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호는 지난호에 이어 양국에서 사용하는 성어가 변화되지 않고 형태와 의미가 동일한 것에 대해서 살펴보고, ‘한국어 사자성어를 중국어로 번역하기’ 코너를 마무리하고자 한다.
1. 고진감래(苦盡甘來): ‘쓴 것이 다하면 단 것이 온다’는 뜻으로, 고생 끝에 즐거움이 온다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이 성어는 원(元)나라 작가 왕실보(王實甫)의 《서상기(西廂記)》에 나오는 말이다. 《서상기》는 당시로서는 드물게 연애 이야기를 다룬 것으로, 백면서생(白面書生)인 장생(張生)과 재상의 딸 최앵앵(崔鶯鶯)과의 사랑을 그린 희곡이다. 《서상기》제4본 제1절에 이런 내용이 나온다. “먹고 자는 것도 잊게 했던 가슴앓이가 풀어졌네, 만약에 진심으로 인내하지 않고, 지성으로 버티지 않았다면, 어떻게 이 사랑이 고진감래할 수 있었겠는가(忘餐废寝舒心害,若不是真心耐,志诚捱,怎能勾这相思苦尽甘来).” ‘고진감래’라는 성어는 이 이야기에서 유래하였다. 이와 대응하는 중국어 성어는 ‘苦尽甘来’ [kǔ jìn gān lái]이다. 어려움과 고생 끝에 행복한 날이 온다는 뜻으로, 한국어 성어와 형태와 의미가 동일하다.
2. 절차탁마(切磋琢磨): ‘옥이나 돌 따위를 갈고 닦아서 빛을 낸다’는 뜻으로, 부지런히 학문과 덕행을 닦음을 이르는 말이다. 이 성어는 《시경(詩經)》의 <위풍편(衛風篇)>과 《논어(論語)》의 <학이편(學而篇)>에 나오는 말이다. 《논어》의 <학이편>에는 《시경》<위풍편>에 실려 있는 시가 인용되고 있다. 어느 날 자공(子貢)이 공자(孔子)에게 “가난해도 아첨이 없고, 부유하면서도 교만이 없는 것은 어떠합니까?”라고 여쭈었다. 그러자 공자는 “훌륭하도다. 그러나 가난해도 도(道)를 즐거워하고, 부유하면서도 예절을 좋아하는 사람 만은 못하느니라.”라고 대답했다. 자공이 다시 “시경에 이르기를, 끊는 듯이 하고(如切), 닦는 듯이 하며(如磋), 쪼는 듯이 하고(如琢), 가는 듯이 하라(如磨)고 하였습니다. 그것은 이것을 이르는 것입니까?”라고 다시 묻자, 공자는 “사(賜, 자공의 이름)야, 비로소 더불어 시를 논할 만하구나. 지난 일들을 일러 주었더니 닥쳐올 일까지 아는구나.”라고 답하였다. ‘절차탁마’는 이 이야기에서 유래되었다. 이와 대응하는 중국어 성어는 ‘切磋琢磨’ [qiē cuō zhuó mó]이다. 서로 연구하고 부지런히 학문과 덕행을 닦는 것을 이르는 말로, 한국어 성어와 형태와 의미가 동일하다.
