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코로나19의 광풍이 전 세계에 불어닥쳤다. 우리나라도 그 예외가 아니다. 한때 확진자 수가 전 세계 2위(2월 말)였던 우리나라는 상황이 조금씩 좋아지더니 이제는 93위로 그나마 안정된 국가로 분류되고 있다. 하지만 국민들은 여전히 거리두기 단계를 유지하고 마스크를 써야만 한다. 코로나19의 완전한 종식까지는 1년 이상 갈 수도 있다는 비관적인 소리도 들린다. 본 기고문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한 환경의 변화를 예측하고 포스트 코로나19 시대의 선교 방향에 대해서 다루고자 한다.
1. 외부 환경의 변화 외부 환경이라 함은 선교를 중심으로 보았을 때 선교사, 교회, 신학 등을 제외한 다른 분야 전체를 포괄한다. 코로나19로 인하여 급변하는 경제·사회·환경·교육·국제관계·과학기술 등을 둘 수 있다.
1) 경제 OECD 회원국의 2020년 상반기 경제성장율을 살펴보면 코로나19 사태로 인하여 전 회원국이 마이너스 성장을 하였음을 볼 수 있다. 영국과 스페인은 20%가 넘는 마이너스 성장을 하였고, 미국도 10%가까운 역성장을 보이고 있다. 그나마 우리나라가 좋은 성적을 보이고 있기는 하지만 국민들이 느끼는 실질적인 체감온도는 지표보다 훨씬 냉혹하다고 할 것이다. 많은 학자들이 코로나19로 인하여 장기 경제침체를 예상하고 있다. 부동산 시장은 위축되고 있고 에어비앤비와 같은 숙박공유플랫폼이 큰 타격을 입었다. 이와 같은 경제침체는 성도들의 수입 감소로 이어지고, 결국은 선교사를 파송하는 교회의 재정을 불안정하게 한다.
반면에 코로나19로 인하여 주목을 받는 시장도 있다. 건강대체식품, 심리/상담분야, 원격의료지원, 백신과 치료약 개발 등의 관련 분야는 급성장하고 있다. 사람들의 노동 형태도 큰 변화를 겪고 있다. 전형적인 노동 형태인 ‘사무실 노동’에서 벗어나 재택근무가 확대되고 있다. 전통적인 사무실 상권은 지고 홈 어라운드(Home-around) 소비가 늘어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학생들의 온라인 수업, 줌(Zoom)이나 구글 미트(Google Meet) 등의 도구를 활용한 영상회의, 비대면 택배 서비스 등의 언택트(untact) 사업들이 급성장하고 있다. 선교사는 새롭게 떠오르는 경제 문화 전반에 관한 환경에 새롭게 적응해 나갈 필요가 있다.
2) 국제관계 코로나19의 확산을 막기 위해 전 세계 대부분의 나라에서 입국을 통제하거나 제한을 두고 있다. 그러다 보니 세계화는 위축되었고 지역주의와 민족주의가 확산되었다. 기존의 강대국들이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하여 사회와 경제질서에 상처를 입었고 새로운 사회질서와 요구에 따라 국제적 관계가 미묘하게 바뀌어 가고 있다. 지금의 글로벌 리더십은 공백 상태에 가깝다. 중국과 미국 모두 코로나19로 리더십의 상처를 받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리더십의 공백이 결과적으로 어떠한 국제적 긴장과 갈등이 형성될지 예측할 필요가 있다. 이미 미국과 중국과의 긴장이 심각해지고 있고 이는 세계선교에 또 하나의 파장을 일으킬 것이다. 국제관계의 긴장은 선교 현지의 안전 문제와 직결되며, 항공노선을 포함한 비자발급의 문제와도 연결된다. 또한 강화된 지역주의는 외부 선교사에 대한 배척, 거부로 이어지는 데 현재 여러 선교 현지에서 선교사에 대한 부정적 감정들이 노골적으로 표현되고 있다.
