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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 1. 지난 1월 21일 베이징(北京) 중앙당교(中央党校)에서 열린 당(党)·정(政)·군(军) 중대 위협(리스크)을 예방하기 위한 세미나 소식이 신화사(新华社) 등 중국 언론들을 통해 보도됐다.
시진핑(习近平) 중국공산당 총서기는 이날 리커창(李克强) 총리 등 정치국 상무위원 전원은 물론 당·정·군 최고위 지도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중국이 직면한 7가지 위협을 정치, 이데올로기, 경제, 과학기술, 사회, 외부환경, 당 건설로 설명했다. 그는 “정치, 이데올로기, 경제, 과학기술, 사회, 당 건설 등 거의 모든 분야 리스크에 고도의 경계를 가지라”라고 주문하고 “여론을 인도하는 힘을 강화하고 통신망 종합 관리시스템을 서둘러 마련하라”라고 역설했다. 또 “청년 세대를 상대로 한 사상정치 업무의 내용과 형식을 부단히 혁신해 정확한 세계관, 인생관, 가치관을 기르도록 해 사회주의 건설자이자 계승자로 확실히 키워야한다”라고 강조했다. 시 총서기는 25일에는 정치국 상무위원 전원을 대동하고 인민일보 신매체사옥에서 올해 첫 번째 정치국 집체학습을 통해 이같이 말했다. “공산당 신문과 간행물 등이 위챗(WeChat), 인터넷TV 등 뉴미디어를 통해 중국인들에게 더 많이 전파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공산당의 목소리를 여러 계층에 전달해 여론 점유율을 높여야 한다.” 시 총서기는 2014년 2월 ‘인터넷 강국 건설’이라는 기치로 중국의 인터넷 정책을 총괄하는 ‘중앙인터넷안전정보화영도소조’를 출범시키고 직접 조장까지 맡을 정도로 그동안 인터넷을 육성 대상 산업인 동시에 안보의 리스크 요소로 간주해 검열과 통제를 강화할 것을 바라왔다.
장면 2. 지난 1월 27일 베이징, 상하이(上海), 선양(沈阳) 등에서 인터넷 포털 다음(daum) 사이트 접속이 원천 차단됐다는 소식이 연합뉴스 등 한국 언론들을 통해 전해졌다.
다음은 중국의 주요 대도시에서 VPN(인터넷 우회접속) 프로그램을 이용해야만 접속할 수 있다. 이 또한 언제까지일지는 미지수이다. 다음 블로그는 이미 10여 년 전부터 차단됐다. 중국 인터넷 감시시스템인 ‘만리방화벽(Great Firewall of China)’을 통한 죽의 장벽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현재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뉴욕타임스, CNN, 이코노미스트,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등 주요 영미권·홍콩·대만 언론과 구글, 유튜브,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비메오(Vimeo) 등 해외 포털·소셜미디어 등에 접속할 수 없다. 카카오톡, 라인 등 메신저 접속도 2014년부터 어렵게 됐다. 마이크로소프트(MS) 인터넷 검색엔진 ‘빙(Bing)’이 일시 차단된 뒤 다시 허용됐지만 이 또한 언제 다시 막힐지 모르는 상황이다. ‘빙’ 접속이 차단됐던 지난 1월 23일 중국 국가사이버정보 판공실(CAC)은 1월 3일부터 21일까지 733개 웹사이트, 9382개 스마트폰 앱을 삭제했다고 밝혔다. 또 같은 기간 709만7000여 건의 유해한 인터넷 게시물과 소셜미디어 등 불법 온라인 계정 30만8000여 개를 폐쇄했다고 공개했다. CAC는 텐센트의 뉴스 추천 앱 ‘텐텐 콰이바오(天天快报)’에 대해 “인터넷 생태계를 저해하는 저속하고 부정적이며 해로운 정보를 유포했다”라고 비판해 중국 정부의 속내를 잘 드러냈다. 2011년 1월 중국의 인터넷 검열을 감시하기 위해 만들어진 국제민간기구 그레이트파이어(en.Greatfire.org)를 통해 중국의 방화벽에 대한 최신 모니터링 정보를 알 수 있다.
장면 3. 안면인식 장치가 설치돼 있는 베이징 등 주요 역사(驿舍)에서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제(春節·설)를 고향에서 보내려고 고속철을 타러온 승객들이 신분증을 스캐너 위에 놓은 뒤 장치 윗부분에 있는 CCTV를 쳐다보자 바로 아래 화면에 얼굴이 떴다.
