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나침반수정.jpg)
“‘쌍순환(双循环·Dual Circulation·이중순환)’을 통해 흔들림 없이 ‘중국몽(中国梦)’, 중국만의 길을 간다. 그 결과는 2035년 세계 1등 국가일 것이다.”
“시진핑(习近平) 총서기(국가주석·중앙군사위주석) 중심의 지도체제는 지속가능한 존엄이다.”
지난 10월 29일 폐막된 중국공산당 19기 5중전회(중앙위원회 5차 전체회의)에 대한 관전평이다. 중·미 신냉전 시대를 내치와 외치 강화를 통해 돌파할 뿐 아니라 14차 5개년 계획(2021〜2025년·第十四个五年规划) 발전을 강력하게 추진해 2035년까지 사회주의 현대화로 선진국 대열에 합류하고, 2049년까지 ‘부강하고 아름다운 사회주의 강국’ 건설로 초강대국이 되겠다는 의지를 숨기지 않고 있다.
‘쌍순환’이란 시 총서기가 지난 5월 14일 정치국 상무회의에서 국내 대순환 위주의 쌍순환 상호 촉진 전략을 제시하면서 급부상한 중국의 미래 키워드이다. 내수와 수출을 함께 발전시키되 내수와 수출의 상호보완으로 함께 성장한다는 개념이다. 즉, 대외적으로는 수출, 개혁개방을 지속하면서 대내적으로는 내수를 키우고 활성화시켜 내순환과 외순환, 국내시장과 국제시장을 유기적으로 돌아가게 하겠다는 전략이다. 즉, 쌍순환은 대외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대응으로 내수 위주의 자립경제 구축에 방점을 두고 국내(내수)와 국제(수출) 양방향 순환이 상호 촉진하는 중장기 경제발전 전략이다. 시 총서기는 5월 14일 당시 “‘국내 대순환’을 중심으로 국내와 국제의 ‘쌍순환’을 상호 촉진하는 새로운 발전 양식”을 주문하고 “새로운 발전 양식은 절대 폐쇄적인 국내 순환이 아니다. 개방적인 국내와 국제의 ‘쌍순환’”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5월 23일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 “국내 대순환을 중심으로 국내·국제 쌍순환의 상호발전 구조를 만들어야한다”고 역설했다. 7월 21일 기업좌담회에서는 새로운 성장모델 구축의 고려사항을 설명하고 대순환과 쌍순환의 논리적 관계를 강조했다.
8월 20일 창장삼각주(长江三角洲) 일체화 발전 좌담회에서는 쌍순환 경제구도 형성을 위해 설정해야 할 구체적인 목표를 요구했다. 창장삼각주 일체화 프로젝트는 창장 하류의 경제 중심 도시인 상하이(上海), 저장(浙江)성, 장쑤(江苏)성, 안후이(安徽)성을 하나의 경제권으로 묶는 것이다. 전체 면적만 해도 35만8천㎢로 한반도 전체보다 넓다. 8월 24일 경제·사회 전문가 좌담회에서는 14차 5개년 계획 시기의 경제발전을 위한 새로운 성장모델 구축과 관련된 문제를 설명하고, 9월 1일 중앙전면심화개혁위에서는 새로운 성장모델 구축을 위해 강한 추진력을 동원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쌍순환과 더불어 14차 5개년 계획에서 국가발전 전략의 핵심의제는 ‘기술 자립’이다. 중국 지도부는 19기 5중전회 회의자료에서 “과학 자립과 자강을 국가발전 전략으로 삼고 세계 기술전선 및 경제 전쟁터에서 혁신 체계를 보완해 과학기술 강국 건설을 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신(新)인프라, 즉 5세대 이동통신(5G),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산업 인터넷, 특고압 송전설비(UHV), 광역철도망, 신에너지 자동차(친환경차) 충전시설 등에 대대적인 투자가 진행될 것이다. 중국 지도부는 군 현대화를 통해 부국과 강군을 통일화한다는 목표도 내세워 기술 1등 국가뿐 아니라 군사 면에서도 미국과 자웅을 겨뤄보겠다는 의도를 드러냈다.
이번 19기 5중전회에서 또 하나 눈에 띄는 것은 시 총서기의 집권 기반이 더욱 강화된 점이다. 장쩌민(江泽民), 후진타오(胡锦涛) 총서기를 거치면서 확립된 10년간 권력을 유지하던 관례가 2022년 말 열리는 중국공산당 20차 당대회에서 깨질 것으로 예상된다. 시 총서기가 최소 5년 더 권력을 틀어쥐게 될 것이라고 전망하는 이들이 다수이다. 그동안 중국공산당 당장(黨章·당헌)에는 총서기가 정치국과 정치국 상무위원회를 소집할 권한만 규정돼 있었다. 이번 5중전회에서 중앙위원회 공작조례를 통과시킴에 따라 총서기가 정치국과 상무위원회의 의제를 설정할 수 있는 독점 권한을 갖게 됐다. 앞서 9월에 발표된 조례는 중국공산당 지도부의 권한 등을 정한 일종의 업무 규칙인데, 중국 지방 정부들은 관련 조례 학습에 열을 올려왔다. 총 8장 35조로 된 공작조례의 핵심은 총서기의 권한 강화에 있다. 당장은 “중앙서기처는 정치국과 상무위원회 사무기구”로 “총서기는 정치국 회의와 정치국 상무위원회 회의를 소집하고, 중앙서기처 업무를 주재한다”고 돼 있다. 그러나 새로운 공작조례는 “중앙서기처는 정치국과 정치국 상무위원회, 총서기의 지시에 따라 업무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조례는 당 총서기가 정치국 상무위원회 등의 회의 소집뿐 아니라 의제 결정권을 가진다고 명시했다. 그동안 총서기 외에 다른 상무위원도 회의 소집권이 있었다.
