으로 여기고 특별한 대접을 요구하는 이들이 존재한다는 사실과 그런 이들을 바라보는 사회구성원들의 불편한 심리가 반영되고 있다는 것을 말한다. 타인에 대한 공감 능력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현대 사회에서 타인의 감정을 무시하는 일들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는 경고적 현상이기도 할 것이다.
어디 중국만의 이야기이겠는가? 우리 사회도 특권에 젖어 자신이 누리는 권리는 당연하다고 여기면서 타인에 대한 인정과 존중은 찾아볼 수 없는 이들이 많다. 이들은 남들과는 다른 대접을 받고 싶어 한다. 다른 사람보다 존중받고 싶어 하고 다른 보통 사람들과 구별되고 싶어 한다. 그래서 자신들의 성역에 새로운 이들이 들어오는 것을 참지 못한다. 사실 그들은 자신들이 하는 일에 비해 지나치게 과한 대접을 받지만 오히려 그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그들은 대중이 느끼는 괴리감이나 반감에는 관심이 없다. 오히려 자신의 행동을 지적하는 이들에게 불만을 표출하고 그들을 깔본다.
요즘 새로운 정부를 담당하게 될 공직자 청문회를 보면서 답답함을 느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저들은 어찌 저리도 당당한 것일까? 남의 허물은 태산이고 자신의 허물은 티끌이란 말인가. 국가의 명예도, 국가의 안위도 안중에 없는 듯하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외국인들에게 우리 문화를 소개하고 우리 땅 독도를 알리고 일제강점기 시기 우리 민족의 고통과 한국전쟁의 슬픔까지 한국의 역사를 알리려고 노력하는 국민들의 정성이 저들의 펜 끝에서 부정되고 왜곡되었다는 사실에 망연자실하지 않을 수 없다. 계속해서 후보자들의 비리가 생선 엮듯 줄줄이 엮어져 나오는데 정작 후보들은 자신들의 행위에 눈도 깜빡하지 않고 떳떳하다. 오히려 정치를 걱정하는 일개 소시민의 마음만 치명상을 입고 차마 더 볼 수 없어 차라리 TV를 끄고 돌아눕고 만다.
최근 우리 정치계에도 계속해서 등장하는 普信男, 普信女들. 그들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든 생각은 자유다. 대한민국 최고 학부에서 쌓은 그들의 높은 학문적 성과도, 알뜰살뜰 축적한 평생의 재산도, 날아가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서슬 푸른 권세도 공직에 나아가는 순간, 자신은 국가와 국민의 공복(公僕)이 되는 것이고 보통의 공무원이 되는 것이다. 아무리 직위가 높은 고위 공직자도 국민 앞에서는 일개 공직자일 뿐이다. 공직자가 국가와 국민에 대한 책임과 의무를 다하지 않을 때, 자신의 권력을 지나치게 자신하여 개인의 이익을 탐할 때 국가와 사회의 질서는 무너지고 국가의 주인인 국민은 분노하게 될 것이다. 부디 이번 새 정부의 공직자들이 普信男女가 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라본다.
사진출처 | 바이두 박애양 | 중문학 박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