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선교는 사랑입니다!” 선교활동을 하던 중 한 집사님의 입술을 통해서 내게 들려주신 말씀이다. 물론 제주도는 선교가 필요한 곳임에는 틀림이 없다. 하지만 제주선교를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 때문이었는지, 나는 그 말에 동의하지는 못했다. 전도할 때의 느낌도 그랬고, 가만히 서서 지켜보기만 하던 도민들의 삶의 현장이 척박하게 보였기에 대체적으로 어두운 분위기가 느껴졌다.
아니나 다를까 전도지를 나눠주면 얼굴을 찡그리거나 손사래를 치며 지나갔다. 이단도 나타났다. 그리고 한 중국인교회에서 찬양을 할 때 성도들을 살펴보니 얼굴표정이 어딘가 모르게 불안하고 굳어 있었다. 하지만 놀랍게도 말씀이 전해질 때 그들의 태도에 변화가 생기고 피곤해 보이는 얼굴에는 생기가 도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사님은 어떠한 것에 대해 '사랑'이라고 느끼셨을까? 라는 의문은 여전히 나를 괴롭히고 있었다.
이번 우리 선교팀의 주제는 ‘기적의 하나님’, ‘우리가 기도할 때 일하시는 하나님’이었다. 사실 기적은 먼 곳에 있어서 나와는 별 상관없는 것, 특정한 사람에게만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런 것만은 결코 아니었다. 우리가 제주를 향해 출발할 때 사람들이 태풍으로 인하여 배가 결항할 것이라고 했지만 나는 배가 결항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단지 배가 심하게 흔들릴 것에 대한 각오를 단단히 했던 것 같다. 그러나 놀랍게도 모두의 예상과는 다르게 배가 흔들리기는커녕 오히려 잠잠했다. 선교의 현장에서도, 모든 활동을 마치고 돌아갈 때도 마찬가지였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다른 지역에서는 억수 같은 비가 퍼부었다고 하는데 우리가 선교활동을 펼친 지역에는 그 비가 피해 갔다는 것이었다.
하루는 마음이 너무 답답한 나머지 선교활동을 마치고 숙소로 귀가하는 차 안에서 하나님께 기도했다. ‘하나님, 너무 답답합니다. 버스킹(busking)을 할 때 사람들이 그래도 조금은 와서 들을 줄 알았는데 그저 지나갈 뿐이었습니다. 사람들에게 전도지와 전도용 행주를 나눠주면 돌아오는 것은 무관심과 찡그린 표정, 냉소뿐이었습니다. 왜 열심히 노력해도 돌아오는 것은 결국 거절과 허망함입니까?’ 그러자 내 마음에, ‘보렴. 너는 나 아니면 아무것도 아니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는 계속 네 열심을 내어 인생을 살려고 하는구나. 문제에 직면했을 때 너는 그저 잠잠히 기도해라. 내가 일할 테니.’ 라는 하나님의 음성이 들렸다.

선교활동 기간 동안 새벽기도 시간에는 성경을 읽고 각자가 은혜 받은 성경구절을 같이 나누었다. 버스킹을 하고 돌아온 다음 날 새벽기도 시간에 나는 누가복음 5장 11절의 말씀을 나누었다. “그들이 배들을 육지에 대고 모든 것을 버려두고 예수를 따르니라.” 이 말씀은 내 인생의 전환점이 되었다. 나의 삶의 주체가 ‘나’에서 ‘하나님’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모든 것을 버린다는 것, 즉 내 생각과 편견, 모든 것을 내려놓고 하나님께 맡기고 그저 기도의 사람으로 서라는 말씀으로 다가왔다.
하나님의 사랑은, 그 사랑을 깨닫지 못하는 자에게 깨달음과 진리의 음성으로 담대하고, 힘 있고, 부드럽게 다가오신다. 기적은 결코 먼 곳에 있는 것도, 특정한 사람에게만 나타나는 기이한 현상도 아니었다. 지금의 나에게 또한 미래의 나에게 언제든지 나타날 수 있는 하나님의 은혜이다. 단 내가 기도했을 때 말이다. 하나님은 나의 기도를 ‘사랑’으로 들으신다고 목사님의 설교를 통해 기도가 사랑이 되며, 사랑이 기적을 낳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나님을 사랑하는 사람에게 하나님은 기적을 보여주시지만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하나님을 사랑하는 나의 마음은, 하나님이 먼저 나를 사랑하셨다는 사실로부터 나온다는 것이다.
선교를 통해 변화되어야 할 대상은 그 누구도 아닌 바로 ‘나’였다. 다시는 나의 뜻에 하나님의 뜻을 맞추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다른 것이 기적이 아니라 깨달음을 주셨다는 자체가 기적이다. 선교를 통해 삶의 주체가 바뀌는 기적을 맛볼 수 있었던 순간이었다.
최정우 | 성산교회 청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