3) 식량 코로나19는 국제적인 식량 공급에 대한 믿음을 뒤흔들고 있다. 내년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만큼이나 심각한 ‘기근 바이러스’가 인류를 위협할 것이라는 경고가 나왔다. 전염병 대유행으로 식량위기가 악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2020년에 최대 1억 3000만 명이 만성적인 기근 상태로 내몰릴 것이라고 전망했었다. 하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식량 생산과 공급이 줄면서 연말까지 세계 기아 인구는 당초 전망보다 2배 늘어난 2억 7000만 명에 달할 것이라고 수정했다. 각종 봉쇄령으로 생계에 어려움을 겪는 가구도 늘고 있다. 특히 예멘, 베네수엘라, 남수단, 아프가니스탄 등 30여 개국에서 기본적인 식량 부족으로 기근이 심각한 상태이다. 위의 언급된 당장 먹을 것이 없는 사람들에 대한 선교적 접근은 총체적이며 융합적인 방향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2. 내부 환경의 변화 내부 환경이란 선교적인 관점으로 보았을 때 신학, 교회, 선교를 기반하여 교회의 예배참여, 선교 현지의 상황 등을 포괄한다.
1) 교회 코로나19 사태가 심각해지자 정부는 방역과 예방 차원에서 교회의 소규모 모임과 행사, 예배를 제한하거나 금지하였다. 코로나19 위기 단계에 따라 해당 조치의 강도가 정해진다. 2020년 11월 25일 현재, 코로나19 위기 경보 2.0 단계가 발령 중인데 이는 교회 예배당 전체 좌석의 20%만 사용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한국교회는 그 전에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생소한 상황에 처하게 되었고 돌파구를 모색하는 데 시행착오를 겪고 있다. 이러한 문제는 기존의 전통적인 교회론과 예배에 관한 전통에 변화를 가져왔다. 온라인으로 드리는 예배와 심방, 스튜디오 또는 미디어 센터로 변해가는 교회의 모습 등으로 모임의 형태와 예배당의 기능이 바뀌고 있다.
2) 선교 한국세계선교협의회(이하 KWMA)에서 2020년 5월에 코로나19 사태에서 선교사들의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설문조사를 하였다. 그 결과 20% 정도의 선교사가 임시 귀국한 것으로 파악되었다. 현지에서는 식량, 물, 의료품의 공급에 어려움이 있었고 한국교회나 후원자로부터 오는 선교비도 감소했다고 40%가 넘는 선교사가 답변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2%의 선교사는 코로나19로 인하여 선교의 기회가 더욱 열리게 되었다고 답변하였다. 이는 전염병으로 인하여 어려워진 상황에서 현지의 여러 필요들에 적극 대응한 결과이고, 큰 위기 가운데서도 선교의 문은 열려 있다는 의미인 것이다.
3. 코로나19 시대의 선교 방향
1) 비대면 현지 관리와 운영 코로나19는 이미 언급했던 대로 경제·문화·교육 전반에 걸쳐 삶의 큰 변화를 가져왔다. 선교도 그 예외가 될 수는 없었다. 전염병 시대에는 자유로운 입출국이 대부분의 나라에서 제한되며, 현지에서도 다른 사람과의 만남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제약을 전제하여 비대면 현지 관리와 운영 그리고 선교사역의 체계가 가능한 시스템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KWMA에서는 코로나19의 확산에 대응하기 위하여 Zoom을 활용한 선교사와 선교단체 간의 비대면 만남과 회의를 이어갔다. 코로나19 이전에는 특정 공간에서 콘퍼런스나 세미나를 개최하거나 이메일이나 카카오톡을 이용해서 아이디어를 전달하는 방식을 취하였었지만, 이제는 온라인상의 영상을 통하여 얼굴 표정을 확인하며 대화하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또한 KWMA에서는 선교사 재교육을 위한 원격 영상 강의를 제작하여 동영상 공유 서비스를 통해 방송하고 있다. 이는 한 번의 영상제작으로 양질의 강의를 필요한 다수에게 보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선교 현지에서도 비대면사역이 잘 운영되는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탄자니아의 여러 지역을 순회하며 컴퓨터 교육을 하는 한 선교사는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인해 원격 영상 강의를 시작하였는데, 시간비용이 크게 절약되었고, 더 많은 다른 사역을 할 수 있다고 전했다. 현지인 학생을 위한 컴퓨터 교육뿐 아니라 이제는 현지 리더십을 위한 관리와 훈련도 영상으로 가능하다고 한다. 대면이 불가능한 위기를 비대면 기술을 통해 확장해 가는 기회로 삼을 수 있어야 한다. 코로나19와 같은 전염병은 앞으로 얼마나 더 자주 반복해서 발생할지도 모른다. 최악의 경우를 염두에 두고 선교사역이 이어질 수 있도록 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2) 현지인 리더십, 선교적 디아스포라 한인교회, 이주민 난민사역 개발 선교사가 현지에 직접 들어갈 수 없는 상황을 고려하여 현지 리더십이 현지인을 양육할 수 있는 리더십의 이양에 더 적극적인 속도를 내야 한다. 이제는 한국선교사들은 자신의 역할이 바뀌고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기다리지 말고 적극적으로 현지 리더십을 세우고 권한을 나누어야 한다. 또한 이미 현지에 세워져 있는 디아스포라 한인교회들과 선교적 동역관계를 구축하여 입국 금지될 경우를 대비해야 한다.