3. 토사구팽(兔死狗烹): ‘토끼가 죽으면 토끼를 잡던 사냥개도 필요 없게 되어 주인에게 삶아 먹히게 된다’는 뜻으로, 필요할 때는 쓰고 필요 없을 때는 야박하게 버리는 경우를 이르는 말이다. 이 성어는 《사기(史記)》의 〈월왕구천세가(越王句踐世家)〉에 나온다. 중국 춘추시대에 월(越)나라 왕 구천(句踐)의 신하였던 범려(范蠡)와 문종(文種)은 오(吳)나라를 멸망시키고 월나라가 패권을 잡는 데 큰 공을 세운다. 범려와 문종은 각각 상장군과 승상으로 임명되었다. 그러나 범려는 구천이 고난을 함께할 수는 있지만 영화를 함께 누릴 수는 없는 인물이라고 판단하여 월나라를 탈출한다. 제(齊)나라에 은거한 범려는 문종을 염려하여 “새 사냥이 끝나면 좋은 활도 감추어지고, 교활한 토끼를 잡고 나면 사냥개를 삶아 먹는다(蜚鳥盡, 良弓藏, 狡兔死, 走狗烹)”라는 내용의 편지를 보내 문종에게 피신하도록 충고하였다. 그러나 문종은 월나라를 떠나는 것을 주저하다가 구천에게 반역을 의심받게 되고, 결국 자결하고 만다. 또한 이 성어는《사기》의〈회음후열전(淮陰侯列傳)〉에 나오는 유방(劉邦)을 도와 한(漢)나라를 세운 한신(韓信)의 이야기에서 더 잘 알려져 있다. 중국을 통일한 유방은 일등공신인 한신을 초(楚)나라 왕으로 봉하였으나, 그의 세력이 언젠가는 자신에게 도전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염려했다. 결국 한신은 유방에게 버림을 당하고 만다. 이 이야기에서 ‘토사구팽’이라는 성어가 유래하였다. 이와 대응하는 중국어 성어는 ‘兔死狗烹’ [tù sǐ gǒu pēng]이다. 토끼를 잡고 나면 토끼 잡은 사냥개는 삶아 먹힌다는 뜻으로, 일을 성공하고 나면 그 일을 위해 애쓴 사람을 버린다는 의미이다. 이 성어는 한국어 성어와 형태와 의미가 동일하다.
4. 동병상련(同病相憐): ‘같은 병을 앓는 사람끼리 서로 가엾게 여긴다’는 뜻으로,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끼리 서로 가엾게 여김을 이르는 말이다. 이 성어는《오월춘추(吳越春秋)》 <합려내전(闔閭內傳)>에 나오는 말이다. 합려는 자객인 전저(專諸)를 시켜 오나라의 왕 요(僚)를 죽이고 왕위에 올랐다. 오자서(伍子胥)는 전저를 추천한 공로로 ‘대부(大夫)’가 되었다. 오자서는 본래 초나라에서 충성을 한 전통 있는 가문의 아들이었다. 그러나 그의 아버지와 형은 간신 비무기의 모함으로 역적으로 몰려 억울하게 죽임을 당했다. 그래서 그는 온갖 고생 끝에 오나라로 망명을 왔던 것이다. 오자서는 초나라에서 망명한 백비(伯嚭)를 천거하여 함께 정치를 하게 되었다. 그때 같은 대부였던 피리(被離)가 오자서에게 물었다. “백비의 눈길은 매와 같고 걸음걸이는 호랑이와 같으니, 이는 필시 살인을 할 악상(惡相)인데 귀공은 무슨 까닭으로 백비를 천거하였소?” 그러자 오자서는 “같은(同) 병(病)을 앓는 사람들은 서로(相) 동정하는(憐) 법이요. 백비는 나와 같이 초나라에서 망명을 왔으니 나를 잘 이해할 것입니다”라고 대답하면서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러나 백비는 피리의 예언대로 적국 월나라의 뇌물에 매수되어 오자서를 배신했다. 결국 백비는 오나라 멸망에 결정적인 원인을 제공했으며, 이 사실을 알게된 오자서는 분을 못 이겨 자살하고 말았다. ‘동병상련’은 이 이야기에서 유래되었다. 이와 대응하는 중국어 성어는 ‘同病相怜’ [tóng bìng xiāng lián]이다.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끼리 서로 가엾게 여긴다는 말로, 한국어 성어와 형태와 의미가 동일하다.
5. 명불허전(名不虛傳): ‘명성이나 명예가 헛되이 퍼진 것이 아니다’라는 뜻으로, 이름만 들어도 알 정도로 명성이 높은 사람들은 그만한 이유를 가지고 있음을 이르는 말이다. 이 성어는 사마천(司馬遷)의 《사기》<맹상군열전(孟嘗君列傳)>에 나오는 말이다. 맹상군은 전국(戰國)시대 제나라의 왕족이었다. 그는 제나라와 위(魏)나라 그리고 진(秦)나라에서 재상(宰相)을 지냈으며, 인재를 좋아하여 문하에 3천여 명의 식객을 거느렸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맹상군열전>에는 사마천이 맹상군이 살았던 설(薛)읍을 방문하여 마을 사람들과 나눈 대화를 기록해 놓았다. 그가 설읍을 방문했을 때 그곳에는 행동이 몹시 거칠고 사나운 젊은이들이 많아서 마을 사람들에게 그 이유를 물었다. 그러자 사람들은 맹상군이 손님을 좋아하고 이들을 맞이해 주는 일을 즐겼기에 천하의 유명한 학자들과 협객들뿐만 아니라 간사한 사람들이 섞여서 들어왔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이에 사마천은 “세상에 전해지기를 맹상군이 손님 맞이하기를 좋아하고 스스로 즐겨한다는 소문이 있었는데, 실제로 찾아와서 보니 과연 그의 명성이 헛된 것이 아니었다(世之傳孟嘗君好客自喜, 名不虛矣)”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말했다. ‘명불허전’은 이 이야기에서 유래하였다. 이와 대응하는 중국어 성어는 ‘名不虚传’ [míng bù xū chuán]이다. 명성이 헛되이 퍼진 것이 아니라 그럴 만한 이유를 가지고 있음을 이르는 말로, 한국어 성어와 형태와 의미가 동일하다.
