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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9.2  통권 217호  필자 : 려용덕  |  조회 : 2276   프린트   이메일 
[경교비 해설]
경교비에는 왜 ‘부활’이라는 말이 없나?

‘경일(景日)’의 의미
앞에서 말했지만 대진경교유행중국비(大秦景敎流行中國碑, 이하 경교비)는 당(唐)의 종육품(從六品) 조의랑(朝議郞) 전행(前行) 태주사사참군(台州司士參軍) 겸 경교의 최고위직 승려인 대경승(大景僧) 려수암(呂秀巖)이 썼다. 그는 경교신학교의 교장이었다. 경교비는 해서(楷書)로 기록되었는데 종횡, 좌우, 전후의 글자들이 칼끝으로 쓴 것 같이 정교하여 보는 이로 하여금 섬뜩한 느낌을 갖게 한다.

경교비문을 현대어로 번역하는 일은 쉽지가 않다. 이미 사어가 되어버린 비문의 단어들을 해독하고 현대어로 옮기는 일이 어디 쉽겠는가? 어찌 번역은 하지만 원래의 뜻을 제대로 옮긴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없음을 솔직하게 고백한다. 경교비의 대체적인 의미를 알아보려는 정도임을 알아주시기 바란다.

경교비문를 번역하면서 기독교의 가장 핵심인 ‘부활(復活)’이라는 단어를 발견할 수 없어서 이점을 중점적으로 살피게 되었다. 그 결과 발견한 내용은 ‘개생멸사경일파암부마망(開生滅死景日破暗府魔妄)’이라는 부분이었다. 번역하면 ‘사망을 멸하시고, 부활[景日]되시어 큰 빛으로 비추시니 음부(暗府)는 파괴되고, 사탄의 계획이 몽땅 망가졌다’가 된다. 여기에 ‘경일(景日)’이 ‘개생멸사(開生滅死)’와 ‘파암부마망(破暗府魔妄)’이라는 말의 가운데에 들어 있다. 

이것은 당시 도교, 유교, 불교의 문화적 배경에서 부활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여 반발을 불러일으키는 것을 피하고, 신약성경에서 예수 그리스도 부활 때에 예수 그리스도의 옷이나 천사의 옷이 찬란하게 빛났다고 했다(마 28:3, 막 16:5, 눅 24:4, 요 20:12). 또 변화산의 기록에도 “그 얼굴이 해같이 빛나며 옷이 빛과 같이 희어졌더라”(마 17:2)고 했으므로, 왕(王, 의미상 예수 그리스도)이 태양 빛을 담뿍 받는다는 의미의 ‘경(景)’자를 써서 ‘경일(景日)’이라고 했을 것이라고 필자는 추론한다. 

《강희자전(康熙字典)》에서는 ‘경(景)’자를 옷으로 해석하고 있고, 같은 해석을 하고 있는 옥편도 있다. 

중동이나 이집트의 고대 종교 언어에서는 부활의 개념이 있었지만 동양의 고대 언어에는 부활이라는 단어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경교비는 부활의 의미를 담아 경일을 사용했다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경일이 부활과 동일한 의미라면 경교(景敎)는 부활을 기축(基軸)으로 하는 종교라는 해석이 가능해진다.


동양의 종교들에는 부활이 없다
‘개생멸사경일파암부마망(開生滅死景日破暗府魔妄)’에 대하여 필자가 이와 같은 해석을 하는 근거가 있다. 동양에서는 창세 고금 이래 죽었다가 살아난 사람이 없었고, 도교의 노자(老子)가 신선이 되어서 서쪽 하늘(西天)로 갔다는 얘기는 있었지만 죽은 사람이 살아났다는 기록이 없고, 유교는 현실 정치적 차원의 학문적 종교이고, 불교는 윤회설이 있기는 하지만 다시 살아난 얘기가 없고, 배화교(拜火敎)로 알려진 조로아스터교나 마니교가 역시 죽은 사람이 다시 살아났다는 부활이란 단어를 사용한 적이 없다. 동양에서는 이와 같이 죽었다가 다시 살아났다는 말을 한 종교가 없었다. 

그런 가운데 1534년에 예수회 소속인 스페인의 프란시스 사비에르(Francis Xavier)가 프로테스탄트에 대항하기 위해 해외로 선교지를 개척하고자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도움으로 1541년 인도와 극동지역으로 파송을 받아 1549년 일본 규수(九州)에 상륙하였고, 일본의 히데요시(豊臣秀吉)가 1592년(선조 25년) 4월에 일본의 통치세력을 장악한 뒤 고니시(小西行長)를 선봉으로 삼아 일으킨 임진왜란 때 신부가 종군한 일이 있었다. 

마테오 리치(Matteo Ricci) 신부의 《천주실의》가 1600년대 초에 베이징에서 출간되었을 때 부활이라는 단어가 비로소 사용되기 시작했고 널리 퍼졌을 것이다. 그후 1854년에 영국의 프로테스탄트 선교사 허드슨 테일러(James Hudson Tayilor, 1832-1905)가 중국선교를 하였는데, 이때부터 중국에서의 부활이라는 단어가 일상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했을 것이다.


경교는 부활 중심의 종교
‘경(景)’은 일(日)과 경(京)이 합해진 글자인데, 일(日)은 해를 상형하여 만들어졌다. 따라서 ‘경(景)’은  해가 비치는 중심지라는 뜻이 된다. 빛이 비추어져서 죽음과 음부와 마귀의 권세가 모두 멸하고 망가진다면, 그렇게 할 수 있는 분은 당의 통치자인 태종도 아니고, 현종이나 덕종도 아니고 예수 그리스도를 말하는 것으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경교(景敎’라는 이름은 ‘부활의 종교’라는 숨은 뜻이 있고, 경교, 다시 말해 네스토리우스파 중국 그리스도교는 부활(復活)을 중심으로 하는 종교라고 필자는 주장한다.

431년 에베소공의회에서 네스토리우스를 이단으로 규명할 때 예수의 어머니 마리아에 대한 ‘사람 예수의 어머니이지, 하나님의 어머니는 아니라’는 것이 주요 논제였을 뿐 본질인 그리스도의 부활을 부인했기 때문이라는 기록은 발견할 수 없다. 따라서 로마 교황청 배경의 알렉산드리아의 키릴루스가 중심이 되어 네스토리우스를 이단으로 규명했지만, 페르시아의 교회들이 그의 총대주교직을 인정한 것은 그리스도의 어머니에 대하여 ‘인모(人母)냐 신모(神母)냐’ 하는 논쟁은 지엽적인 것으로 이해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페르시아교회가 네스토리우스를 따랐다고 여겨진다. 이제 다음 호부터는 경교비문을 해석하려고 한다.


사진설명 | <예수님의 부활 현장: “막달라 마리아와 다른 마리아가 무덤을 보려고 갔더니 큰 지진이 나며 주의 천사가 하늘로부터 내려와 돌을 굴려 내고 그 위에 앉았는데 그 형상이 번개 같고 그 옷은 눈같이 희거늘”(마 28:1∼3), 경교비문의 경일이라는 말에는 이런 의미를 담고 있다는 것이 필자의 주장이다.>






려용덕 | 도봉중앙장로교회 담임목사, <한국교회신문>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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