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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4.4  통권 236호  필자 : 석은혜  |  조회 : 4231   프린트   이메일 
[신조어로 보는 중국 사회]
중국도 ‘메타버스(元宇宙)’ 열풍

최근 전 세계적으로 ‘메타버스(metaverse)’에 대한 열풍이 불고 있다. 메타버스는 초월, 가상을 뜻하는 메타(Meta)와 우주, 현실세계를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로 가상세계와 현실세계를 연결하는 확장된 공간을 의미하는 신조어이다. 이 단어는 미국 공상과학 소설가 닐 스티븐슨(Neal Stephenson)의 1992년 소설 《스노 크래시(Snow Crash, 雪崩)》에서 처음 등장한 개념이다. 현재의 메타버스는 가상현실(VR)보다 한 단계 더 진화한 개념으로, 현실세계와 같이 각종 사회, 경제, 문화활동을 할 수 있는 3차원 가상세계를 일컫는 말이다. 현 단계에서 메타버스 응용 분야는 산업 차원에서는 의료, 교육, 교통, 제조업, 산업 설계 등이 있고, 소비자 차원에서는 콘서트 참여, 영화, 게임, 전시회, 소셜네트워크 등이 있다. 

중국에서는 메타버스를 ‘위안위저우(元宇宙)’라고 한다. 위안위저우는 최근에 바이두(百度) 사전에 정식 등록된 신조어로 2021년도 인터넷에 가장 많이 등장한 10대 유행어 중의 하나로 선정되기도 했다. 위안위저우는 위안(元)과 위저우(宇宙)가 합성된 것으로 위안은 중국어로 ‘처음’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사실 처음을 뜻하는 한자는 시(始)·초(初)·수(首) 등 많이 있는데, 왜 하필 위안을 사용한 것일까? 위안은 ‘모든 것의 시작, 어떤 상상도 뛰어넘는 전혀 새로운 세계의 근원적인 시작’을 의미한다. 앞으로 어떤 세상이 열릴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링(零, Zero)이 아닌 위안을 선택한 것이다. 그래서 실체도 없고, 시공간을 초월하는 메타버스를 위안위저우라고 칭하여 상상할 수도 없는, 전혀 다른 세계의 시작이라는 의미를 담았다.

메타버스는 5G, AI(인공지능), 블록체인(blockchain, 区块链), 콘텐츠 창작 등 다양한 영역을 포괄하며 그중 가장 핵심은 증강현실(AR)과 가상현실(VR), 혼합현실(MR)을 모두 포괄하는 확장현실(XR)을 말한다. 그럼 먼저 이 개념들을 살펴보면서 중국어로는 어떻게 말하는 알아보자.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AR)’이란 확장된 현실이라는 뜻이며, 중국어로는 ‘增强现实[zēngqiáng xiànshí]’라고 한다. 현실의 공간 위에 가상의 이미지나 정보를 덧입혀서 현실을 기반으로 새로운 세상을 보여주는 방식을 의미한다. 국내에서 유행했던 ‘포켓몬고’ 같은 게임이 증강현실 기술을 이용한 대표적인 예이다.   

‘가상현실(Virtual Reality, VR)’이란 실제로 존재하지는 않으나 꼭 실제로 존재하는 것 같은 인공환경을 의미한다. 중국어로는 ‘虚拟现实[xūnǐ xiànshí]’라고 한다. 증강현실과 가상현실의 차이점은 증강현실 화면 속에는 실제현실이 다 들어 있고 거기에다가 현실에 없는 부분이 덧붙여진 것이다. 하지만 가상현실 화면은 실제현실 상황이 전혀 아닌 인공으로 만들어진 현실만으로 채워진 것이다. 한국의 대표적인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ZEPETO)나 미국 로블록스(Roblox) 플랫폼 같은 게임들이 여기에 포함된다.