6. 유비무환(有備無患): ‘미리 준비가 되어 있으면 걱정할 것이 없음’을 이르는 말이다. 이 말은 《상서(尙書)》<열명편(說命篇)>과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에 나오는 말이다. 《상서》<열명편>에는 은(殷)나라 고종(高宗)이 부열(傅說)이라는 어진 재상을 얻게 된 경위와 부열에게 어진 정사에 대한 의견을 말하게 하고, 그것을 실천하는 내용을 기록하고 있다. 부열은 고종에게 이렇게 진언하였다. “임금께서는 그 일이 선한 것인가 아닌가를 생각하여 행동하시고, 그것을 행동에 옮길 때는 시기에 맞게 해야 합니다. 그것이 선하다고 뽐내면 그 선함을 잃게 되고, 그 능력을 자랑하게 되면 그 공(功)을 잃게 됩니다. 오직 모든 일은 다 그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는 것이니, 준비가 되어 있으면 근심이 없게 될 것입니다(慮善以動, 動惟厥時. 有其善, 喪厥善; 矜其能, 喪厥功. 惟事事, 乃其有備, 有備無患).” 이 이야기에서 ‘유비무환(有備無患)’이 유래하였다. 또한 《춘추좌씨전》에도 이 성어가 나오는데, 춘추시대 진(晉)나라 왕의 부하인 사마위강(司馬魏絳)이 진왕 도공(悼公)에게 이렇게 말했다. “평안할 때 위기를 생각하고(居安思危) 생각한 것을 준비해야 되는데(思則有備), 준비가 있으면 근심이 사라지게 됩니다(有備則無患).” 유비무환은 이 이야기에서도 유래하였다. 이와 대응하는 중국어 성어는 ‘有备无患’ [yǒu bèi wú huàn]이다. 평상시에 미리 준비를 잘해 놓으면 재난이 닥쳐와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말로, 한국어 성어와 형태와 의미가 동일하다.
7. 타산지석(他山之石): ‘다른 산의 나쁜 돌이라도 자신의 옥돌을 가는 데에 쓸 수 있다’는 뜻으로, 본이 되지 않은 남의 말이나 행동도 자신의 지식과 인격을 수양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음을 이르는 말이다. 이 말은 《시경》 <소아편(小雅篇)> ‘학명(鶴鳴)’에 나오는 말이다. 학명에 나오는 시의 한 구절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학이 높은 언덕에서 우니, 그 울음 소리가 하늘에서도 들리는 도다. 물고기가 연못에 있다가, 가끔 물가로 나와서 노는 도다. 즐거운 저 동산에는 박달나무가 심겨 있고, 그 밑에는 닥나무가 있네. 다른 산의 보잘 것 없는 돌이라도(他山之石), 이것으로 옥(玉)을 갈 수 있도다.” 이 시에서 ‘돌’은 소인에 비유하고, ‘옥’은 군자에 비유하면서, 군자가 지덕(智德)을 쌓는 데 소인에 의해서도 수양과 학덕을 쌓아 나갈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현재는 본이 되지 않는 다른 사람의 실패나 언행이 자기의 지덕이나 인격을 닦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을 이르는 말로 사용되고 있다. 이와 대응하는 중국어 성어는 ‘他山之石’ [tā shān zhī shí]이다. 자기의 결점이나 잘못을 수정하는 데 도움을 주는 다른 사람의 의견이나 행동을 이르는 말로, 한국어 성어와 형태와 의미가 동일하다.
사진 | 바이두 석은혜 | 본웹진 전 편집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