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에서 ‘인파징지(银发经济,yínfà jīngjì)’ 라는 신조어가 사용되고 있다. ‘인파징지’는 고령의 노인을 상징하는 ‘은발(银发)’이라는 단어에 ‘경제(经济)’라는 단어를 결합시킨 것으로 ‘실버 경제(Silver economy)’, 즉 노인 경제를 가리키는 신조어이다.
인파징지는 노인들을 중요한 소비자로 인식하고 이들에게 새롭고 혁신적인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신규 일자리를 창출하고 기업과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것을 말한다. 이것을 ‘실버 산업(银发产业, yínfà chǎnyè)’ 또는 ‘노령 산업(老龄产业, lǎolíng chǎnyè)’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런 신조어가 만들어졌다는 것은 중국도 노령 인구가 급속하게 증가하고 있으며, 또한 은퇴하고 경제력을 갖춘 노인층이 주체적 소비자로 활동을 하고 있음을 말하는 것이다. 실버 산업은 그 범위가 매우 넓다. 실버 의료서비스, 하우스 키핑(house keeping)서비스, 노인 전용 의류, 노인 건강식품, 각종 노인 생활용품, 실버 보험, 재무 관리, 실버 관광과 오락, 실버 주택, 노인 대학, 약품, 건강 기능식품, 시청각 보조용품, 스마트 제품, 의료기기, 컨설팅 서비스 등 각종 영역에서 노인들을 위해 만들어진 제품은 모두 다 포함한다. 본고에서는 이하 ‘실버 경제’라는 단어를 사용하고자 한다.
도시 거주 노인과 농촌 거주 노인 사이의 소득 격차는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도시 거주 노인의 주된 수입원은 퇴직금, 연금, 정부지원금, 다른 가족구성원의 부양, 임금 수입, 임대한 집세 수입, 은행 저축 등이다. 농촌 거주 노인의 경우 정부지원금 외에 수입이 거의 없기 때문에 60세 이후에도 생업에 종사하면서 돈을 벌거나 농업에 종사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중국에서 은퇴한 사람들은 집에서 손주를 돌보는 경우가 많으며, 여가활동으로는 태극권, 마작, 공원이나 광장에 모여서 춤을 추는 광장무(广场舞) 등을 즐긴다. 최근 들어서는 중국 내 여행이나 세계 여행을 다니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중국은 1999년도부터 노령화 사회로 진입했다. 중국에서 ‘노령 사업’이라는 표현이 등장하게 된 것은 2000년대 초반부터이다. 중국 국무원(国务院)이 2001년 7월 22일 ‘중국노령사업발전(中国老龄事业发展) 5개년 계획(2001-2015년)’을 발표하였다. 2006년 12월 12일에는 ‘중국노령사업발전’ 백서를 발표하여 노인을 위한 서비스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루기 시작했다. 중국 국가통계국(国家统计局)의 발표에 의하면 2018년 말 중국 전체 인구는 14억에 가까우며, 그중 60세 이상 되는 노인 인구가 전체 인구의 17.9%인 2억 4,949만 명으로 집계되었다. 지난 1년 사이에 노인 인구가 859만 명 증가한 것이다. 유엔 통계국(UN Statistics Division)의 보도자료에 의하면 2030년에는 중국의 노인 인구수가 3억 5000만 명 정도에 달할 것이고, 2050년이 되면 무려 4억 4000만 명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때가 되면 중국의 생산 가능 인구 3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해야 한다. 중국은 노령화의 속도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진행되고 있으며 이미 세계에서 노인 인구가 가장 많은 ‘노인대국’이 되었다.

이처럼 노인 인구의 빠른 증가로 노인 소비 시장이 거대함에도 불구하고 아직 필요한 서비스를 제대로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노인 용품의 수요는 갈수록 증가하고 있지만 수요에 맞는 공급은 크게 뒤처지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의 전국노령사무실(全国老龄办) 책임자에 의하면 전 세계에 노인 용품은 6만여 종이 있고, 일본에는 4만여 종이 있다. 그러나 현재 중국에는 노인 용품이 2000여 종에 불과한 실정이라고 한다. 그는 중국은 세계적으로 ‘생산대국’, ‘인구대국’이며 특히 노인대국인데, 노인 용품 부족은 이러한 국가 상황에 부합하지 않기 때문에 반드시 노인 서비스 수준을 향상시켜야 한다고 말한다. 중국에서 노인 용품 시장의 수요는 엄청나게 크다고 할 수 있다. 노인들에게는 노인 생활용품, 간호 상품, 노인 건강식품 외에도 건강을 위해 몸에 지니고 다니는 보석류, 가발, 틀니, 세척기, 마사지기, 요통 방지를 위한 허리 벨트, 발바닥을 안마하는 신발, 노인용 매트리스, 휠체어, 좌변기, 지팡이, 돋보기, 보청기, 보행기, 수면 기구, 이동기, 광장춤을 출 때 입는 의류, 샤워 보조기, 전자 기술제품, 심지어 바느질 세트 등 그들이 필요로 하는 상품의 종류는 매우 다양하다. 또한 거동이 불편한 노인 인구 증가에 따라 노인용 기저귀, 전동 요양 침대, 욕창 방지 매트, 간호 서비스 등의 수요가 확대될 전망이다.
