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적 삶과 비즈니스선교에 대한 이야기를 현장감 있게 풀어낸 《선한 영향력》의 저자는, 예수님의 신들메 풀기도 감당치 못하겠다고 한 세례 요한처럼 자신은 옥토에서 돌을 제거하는 선교사라고 말한다. 저자는 캐나다 오지 인디언 마을로 들어가 살면서 희망 없던 원주민들의 삶을 비즈니스로 변화시킨 인물이며, 중독, 자살, 낮은 자존감의 배경을 가진 이들의 모습이 우리네의 어두운 삶을 닮은 것 같아서 친밀감을 느꼈다고 한다. 농사에 무지한 그였지만 무력한 원주민들의 삶에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고 싶었다. “자연산 송이버섯 값 폭락을 막아주세요.” 원주민 추장의 이 한 마디가 그를 이 오지로 이끌었다. 그는 긱섬(GITXM)이라는 간판을 달고 송이버섯 비즈니스를 시작하였다. 그의 모든 실수와 하나하나의 과정을 통해 비즈니스 선교사의 모델을 만들어 갔다.
비즈니스선교 선교현장의 신뢰관계는 예수님의 성육신적인 삶을 오랜 시간 실현하며 살아갈 때 두텁게 쌓인다. 필자가 경험한 선교사역은 자신이 하려는 조급함을 내려놓고 하나님이 바라시는 것에 초점을 맞추며 살아가는 것이며, 또 내가 계획하지 않은 일일지라도 하나님이 하라고 하시면 나의 것을 내려놓고 그분을 따르는 것이었다. 다윗과 베드로의 실수가 새로운 시작이 되었듯이 선교사역의 과정에서 겪게 되는 방황과 실패는 우리의 교만을 바로잡아 주고, 연약한 자들의 곁을 지키게 하고, 높은 곳에 있던 마음을 낮은 곳을 향해 흐르게 한다. 비즈니스선교 역시 그리스도의 형상을 닮아가는 제자로서 살아가는 인생의 여정일뿐이다.
세례를 베풀고 교회를 세우는 것만이 선교가 아니다. 비즈니스선교는 선교사라는 명함이 없어도 ‘선교적 삶’으로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다. 이는 ‘비즈니스’와 ‘선교’를 합한 것이 아니라, 비즈니스도 안정적으로 운영해야 하고 팀 사역적 선교도 해야 하는 이 둘의 곱셈과 같은 것이라고 한다.1) 현지의 방식과 시간, 순서에 따르는 존중이 우선되어야 하고, 성과나 업적보다 먼저 정직한 신뢰를 쌓는 과정이 있어야 사람들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비즈니스 자체는 좋다 나쁘다 할 수 없다. 비즈니스라는 직업을 통해 주변 사람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여 다시 그들을 통해 하나님의 뜻이 그 땅 가운데 구현되는 통로로 쓰이는 것이다. 또한 비즈니스를 통해 하나님의 사랑과 공의가 실현되고, 철저한 자립과 공정한 배분, 이웃을 위한 희생과 배려, 포용과 포기를 함께 살아가면서 실천하는 것이다. 거듭난 그리스도인은 어떤 부르심의 자리에 있어도 예수님의 성육신적 선교의 삶을 살게 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리스도인의 삶과 분리된 선교사역은 미성숙한 결과를 만들어낸다. 목회를 하면서 제자의 삶을 살아가야 하는 것처럼 비즈니스를 하면서 제자의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사역적 적용 필자는 원주민 공동체의 회복과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면서도 지속가능성의 비즈니스선교를 이야기하고 있는 《선한 영향력》에 큰 감동을 받았다. 그래서 작은 사역이지만 그동안 우리 부부가 비즈니스선교사로서 중국에서 진행했던 중국인사역자를 위한 직업훈련에 대해서도 나누었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다.
'소수민족 지도자 양성반' 과정을 졸업한 신학생들은 우리 부부가 맡은 ‘기능반’에서 마지막 훈련을 받는다. 본격적인 사역을 앞둔 이들이 사역지 또는 일터에서 자생할 수 있는 기술을 습득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었다. 결론은 학력이 부족한 신학생들이 사역자로서 자립할 비즈니스를 찾고, 적성에 맞는 기술을 연마하여 직업을 구하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당시 중국의 직업적 현실은 가혹했으며, 이들이 신학교에서 배운 이론과도 판이하게 달랐다. 이 때문에 기능반을 수료한 뒤에 이러한 현실 속에서 예수님의 제자로서 살아가야 하는 이들에 대해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교단 소속의 선교사들은 자비량사역에 대한 경험적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현지사역자가 현실적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하는 문제에 대해 적당한 방향을 제시하지 못했다. 사실 사회적 구비 조건이 미비한 기능반 졸업생들이 뛰어든 생활 전선은 다른 누구보다도 더 치열했다. 거짓이 판치는 삶의 현장에서 많은 상처를 받았고, 비즈니스 세계에서 약삭빠른 인간의 본성을 호되게 경험하기도 하였다. 그러면서 현실 속에서 제자로서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 이들은 한편으로 갈등하며 한편으로 해답을 찾고자 애쓰며 시간을 보냈다.
