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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2.3  통권 222호  필자 : 석은혜  |  조회 : 2763   프린트   이메일 
[신조어로 보는 중국 사회]
짜오안, 다궁런(早安,打工人)

최근 중국의 인터넷에는 작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아침에 간단하게 “짜오안(早安)”이라고 인사하지 않고 기세 당당하게 “짜오안, 다궁런(早安, 打工人)” 혹은 “니하오, 다궁런(你好, 打工人)” 이라고 인사를 한다. 이 말은 ‘좋은 아침, 노동자’ 혹은 ‘안녕, 노동자’라는 뜻이다. 요즘 중국의 웨이보(微博)나 웨이신(微信, wechat)의 모멘트(朋友圈)에서 이 인사말이 이상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게다가 중국 인터넷상에서도 이 인사말과 관련된 다양한 이모티콘이 돌아다니고 있다.

‘打工人’이라는 단어를 그대로 번역하면 육체 노동을 하는 ‘막노동자’라는 뜻이다. 다시 말해 공장 등지에서 일하는 ‘육체 노동자’나, 특히 농촌에서 돈을 벌기 위해 도시로 올라온 ‘이주 노동자’를 일컫는 용어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그 의미가 확장되어 업무량은 많은데 월급은 적은 직장인들을 지칭하는 말로 사용되고 있다. 그들은 직장에서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아 만성적 피로를 느끼면서도 직장의 필요와 자신의 생계를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다.‘짜오안, 다궁런’이라는 말은 특히 중국의 젊은이들이 아침에 일어나서 출근하기 전에 자기 자신을 응원하는 말로 많이 사용되고 있다. 또한 회사원들 사이에서도 출근 인사말로 사용되고 있기도 하고, 친구끼리 만나서 대화를 나눌 때도 서로 ‘니하오, 다궁런’이라고 인사를 한다. 

이 단어는 한 인터넷 방송에서 영향력 있는 ‘왕홍(网红,인터넷상에서 상품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상품을 판매하는 쇼호스트)’이 자신을 소개할 때 사용한 것에서 유래하였다. 이 왕홍은 블랙 유머를 사용해 자신을 치켜세우면서 스스로를 ‘다궁런’, ‘경비원’, ‘전문대 졸업생’이라고 소개하였다. 그 인터넷 방송 이후 다궁런은 점차적으로 많은 직장인(上班族)들 사이에서 자기 자신을 부르는 호칭이 되어버렸다. 따라서 최근 중국에서는 육체 노동자, 기술 노동자, 혹은 사무직에 종사하는 사람 등 모든 직장인을 총칭하는 용어로 사용되고 있다. 예를 들면, 건설현장에서 벽돌을 옮기는 근로자, 사무실에 앉아서 일하는 사무직 근로자, 혹은 회사의 중간 책임자(과장, 부장), 개인 창업자 등을 막론하고 스스로를 모두 다궁런이라고 부르고 있다. 따라서 이 다궁런이라는 단어는 신조어라기보다는 단어의 의미가 확대된 것으로 최근 인터넷 유행어라는 표현이 더 적합하다.

원래 다궁(打工)이라는 단어는 오래전 홍콩에서 들어온 것으로 ‘남에게 고용되어 일하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이는 ‘월급을 받는 일에 종사한다’는 말을 구어체로 표현한 것이며, 원래는 부정적인 의미를 포함하지 않고 중성(中性)적으로 사용되었다. 1980년대 개혁개방 초기에 중국의 남쪽으로 전해져서 광둥(广东)성을 중심으로 한 주변지역에서 유행하기 시작했다. 당시 노동자들이 고향을 떠나 남쪽으로 내려와서 일을 하면서 노동의 열풍을 일으켰다. 그래서 다궁이라는 이 단어가 중국 전역에서 통용되기 시작했고, 당시 다궁자이(打工仔,청년노동자), 다궁메이(打工妹,여성노동자), 다궁황디(打工皇帝,고액 연봉자) 등 많은 신조어가 만들어졌다. 이 단어가 계속 전해져 오다가 나중에 대중들이‘사람(人)’이라는 글자를 다궁 뒤에 붙여서 하나의 합성어를 만들었는데, 그것이 바로 다궁런이다. 그래서 다궁런은 성별, 지역, 연령에 관계없이 일종의 남에게 고용되어 일하는 노동자들을 총괄하는 대명사로 사용하게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다궁런은 비록 아침 일찍부터 저녁 늦게까지 힘들게 일하지만 월급이 매우 적어 힘들게 생활하는 사람들이다. 

