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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9.2  통권 217호  필자 : 박애양  |  조회 : 2335   프린트   이메일 
[신조어로 보는 중국 사회]
新型基础建设(신인프라 건설)

중국은 이제 일상을 되찾았다. 가을학기에는 정상적인 등교와 대면 수업을 진행한다. 지난달 학교로부터 받은 통지에 이번 가을학기 수업은 대면 수업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해서 반신반의했는데, 정말 8월 말이 되니 각기 고향에 흩어져 있던 학생들이 학교로 돌아왔다고 연락을 해왔다. 모두 약간의 설렘과 흥분으로 들떠 있었다. 그중 한 학생이 오랜만에 학교에 돌아와 좋기는 하지만 지난 학기 미뤄두었던 영어시험이 바로 코앞이라 너무 긴장된다며 걱정을 한가득 늘어놓았다. 학생들의 이런 작은 걱정도 새삼 반갑고 다행스럽게 느껴졌다. 모두 무사했구나. 무사해서 다행이다. 학생들 모두 오랜만에 진행될 대면 수업에 대해 기대를 나타냈다. 그러나 나는 학교로 돌아가지 못했다. 해외에 나와 있는 외국인 선생님들은 아직 중국 입국 허가를 받지 못해 아쉽지만 이번 학기에도 인터넷 가상공간에서 학생들을 만나야 한다.  

인터넷 강의에 큰 어려움은 없다. 지난 학기에 처음으로 실시간 온라인 강의를 진행했지만 시스템이 잘 되어 있었고 인터넷 접속도 안정적이어서 큰 불편함은 없었다. 쌍방향 의사소통과 필기, PPT 강의까지 가능했고 트래픽이나 끊김 현상이 없어 기말시험까지 실시간으로 다 잘 끝냈다. 처음에는 한국에서 중국 전역에 흩어져 사는 학생들에게 실시간으로 수업을 한다면 스트리밍에 어려움이 생기지 않을까, 인터넷 상황이 좋지 않은 지역에 살고 있는 학생들은 수업에 참여하지 못하는 일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있었지만 결국 아무 문제 없이 한 학기를 잘 마무리할 수 있었다. 그러면서 조금 놀란 것이 중국의 인터넷 인프라 상황이다. 지난 학기는 중국 전역이 거의 반 봉쇄 상태였다. 이동이 어려웠기 때문에 재택근무자들은 화상회의로, 학생들은 인터넷으로 업무와 학업을 진행해야 했다. 그런데 중국 전역에서, 그 많은 사람들이, 동시에, 인터넷에 접속을 했음에도 아무 문제 없이 몇 시간 동안 스트리밍을 계속할 수 있었다는 것이 놀라웠다. 중국은 언제 이렇게 막대한 인프라를 구축해 놓은 것일까? 

알다시피 중국 경제는 국가가 주도하는 계획경제이다. 1953년 제1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시작한 이래 현재까지 5년마다 중국 정부의 경제발전에 대한 장기적 계획을 발표하고 있는데 올해는 제13차 5개년 계획(2015-2020)이 끝나는 해이다.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은 장기적이고 거시적으로 진행할 경제발전의 총량과 목표를 제시하는 것으로 중국 국가 경제발전의 최상위 강령으로 지켜지고 있다. 중국이 자국민의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고 난 후 본격적으로 미래에 대한 청사진을 그리게 된 것이 21세기를 전후로 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개방정책을 실시한 뒤 2000년까지 성장주도 경제를 실천해왔지만 2000년대 이후에는 구조조정과 산업 균형 발전, 지속가능한 경제발전을 위한 정책을 시행해왔다. 제10차 5개년 계획(2001-2005) 기간 중국은 농업과 산업의 기반 산업에 대한 인프라를 정비했고 3차 산업 발전을 중심적으로 추진했다. 11차 5개년(2006-2010) 기간에는 과학기술 발전과 혁신에 대한 중장기적 계획에 돌입했다. 또 그간 성장중심에서 사회 균형발전을 모색하는 거시경제 지표를 세워 고속철도와 같은 사업을 진행했다. 2000년대 중반까지 국가 기반시설 인프라를 구축한 중국 정부는 한 단계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과학기술 발전과 혁신을 통한 소프트 인프라 구축이 급선무라 판단하여 ‘혁신형 국가’ 건설 전략을 발표한다. 2006년 1월 발표된 《국가 중장기 과학 및 기술발전 계획 요강(国家中长期科学和技术发展规划纲要)》은 2020년까지 과학기술의 경제성장 기여율을 60%까지 올리고 R&D 투자의 GDP 대비 비중을 2.5%까지 올리겠다는 목표를 발표하였다. 참고로 2000년 당시 중국의 연구개발 투자는 GDP 대비 1%에도 미치지 못하는 0.893%였으나 2019년에는 2.23%로 크게 상승했다. 이는 미국의 2.83%, 일본의 3.26%에 비해 아직 낮은 비율이나 중국 정부가 내세운 목표치는 거의 비슷하게 다가가고 있는 셈이다.1)    
  
