恐归族(kŏng guī zú)은 명절에 결혼 재촉을 받거나, 직장과 사업에 대한 걱정을 듣거나 혹은 부모님과 조카들 세뱃돈 등 정신적, 금전적 이유로 고향에 돌아가기를 피하거나 두려워 하는 사람들을 말한다.
중국이 산업화의 길을 선택하면서 농촌지역의 여유 인력이 도시 발전의 역군으로 유입되었는데 이때 생겨난 이름이 농민공(农民工, ‘民工’으로도 부른다.)이다. 이들은 중국 도시 인프라 건설에 주역을 담당했다. 후기는 개혁개방과 함께 흡수된 서구 선진기술로 중무장한 2030세대가 중국 사회의 소프트웨어를 채워갔는데 이들 젊은이들은 자신의 출신지에서 머물지 않고 중국 도시개발로 특성화한 베이징(北京), 광저우(廣州), 상하이(上海), 선전(深圳) 등지로 흩어졌다. 이렇듯 타지역에 거주하면서 직장을 다니거나 새로운 기회를 찾는 젊은이들이 많아지자 이들을 일컫는 신조어도 생겼는데 (北漂, 上漂[沪漂], 广漂, 深漂)가 그것이다. 그러나 외지에서 중국 산업 발전의 역군으로 활동하는 이들도 결국 명절에는 고향에 돌아가 가족들과 명절을 함께 보내고 싶어하는 회귀본능이 있다. 그래서 매해 춘제(春节, 중국의 음력설)면 우리의 민족 대이동보다 더 심각한 인구 대이동이 발생한다. 이를 人口达迁移(rénkǒudáqiānyí)라고 한다. 올 명절도 분명 그러하리라. 그러나 이들이 떠난 도시는 순식간에 활기를 잃게 된다.
명절에 도시 공동화가 심화되는 도시에 대한 리포트가 있어 찾아 보았다. 텐센트 지도, 텐센트 위치기반 서비스가 발표한 <2019년도 춘제 외출 예측 데이터 예측 보고>에 따르면 춘제에 도시 공동화가 일어날 도시 10위에 선전, 동관(东莞), 베이징, 상하이, 쑤저우(苏州), 광저우, 항저우(杭州), 정저우(郑州), 청두(成都), 포산佛山) 등이 올랐다.이들 도시에 상주 인구보다 직장을 위한 임시 거주 인구가 많다는 얘기이다.

이들 가운데 선전이 도시 공동화가 가장 심각한 것으로 났는데 선전은 완전한 국가 주도형 계획도시로 홍콩을 경쟁지요 모델로 삼아 건설했기 때문에 타지역에서 유입된 인재들이 중심을 이루며 발전한 도시이다. 따라서 명절에 선전의 도시 공동화 현상은 당연한 일이라고 하겠다. 선전뿐만 아니라 중국의 대도시에는 고향을 떠나 도시에서 직장을 다니거나 도시에서 발전을 꾀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들이 춘제 때 다같이 움직이기 때문에 중국 전역의 교통망과 유통망에 비상이 걸린다.
국가가 정한 춘제의 휴일은 7일이지만 직장에 따라 짧게는 2-3일 더 쉬거나 그보다 더 오래 쉬는 곳도 있다. 중국 기업들이 춘제 휴가를 길게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은 중국땅이 워낙 넓어 왕복에 걸리는 시간이 많기 때문이다. 직원들의 복지를 위한 배려라고나 할까. 은행이나 공기업 등을 제외하면 법정 공휴일보다 오래 쉬는 곳이 많다. 연말이 다가오자 백화점과 상점들은 명절 용품 세일을 시작했고 이번 춘제에 이용할 교통편 예약도 이미 시작되어 사람들은 고향 다녀오는 표를 구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모습이다. 관계 기관도 역귀성(反向春运, fănxiàng chūnyùn)을 권장하며 춘제 운송의 어려움을 해소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주변의 이러한 분주함에도 냉정한 태도로 명절을 맞이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들은 ‘恐归族(혼명족)’들로 이번 춘제에 고향에 내려가지 않겠다는 사람들이다.