신분증 사진과 실제 얼굴이 일치하면 파란색 화면에 ‘대조 확인 통과, 신속히 지나가시오’라는 문구가 나온다. 서 있는 위치가 맞지 않거나 역을 잘못 찾아온 경우에는 ‘확인 실패’라는 경고음이 울린다. 이 모든 과정이 단 1∼2초이면 충분하다. 기계 1대 당 하루 1만 명 이상이 지나가지만 완벽하게 식별한다. CCTV는 초고화질 해상도를 자랑한다. 시속 120㎞로 달리는 열차 안에서도 뚜렷하고 선명한 영상을 찍을 수 있다. 안면인식 기술과 인공지능(AI), 빅데이터가 만나면 단순 신분 확인을 넘어 불순분자를 색출하는 데 이처럼 유용한 도구가 없다. 역 곳곳에 설치된 CCTV를 통해 불법행위를 감시하거나 비상상황을 인지할 때도 안면인식 기술은 맹위를 떨친다. 안면인식 기술을 활용한 기차역은 전국적으로 300곳이다. 지난해 133곳에 비해 2배 이상이 늘어났다. 중국 전역에 2억 대가 넘는 CCTV가 있는 가운데 구이저우(贵州)성 구이양(贵阳)은 중국에서 가장 많은 CCTV가 있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구이양 공안은 CCTV를 통해 수집된 관할구역 내 주민들의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옷 색깔과 성별, 안경과 마스크 착용 여부 등 외모 특징까지도 잡아낸다. 2017년 안면인식 시스템을 통해 범죄 혐의자 375명을 검거한 실적도 있다. 이중 탈주범 39명이나 포함됐다. 지난해에는 허난(河南)성 정저우(鄭州)에서 안면인식 선글라스를 착용한 공안이 마약 밀수단을 적발해 화제가 됐다.
중국 어디를 가나 ‘눈’이 있다. 안면인식 기술, AI, CCTV는 중국인들을 촘촘히 들여다보기에 충분한 듯하다. 치안감시 시스템인 ‘톈왕(天网, 하늘의 그물)’을 통한 안면식별 정확도는 99.8%에 이른다. 첨단기술기업 ‘아이쿨’은 20개 이상의 공항과 철도역에 설치된 CCTV에서 수집한 안면인식 정보를 1일 200만 건 이상 톈왕에 제공한다. 2021년엔 CCTV가 4억 대를 넘어 중국 전역을 감시할 수 있는 방대한 시스템이 구축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전체 보안 관련 예산이 국방비보다 훨씬 많아졌다는 점에서 중국 정부에 얼마나 공을 들이고 있는지 잘 알 수 있다. 2017년 보안 예산은 1조2400억 위안(한화 209조 원)인 반면 국방예산은 1조500억 위안(177조 원)이었다. 중국 공안은 형사범, 반체제 인사 등 200∼300만 명을 집중 관리하고 있다고 한다. 모든 직업군을 대상으로 개인의 채무변제 기피 등 금융활동, 교통 위반 여부, 불성실 납세 등 신용정보, 개인 인터넷 사용과 대화 기록 등 사생활을 낱낱이 볼 수 있다는 것은 새로운 뉴스가 결코 아니다. 중국이 열린사회가 될 수 없다는 걸 잘 보여주는 전 국민 감시시스템이 있는 한 종교활동 자유도 제한적일 수 없을 것이다. 인터넷 공간에서 ‘할렐루야’, ‘아멘’, ‘은총’, ‘예수’ 등의 기독교적 용어는 민감하게 다뤄지고 있다.