다궁런이라는 단어는 원래 중성적 의미임에도 불구하고, 일하는 곳의 작업 환경이 좋지 못하다는 것을 조롱하거나 혹은 월급이 너무 적어서 사람들이 이런 직장생활을 별로 달가워하지 않는다는 부정적인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많은 중국인들이 스스로를 다궁런이라고 칭하고 있다. 왜냐하면 많은 직장인들의 힘든 직장생활을 자조적인 의미로 잘 표현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현재 사용하는 다궁런은 블루 칼라, 화이트 칼라, 회사의 중간 지도자, 개인 창업자 등 직업에 관계없이 모두를 통칭하고 있어 대중의 공감을 쉽게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이 다궁런들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매우 힘들게 일하지만 그들이 받는 월급은 업무량에 비해 너무 적은 편이다. 이들은 비록 돈은 없지만 비굴하지 않고 당당하며 자기 분수를 아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서로를 격려하기 위해 온라인상으로 치킨 수프가 있는 이모티콘을 주고받는다. 시간이 지나면서 다궁런들이 온라인에 올린 ‘노동자 선언(打工宣言)’이 많아지자 네티즌들이 그것을 모아서 ‘노동자 어록(打工语录)’을 만들었다. 이것이 네티즌들에 의해 거듭거듭 개편되면서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의 글이 노동자 어록에 실리고 있다. 어록의 글들을 살펴보면 이들의 자조(自嘲)적인 유머와 자신을 위로하는 내용들이 가득 차 있다. 

노농자 어록의 내용을 몇 가지를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 삶의 80%는 노동에서 오는 고통이지만, 만약 노동을 하지 않게 되면 돈이 없어서 오는 고통은 100%이다. 그래서 나는 어쩔 수 없이 노동을 선택했다. 
- 노동은 힘들지 않다. 가장 힘들고 끔찍한 것은 일을 하지 못하는 것이다. 
- 너는 많은 사람을 모아서 핀둬둬(拼多多)에서 가격을 깎으려고 애쓰고 있고, 그는 디디다처(滴滴打车)에게 도움을 청하고 있지만, 나는 전자공장에서 새벽까지 나사를 조이고 있다. 우리들은 모두 밝은 미래를 가지고 있다. 좋은 아침이야, 노동자여! 
- 육체적 피곤함과 목표를 향해 분발하는 것은 우리 다궁런에게 정상적인 일이다. 불평은 어떤 문제도 해결할 수 없다. 
- 제때에 힘을 충전하는 것은 다궁런에게 정말 중요하다. 정체되어서 앞으로 나가지 못하면 쉽게 탈락할 수 있고, 열심히 노력해서 숙달된 기능을 몸에 익혀야만 자신감 있게 일할 수 있다.
- 인간은 철이다. 그래서 노동으로 단련해야 한다.
- 사랑은 한순간이지만 직장은 영원하다.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 한 마디 한 마디가 힘찬 노동자 선언이 중국 젊은이들 사이에서 널리 퍼지기 시작했다. 한 네티즌이 노동자 선언의 내용을 분석한 결과에 의하면, 노동자에 관해 자조적이면서도 유머가 있는 선언이 60%, 자기를 비하하는 선언이 30%, 아무 뜻없이 생각나는 대로 쓴 황당한 내용이 10%를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최근 중국에서는 반좐(搬砖)과 서추(社畜)에 이어서 다궁런이 또 각계각층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슬로건(Slogan)이 되었다. 이제 사람들은 더 이상 자신들이 노동자라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그런데 10여 년 전만 해도 상황은 결코 그렇지 않았다. 당시 사람들은 고용된 사람, 노동자 등의 약간 소박한 칭호를 기피하면서 자신을 분투자(奋斗者), 모기업의 직원 혹은 화이트 칼라(白领), 블루 칼라(蓝领) 등으로 불렀다. 당시에는 남들에게 자신을 떳떳하고 미래지향적인 사람으로 보이고 싶어했다. 어떤 이들은 마음에 원대한 비전을 가지고 있었고, 또 장래의 CEO를 꿈꾸었다. 하지만 몇 년 사이에 영특한 젊은이들은 현실을 직시하게 되었고, 자기를 부르는 호칭에 대한 바람을 내려놓았다. 남들이 자신을 어떻게 부르든 크게 신경을 쓰지 않게 되었다.

중국에서 노동을 의미하는 단어로 가장 먼저 만들어진 말은 반좐(搬砖)으로, ‘벽돌을 운반하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이 단어는 바이두(百度)의 인터넷 게시판을 통해서 사람들에게 전해지기 시작했다. 본래 이 단어는 환경이 열악하고 일은 힘든데, 임금은 낮은 육체 노동을 의미하는 것으로 막노동을 한다는 것을 이르는 말이었다. 그런데 지금까지 사람들은 이 단어 사용을 기피하면서 반좐(막노동) 대신 상반(上班: 출근하다)을 사용해 왔다. 그 후에 다시 만들어진 단어는 서추(社畜) 이다. 이 단어는 일본에서 전해진 것으로 일본어의 회사(会社)와 가축(家畜)의 합성어로 회사의 가축(동물)을 의미한다. 회사를 위해서 자기 생활을 포기하고 가축같이 열심히 일만 하는 노동자들을 가리키는 것으로 일본의 직원들이 자조적으로 사용했던 단어이다. 이 서추라는 단어는 아무런 거부감없이 일본에서 중국으로 들어왔다. 그 후 중국의 모든 노동자들이 서추를 자신을 칭하는 용어로 사용했다. 현대인들은 아침에 출근하면서 “회사에 갔다 올게”라고 말하지 “나 회사에 가서 열심히 일하고 올게”라고 말하지 않는다. 최근 중국 젊은이들은 노동자이든 회사원이든 자신을 다궁런이라고 부르면서, 당당하게 “회사의 가축들이(社畜), 벽돌을 운반하러(搬砖) 간다”고 말하고 있다.