또 시진핑 시대 들어 확대된 ‘의사조정기구(영도소조·领导小組)’의 회의 개최, 연구 결정 등도 총서기의 지시를 받도록 했다. 외교 등 주요 정책에서 시 총서기의 결정권이 확대됐다는 의미이다. 과거 총서기는 다른 정치국 상무위원과 똑같이 한 표를 행사하는 관계였다. 하지만 집권 1기 때부터 전임 후진타오와 달리 당·정·군을 빠르게 장악한 시진핑은 2016년에는 ‘당 중앙의 핵심(核心)’이라는 칭호를 받았고, 2017년에는 ‘시진핑 신시대 중국특색 사회주의 사상(시진핑사상)’을 당장에 삽입시켰고, 2018년에는 국가주석 임기 제한을 받지 않는 등 장기집권의 길을 열었다. 지난 10월 23일에 열린 인민해방군 6·25 참전 70주년 기념식에서 시 총서기는 소개와 함께 열렬히 박수를 받은 반면 나머지 정치국 상무위원들은 이름만 빠르게 호명될 뿐 생방송 화면에도 얼굴이 나오지 않았다. 지난 9월 8일에 열린 코로나19 방역 공로자 표창대회에서도 시 주석 다음 호명된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일어서 인사를 하려 했지만 사회자가 빠르게 다음 상무위원들을 소개해 리 총리가 엉거주춤 앉는 장면이 생방송되기도 했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人民日报) 등도 미·중 충돌, 코로나19 사태 등 국내외 위기를 부각하며 강력한 리더십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인민일보는 조례에 대한 해설 기사에서 “상황이 복잡하고 도전이 엄중할수록 중앙의 집중된 통일 영도(지도)가 여의봉 같은 효과를 발휘한다”고 강조했다.
국가 발전 전략을 이끌기 위한 중국공산당과 시 총서기의 지도력 강화 방안도 제시됐다. “시진핑 동지는 당 중앙의 핵심이자 핵심 영도 조타수로 모두 단합해 신시대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를 향해 힘차게 나아가자.” 이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의 공세에도 불구하고 시진핑 체제는 흔들리지 않는다는 점을 재확인한 것이다. 이번에도 ‘시진핑사상’의 핵심인 ‘4개 의식(四个意识)’과 ‘4개 자신감(四個自信)’을 견지할 것을 강조했다. ‘4개 의식’은 정치의식, 대국(大局)의식, 핵심의식, 일치(看齐)의식으로 일선의 당원 간부들이 사회주의 이념에 따라 전 세계 형세를 아우르는 ‘큰 그림’을 보라는 의미로서 이중에서도 핵심의식과 일치의식은 당을 지휘하는 핵심인 시 총서기에게 절대 복종을 요구하는 내용이다. ‘4개 자신감’은 당원들의 초심과 사명감을 강조하는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노선, 이론, 제도, 문화에 대한 자신감을 뜻한다.
여기서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와 5중전회의 의미를 좀 더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우리는 중국 지도부를 언급하는 중국 뉴스를 접할 때 당 중앙이라는 말을 듣곤 한다. 당 중앙이란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를 뜻한다. 중국공산당은 중앙위원회 전체회의를 통해 인사, 정책을 결정한다. 중앙위원 중 정치국 상무위원, 국가주석, 총리 등 최고 지도부가 선출을 이끌고 있는 주체임을 잘 보여준다. 9000만 명의 당원을 거느린 중국공산당은 5년마다 전국 대표대회(당 대회)를 통해 주요 정책 사안을 승인한다. 이에 따라 중앙위원회가 사실상 권한을 위임받아 상시 운영하는 구조다. 당원들 가운데 중앙위원회 위원은 205명, 후보위원은 171명으로 중국 최고 권력을 향한 출발점이다. 중앙위원의 임기는 5년이며 당 대회를 통해 선출된다. 중앙위원회 위원 중에 25명이 중앙 정치국원에 뽑힌다. 정치국원 중에 7명만이 최고 지도부인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선발된다.

