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의 사람은 특징이 있다. 그것은 바로 기도하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큰일을 이룬 사람들은 대부분 기도의 사람이었던 것을 보아도 알 수 있는 일이다.
토요일인 오늘 나는 안양에 있는 갈멜산에 갔다. 거기에는 ‘안양 갈멜산 금식기도원’이 있지만 내가 가는 곳은 기도원 뒤편의 갈멜산을 십여 분 정도 걸어 올라가면 있는 넙적한 마당바위 기도처이다. 그런데 이 마당바위는 보통의 바위가 아니다. 왜냐하면 믿음의 사람들이 매주 토요일마다 모여서 기도하는 장소이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두세 명의 목사님들이 여기에서 기도를 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어느 듯 세월이 흘러서 갈멜산 마당바위 기도모임은 32주년이 되었다. 많을 때는 서른 명이 넘게 모인다. 요즘 그렇게 날씨가 더운데도 스무 명 가까이 꾸준히 모여서 기도를 한다. 나도 이곳에 드나들며 기도회원이 된 지가 벌써 20년쯤 되었을 것이다. 선교지에에서 한국에 들어올 때 마다 꼭 참석하고는 했으니 말이다. 기도회는 목사님들이 돌아가면서 인도한다.
예배를 드리고 나서 나라와 민족을 위한 기도를 먼저 한 뒤에 그곳에 모인 모든 사람들 한 사람 한 사람이 자신의 근황과 개인 기도제목을 나누고 그 기도제목을 붙들고 합심하여 기도를 한다. 기도제목을 나누는 나의 차례가 왔다. 그때 나는 “제게 지금 필요한 것은 돈보다도 믿음인 것 같습니다. 더 큰 믿음의 은사가 제게 주어지도록 기도해 주세요.”하고 기도부탁을 했다. 이제 교회 건물의 잔금을 치를 시간이 꼭 9일 남았다. 잔금 8,200만 원 중에서 19%가량인 1550만 원이 채워져서 6,550만 원이 더 채워지면 된다. 이틀 전에 개척교회를 섬기시는 여목사님이 후원을 좀 하고 싶다는 연락이 왔다. 오랫동안 우리 가족한테 선교후원을 해 준 전도사님이신데 후에 목사안수를 받고 교회를 개척하여 섬기고 있는 분이시다. 여목사님은 조금만 후원한다고 하셨는데 일백만 원이나 보내 주셨다. 형편이 많이 어려우신데도 불구하고 큰 믿음으로 후원을 하신 것이다. 나는 무척 죄송하면서도 정황상 감사한 마음으로 받았다.
오늘은 선교단체 대표이신 장로님이 적지 않은 건축헌금을 보내 주셨다. 그리고 자신을 밝히지 말아 달라고 하시면서 선교지에서 힘든 사역을 하시는 여선교사님 한 분이 또 일백만 원을 보내 왔다. 그렇게 하여 목표액에 조금 더 가까워졌다. 하지만 아직 채워져야 할 남아 있는 액수가 크다 보니 긴장이 되는 것은 사실이었다. 왜냐하면 그동안 잔금 날짜를 두 번이나 연장했기 때문에 이제 더 이상은 연장이 안 되기 때문이다. 잔금을 치르기로 한 날이 바로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야 하는 마지막 날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주일 조금 더 남은 시간 안에 남은 잔금이 채워질 수 있을까 생각하면 긴장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 긴장을 돌파할 수 있는 것은 오직 믿음 밖에 없다는 것을 나는 잘 알고 있다. 믿음은 무엇인가? 그것은 바라는 것들의 실상이요. 내가 아직 보지 못했지만 이미 되어 있다고 믿고 확신하는 것이다. 매일 밤 남편 K 선교사와 함께 교회 건물로 계약해 둔 자그마한 공간으로 갔다. 그리고 거기에서 땀을 뚝뚝 흘리며 교회가 될 그 현장을 발로 밟으며 손으로 만지면서 빙 둘러가며 기도를 했다. 그리고 다시 창문을 붙잡고 더욱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를 했다. 오늘 남편 K 선교사와 함께한 이 기도가 바로 그 믿음의 증거가 될 것이다. 지금은 텅 빈 시멘트 바닥과 하얀 회벽 외에는 아무것도 없지만 이곳에 아름다운 예배처소가 만들어질 날을 믿음으로 선포하며 기도하는 것이다. 마음 급하게도 벌써 설계하시는 집사님에게 도면을 보내 일차 설계도도 받았다. 옛말에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안하는데 김칫국부터 마신다는 말도 있지만 이 말은 믿음의 사람에게는 달리 적용되어야 한다. 바로 “김칫국 그림만 보고도 이미 떡을 먹고 있다고 확신한다.”라는 말로 말이다. 나는 건물값의 1/10만 내놓고 나머지 9/10가 채워졌다고 믿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그렇게 믿었더니 기적이 일어나서 대출을 70%까지 해 주겠다는 은행을 만나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이제 남은 20%와 세금을 준비해서 접수하면 끝이다. 물론 그때부터는 인테리어도 해야 하고 집기도 필요하겠지만 지금 단계에서는 교회 건물의 잔금을 치르는 것이 우선순위이다. 주여, 믿음을 더하소서! 믿음은 바라는 것들의 실상이요 보이지 않는 것들의 증거니 선진들이 이로써 증거를 얻었느니라(히 11:1-2).
나은혜 | 장로회 신학대학교 선교문학 석사, 미국 그레이스신학교 선교학 박사, 지구촌 선교문학 선교회 대표, 지구촌 은혜 나눔의 교회 담임목사
|