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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민생정책 관련 관찰 포인트
첫째, 취업정책의 우선성과 전면적 실시
이번 전인대 회의에서 가장 눈에 띄는 지점 중 하나는 취업정책의 지위(?) 향상이다. 중국 당정은 그간 일자리 창출을 중요한 정책의 이슈로 다루어왔지만 취업정책은 사회 분야 가운데서도 민생영역, 그리고 민생영역에서도 그 하위 혹은 부분집합으로서 취급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이번 전인대를 통해 취업정책은 사회/민생 관련 정책영역의 하위가 아닌, 재정정책 및 통화정책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사회·경제 분야의 3대 거시정책의 하나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올해 중국 사회·경제발전의 3대 정책 방향은 적극적 재정정책, 안정적 통화정책, 취업우선정책이며 이들 3자 간의 정책협조와 상호연계를 강조하고 있다. 중국에서 고용 문제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었음에도 이번 전인대 2차 회의에서 취업정책이 처음으로 정부의 3대 거시정책으로 격상된 이유는 무엇일까. 그만큼 일자리 부족 문제가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한 상황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수년째 지속되고 있는 경제성장률의 둔화에 더해 2018년에 촉발된 중·미 무역분쟁과 증시, 환율 등 기타 요인들이 겹쳐진 결과로 인한 중국 기업과 중국 내 해외자본들의 경영난, 인도, 베트남, 미얀마, 라오스 등으로의 수출 제조업체들의 생산라인 이전, 그로 인한 실업 문제는 악화될 대로 악화된 상황이다.1) (베이징(北京)시 人力资源和社会保障局[인력자원·사회보장국]에 따르면 2018년 한 해 동안 베이징에서만 제조업 분야 500여 개의 기업이 정리 수순을 밟았고 올해 역시 비슷한 규모의 도산과 퇴출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베이징을 넘어 전국적 차원으로 확대한다면 올해 수만 개의 기업이 사라지고 그로 인해 수백만 명이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는 예상은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니다. 실직자들의 부양가족 즉 연로한 부모-노인세대, 배우자, 자녀들까지 포함한다면 생계 곤란에 직면하게 될 인구는 가히 상상을 초월한다 하겠다.)
중국산 제품에 대한 미국의 관세 부과만으로 전자기기를 포함해 6대 산업이 직접적으로 큰 타격을 받았다고 알려진 가운데, 지난 3월 집계 결과 집적회로 15.9%, 자동차 15.1%, 스마트폰 12.4%, 로봇 11%가량 생산과 판매량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자동차 산업 하나만 보더라도 자동차 산업의 전후방 연계효과 즉 자동차 관련 부품업체와 협력업체만 중국 내에 수만 곳이 있는 것을 감안하면 중국이 당면한 산업위기와 고용위기의 심각성을 알 수 있다. 중국 등 개도국의 경우 국내총생산이 1% 포인트 증가할 때마다 약 170만 개의 일자리가 생겨난다고 이론적으로 전제해보자. 중국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을 6%-6.5%로 전망하고 있는데, 6% 성장한다는 가정하에 매년 1,020만 개의 일자리가 최대 6.5%의 성장을 이룰 경우 매년 최대 약 1,150만 개의 일자리가 창출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올해 성진지역 1,100만 개 이상의 일자리 창출 계획은 아마도 6.5%의 경제성장을 고려한 목표수치일 것으로 판단된다.) 그런데 이 정도 숫자의 신규 일자리는 중국의 고용 문제를 해소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규모다. 수천만에 달하는 기존의 해고자와 수백만 명의 올해 해고 예정자에, 신규 구직자의 규모를 모두 더하여 생각해볼 때 그러하다. 중국 정부는 올해 직업기술학교(高职), 전문대(学院), 대학(大学) 졸업자, 즉 신규 구직자만 830만 명 이상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들로 미루어 볼 때 일자리 부족 문제는 단순히 기존과 같이 사회/민생 분야의 하나의 하위집합으로만 다루어질 수 없으며, 정치·경제·사회 방면을 통틀어 중국 정부가 해소해야 할 가장 중차대한 문제로 부상했다고 볼 수 있다.
둘째, 중앙의 조절-통제의 강화
11가지의 정부 중점임무 카테고리 가운데 ‘(중앙의) 거시적 조절/통제의 완비와 합리적(적정) 구간에서의 경제운행의 확보’가 첫 번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사회·경제 방면에서의 중앙 집중성 강화의 정책적 의지를 드러내는 것이라 볼 수 있다. 그 하위 내용들 중 ‘양로보험기금의 중앙조절(养老保险基金的中央调剂) 비율의 확대’ 방침에 주목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2) 중국 전체 차원에서 볼 때 양로보험 지급여력은 비교적 양호한 편이다. 지난해인 2018년도 전국 양로보험기금 수입은 3조 6천억 위안, 지출은 3조 2천억 위안으로서 4천억 위안가량이 누적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하지만 지역별/성급별로 들여다보면 상황은 달라진다.