그동안 중국공산당은 5중전회 때마다 중요한 결정을 내렸다. 예를 들어, 1980년 2월 11기 5중전회에서는 후야오방(胡耀邦)을 중앙위원회 총서기로 선출했고, 1985년 9월 12기 5중전회에서는 중앙 정치국과 중앙서기처 인원을 조정했다. 1989년 11월 13기 5중전회에서는 장쩌민을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으로 선출했다. 1995년 9월 14기 5중전회에서는 ‘국민경제와 사회발전 1995년 계획 및 2010년 미래 목표 세우기’ 계획을 확정했다. 2000년 10월 15기 5중전회에서는 10차 5개년 계획을, 2005년 10월 16기 5중전회에서는 11차 5개년 계획을 결정했다. 2010년 10월 17기 5중전회에서는 12차 5개년 계획을 통과시키고 시진핑을 중앙군사위 부주석으로 임명했고 2015년 10월 18기 5중전회에서는 13차 5개년 계획을 확정했다.
보통 중앙위원회 전체회의는 최고 지도자의 집권 1년차에 1·2중 전회를 통해 공산당 당장을 수정하거나 당 최고 지도부를 선출한다. 집권 2년 차에는 3중전회를 통해 경제개혁과 관련한 중대 조치를 결정하며 3년 차에는 4중전회를 통해 당 건설과 당 집권 강화를 위한 결의안을 만든다. 4년 차에는 5중전회를 개최해 경제개발 5개년 계획 등을 제출, 심의하고 5년 차에는 6·7중전회를 연달아 열어 지도사상과 차기 당 대회를 준한다. 물론 매년 열리는 전회에서 다른 안건의 논의도 가능하다. 이를 19기에 대입해보면 2017년 10월 19기 1중전회에서는 시진핑, 리커창외에 리잔수(栗战书), 왕양(汪洋), 왕후닝(王沪宁), 자오러지(赵乐际), 한정(韩正) 등 5명의 새 정치국 상무위원을 선임하면서 ‘시진핑 집권 2기’를 열었다. 2018년 1월 2중전회에서는 중국 헌법에 ‘시진핑 사상’을 넣는 개헌안을 통과시켰다. 그해 2월의 3중전회에서는 시진핑 사상과 영도력을 집중적으로 강조하면서 당과 국가기구 개혁안을 통과시켰다. 2019년 10월 4중전회에서는 중국공산당 지도체제가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의 가장 본질적인 특징이자 강한 생명력과 우월성을 가진 제도라는 걸 재확인하고 시 총서기 중심의 통치 능력 현대화에 더 큰 노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2019년말 현재 중국공산당원 숫자는 9191만 명이다. 이들을 대표하는 중앙위원 198명, 후보중앙위원 166명이 이번 19기 5중전회에서 미국과 유럽시장과의 수출입 구조를 강화하는 ‘이외촉내(以外促內)’의 외향형 경제구조 건설전략으로부터 완전 탈피하고 ‘이내촉외(以內促外)’의 내수형 경제 건설에 힘쓸 것을 결의했다. 중앙위원회 공작조례를 통해 시 총서기의 권력기반을 더욱 공고화했다. 중국은 과거처럼 몸집 불리기식 성장에서 벗어나 기초체력을 늘려질적 성장에 나서기로 했다. 중국교회도 이 같은 관점이 필요하지 않을까. 과거 한국을 비롯해 세계교회로부터 좋은 선교사들을 공급받아 교회다움, 목회자와 성도다움을 더욱 강화시켰다면 이제는 중국 정부의 통제정책에 따라 새로운 길을 걸어가야 한다.
일부 한국교회처럼 대형화가 더 이상 용인될 수 없다. 작지만 강한 교회, 복음대로 살아가는 성도들이 사회 곳곳에서 소금과 빛이 되는 길을 찾아야 한다. 이를 위해 기존 교회와 성도의 상태를 재점검하고 다음세대를 교회 공동체로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도록 좀 더 전문화되고 야성 또한 키워야 한다. 특정 요일 중심의 신앙생활이 아니라 매일의 생활신앙을 통해 일상에서 성경적 가치를 실현해나가도록 해야 한다. 그래서 세상이 오히려 복음에 대해 관심을 갖게 해야 한다. 현재의 위기는 결코 절망이 아니라 또 다른 기회의 서막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종교사무조례의 전방위적인 시행과 수많은 선교사들의 비자발적 철수에 이어 코로나19 팬데믹을 통해 중국교회는 변할 수 없는 복음의 실제를 더욱 경험하게 됐고 목회자들은 올바른 성경적, 기독교적 DNA를 고국의 성도들에게 불어넣기 위해 외국의 도움 없이도 자립 목회, 자립 선교의 길을 견지했다. 선교중국 2030의 비전도 여전히 중국교회들에 의해 불길처럼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세계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더욱 치열한 고민과 함께 디테일에 강해야 한다는 것이다. 선교의 압축 성장은 더 이상 유용하지 않을 뿐더러 교회를 어렵게 할 수 있다는 외국의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 튼실한 성도의 공동체를 만들어나가기를 기대한다. 복음의 메시지는 결코 변할 수 없지만 전하는 방법은 얼마든지 상황에 따라 변화될 수 있음을 알고 하나님의 세계 경영과 통치의 흐름을 이해하는 중국교회가 되기를 소망해본다.
사진 | 바이두
왕빈 | 중국전문가
왕빈 | 중국전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