중국국가종교국이 추진 중인 ‘인터넷종교서비스관리방안’은 신앙과 관련된 글, 심지어 십자가 사진을 인터넷에 올리는 것까지 규제한다. 누구나 볼 수 있게 공개된 종교 정보를 규제하기 위해 교회나 종교단체가 정부에서 발행한 허가증을 받도록 강제하고 있다. 이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제9조에 따르면 인터넷종교정보서비스 명칭은 신청인의 명칭과 동일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중국’, ‘중화’, ‘전국’ 등을 포함해서는 안 된다. 종교단체, 종교학교, 종교활동장소 외에 ‘불교’, ‘도교’, ‘이슬람교’, ‘천주교’, ‘기독교’ 등 종교명을 사용해서도 안 된다. 종교단체, 종교학교, 종교활동장소 등의 명칭 역시 사용할 수 없다. 제15조에 따르면 인터넷종교정보서비스에서 종교적인 선동을 통해 국가정권 전복, 중국공산당 지도자에 대한 반대, 사회주의 제도 전복, 국가 분열, 국가통일과 사회 안정 파괴, 극단주의‧ 테러리즘‧민족분열주의‧종교적 열광을 선양하는 것은 안 된다. 국가 종교정책‧법규를 공격하는 것도 안 된다. 다른 종교 간, 동일 종교 내부와 신앙 공민과 불(非)신앙 공민 간의 화목과 조화를 파괴하는 것도 안 된다. 중국 종교의 독립‧자주‧자영 원칙을 위배하는 것도 안 된다. 위법적인 종교활동에 종사하거나 위법적인 종교활동에 대한 편의를 제공하는 것도 안 된다. 종교 명목으로 상업적 홍보를 하거나 종교 용품 또는 종교 내용 자료의 출판물과 불법 출판물을 위탁판매, 발송하는 것도 안 된다. 미성년자의 종교활동 참여를 선동하는 것도 안 된다. 종교조직, 종교학교, 종교활동장소의 설립을 통해 교인을 모집하는 것도 안 된다. ‘종교사무조례’와 관련 법률‧법규‧규칙을 위반하는 것도 안 된다.
‘인터넷종교정보서비스 허가증’을 발급받은 종교단체, 종교학교, 종교활동장소는 직접 개설한 인터넷 플랫폼에서만 종교 교직자가 설교할 수 있다. 교의(教义)‧교규(敎规) 설명 중 사회 조화, 시대적 진보, 건강한 문명에 이로운 내용을 통해 신앙 공민의 올바른 믿음과 행동을 인도할 수 있다. 설교는 실명제로 관리한다(제16조). 인터넷종교정보서비스 허가증을 발급받은 종교학교가 직접 개설한 인터넷 플랫폼에서만 종교학교 학생, 종교 교직자에게 종교 교육 훈련을 할 수 있다. 교육 훈련도 실명제로 관리한다. 기타 어떠한 조직이나 개인도 인터넷상에서 종교 교육 훈련을 할 수 없다(제17조). 어떠한 조직이나 개인도 인터넷상에서 문자, 사진, 오디오, 비디오 등 방식으로 종교활동을 생방송 또는 녹화방송을 할 수 없다(제18조). 어떠한 조직이나 개인도 인터넷상에서 종교 명목으로 모금을 할 수 없다. 종교단체, 종교학교, 종교활동장소가 설립한 자선단체가 인터넷상에서 자선 모금을 하는 것은 ‘중화인민공화국 자선법’ 관련 규정에 부합해야 한다(제19조). 이밖에 공안부처는 법에 의거해 인터넷정보서비스 보안관리감독을 강화하고 인터넷종교정보서비스 중 위법 범죄 행위를 예방하고 처분해야 한다(제26조). 국가안보기관은 국외 기관, 조직, 개인과 국내 기관, 조직, 개인이 국외 기관, 조직, 개인과 결탁해 인터넷상에서 종교를 이용해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활동을 하는 것을 법에 의거해 예방하고 처분해야 한다(제27조).
하이테크 시대에 종교활동 자유가 자칫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게 중국의 사례일 것이다. 체제를 보다 공고히 하고자 할 때 첨단기술은 집권층의 의도에 따라 전체주의적 통치 수단으로 전락하고 특정인 또는 특정집단을 중심으로 사유화까지 가능하게 될 것이다. 하이테크와 법, 통치가 만날 때 중국교회와 한국교회를 비롯한 세계교회의 중국선교와 선교중국은 예기치 못한 암초를 만날 수 있다. 하지만 결코 좌절할 필요가 없다. 하이테크 시대에도 인간은 편리성 못지않게 해결하기 여의치 않은 공허함에 마주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복음이 영원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부르심의 공동체인 에클레시아, 교회가 하이테크가 대신할 수 없는 인간의 문제에 해답을 제시하고 그에 따라 살아가는 삶을 보여줄 때 진정한 대안세력이 될 수 있다. 성숙과 성화가 교회의 길이요, 선교의 종착역임을 잊지 말자. 이를 위해 복음의, 복음에 의한, 복음을 위한 크리스천의 독창과 합창을 만들어 나가자.
사진 | 바이두
왕빈 | 중국전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