2018년 10월 20∼21일,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중국노인학과 노인의학학회(中国老年学和老年医学学会)가 학술대회를 개최하였다. 그 학술대회에서 발표한 ‘신시대에 적극 대응하는 인구 노령화 발전 보고서(新时代积极应对人口老龄化发展报告)’에 의하면, 중국 노인들의 소비 수준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차 증가하면서 실버 산업이 급성장하고 있다. 2020년 중국의 노인 산업 시장 규모는 3조 7900억 위안(약 640조 원)에 도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2035년에는 20조 위안(약 3400조 원), 2050년에는 60조 위안(약 1만조 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했다. 머지않아 중국 노인들은 중국에서 가장 중요한 소비집단이 될 것이다. 노인 인구의 증가로 인해 그들이 소비하는 돈이 어린이나 직장인들이 쓰는 돈보다 더 많아지고 있다. 60세 이상의 중국 노인들이 여행에 쓰는 돈이 올해 처음으로 5000억 위안(약 84조 원)을 돌파할 전망이다.
2019년 중국노인협회(中国老龄协会)의 조사에 따르면 조사대상 노인의 40% 이상이 노인 식사(养老餐)에 대한 수요가 있음을 언급했다. 이 비율은 설문지에 나열된 노인 서비스 문항 중에 가장 높은 것이다. 실제로 노인들을 위한 식사 문제는 노인 서비스의 초점이 되어 왔으며, 실버 산업에서 가장 크고 중요한 서비스 항목 이라고 할 수 있다. 60세 이상의 스마트폰 보유자가 늘어남에 따라 식사 배달에 대한 수요가 계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외식업체와 배달 플랫폼도 노인 식사 시장에 뛰어들기 시작한 가운데, 췐쥐더(全聚德), 용허다왕(永和大王), 허허구(和合谷), 전공푸(真功夫), 리화콰이찬(丽华快餐) 등 중국 프랜차이즈 외식업체 등이 연쇄 기업 형식으로 노년층을 겨냥한 음식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고, 으러마(饿了吗) 등 배달음식 플랫폼도 노인 식사 서비스를 시작하여 이미 실버 시장에 진입하였다.

실버 산업이 주목을 받는 이유는 갈수록 노인 인구가 늘어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돈과 여유가 있고, 스마트폰으로 쇼핑하는 활동적인 노인들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현재 중국에서는 60대 이상 되는 사람 6명 중에 1명이 스마트폰을 쓰고 있다. 알리페이(支付宝), 웨이신(微信) 등의 앱을 이용해 스마트폰으로 결제해 본 60대 이상이 7명 중 1명이라는 조사도 나와 있다. 이 비율은 앞으로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KOTRA(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의 자료에 의하면 앞으로 중국 실버 용품의 대세는 ‘스마트화’일 것으로 보고 있다. ‘스마트 양로’란 AI(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IT 기술을 기존 양로 제품에 접목한 개념을 말한다. 예를 들어 노인용 스마트폰, 스마트 밴드, 스마트 매트리스, 스마트 변기, 반려 로봇 등이다. 반려 로봇은 동물 형태도 있지만 바퀴 달린 상자 위에 태블릿을 올려 놓은 것을 기본으로 변형한 것들도 있다. 로봇의 크기는 다양한데 반려동물 로봇은 가정용 소비재 로봇 크기의 1/3 정도이다. 중국은 ‘빈 둥지 노인(空巢老人, 자식들이 분가하거나 외지에서 생활하기에 혼자 사는 독거 노인을 이르는 말)’이 많은데 앞으로 중국 노인들은 반려동물 로봇과 같이 살 수도 있다.
현재 중국 실버 경제에서 기회를 잡으려는 기업들의 경쟁도 치열하다. IT(정보기술)와 결합한 기업들도 많이 있다. 2014년 설립된 항저우(杭州) 아이쉰과학기술주식회사(爱讯科技有限公司)는 혼자 사는 노인을 위한 종합 서비스를 제공한다. 병원이나 가사 도우미 센터 등과 협업 체계를 구축, 서비스에 가입한 노인에게는 가사 관리에서부터 노인 의료 서비스 등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양로원에서와 같은 전문 서비스를 제공하되 노인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담장 없는 양로원’을 지향한다. 선양(沈阳)에 본사를 둔 중루이푸닝로봇회사(中瑞福宁机器人有限公司)와 선양 신쏭로봇자동화회사(新松机器人自动化有限公司) 등의 로봇 기업들은 현재 노인이나 거동이 불편한 노인 환자를 위한 로봇을 개발, 생산하고 있다. 중국 노인 용품 시장이 커지면서 나라 사이에 경쟁이 치열하다. 2000년대 초반 중국 기업들이 주도하던 노인 용품 시장은 2000년대 후반부터 일본 기업들이 진출하며 가격, 품질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현재 중국에 진출한 일본의 간병 용품이 호평을 받고 있는데 2030년에 간병 시장이 360조 엔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갈수록 커지는 중국의 실버 경제는 한국 기업들에게도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참고 자료 http://www.sohu.com/a/311593473_100132626 http://www.chinanews.com/sh/2019/10-09/8974469.shtml http://www.sohu.com/a/270330536_123830 http://www.sohu.com/a/332607552_494824 https://pcgeeks.tistory.com/13061
사진 | 바이두 석은혜 | 본지 전 편집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