‘혼합현실(Mixed Reality, MR)’이란 현실세계와 가상세계를 뒤섞어서 보여주는 것을 말한다. 중국어로는 ‘混合现实[hùnhé xiànshí]’라고 한다. 혼합현실은 현실을 기반으로 가상 정보를 부가하는 증강현실(AR)과 가상환경에 현실 정보를 부가하는 증강가상(AV, Augmented Virtuality)의 의미를 포함한다. 즉 현실과 가상이 자연스럽게 연결된 스마트 환경을 제공하여 사용자는 풍부한 체험을 할 수 있게 된다. 예를 들면 사용자의 손바닥에 놓인 가상의 애완동물과 교감하거나, 현실의 방 안에 가상의 게임환경을 구축하여 게임을 할 수도 있다. 또 집안의 가구를 가상으로 재배치해 본다거나, 원격의 사람들이 모여 함께 작업하는 듯한 환경을 구축할 수도 있다.

‘확장현실(Xtended Reality,XR)’은 위에서 설명한 증강현실부터 가상현실, 혼합현실까지 가상현실 기술 전체를 통틀어서 일컫는 말이다. 중국어로는 ‘扩展现实[kuòzhǎn xiànshí]’라고 한다. AR, VR, MR 등의 구분은 기술 구현 방법에 따라 나눈 것이며, 학술적 목적으로 이름이 분류되었다. 그렇지만 XR(확장현실)은 굳이 3가지로 나누어 설명할 필요 없이 “그것 모두 XR이야”라고 말하면 된다. 다시 말해 기술이 발전하면서 서로 중첩되거나 보완되면서 나타나는 여러 가지 모습에 굳이 새로운 이름을 붙일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미 XR세계에 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메타버스를 대표하는 게임 플랫폼 로블록스, 3D 채팅 프로그램 제페토는 모두 평면 디스플레이를 기반한 XR이다. XR은 게임뿐만 아니라 가상과 현실을 시뮬레이션하면서 게임과 교육 등에 주로 쓰이고 있고, 발전된 하드웨어 성능을 활용하여 인공지능, 위치 정보, 자동 번역 등과 합쳐서 유용한 도구로 쓰이기도 한다.

중국에서는 어떤 기업들이 메타버스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가? 지난해년부터 텐센트(腾讯, 텅쉰), 바이트댄스(字节跳动, 쯔제탸오동), 넷이즈(网易, 왕이), 아리바바(阿里巴巴), 바이두 등의 디지털 기업이 메타버스에 투자하기 시작하면서 전 사회적으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현재 가장 활발하게 메타버스를 사용하고 있는 중국 기업은 텐센트, 바이트댄스, 넷이즈 등이며, 이들은 시장 주도로 XR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는 중이다. 또한 중국의 양대 인터넷 기업인 아리바바와 바이두도 XR 관련 사업을 개시하였다. 현재 중국의 메타버스는 발전 초기 단계에 있으며, 응용범위는 게임, 소셜네트워크, 소비 분야에 집중되어 있다. 이 기업들의 상황을 좀더 자세히 살펴보자. 

텐센트는 중국에서 메신저 1위인 위챗(WeChat, 微信)을 보유하고 있으며, 게임산업에서도 1위인 기업이다. 텐센트는 게임 분야의 경쟁력을 기반으로 중국 메타버스 산업 분야에서 선두주자이다. 텐센트는 일찍이 세계 최대 메타버스주인 로블록스에 투자하였고, 혁신적인 샌드박스형 MMO게임 ‘나의 기원(我的起源)’을 론칭하였다. 또한 텐센트는 중국의 주요 SNS 플랫폼인 위챗과 QQ, 게임 콘텐츠, 온라인 광고, 클라우드 디지털 인프라 등의 분야에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메타버스에 최적화한 환경을 조성하여 콘텐츠 강자로 떠오르고 있다.

바이트댄스는 중국의 인공지능과 콘텐츠 스타트업 기업으로, 중국의 대표적인 영상 플랫폼인 틱톡(抖音, 더우인)을 운영하고 있는 기업이다. 바이트댄스는 ‘중국판 로블록스’라고 불리는 다이마첸쿤(代码乾坤)에 투자하고 가상 SNS 플렛폼인 픽스소울(Pixsoul)을 개발 론칭하며 중국 메타버스의 주력 기업으로 부상하였다. 바이트댄스는 메타버스를 기반으로 한 SNS 플랫폼인 ‘파티 아일랜드(派对岛, 파이 파티를 하는 섬)’를 비롯해 종합 게임 정보 플랫폼인 ‘링쉬안(灵选)’ 앱 등을 선보이면서 사업 확대에 나서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10억 명 이상의 사용자를 보유한 틱톡이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성장할 경우 그 파급력은 아주 클 것으로 보인다.