중국 정부의 ‘혁신’ 의지는 새로운 플랫폼 구축 강조로 이어진다. 2015년 리커창(李克强) 총리의 ‘대중창업·만인혁신(大众创业、万众创新)’이라는 발언은 상위층의 과학기술혁신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의 혁신이 가능해질 수 있는 플랫폼 구축의 필요성을 인식한 결과라 하겠다. 아울러 <중국제조(中国制造)2025>를 통해 부진한 중국 제조업을 활성화하고 질적 성장을 통해 산업고도화를 추진하겠다는 전략목표를 제시하였다. 특히 10대 핵심 산업분야를 선정하여 자원 집약형 전통 산업에서 기술 집약형 스마트 제조강국으로의 성장을 꾀했다. 10대 핵심 산업은 다음과 같다. 차세대 IT산업, 고급 정밀 수치제어 공작기계 및 로봇, 항공 우주 설비, 해양 엔지니어링 설비 및 첨단 선박, 선진 철도 교통설비, 에너지 절약·신에너지 자동차, 전력 설비, 농업 기계 설비, 신소재, 바이오의약 및 고성능 의료기기 등이다.2)   
 
2016년은 제13차 경제개발 5개년(2016-2020)의 원년이 되는 해로 중국 정부는 전면적이고 전방위적인 혁신 전략을 추진하게 된다. 이 기간에 중국은 새로운 성장과 발전을 위한 동력이자 원천이 혁신임을 재차 강조하고 혁신의 대상이 되는 산업들을 중심으로 사업을 진행해 갔다. 주로 발전 전략 및 체제, 농업을 포함한 산업, 인터넷 경제, 인프라 네트워크, 신형도시화, 지역 조화발전, 생태환경, 교육, 건강, 경제 및 국방 등이 혁신의 대상이 된다. 그간 기초 과학기술의 발전에 비해 응용, 융합 등에 대한 연구가 부족하다고 판단한 중국 정부는 “중점 과학기술 프로젝트와 국가과학센터의 추진 외에도 기술혁신센터 구축, 신형 선도기업 육성, 대중창업·만인혁신 지속, 빅데이터·클라우드컴퓨팅·IoT 응용, 품질 및 제조강국” 등을 통한 발전과 차세대 인터넷 기술을 통한 중국 경제 발전을 꾀하고 있다.3)  

2016년 미래형 소매유통 개념이 제기되는데 바로 ‘신유통(新零售, new retail)’ 개념이다. 알리바바 CEO 마윈(马云)에 의해 제기된 ‘신유통’은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사물인터넷과 사용자, 상품 데이터의 수집과 분석이 결합하여 운영 효율과 사용자 경험이 개선되고 상품의 생산과 유통, 판매가 고도화하는 형태다.”4) 마윈 자신은 신유통을 ‘소비자 체험 중심의 데이터 기반 유통 형태’로 정의하는데, 기존의 오프라인 매장과 온라인 플랫폼을 옴니채널(OMNI chanel)화한 것으로 유통의 중심이 소비자 중심으로 통합된 그야말로 새로운 형태의 경제 개념이라 하겠다. 신유통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유통 구조를 형성하기 때문에 새로운 신유통 생태계는 디지털 경제의 발전을 가져오게 되었다. 