한국에도 ‘혼명족(혼자서 명절을 지내는 사람들)’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명절에 고향에 내려가지 않는 사람들이 많이 있는데 중국에서도 몇 년 전부터 고향에 가지 않겠다는 사람들이 점차 증가하는 추세이다. 물론 고향에 돌아가지 않는(못하는?) 이유는 모두 각자 다르다. 恐归族의 발생 이유에 대해 중국의 한 인터넷 포털 사이트는 아래와 같이 설명하고 있는데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위풍당당 고향을 떠나 왔지만 현재 아무것도 이룬 것이 없다, 둘째, 결혼에 대한 압박, 셋째, 생활습관 차이, 넷째, 세뱃돈 부담, 다섯째, 교통비, 여섯째, 바쁜 업무, 일곱째, 짧은 휴가, 여덟째, 과한 피로감, 아홉째, 생활환경의 차이, 열 번째, 비교심리, 열한 번째, 빈부격차, 열두 번째, 일하는 것보다 더 힘든 친지 방문을 들었다. 그리고 기타 이유로 교통의 발달로 평소에도 자주 고향에 내려갈 수 있어서 간만에 얻은 휴가를 자신이 하고 싶은 일들을 하려고 한다는 것을 예로 들었지만,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이유는 체면과 물질 그리고 전통에 대한 이해의 변화일 것이다.
중국이나 한국이나 체면 문화로 인한 부작용이 사회 발전에 부정적인 요소로 작용하는 예가 많다. 중국의 젊은이들은 스스로 외지에서 성공하거나 돈을 많이 벌어 놓지 않았으면 집에 돌아갈 면목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고향에 돌아가 자신의 실제 수입보다 더 많은 소비를 하고 위세를 부리다가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다는 보도가 심심치 않게 나온다. 또 최근에는 인터넷의 발달로 SNS 사회통신망을 통한 세뱃돈(红包, hóngbāo) 보내기가 정착되어 마음만 먹으면 언제라도 상대에게 세뱃돈을 줄 수 있다. 다만 그 금액이 얼마가 될지 체면을 중시하는 사람에게는 고충이 매우 클 것이 분명하다. 또 한 가지 중요한 이유는 가족을 포함한 친척들의 지나친 관심이다. 설 연휴 동안 이들은 매번 자신이 평소에 피해왔던 문제들을 아무런 준비도 없이 대답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고, 상황에 따라서는 비교도 당할 수 있기 때문에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게 된다.
시대의 변화에 따른 명절 전통에 대한 의식도 달라져 가고 있다. 첫째는 명절 분위기의 약화이다. 실제로 중국 춘제 기간 동안 일부 도시에서는 폭죽을 터뜨리지 못하게 법으로 막아 놓았다. 수천 년 동안 지켜오던 전통이 사라져 명절 분위기가 약화되었다. 또 빳빳한 새돈으로 세뱃돈을 준비해서 조카들이나 자녀에게 나누어 주던 풍습도 휴대폰 터치 한 번이면 끝나기 때문에 새로운 명절 분위기에 익숙하지 않다는 점도 들 수 있다. 둘째는 가족에 대한 인식의 변화이다. 현대 중국은 제례 의식 부재, 가족 의미 축소, 가족 공동체에 대한 인식의 변화 등으로 전통적인 가족관이 많이 약화되었다. 셋째는 개인생활 중시이다. 이는 이전의 사회가 가족 중심이었다면 현대 사회는 개인 중심이라는 사회 메커니즘의 변화 때문도 있지만, 최근 ‘佛系(fóxì, 남들이 뭐라고 해도 자신만의 생활 태도를 갖는 모습)’를 중시하는 젊은이들 스스로의 사상적 변화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자신의 삶에 더 집중하려는 중국 젊은이들의 새로운 생각과 행동이 사회의 모습을 점점 바꾸고 있으며 이러한 변화는 전통 가족 사회의 붕괴와 새로운 사회로의 진입을 가속화하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현재 중국 사회는 이전과 많이 다르다. 이전에는 돈이 있든 없든 명절에는 반드시 고향에 가야 하는 것으로 믿었지만 이제는 오히려 이러저러한 이유로 귀향을 포기하려는 사람들이 많이 생겼고 사회적으로도 조금씩 이들의 목소리가 받아들여지고 있다. 앞으로 중국의 명절도 고향집에서 가족과 함께 보내는 사람보다 여행을 하거나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많아질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예나 지금이나 고향을 떠나 외지에서 거주하는 이들에게 가장 설렘을 주는 단어는 ‘귀향’이고 아직 대부분의 사람들은 명절에 가족과 만나 가족의 정을 나누는 일에 큰 의미와 가치를 부여하고 있어 중국의 恐归族나 한국의 혼명족에 대해서는 사회적 이해와 배려가 필요한 시기라고 하겠다.
미주 1) 웹진 <중국을주께로> 2019년 5월호 참고. 2) 자료 출처: https://mvp.leju.com/article/6501830970168662188.html 이곳에 중국 춘제 이동노선이 도표화하여 자세히 나와 있으니 참고 바람. 3) https://baike.baidu.com/item/%E6%81%90%E5%BD%92%E6%97%8F/7916229?fr=aladdin
사진 | 바이두 박애양 | 중문학 박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