지역별 경제 수준, 임금 수준, 인구 유출과 유입 상황, 생산과 취업인구 규모와 그에 따른 양로보험 납입액의 규모, 노령화 수준 등 여러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지역별 양로보험 지급능력의 현격한 차이를 만들고 있다. 동남부 연해지역의 8개 성급의 경우 양로보험금 수입이 지출보다 많은(收大于支) 반면, 인구 유출이 심하고 노동/취업인구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으며 노인세대와 퇴직자가 많은 동북지역과 중서부지역의 경우 양로보험기금 재정수지는 마이너스 상태(收不抵支)를 보이고 있다. 이 가운데 랴오닝(遼寧), 헤이롱장(黑龍江), 쓰촨(四川), 후베이(湖北) 등의 상황이 보다 심각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배경에서 작년 7월 1일부터 양로보험기금 중앙조절 제도가 시행되었다. 각 성급별로 양로보험기금 가운데 일부를 중앙에 상납토록 하여 ‘중앙조절기금’을 조성한 것인데, 중앙의 수취 비율은 본래 3%로 시작되었다.3) 중앙은 매년 조달되는 기금을 누적/이월하지 않고 모두 소진하도록 되어 있는데, 수취한 기금을 각 성급정부에 다시 지급하게 되어 있다. 이때 퇴직자 수 등을 고려하여 성급마다 각각 다른 규모의 기금을 할당하게 된다. 그 결과 광동(廣東), 저장(浙江), 장쑤(江蘇), 베이징 등은 상납액이 추후에 지급받은 액수보다 많은데 반해 랴오닝, 헤이롱장, 쓰촨, 후베이 등은 그와 반대 상황이 되기에 보험기금의 고갈 상황이 상당히 호전될 수 있다.
그런데 류쿤(劉昆) 재정부장은 당시 기자회견 시 중앙 수취비율을 현행 3%에서 3.5%로 상향 조정하는 방침을 밝혔고 이는 5월 1일부터 적용될 예정이었다. 중앙의 수취, 즉 지방 상납비율의 인상에 따라 올해에는 약 6천억 위안 규모에 가까운 중앙조절기금이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4) 이러한 정책은 양로보험 재정수지 상황이 흑자를 나타내는 동남부 연해지역의 잉여를 중서부와 동북지역으로의 이전을 통해 해당 지역의 적자를 보충함으로써 지역 간 재정수지 불균형을 완화하고 전국적 차원의 재분배 수준을 제고하기 위한 것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 마련한 제도적 장치와 메커니즘 속에서 중앙의 조절-통제의 범위 그리고 지방에 대한 간섭력-영향력은 증대되게 된다. 시진핑 시기 들어 정책의 형성과 시행, 재정의 조달과 처분 등에 관련된 권한과 책임의 중앙과 지방 간 배분에 있어 중앙으로의 집중성이 부단히 강화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시진핑 집권 2기 3년 차에 들어선 지금, 각 방면에서의 중앙으로의 집중 양상은 이후에도 지속될 것으로 생각된다.
셋째, 통합(규범화)의 심화 및 효율화의 증진
이는 바로 위에서 언급한 중앙으로의 집중성 강화와 연관이 있다. 양로보험금 관련 정책조정 외에도 정부의 업무보고는 사회보장제도 전반에 있어 성급 차원의 통합관리를 가속화할 것을 천명하고 있으며, 이를 발판으로 전국적 일원화 체계를 구축하려는 의지를 강하게 보이고 있다. 현재 사회보험과 사회보장에 있어 각 성(省)급 산하 각 도시들마다 제도상의 규정‧규범 등이 조금씩 상이한데, 정부 업무보고에 따르면 내년까지 성급별로 관련 제도와 정책의 단일화/표준화가 이루어지게 되며 이후 중앙을 중심으로 전국적 차원의 일원적인 시스템과 제도 구축 작업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성급 단위의, 나아가 전국 차원에서의 규범화의 증강 외에 제도와 시스템의 조정을 통한 효율성의 증대를 도모하려는 모습도 함께 관찰된다. 지난해 당 기구와 국가기구 개혁을 통해 사회보험금 징수 업무가 기존의 사회보장 부문에서 세무 부문으로 이관되었다. 이 결정 이후 작년 7월 1일부터 사회보험금 징수와 비세금 수익 징수 업무를 위해 전국의 각급 세무 부문 간에 업무와 권한의 조정-통합작업이 시작되었고 이와 같은 준비기간을 거쳐 올해 1월 1일부터 정식으로 세무기관에서 사회보험료를 징수하게 되었다. 이와 같은 결정은 엄격한 관리감독을 통한 효과적인 사회보험금 징수를 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세무 부문은 사회보장 부문에 비해 기업들에 대한 조사-감사 역량, 관리감독 역량이 훨씬 강하기 때문이다. 이로써 사회보험 징수에서의 정부의 관리감독 기능과 효율성의 제고를 이룰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이 같은 정책조치는 정부의 행정집행 역량의 강화와 집중화로도 풀이될 수 있겠다.
미주
1) 2018도 한 해 동안 중국 제조업 관련 대형 기업에서만 280만 명가량의 감원이 발생하였고, 수출 관련 부문에서만 150만 명가량이 해고된 것으로 추산된다. 큰 폭의 경기하락으로 인한 대량의 구조조정과 그로 인한 감원-해고는 제조업 분야를 넘어 서비스업, 심지어 첨단 분야인 IT 관련 산업으로도 확대되고 있다.
2) 업무보고에는 간략하게만 언급되어 있고, 3월 7일 오전 재정부처 기자회견 시 류쿤 재정부장이 이에 관해 상세한 부연설명을 한 바 있다.
3) 이에 따라 작년 7월부터 연말까지 6개월 간 2,400억 위안 이상의 중앙기금이 생겨났다.
4) 중앙 수취비율 3.5% 인상의 정책조치 역시 최종적 결정이 아니며 향후 조금씩 지속적으로 인상될 것이다.
사진 | 바이두
김성민 | 동서대 국제관계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