넷이즈는 중국의 유명한 인터넷 기업으로 텐센트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게임회사이다. 넷이즈(NetEase)는 중국어 왕이(网易)를 영어로 직역한 것이다. 넷이즈는 중국 대형 포털사이트인 163.com을 운영하고 있으며, 온라인 PC, 모바일 게임과 온라인 교육, 이커머스(전자상거래) 등의 사업을 하는 IT서비스 기업이다. 넷이즈는 지속적으로 새로운 게임을 개발하여 중국과 해외에 출시하고 있다. 또한 교육 사업으로 ‘여우다오(有道,Youdao)’를 운영하고 있다. 넷이즈는 AI와 VR에 비교적 집중되어 있으며, 가상 역할 쇼셜 플랫폼 IMVU, 가상인물 플랫폼 기업 츠스원화(次世文化) 등 가상인물 관련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 또 인공지능 분야의 실험실을 구축하여 게임 연구에서 사용되는 인공지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아리바바가 2021년 11월에 약 1,000만 위안(약 20억 원)을 투자해서 설립한 자회사 ‘위엔징싱성(元境生生)’은 메타버스에 특화된 사업을 담당한다. 아리바바는 AR과 VR기술을 연구하는 ‘XR 실험실’을 출범하였다. 아리바바는 이번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는 클라우드 기술을 기반으로 가상의 디지털 인플루언서 ‘동동(冬冬,Dong Dong)’을 선보이기도 했다. 동동은 아리바바와 타오바오(淘宝) 쇼핑몰에서 볼 수 있으며, 올림픽 관련 제품을 홍보하며 고객과 자연스럽게 소통을 한다고 한다. 아리바바는 온라인 회의를 위해서 현실 세계에 가상 이미지를 덮어씌우는 증강현실(AR) 안경을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바이두는 중국 최대 검색엔진 회사로, VR(가상현실) 검색엔진 사업을 재편하였다. 바이두는 지난해 12월에 ‘희망의 땅’이라고 불리는 메타버스 앱 ‘시랑(希壤)’을 출시했다. 모든 사용자는 컴퓨터나 휴대폰으로 시랑에 로그인한 뒤 자신의 아바타를 만들고, 가상세계에서 회의를 하고, 쇼핑하고, 시청하고 다른 사용자와 교류도 하게 된다. 시랑은 고대 사찰인 소림사와 같이 중국 문화와 경관, 미래 지향적인 디자인 요소를 결합하여 메타버스 세계를 구현했으며, 한 번에 10만 명까지 수용할 수 있는 가상세계이다. 바이두에 따르면 메타버스 시랑은 아직은 초기 단계이며 정식 출시하기까지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했다. 또한 중국 정부의 암호화폐 금지에 따라 시랑은 디지털 자산이나 디지털 거래를 지원하지는 않는다. 

미국의 금융 서비스 회사인 모건 스탠리(Morgan Stanley)는 중국의 메타버스 전체 시장 규모는 약 52조 위안(약 980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중국 기업 중에서 텐센트, 바이트댄스, 넷이즈, 아리바바와 같은 회사들이 중국 메타버스를 선도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중국 내에서 메타버스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하자 관영매체 중국시보(中国时报, China Times)는 산업규제를 예고하면서 투자과열을 경고하였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올해 초부터 메타버스를 규제하기보다는 정부의 통제하에서 집중 육성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선회하였다. 중국에서 메타버스, 블록체인, 인공지능 등 신흥산업 분야에 대한 투자와 지원이 점차 확대될 전망이다. 지금은 게임, 엔터테인먼트 등의 분야에만 메타버스 기술이 적용되고 있지만, 향후 자율주행, 부동산 시장, 제조업 등의 영역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중국의 메타버스 산업은 향후 중국의 디지털 경제를 이끄는 주요 기술로 부상할 전망이다.  


<참고자료>
https://baike.baidu.com/item/元宇宙/58292530
https://zhuanlan.zhihu.com/p/439193854
https://baijiahao.baidu.com/s?id=1725074039489276115&wfr=spider&for=pc
조은교, “메타버스 산업의 발전 현황과 시사점”, <중국산업경제 브리프>, 2022년 2월 통권 92호.








사진 | 바이두
석은혜 | 본웹진 전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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