신학적 교육은 이들의 믿음의 뿌리를 견고하게 내리게 하였고, 실질적으로 삶의 현장에서 부딪히며 나아가는 신앙적 반응들이 이들을 자라게 했다. 비록 짧은 훈련 기간이었지만 자신의 일터를 찾아 자립하고, 어려운 현실 속에서도 하나님 나라 회복에 대한 사명감을 더 확고히 다져가고, 동시에 교회를 개척하는 사역자의 길을 가기로 선택했다는 것이 더욱 감사하다. 바라는 것은 이들이 세계선교의 흐름과 미래의 대안이 되는 전문 비즈니스선교의 동역자로서 협력하며 나아가는 것이다. 각자의 영역에서 경험한 비즈니스 노하우와 지역 전문성을 나누며 선교전략을 함께 수립하는 것이다. 이들이 자신의 일터에서 복음으로 제자의 삶을 힘 있게 살아갈 수 있게 응원해야 할 것이다. 이 어지럽고 복잡한 세상에서 복음의 본질이 우선하는 세계관이 비즈니스 문화에 자리 잡도록 우리 모두 노력해야 할 것이다.
타고난 상황화 《인류학적 접근을 통한 선교현장의 문화이해》의 저자인 폴 히버트(Paul G. Hiebert)는 중국인들의 상황화(Contextualization) 능력에 대해 이렇게 말하고 있다. “중국인의 사고는 현재를 가장 강조하고, 그들은 매우 상황 중심적으로 시간을 보며, 해당 사건과 동시에 발생한 다른 요소들의 특정 사건을 이해할 줄 안다. 시간을 다스리기보다는 환경과 통합하려고 하고, 그것을 바꾸기보다는 상황에 적용시키려는 경향이 강하다”2) 이들보다 더 선교적으로 상황화에 유연한 민족이 있을까. 그들은 어느 문화에나 적응할 수 있을 것이다.
찰스 크래프트(Charles H. Kraft)는 서구선교사역 프로그램인 ‘지도자 양성’ 방식에 대해 일찍이 그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다. 자기 고향을 떠나 정해진 장소에서 훈련을 받은 신학 위주의 교육은 현장 경험의 기회를 갖지 못하기에 현장과 연결된 학습 기회와 그 가운데 형성될 관계적 손해를 본다고 말했다.3) 중국선교사들에 의해 소규모 지도자양성훈련을 받은 중국 신학생들도 이와 비슷한 모순적 교육 환경의 과정을 겪는 것을 보기도 한다.
졸업한 신학생들 가운데는 그 현장의 분리 간격을 뛰어넘어 그들의 방식대로 현지 공동체에 적응하며 새로운 상황들을 접목시켜 나가기도 한다. (또한 이들 중에는) 중국선교사들의 대거 추방과 코로나19 사태에도 불구하고 자발적 사역네트워크를 형성하며 선교중국을 이끌어 가고 있다.
집단 비즈니스 문화 타고난 상황화 능력을 가진 중국인들은 또한 가족 중심의 집단 비즈니스에 탁월하다. 전통적으로 중국인들은 가문의 명예보다 현세 자손에게 실질적 이익을 주기 위한 상호관계의 의미와 기능을 중시했기 때문에4) 가족 중심의 비즈니스 문화를 만들어 낸다. 현대 도시 경제활동에서도 여전히 친족 중심의 비즈니스가 이루어지고 있는 현실이 그것을 증명하고 있다. 이러한 특징은 ‘집단적 회심’을 일으킬 수 있는 유대적인 연쇄반응을 기대할 수 있다.5) 비록 공산주의 사회이지만 상황화에 능한 현실적인 중국 집단 문화 특성을 가진 가족 중심의 비즈니스 환경이 국제적인 선교 기관들과 잘 연합한다면 미래선교의 주된 역할로 성장하게 될 것이다.
기존의 선교사들이 중국 지도자들을 신학 교육으로 제자훈련의 기초를 쌓았다면 글로벌 시대의 미래 세계선교는 중국의 기독 실업인들을 재조명해야 할 것이다. 중국이 펼치고 있는 국책 사업인 일대일로(一帶一路, 육상·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와 ‘중국경제특구’ 등 중국의 세계화정책을 따라 더 많은 중국의 신실한 기독교 기업들이 전략적 배치를 통해 중앙아시아, 중동, 유럽, 북한의 땅끝 문화 텃밭을 일구는 선한 영향력을 펼쳐 나가길 기대해 본다.
척박한 중국 땅에서 충성된 일꾼으로 섬기다가 돌아온 모든 중국선교사님들께 하나님의 위로와 채우심의 보상이 있기를 바란다. 아울러 이들을 통해 더 다양한 문화 속에서 선교중국이 새롭게 계속해서 세워지기를 기도한다.
미주 1) 김진수, 《선한 영향력》(출판사: 선율), 2018, 136. 2) Hiebert 2018, 183. 3) Kraft 2010, 573. 4) 김광억(2007), 가족과 중국인의 세계관, 41. 5) (Hiebert 2017, 250); (맥가브란 2019, 597).
※ 참고문헌 1. 김진수. 2018. 선한 영향력, 선율. 2. Kraft, Charles, 3rd ed. (2005)2010. 기독교 문화인류학 (Anthropology for Christian Witness). 3rd ed. 안영권 이대헌 역, 기독교문서선교회. 3. 도널드 맥가브란. 26th ed. (2000)2019. 하나님의 다리(The Bridges of God). 26th ed. 정옥배 외 3명 역. 예수전도단. 4. Hiebert, Paul, 2nd ed.(1996)2018. 선교와 문화인류학 (Anthropological Insights for Missionaries. Baker Book House). 2nd ed. 김동화 외 번역, 죠이선교회. 5. 김광억. 2007. "가족과 중국인의 세계관". Chindia Plus 11권 0호. 포스코경영연구원. 6. Hiebert, Paul, 4th ed. (2010)2017. 21 세기 선교와 세계관의 변화 (Transforming Worldview: An Anthropological Understanding of How). 4th ed. 홍병룡 번역. 복있는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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