2017년 중국은 디지털 경제발전을 국가전략으로 격상하고 ‘인터넷 플러스’, ‘인공지능’, ‘공유경제’ 등 일련의 정책을 발표하였다.5) 디지털 경제발전을 위한 다양한 정책들이 중국 정부의 주도로 보호 육성, 개발되고 있으며 이러한 추세는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다. 최근 언급되는 新型基础(신인프라) 건설정책도 이전 정책과의 연장선에서 나온 것이다.  

현재 중국 경제는 신유통이 생태계를 확장해 가면서 관련 산업도 발전의 궤를 같이 하고 있다. 특히 쇼핑, 결제, 물류 등 기존 인터넷 플랫폼에 새로운 산업들이 유입되고 있는데 특히 세계적 대유행을 겪게 되면서 신유통은 날개를 달고 발전하고 있으며 관련 신생산업들을 탄생시키고 있다. 그 가운데 电子商业(e커머스 E-Commerece)의 발전은 신유통의 생태계를 폭발적으로 확장시켰다. 참고로 중국 모바일 인터넷 수요 증가 2018년 12월 기준 중국의 3G, 4G통신 사용자 수는 13억 1,000만 명을 기록했다. 그중 4G 사용자는 11억 7,000만 명으로 전체의 89%를 차지한다.6) 거대한 모바일 사용자를 기반으로 한 e커머스는 라이브스트리밍과 带货[dài huò], 网红[wăng hóng]과 같은 유명 쇼호스트(shopping host)를 탄생시켰고, 애국소비를 부추겼으며 관련 산업의 발전을 이끌고 있다. 

2050년에는 세계적인 과학기술 혁신 강국을 목표로 하는 중국은 향후 제4차 산업을 이끌어갈 대규모 인터넷 데이터센터 구축과 블록체인, 양자통신, 빅데이터, 인공지능, 클라우드 컴퓨팅, 자율주행, 5G 애플리케이션과 같은 차세대 정보기술의 인프라를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구축해 나가고 있다. IT 불모지였던 중국이 미래 새로운 시대의 신 플랫폼이라는 ‘新型基础建设(신인프라 건설)’에까지 약진을 보인 것은 2000년대 중반부터 국가전략으로 꾸준히 추진해온 혁신 발전전략이 보인 성과라고 하겠다. 또 이러한 발전과 성과는 중국인들의 생활 패턴을 바꾸고 삶의 질을 향상시키며 미래에 대한 기대를 갖게 한다. 

나는 지금 혁신된 중국에서 사는 사람들 그리고 혁신된 세상에서 성장한 학생들과 ‘소통’하며 지내고 있다. 거리든 학교든 교실이든 여기저기 어디에나 설치된 CCTV가 거슬리고 학교를 출입할 때마다 카메라에 얼굴을 들이대고 안면인식을 해야 하는 것이 늘 불만이지만, 이제 나도 변화된 중국에 적응이 필요하겠다. 




미주  
1) 참고: 서울경제 https://www.sedaily.com/NewsView/1Z6R71D2AP(2020.08.28), 정지현 등(2017), <뉴노멀 시대 중국의 지역별 혁신전략과 한국의 대응방안>, 대외정책연구원, p.63.
2)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북경사무소(2015), <중국제도 2025> 문건의 내용 및 평가, 대외정책연구원 북경사무소 브리핑, p.2. 
3) 정지현 등(2017), <뉴노멀 시대 중국의 지역별 혁신전략과 한국의 대응방안>, 대외정책연구원 p.65. (中共中央(2016) 《中华人民共和国国民经济和社会发展第十三个五年规划纲要》)
4) 오종혁(2018), <중국 신유통의 특징과 향후 전망>, 대외정책연구원 북경사무소, p.2.
5) 오종혁(2019), <중국 디지털경제 2018년 특징과 전망>,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북경사무소, p.3.
6) 오종혁(2019), <중국 디지털경제  특징과 전망>,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북경사무소, p.6.






사진출처 | 바이두
박애양 | 중문학 박사
박지화 (2020-09-06)
혁신된 중국에서 성장한 학생들과 소통하며 살아가는 우리 박애양 선생님을 존경하며 축복합니다. 매월 좋은 글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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