또한 최근에는 ‘996, 007, 886, 811648’이라는 암호 같은 신조어가 유행하고 있다. 이 암호 같은 숫자는 중국인들의 근무제도와 관련이 있으며, 특히 인터넷 업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근로 패턴이다. ‘996’은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일하고, 주 6일을 근무한다는 의미이다. ‘007’은 0시부터 익일 0시까지 24시간을 일하고, 주 7일을 근무한다는 뜻으로 휴식제로 상태를 의미한다. 업무량이 과도한 것도 문제지만 유급휴직을 쓰지 못하는 기업 문화가 더 심각하다. ‘886’은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 일하고, 주 6일 근무하는 것을 의미한다. ‘811648’은 오전 8시에서 오후 11시까지 일하고, 주 6일 근무하는 데, 한 달에 4번 있는 일요일에는 8시간씩 일한다는 뜻으로 사실은 주 7일 근무하는 것을 말한다. 이 숫자들은 아주 강도 높은 중국의 노동현실을 반영한 말이다. 이런 근로제도는 중국의 노동법에 어긋나지만 이와 같은 근무제를 채택하는 기업은 여전히 많다. 

알리바바(阿里巴巴) 그룹을 창립한 마윈(马云)이 2019년 4월에 “하루에 편안하게 8시간만 일하려는 사람들은 필요가 없다. 젊었을 때 996근로를 하지 않으면 언제 하겠느냐”고 공개 발언을 했다. 마윈은 이어서 밤에 환하게 불을 밝힌 회사 건물과 저녁을 패스트푸드로 때우며 야근하는 직원들, 사무실에 빼곡한 간이침대 사진을 SNS에 올렸다가 대중으로부터 ‘결국 자본가로서의 본질을 드러낸 것’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징둥(京东)의 류창둥(刘强东) 회장은 자신의 SNS에 “강제적으로 996근무제를 할 생각은 없지만 함께 노력하고 함께 책임과 부담을 느끼며 성과를 거둔 사람이야말로 나의 진정한 형제”라고 밝혔다. 마윈은 966근무제를 주장하다가 비난을 받게 되자 알리바바의 공식 위챗 계정을 통해서 “어떤 회사도 996근무제를 강요해서는 안 된다”라고 말하면서도 “젊은 친구들이 행복이란 자신이 쟁취하는 것임을 알았으면 좋겠다”고 언급했다. 또한 그는 “현재 중국의 3대 IT기업인 바이두, 알리바바, 텅쉰(腾讯,텐센트)의 966근무제는 행복한 일이다”라고 에둘러서 966근무제를 옹호했다. 

사실 996, 007, 886, 811648 등의 근로제도는 ‘중국 노동법’의 법정 근로시간 연장 원칙에 위배된다. 중국 노동법 제36조에 따르면, ‘국가는 근로자들의 하루 근로 시간이 8시간을 초과하지 못하도록 하고, 주당 평균 근로 시간이 44시간을 초과하지 않는 근로시간제를 시행하고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제41조에는 ‘사용자는 생산, 경영상의 필요로 인해 노동조합 및 근로자와 협상하여 근로 시간을 연장할 수 있으나 일반적으로 1일 1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 특수한 사정으로 인하여 근로 시간을 연장할 경우에는 근로자의 건강을 보장한다는 전제하에서 1일 3시간, 매월 36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고 규정되어 있다. 그러나 현재 중국의 IT업계와 수많은 회사에서는 996, 007, 886, 811648 근무제를 보편화하면서 야근, 휴일 근무 등 초과 근무를 시키면서도 근로자들에게 초과 근무에 대한 수당을 주지 않고 있다. 이것은 실제로 일주일에 20시간 이상, 한 달에 80시간 이상의 초과 근무에 해당한다. 중국의 노동법에서 매월 36시간 이상 초과 근무를 시킬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노동법이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중국 대부분의 근로자들은 직장을 구하기 어려운 현실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비록 장시간 근무로 힘들지라도 일을 포기하거나 위축되지 않고 여전히 ‘노동의 혼’을 불태우면서 살아가고 있다. 

한 네티즌이 노동자 선언에 올린 말처럼 현재 중국 젊은이들에게 ‘노동은 차라리 힘들지 않다. 가장 힘들고 어려운 것은 일을 하지 못해 돈을 벌지 못하는 것’이다. 하루빨리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되고 많은 일자리가 창출되어 당당하게 일할 수 있는 날이 속히 오길 기대해 본다. 



참고 자료
https://baike.baidu.com/item/%E6%89%93%E5%B7%A5%E4%BA%BA/54050409?fr=aladdin
https://user.guancha.cn/main/content?id=400155&s=fwzxfbbt







사진출처 | 바이두
석은혜 | 본지 전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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