동시에 이미 한국으로 찾아온 이주민 난민에 대한 과감한 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 선교대상자들이 나의 이웃이 되어 이미 옆에서 살아가고 있다. 전염병 시대에 우리가 그곳으로 들어갈 수 없는 상황에서 그들이 하나님의 뜻에 따라 우리 사회 속으로 들어온 것이다. 이주민 242만 명, 유학생 15만 명, 불법체류자 30만 명, 난민 5만5천 명을 복음으로 환대하고 제자 삼아 그들을 그들의 나라로 파송하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초대교회의 성령 강림을 체험했던 성도들은 다양한 언어와 인종, 국가와 문화를 가진 디아스포라 유대인들의 다문화 공동체였다. 여기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안디옥교회는 최초로 초대교회의 디아스포라 다문화 이주민 공동체였다는 점도 기억해야 한다. 지금이 바로 초대교회와 같은 다민족·다문화교회를 이루어야 할 때이다. 이처럼 국내에서는 이주민과 난민 등의 외국인들에게 집중하고, 현지에서는 현지 리더십의 개발을 통해서 입국 금지에 대한 장벽을 넘어 새로운 선교로 확장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귀국선교사들과 국내 이주민사역자, 현지선교사 사이에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협력네트워크 개발이 시급하다.
3) 전염병 관리 매뉴얼 작성과 준비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시작했을 때 KWMA는 전염병 단계별 위기관리 매뉴얼을 배포하여 각 단체들에게 가이드를 제공하였다. 하지만 선교회의 조직, 상황과 파송선교사들이 주로 머물고 있는 지역은 다양하다. 이제는 반복되는 전염병의 상황에 대한 신속하고 정확한 대처를 위하여 각 단체별 상황에 맞는 개별 위기관리 매뉴얼이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비상시를 위한 조직 구성과 체크 리스트, 연락망이 보관되고 점검되어 있어야 한다. 선교사 본인이 가지고 있는 보험과 약관에 대한 이해, 비상 물품과 교통편에 대한 대비 등 최악의 경우 사역지가 페쇄될 경우까지룰 염두한 플랜 B를 갖추어야 한다. 사고는 예측하지 못한 때에 찾아오는 법이다. 미리 생각하고 준비했던 지혜가 전염병 시대에는 더욱 요구된다고 하겠다.
4. 지금은 예수 그리스도의 생명으로 무장할 때이다 전염병 시대에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을 두려워한다. 하지만 이때가 진짜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들을 가장 필요로 하는 때이다. KWMA가 시행한 선교사 설문조사의 답변 중 의외의 결과가 있었다. “코로나 확산 사태가 선교에 미치는 영향은 어떠한가?”라는 질문에 12%가 넘는 선교사들이 오히려 사역의 기회가 열렸다고 대답하였다. 오히려 위기의 순간에 그리스도의 복음은 능력으로 역사하는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선교적 상황은 많이 위축되어 있는 것이 사실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사회 통제 시스템의 발전으로 직접 선교가 축소되고 있는 가운데 더욱 어려움이 가중된 것이다. 하지만 선교사만 어려운 것이 아니라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전염병으로 고통받고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이때는 예수 그리스도의 생명으로 더 무장해야 할 때이다. 선교사가 먼저 정신적 정서적 사역의 필요성에 대비하여 치유와 회복을 경험해야 한다. 선교사들이여, 예수 안에서 충만하여 두려움을 벗어 던지라. 그리고 더 연약한 이들에게 나아가라!
사진 출처 | 픽사베이 조용중 | 선교사, KWMA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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